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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8 14:47:41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 64, 신참자
일본은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장르소설이 더 활발하게 창작이 되고 있는 것 같고 작가들도 많고 작품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전체적으로 경쟁력이나 수준도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장르 문학에 주어지는 문학상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리소설이나 sf장르에 주어지는 상들 가운데 가장 신뢰가 가는 상이 바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이 상을 수상한 작품 두 편을 연달아 읽었는데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흥미로운 작품들였습니다.




처음에 읽은 작품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라는 소설이었습니다.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약 7년 동안 칩거하다시피 하면서 작품에 매진한 끝에 발표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14년 전 미제로 끝난 아동 납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해서 일본 경찰내의 갈등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의 경찰 조직도 도쿄의 본청에서 내려오는 캐리어(우리로 치면 낙하산 인사)와 지방 출신 사이의 갈등이 있고 사건을 직접 해결하는 형사계와 그 외의 경찰 내부 업무를 관장하는 경무계와의 갈등이 스토리를 이어가는 주된 흐름이어서 다른 추리 소설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일본 경찰 조직의 속살이나 그들의 사고 방식을 알 수 있어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특유의 조직 문화와 선후배 문화 같은 것들을 비교적 자세히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64]라는 코드명으로 불리는 14년 전 유괴 납치 사건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제공되면서 범죄의 발생과 범인의 체포라고 하는 추리소설 기본적인 내용도 충족시킵니다. 경찰 내부 조직의 갈등과 범죄 사건의 해결, 두 가지를 다 잘 마무리한 작가의 능숙한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두 번째로 읽은 작품은 201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일본 장르문학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저력 있는 작가인데 이 작가의 [신참자]는 매우 독특한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한 이혼녀가 고덴마초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교살된 채로 발견이 되면서 시작되는데 사건의 해결을 위한 이야기 진행으로 바로 이어지기 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변 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엮어 가면서 최종적으로 맨 마지막 장에서 범인이 확인되고 체포되는 구성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각각의 단편 같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완결성을 가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아주 독특합니다.

이 같은 스토리텔링은 얼핏 보면 추리소설이 아니라 그냥 단편소설 모음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구성입니다. 모든 이야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가형사가 등장하는데 이 형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주변의 이웃들에게 정보를 탐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해결해 주거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는 등 여느 형사들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이 소설의 중간쯤에 가가형사의 입을 빌려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정말 이 소설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가가 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 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위의 두 작품을 읽고 나니 일본 장르소설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같아서 즐겁기도 하고 한편 부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건 발생 -> 수사 -> 범인 검거]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패턴을 벗어나서 다양한 구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많은 작품들이 나와야 전체적인 질과 수준도 담보가 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 2010년 이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작품들
2010년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2011년 기시 유스케 [악의 교전]
2012년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2013년 요코야마 히데오 [64]
2014년 노리즈키 린타로 [녹스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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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8 15:01
수정 아이콘
요즘 미친듯이 일본 추리 소설을 읽고서 한번 글 올려볼까 하고 있었는데 이글을 보니 반갑네요.
마침 64를 읽을려고 바로 앞에 펼쳐놔서 신기하기도 하고요
제리드
14/03/08 15:03
수정 아이콘
히가시노 작가의 최신작이 전부 기대이하였던 와중에 신참자는 꽤 좋아서 가뭄에 단비같은 느낌이었죠
azurespace
14/03/08 15:05
수정 아이콘
가가 형사는 믿고 봐도 될 만한 시리즈죠
우주뭐함
14/03/08 15:48
수정 아이콘
일본 장르소설 시장 보면 부럽더군요.
새벽바람
14/03/08 17:08
수정 아이콘
신참자와 제노사이드가 최근에 읽은 일본 추리소설류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두 소설이 저 상을 탔네요. 나머지 세 소설도 기대가 되네요.
14/03/08 18:29
수정 아이콘
히가시노는 최근작은 신참자빼고는 나머지는 전부 실망이라서 그나마 눈에 띄더군요 역설적이게도.....

솔직히 신참자도 매우 수작인것같지는 않은게 예전 가가형사시리즈나 갈릴레오시리즈가 워낙 좋은 작품이많아서...

요코야마 히데오 소설은 클라이머즈하이를 읽어봤는데 거기도 조직내갈등이라든지 조직내위계같은게 잘나타나는데 64도 비슷한가보네요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안나는 소설 ㅜ
Neandertal
14/03/08 19:03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도 힘을 빼고 쓴 듯한 [신참자]를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공포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도 가끔 힘을 빼고 순수소설 비슷한 분위기로 작품을 쓸 때가 있는 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물론 하드코어하게 사건 - 수사 - 검거의 단계를 밟는 전통추리가 읽고 싶을 때도 있긴 합니다...
14/03/08 19:19
수정 아이콘
64의 경우 겉에 쓰인거나 홍보에서 이야기한 것에 비해서는 너무 밋밋해서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나네요. 물론 잘 쓰여진 소설이지만. 다카노 카즈아키의 이야기 구성능력을 즐긴 이후에는 어지간한 미스테리는 밋밋해서 힘들더라구요.
양념게장
14/03/08 20:17
수정 아이콘
신참자 좋아요. 붉은 손가락도 좋았는데. 흐흐.
오쇼 라즈니쉬
14/03/08 21:30
수정 아이콘
제노사이드의 흡입력은 정말이 최고였습니다. 근 2-3년간 읽은 스릴러 중 최고였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주위사람들에게도 추천 및 대여 중입니다.
본문의 64도 이틀만에 독파하고 저희 친형 및 경찰관인 형 친구분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네요.
14/03/08 22:25
수정 아이콘
신참자는 정말 신기했죠. 히가시노 게이고에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이젠 밑천 다 바닥났고 B급물 양산형 밖에 못찍는 작가라고
내심 평가를 내리고 있었는데 저런 걸 아직도 쓸 수 있었다니 싶더군요. 물론 다시 B급물만 줄창 찍어내고 있는 건 함정이지만.... -_-
14/03/08 22:51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저도 편지와 용의자 X의 헌신 뒤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양산형 밖에 못 써내는 작가로 끝나가는가 했는데(붉은 손가락은 좀 괜찮았습니다만) 신참자를 보면서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14/03/08 22:49
수정 아이콘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참 비슷비슷한 소설들을 썼었지만 [신참자]는 그걸 잘 비켜나간 수작이였죠.
소개해주신 [64]는 꼭 읽어봐야겠네요. 한동안 일본소설은 좀 멀리하고있었는데 괜찮을것같네요.
사이버 포뮬러
14/03/09 09:36
수정 아이콘
한참 정말 홀린듯이 일본 미스테리 소설을 읽다가 멈췄었는데 소개해주신 64는 끌리네요.당장 읽어봐야겠네요.
츄지핱
14/03/10 01:37
수정 아이콘
2014 에 노리즈키 린타로가 수상했군요. 2013년 출간작 대상으로 하는 건가보죠? 최근에 <킹을 찾아라> 읽었는데, <녹스머신>도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면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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