프로백수가 된지 벌써 1달 째다.
먹고는 살아야지 하고 이런일도 해보고 저런일도 해보다가 결국 때려쳤었다. 나도 참 미친 종자다.
직장은 전쟁터라지만, 밖이 지옥이란걸 왜 기억해 내지 못했었던가. 벚꽃이 핀다는 바깥은 아직 나에게는 시베리안 겨울과 같다.
"소개팅 해볼래?"
"아녀. 직장생기면 해줘"
담배를 필줄을 몰라 근처 슈퍼에서 빼빼로를 하나 사 뜯어 먹는다. 아오 뭔놈의 과자가 이렇게 비싸진거여.. 오도독 오도독..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학교때가 피눈물 나게 그립다.. 그땐 소개팅 해준다는 애들도 많았지. 그걸 왜 다 거절하고 다녔을까.. 돈없다고 귀찮다고.. 그러고 컴퓨터 하면서 보낸 내 자신이 설마 10000일을 넘도록 솔로로 살줄은 몰랐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만나야지 하면서 만날 노력도 안하고 다녔었지. 으헝헝.
이제는 해달라고 툭툭 쳐도 해주는 사람 아무도 없다.ㅠ 근데 또 막상 누군가가 해줄지 안해줄지도 모를 이런 멘트를
날리면 고민이 된다.
여자를 잘 해줄 자신이 없다. 돈이 없는데.. 뭘 하든 결국 드는 건 돈인데, 이건 나도 그녀도 망치는 일이다. 나같은 놈을 만나기 전에 내 자신이 더 좋은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마음에 거절을 한다. 소개팅을 하려면 얼른 직장을 잡아야겠다..(잠깐,, 있을땐 왜 안 해준거야?)
아 그렇다. 인생 결국 돈이다. 하늘에서 누가 우리집에 운석이라도 떨어뜨려 줬으면 좋겠다. 감나무에 앉은 새들이 찍찍 싸고 가는 새똥이 아닌 운석 말이다. 아니면 로또 1등이라도 되었으면 참 좋겠다. 으아아 로또 1등이 되면 무얼 할까, 근데 로또 1등이 얼마지? 로또를 산지도 감감해서 금액도 까먹었다. 뭐 아무튼 되면 좋을거다. 여기저기 연락오는 사람도 많겠지. 지금처럼 있는듯 없는듯 살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들이 항상 하는 쓸데 없는짓이 "아이유랑 수지랑 둘이 고백하면 누구랑 사귈래?" 랑 "로또1등이 되면 그돈 뭘 할까?" 으로 심각한 고민하기라더라. 난 지금 그 쓸데없는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 샀다. 그냥. 안하는거 보단 나은거 같아서
이젠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뭐라도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네" 라는 생각뿐이지만, 그래도 꿈을 가지는건 어떻게 보면 단시간을 살게 해주는 마약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
자 로또 1등이 되면 뭘할까? 난 우선 1등이 되면 부모님께 절반을 드리고, 절반은 나랑 내 동생이 가져야 겠다. 대신 1등이 되었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숨겨야지. 안그래도 털린 개인정보라 여기저기 스팸도 많이 오는데, 더욱 많아질꺼 같으니까 말이다. 그럼 이렇게 4등분 한 내 돈으로 또 무엇을 할까? 난 우선 주변에 날 챙겨주던 사람들한테 밥한끼 제대로 사고 싶다. 그럼 들킬려나? 로또 한 3등만 되었다고 하고 사지 뭐. 그다음엔 옷을 좀 사야겠다. 밖에 좀 돌아다닐수 있게,.. 생각해보니 난 뭐 돈있어도 그리 하고 싶은게 없는거 같다. 사고 싶은 가전제품도 없고, 차도 그닥 사고 싶은 마음도 없고.. 허지웅은 무성욕자라던데 난 무물욕자 인가..
아 우선 로또나 맞춰볼까.. 1등 번호가 뭐냐..
앞뒤나 먼저 맞춰봐야지. 8.. 38.. 39..
......
어? 어어??
뭔가 마음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어??? 설마?? 설마??????? 뭐지?????
난 진짜 1등인줄 알았다.
이렇게 어긋날 줄이야. 처음에 대충봤다가 13,14를 함께 읽는 바람에..
왠지모르게 분노가 쌓였다. 우워.. 눈앞에서 놓친 느낌.. 우워..워워.........
무물욕자가 아니었다. 헛된 욕심에 나도 휘청거리는 한 소인일 뿐이었다.
허허.. 거참. 이런거에 별 느낌 없을줄 알았는데.. 내일이 만우절이라던데, 세상이 나에게 잠시 맛만 보여준 만우절을 내려줬나..
항상 이런 한방에 목숨걸지 말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면 흔들리는구나
에라이..ㅠㅠ 이력서나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