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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20 06:29:42
Name 표절작곡가
Subject [일반]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 도시생활에 지친 당신을 위하여
<경고>
자꾸 말러를 언급하면서,,
거기에 관해서 글 안쓰냐고 재촉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꾸 그렇게 재촉하신다면 저로서는 어쩔 수 없네요!!
여기서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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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를 열심히 공부해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ㅠㅠ
((말러는 저도 어렵단 말이에요~~ㅠㅠ))

지난 번 글에서는 클래식의 작명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참조)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50536
특히 교향곡에 대해 조금 더 다루었습니다..
복습해볼까요??
교향곡은 4악장제이고,,
빠름 - 느림 - 춤 - 빠름의 순서를 가집니다..
교향곡 제목에 붙는 조성은 그 곡의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많이도 말고 요기까지 언급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대로
4악장제의 교향곡에 딴지 거는 사람 잡아왔습니다..
이런 반전이~~!!
잡아보니 그 넘입니다~!!!

모 사실상 그렇게 딴지를 심하게 건 것도 없긴합니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살펴보면
1,2,3 악장까지 무난하게 전통적인 악식대로 흘러갔고,,
4악장이 다른 성격의 곡으로 추가 되었을 뿐입니다...
이곡의 5악장은 오히려 기존의 4악장과 같은 성격인것이지요~

왜요??

여기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들어갑니다.
테크트리를 살펴볼까요??
1. 베토벤이 다 아시다시피 청각에 문제가 생김.
2. 휴가차 전원생활을 하게됨.
3. 거기서 자연과 벗하며~~~
4. 나중에는 곡으로 남김..
대충 이런건데요~

베토벤이 곡으로 남길 때 4악장제로는 표현을 할 수 없으니,,,
중간에 한 악장을 추가하는 과감한 시도를 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곡은 베토벤이 직접 제목을 명시했고,
각 악장별로 소제목도 친절하게~~ 적어주셨습니다~흐흐

각 제목을 살펴보지요~
그리고 각각 특징을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Pastorale - 전원
1악장 
- Erwachen heiterer Gefühle bei der Ankunft auf dem Lande
          시골에 도착했을 때 유쾌한 감정에 눈을 뜨다~~
         - 빠른 악장이고 소나타 형식입니다.
           1주제에 나오는 선율로 그 당시 잘 불렸던 민요를 차용합니다...
           그리고 1주제는 남성적, 2주제는 여성적이라는 공식을 깹니다..
           둘 다 캐릭터가 비슷합니다...
2악장 
- Szene am Bach
          시냇가의 풍경..
         - an dem Bach의 준말인데요..dem은 3격 관사입니다.
          전치사뒤에 3격이 오면 주어가 되는 대상이 정지하고 있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즉, 시냇가에 앉아서 조용히 그 풍경을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 전형적인 느린 악장이며 제목에서 보듯이 정적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악장 마지막에 새소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도 베토벤이 직접 악보에 명시!!!
         - 요 녀석도 소나타 형식입니다..
3악장 
- Lustiges Zusammensein der Landeleute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 3악장은 춤곡이라고 그랬죠??
           요것도 춤곡입니다...풍경을 묘사하자면,,
           시골 아마추어악단의 음악에 맞춰서 사람들이 춤추는 장면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Trio부분은 2/4박자입니다.
           귀족들이나 미뉴엣처럼 우아한 춤을 추지 시골에서는 그런거 없습니다..
           2박자로 신나게 흔들어제끼는,,,,,(쿨럭)
         -이 악장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4악장 
- Gewitter, Sturm 소나기, 폭풍우
         -암튼, 사람들이 폭풍이 몰려오니깐 급하게 각자 집으로 흩어지네요~
         -여담으로 팀파니(북 같이 생긴 악기)는 4악장에서만 등장하고 나머진 안나옵니다..
         즉, 팀파니 주자는 이 악장에 한 번 등장하기위해 1,2,3악장 내내 기다려야 한다는 말~~
         -피콜로(플룻 같이 생겼는데 아주 작게 생긴 악기)도 같은 운명입니다..
5악장 
- Hirtengesang 목자의 노래
           또 부가 설명이 붙네요~
           Frohe, dankbare Gefühle nach dem Sturm
           (황신의) 폭풍이 지나서 짱 기쁨~~
        -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기쁜 노래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고 나면 더 여운이 남는...

이런 스토리라인을 위해서 베토벤은 한 악장을 더 집어넣었습니다..!
맞죠~!! 왜라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입니다..!!
하지만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이 악곡 전체는 정적인 고요함 속에서 흘러갑니다..
베토벤 자신이 바라본 전원의 세계를 의미하니깐요~
하지만 3악장은 조금 동적이고,,(시골사람들이 춤을 추니깐요..)
4악장은 아주 동적입니다...(폭풍이 몰려오니깐요~~)
즉, 베토벤은 1,2,5 vs 4를 의도했고,,3악장은 약간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합니다..
4악장만이 이 곡에서 다른 전체 악장과 유일하게 대조되는 셈이지요~
베토벤은 마이크로한 형식미보다 매크로한 형식미를 추구한 점이란 겁니다..

이제까지의 썰을 뒤로하고~
음악을 들으셔야죠~??흐흐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셨던 인상 좋은 아저씨(Claudio Abbado)의 지휘로 곡을 감상해볼까요?
몇 가지 포인트만 감상평을 남기겠습니다..^^
1:28부터 들으시면 됩니다..바로 1주제네요~흐흐
2:40 제 2주제입니다... 1주제와는 캐릭터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6:35 발전부가 시작합니다..Major코드만을 반복하고 있고 뚜렷이 나타나는 선율은 없습니다..
  그렇죠~ 시골의 평화로운 정경입니다..다른게 나타나서 이런 감상을 방해 받을 필요가 없는겁니다.
  뭐랄까,, 아무런 인공 구조물이 그려지지 않은 초원 그림 같다고나 할까요?
8:44 여기서부터 재현부입니다.. 은근 슬쩍 지나가서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 이야기하는 주제가 뚜렷하죠~ 오직 유쾌함만을 남기고 싶은 겁니다..
      이런 유쾌함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본인의 작곡 테크닉도 과감히 포기합니다!!
13:07 - 2악장입니다..현악기의 반주가 시냇물이 흐르는 걸 연상시킵니다..
22:44 - 새소리가 시작되네요~ 베토벤은 이 소리를 마음으로 들었을겁니다.
 1악장이 유쾌하면서 정적이라면, 2악장은 고요하면서 정적입니다.
 베토벤은 시내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들리지 않는 자신의 내적 치유를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3:55 - 3악장입니다..시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잔치입니다..그래도 유랑 악단 불러놓고 제대로 노네요~
25:34 - 2박자의 춤곡입니다...이제 제대로 된 춤을 춥니다.
 이렇게 세트로 몇 번 반복합니다..
 베토벤의 삶에서 이렇게 유쾌한 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즐겁습니다.
29:03 - 4악장이 시작하네요..
 신나게 춤을 추다가 폭풍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황급히 집으로 피합니다..처음에는 고요한데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네요~~(29:28)
32:15 - 폭풍은 멎었고, 저 멀리서 목자의 피리소리가 들리네요~
32:44 - 5악장입니다.
 드디어 목자들이 자기들의 노래를 합니다. 밝고 투명하고 순수합니다..(리듬으로 보나 화성으로 보나~)
 그 노래는 폭풍이 지난 후의 그들의 감사가 담겨있습니다.
 베토벤 본인도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를 담습니다..
 비록 귀는 먹었지만 그는 마음으로 듣는 법을 배웠으니깐요..

항상 감사하고,,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고,,
순수해질 수 있다면 인생은 행복한 것입니다..
적어도 저에게 이 곡은 교훈적인 의미로 다가오네요..

베토벤이 위대한 것은 그의 귀가 먹었음에도 고퀄의 작품을 남겼다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 삶에서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자기의 작품에 자기의 인생을 담고,
또 견디고 시도하고,,, 또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전원교향곡에서 가지는 그의 마음은 저에겐 그렇게 전달됩니다..!!
후대에 남아서 닳고 닳도록 연주되어도 항상 새로운 것은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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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0 09:00
수정 아이콘
흐흐. 지난번 글을 보고 이번에는 당연히 5악장 구성의 교향곡 6번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분들이 말러를 언급하시길래 (사실 말러에 대해 전~혀 몰라서) 그냥 깨갱하고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진짜로 교향곡 6번이 나오니 반갑네요! 저는 1악장 도입부를 정말 좋아합니다. 첫 네 마디만 들어도 맑은 하늘 아래 초가을 시골길을 걷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표절작곡가
14/03/20 15:21
수정 아이콘
이 곡 1악장에는 도입부가 없습니다..
바로 1주제가 시작하는 것이지요~^^

형식 구분 상으로는 이렇게
깐깐하게 합니다..
감상자가 느끼는 입장에서는
좀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전원 생활의 도입이라는
의미는 동의합니다~^^
14/03/20 09:07
수정 아이콘
출근길에 이 글 읽다가 급 뽐뿌가 와서 첨부된 연주까지 듣고 말았네요.
괜히 눌렀어. 내 피같은 데이터 ㅠ.ㅠ
표절작곡가
14/03/20 14:35
수정 아이콘
제가 잘못했습니다....ㅜㅜ
언제나그랬듯이
14/03/20 09:07
수정 아이콘
베토벤이 직접 타이틀을 달고 프로그램적인 묘사를 한 거의 유일한 곡이죠
김연아
14/03/20 10:05
수정 아이콘
뜬금없지만 RIP Abbado ㅠㅠ
Neandertal
14/03/20 12:00
수정 아이콘
칼뵘...베토벤 6번은 일단 퍼스트 초이스가 칼뵘이라고 하더군요...
14/03/20 13:11
수정 아이콘
요새 베토벤 빠돌이 노릇하고 있는데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압박... 압박... 눈빛...)
표절작곡가
14/03/20 14:40
수정 아이콘
흥~!!
제가 압박을 받을것 처럼 보입니까~??!!
.
.
.
.
.
ㅜㅜ
무서워요~
눈빛좀 거둬주세요~
ㅠㅠ
뒷산신령
14/03/21 14:43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나중에 유명한 녹음같은거도 알려주시면 흥미를 가지는데 더욱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표절작곡가
14/03/21 15:13
수정 아이콘
제가 클래식 전공자이긴하지만
연주 듣는데는 막귀에 가까워서요~^^;;

그래도 지휘자나 오케가
네임밸류가 되면 평타 이상은 합니다.

그 이상은 딱히 제가
가리진 않네요~^^;;
밀물썰물
14/04/01 13:26
수정 아이콘
잘 읽었고 잘 들었습니다.
늘 이렇게 때지나서 읽고 글남깁니다. 어째 시간이 그렇게 뿐이 안되네요.

크라우디오 아바도를 제가 이렇게 가까이서 본적이 없나 봅니다. 낱이 설어요.
그리고 베르린 필에 여자도 여렇되고 동양인도 몇있고.
오래전에 카라얀 시절에 여자 클라리넷 단원을 하나 영입하면서 말이 많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아주 옛날 이야기 입니다. 이제는 어디도 성역이 없습니다.

여기 음악당 아주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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