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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16 22:59:28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 속 오프닝 시퀀스 Best5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공간]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 속 오프닝 시퀀스 Best5

오늘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국영화 속 오프닝 시퀀스 Best5에 관한 이야기이다.


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김지운 감독)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오프닝 시퀀스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적한 만주 벌판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매를 따라 송강호의 이름이 꼬리표처럼 흐르고, 철길에서 죽은 고깃덩이를 쪼아먹는 까마귀 떼 위로 이병헌이 이름이, 활강하는 매의 머리 위로 정우성의 이름이 새겨진다. 고깃덩이를 가로 챈 매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며 질주하는 기차의 굉음 속에, 감독의 전작 [달콤한 인생]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달파란-장영규 콤비의 OST <만주의 매>가 울려 퍼진다. '만주 웨스턴'이란 장르에 어울리는 두근거림과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시원한 오프닝 시퀀스라 할 수 있겠다.












​4. 올드보이 (2003, 박찬욱 감독)




국내 최초로 타이틀 시퀀스를 별도의 연출자에게 맡긴 영화 [올드보이].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용이 감독과 백종렬 CF감독의 합작품으로 알려진 [올드보이]의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이색적이고 신선하다.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시계의 이미지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감각적인 타이틀 연출도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오대수의 주먹이 등장하는 첫장면이다. 오대수가 자살남(오광록)의 넥타이를 부여잡으며 시작되는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그야말로 박력이 넘친다. 박찬욱 감독 본인의 말을 빌자면 "영화에 진입하는 준비 동작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스토리 한복판, 아주 드라마틱한 순간에 관객이 던져지는 첫장면"으로, 감독의 야심과 패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멋진 오프닝씬이다.      












​3. 비스티 보이즈 (2008, 윤종빈 감독)



​호스트 세계에 몸담게 된 승우(윤계상)가 호스트바 마담 재현(하정우)을 따라 비좁은 통로의 지하계단을 따라 호스트바 세계로 들어가는 영화 초반부의 이 장면은 마치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두운 지하 동굴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나 배우들의 동선에 따라 좁은 지하통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앞뒤로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이며 더불어 재현의 등 뒤로 영화의 제목이 아로새겨지는 부분이 일품이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적 욕심과 역량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강남 호스트바 세계를 정면으로 다루며 화려한 유흥 밤문화의 어둡고 씁쓸한 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영화의 색깔과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라 하겠다.












​2. 달콤한 인생 (2005, 김지운 감독)



​선문답으로 시작되어 주인공 선우의 간지로 마무리되는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 시퀀스이다. 서울 한복판의 호텔 스카이 라운지의 경영을 책임지는, 조직의 2인자 선우가 지하 나이트클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는 오프닝 장면. 호텔의 최상층 꼭대기인 스카이 라운지에서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거쳐 지하 통로를 통해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진입하는 오프닝 장면이, 조직의 2인자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우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암시하는 듯하다. 지하에서의 소동을 정리하고 유유히 스카이 라운지로 돌아와 차를 마시며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선우의 등 뒤로 아로새겨지는 영화의 제목 '달콤한 인생'. 시크하고 차가운 톤의 미장센과 주연배우 이병헌의 간지가 어우러져 탄생된 멋진 오프닝 시퀀스이다.












​1. 마더 (2009, 봉준호 감독)



어떤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주제이자 영화의 본질이 된다. 산 속 들판 저 멀리서 서서히 걸어오는 한 여인. 그리고 정적. [괴물]의 <한강찬가>로 유명한 이병우 음악감독의 음울한 뽕짝이 서서히 흐르고 이와 함께 시작되는 배우 김혜자의 기묘하고 서늘한 춤사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로 온몸을 맡긴 듯 흐느적거리는 춤사위에는 (엔딩씬에서와 마찬가지로) 엄마라는 이름의 고된 삶과 지독한 모성애, 그리고 생에 대한 끈끈한 집착과 스스로에 대한 서러운 연민과 고독이 한데 녹아있다. 앞으로 전개될 [마더]라는 작품의 색깔과 본질, 이른바 영화 그 자체를 함축하고 있는 소름끼치는 오프닝 시퀀스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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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4/03/16 23:05
수정 아이콘
여기 실린 다른 감독들에 비해 커리어는 떨어지지만
역시... 윤종빈 감독... 젊은 감독들 중 가장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게두어라
14/03/16 23:1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질문이 있는데요
달콤한 인생에서 라스트신은 무슨 의미인가요??
이병헌이 창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면서 쉐도우 복싱을 하는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프닝 시퀀스의 마지막과 오버랩이 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Eternity
14/03/16 23:35
수정 아이콘
예전 글(https://pgr21.com/?b=8&n=49481)에서도 언급했지만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쉐도우 복싱씬은 어떤 복잡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씬을두고 '지금까지의 영화 내용이 주인공 선우의 상상이다.' 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김지운 감독이 그건 아니라고 밝혔죠.)
단지 죽음이라는, 가장 비참하고 쓸쓸한 비극의 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선우의 가장 빛나던 시절의 모습을 신기루처럼 보여줌으로써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대한 환상을 가장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마무리되는 엔딩이랄까요.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14/03/16 23:22
수정 아이콘
비스티보이즈 오프닝 롱테이크 씬 저도 참 좋아합니다.
'너 나한텐 인사 안하냐?'
Go2Universe
14/03/16 23:3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제 이름 보니깐 민망하네요. 하핫.
냉면과열무
14/03/16 23:32
수정 아이콘
봉감독도 그렇지만, 김지운 감독같은 경우는 참 멋진 '장면'을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라니안
14/03/16 23:40
수정 아이콘
Eternity 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은 정말...몇 번을 다시 보았는지 모르겠네요
왜사냐건웃지요
14/03/16 23:52
수정 아이콘
저는 갠적으로 인정사정 볼것없다의 오프닝 시퀀스도 좋았다고 봅니다 그전에는 없던 선구자적 시퀀스!!
14/03/17 01:10
수정 아이콘
저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생각하며 클릭을...
Eternity
14/03/17 09:35
수정 아이콘
본 지 워낙 오래돼서 오프닝 시퀀스가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타이밍승부
14/03/17 09:55
수정 아이콘
저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나올줄 알았는데.
짱구 !!
14/03/17 00:17
수정 아이콘
요즘말로 '간지'라는 측면에서

달콤한 인생은 한국영화중 최고입니다.

아 그런데 쓰고보니 Eternity님 다른 글에 몇번 달았던 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크크크
펀치드렁크피지알
14/03/17 00:57
수정 아이콘
비스티 보이즈 저 시퀀스는 거의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주일 정도였고 봉준호의 마더도 오프닝 시퀀스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었죠.
모두다 훌륭한 시퀀스들이지만 저중 단연은 올드보이!
Eternity
14/03/17 09:36
수정 아이콘
감독들이 지독한 영화광이라 그런지 역시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4/03/17 05:0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는 마더 인것 같습니다.
미오X히타기X하치만
14/03/17 10:24
수정 아이콘
비스티보이즈.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오프닝에 대한 얘기는 본적 있어서 이글에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살인의 추억' 오프닝 시퀀스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부키
14/03/17 11:22
수정 아이콘
전 마더 오프닝의 저 웃음이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마지막 버스신 보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루크레티아
14/03/17 13:14
수정 아이콘
마더 진짜 너무 강렬했습니다..
loveyoureal
14/03/17 14:02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Realization=V.D
14/03/17 18:22
수정 아이콘
영원님 오랜만에 글쓰셨네요.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드보이가 아직도 뇌리에 박힌거 보면 대단한 영화인건 분명한거 같습니다.
Eternity
14/03/17 23:11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꽤 오랜만이네요.
쓰고 싶은 소재는 많은데 귀차니즘이 도져서 이렇네요 흐흐
암튼 항상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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