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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8 23:18:08
Name nameless..
Subject [일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명곡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장대한 철학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뒤 이 작품에 기초한 교향시를 썼다. 이 곡은 1896년 2월에 착수되어 8월에 완성되었으며, 같은 해 11월에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이 곡은 처음에 찬사만큼이나 비난도 많이 받았다. 당시까지는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철학의 음악화’를 시도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숲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에 이르렀을 때, 시장에 수많은 군중이 몰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떤 광대가 줄타기를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짜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超人)을 가르치노라. 인간이란 초극(超克)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을 초극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모든 존재는 지금까지 자기 이상의 그 무엇을 창조해왔다. 그럼에도 그대들은 이 거대한 흐름의 썰물이고자 하여 인간을 초극하기보다는 오히려 동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가?
원숭이는 인간에 대하여 어떤 존재인가? 하나의 웃음거리이거나 또는 비참하기 그지없는 수치스러운 존재이다. 그렇다면 초인에 비하여 인간도 똑같이 하나의 웃음거리이거나 또는 비참하기 그지없는 수치스러운 존재이다.
그대들은 벌레에서 인간으로 도달하는 길을 걸어왔으면서, 그대들이 지닌 많은 내면 세계는 여전히 벌레인 채로 있다. 그대들은 일찍이 원숭이였으며, 아직도 인간은 어떤 원숭이보다도 여전히 더 나은 원숭이노라.
그러나 그대들 중의 가장 현명한 자일지라도, 그는 단지 식물과 유령 사이의 얼치기이거나 잡종과 같은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보고 유령이나 식물이 되라고 강요하겠는가?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 그대들의 의지로 초인은 대지의 뜻이라야 한다! 고 말하게 하라.
내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진실로 바라노라. 대지에 충실하라고. 그리고 그대들에게 천상의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이 알거나 모르거나간에, 그들은 독을 품은 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삶을 멸시하는 자, 죽어가는 자, 스스로 독을 삼킨 자로서, 대지는 그들에게서 지쳐버렸다. 그러니 그들은 저승으로 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찍이 신에 대한 모독이 가장 큰 모독이었지만, 신은 죽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모독자 또한 죽어버렸다.
-니체

* * * * *

저는 그간 서양철학 보다는 동양철학을 좋아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도가철학, 불교철학, 선사상을 좋아했고
서양철학에는 문외한이였습니다.
도가철학과 불교철학은 그것이 비록 수천 년 전의 철학이라 할지라도
측정하기 힘든 깊이가 있으며, 또한 현대에 어울리는 철학으로 보여졌으나
(노자가 현대철학자로 불리고, 아인슈타인이 불교야말로 현대적인 종교라고 한 것과 유사한 의미)
서양철학은 칸트 이전의 철학들의 경우 깊이가 얕은 철학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게다가 서양철학은 고금을 막론하고 어휘나 문체가 이해하기 굉장히 난해하더군요.
일각에서는 비트겐슈타인 등의 현대 서양철학자들이 불교철학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는데
진위여부를 떠나 서양철학자들의 언어구조는 직관적으로 알아듣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서양철학의 개요를 대강 훑어보았으나
이번에도 대부분의 서양철학은 그저 난해하기만 한 철학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유독 니체에게 필이 꽂히게 되었는데.
생의 철학으로 불리는 니체의 사상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과 직관되어져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조금 살펴보았는데
시적인 구조로 되어있기에 감성시대인 요즘과 더욱 어우러지는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 역시 문체가 굉장히 난해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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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작곡가
14/03/08 23:27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슈트라우스는 굉장이 유머러스한 면이 많은 사람인데요.
그 성품이 여러 곡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악절 끝을 꾸미는 능력은 참 탁월합니다~^^

그런 그가 이런 철학적인 소재를 무겁게 다뤘다는 면에서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nameless..
14/03/08 23:29
수정 아이콘
슈트라우스는 철학적인 느낌을 준다는 비판을 싫어했다고 하더군요.
'철학'이라는 단어를 스스로도 무겁게 느꼈다고 합니다.
표절작곡가
14/03/08 23:33
수정 아이콘
제가 그 책은 읽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슈트라우스는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가려고 했을 것 같네요~~

초인이라는 캐릭터를 음악적으로 만들고,,,
거기에 에피소드들을 바꿔서 전개시켜나가는 쪽으로~~
요정 칼괴기
14/03/08 23:33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짜라투스트라와 연관된 두곡 중 하나 군요. 다른 하나는 마적.

그런데 조로아스터교라고 쓰면서 왜 짜라투스트라는 짜라투스트라라고 하는 좀 궁금하긴 합니다.
nameless..
14/03/08 23:38
수정 아이콘
모차르트의 마적인가요?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최초의인간
14/03/08 23:46
수정 아이콘
조로아스터교는 영어식, 짜라투스트라는 독일어식입니다.
짱구 !!
14/03/08 23:34
수정 아이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음악이 이거였군요.
nameless..
14/03/08 23:35
수정 아이콘
뱀다리로 적은 제 의견은
퍼온 글은 5줄로 인정되기에 나머지 5줄을 자기 의견 적어야 한다는 과거 규정이 생각나서
급하게 끄적여 본 것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 과격한 글이 나오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다른 글을 살펴보니
(https://pgr21.com/?b=8&n=49598 등)
이제는 뱀다리를 굳이 길게 적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군요.
yangjyess
14/03/08 23:37
수정 아이콘
차라투스트라 좋죠 설리삼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구절 적어보겠습니다.
yangjyess
14/03/08 23:38
수정 아이콘
신에게조차 자신의 지옥이 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그의 사랑이다.
yangjyess
14/03/08 23:38
수정 아이콘
나는 그대가 나에게 저지른 악행은 용서하리라. 그러나 그대가 그대에게 저지른 악행을 내가 어떻게 용서하겠는가.
yangjyess
14/03/08 23:39
수정 아이콘
도대체 그대를 투덜거리게 한 것은 무엇인가? 아무도 그대에게 아첨하지 않았다는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는 이 더러운 곳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투덜거릴 많은 구실을 찾기 위해서!
yangjyess
14/03/08 23:40
수정 아이콘
나는 가장 위대한 인간과 가장 작은 인간의 벌거벗은 모습을 본 일이 있다. 그들은 서로 너무도 닮았으며 가장 위대한 인간조차도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가장 위대한 인간조차 너무나 작다 - ! 그것이 인간에 대한 나의 지독한 염증이었다.
yangjyess
14/03/08 23:42
수정 아이콘
적당한 때에 죽으라. 그러나 적당한 때에 살아 본 일이 없는 자가 어떻게 적당한 때에 죽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그러나 쓸모없는 인간들까지도 자기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미를 붙이고 싶어한다. 속이 텅 빈 호두까지도 깨질 때는 딱 소리를 내고 싶어한다. 그대가 죽을 때 그대의 정신과 덕이 대지를 에워싼 저녁놀처럼 붉게 타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죽음은 실패한 것이다.
nameless..
14/03/09 00:03
수정 아이콘
멋진 구절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니체의 글들은 정말 시적이네요.
술과 함께 음미하면 더욱 맛이 살아나겠습니다.
구밀복검
14/03/08 23:45
수정 아이콘
이 곡이 가장 코믹하게 활용된 장면이라면 이거겠죠.

http://youtu.be/qSaGrbnEesg?t=20s

초인 캡틴 크크크크크크
nameless..
14/03/09 00:06
수정 아이콘
크크.. 캐릭터가 정말 귀엽네요.
문득 니체가 말한 아이가 생각납니다.
마스터충달
14/03/08 23:50
수정 아이콘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또 땡기는데 잠도 안오는데 그거나 봐볼까 잠 잘오게...
14/03/08 23:52
수정 아이콘
저에게 있어 가장 인상깊게 이 곡이 사용된 예라면 역시 "Wooooooooo!!"
헥스밤
14/03/09 04:59
수정 아이콘
알슈의 짜라투스트라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가 함께 끌리는, 눈발 날리는 새벽에 이런 글이라니.
nameless..
14/03/14 22:34
수정 아이콘
불교철학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철학자가 하이데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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