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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7 14:12:35
Name 라덱
Subject [일반] 일본 회사에서 일하기
안녕하세요, 주로 게임게시판을 이용하는 유저이지만 웃다님의 글을 보고 일본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작게나마 소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점심먹고 졸린 타이밍을 이용해서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일단 일본의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은 e스포츠 업계라고 할 것도 없지요.
아직 비지니스 적으로 성장이 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요. 그러면 저희 회사는 기본적으로 어떤 회사이냐.
사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작은 광고회사입니다. 저희의 고객은 건설회사, 파칭코, 애니메이션제작사, 게임사 등의
의뢰를 수주받아 광고를 제작하는 것을 기본적인 수익모델로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e스포츠에 관한 일을 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회사 자체적으로의 신규사업적인 측면, 게임사나 애니메이션사의
BTL광고 수주 영업의 용이성,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의 투자 등을 큰 이유로 볼 수가 있겠네요. 아직까지는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흑자는 고사하고 큰 적자를 면하지 못 하고 있지만 어짜피 당장 이것으로 돈 벌 생각보다는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진행하고 있는 일이기에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저는 그러한 광고 회사의 e스포츠를 전담하는 부서에서 리그진행과 해외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구요.
추가적으로 저희 회사는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는 그래도 일본 안에서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광고회사입니다.
고정적인 클라이언트들이 많아 신규사업에 투자할만한 여유는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있는 회사이지요.

일단 일본에서의 회사 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예의를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 가실 것 같아서, 한가지 예를 들어 드릴께요.

자주 연락하는 클라이언트 회사의 김과장님이 있습니다. 전화가 왔네요.
"라덱 과장님, 저번에 보여주셨던 기획안 파일 있죠? 잠깐 보고가 급해서 그런데 그거 메일로 좀 보내주실 수 있나요 지금바로"
전화를 끊은 라덱 과장님은 메일을 씁니다.

To. 클라이언트 김과장님
제목. 말씀하신 파일입니다.
내용.

파일 보냅니다. 수고하세요~

여기서 이상한 점 있으신가요?
만약 일본에서 이러한 메일을 보내면 정말 큰일납니다.
메일을 쓸 때의 예의라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추장스럽지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라면 메일은 다음과 같은 느낌이 됩니다.

To. 클라이언트 김과장님
제목. 전화주신 기획안 파일에 관한 건
내용.

클라이언트 김과장 사마.
언제나 큰 신세지고 있습니다.
XX의 라덱입니다.

앞서 전화로 말씀주신 기획안을 파일로 첨부합니다.
파일의 내용을 확인하시고 문제가 있으시면 언제라도 다시 연락주십시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사 외부에 메일을 보낼 때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저러한 틀을 벗어난다며 매우 큰 실례가 됩니다.
처음 보는 사이건, 면식이 깊어 아주 친한 사이건 그런건 절대 관계없이요.
저는 한국에서도 회사생활을 했었는데, 한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 엄격하다고 할까요,
초창기에는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외국인이라는 어드밴티지로 몇번 웃으며 넘어갔지만요.

이런 정말,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되어질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의 자잘한 예절들이
되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네요.

미팅룸에서, 처음 본 사람과 명함을 주고 받을 때는 어떨까요.
마주 보고 앉아있다면 당연히 중간에 테이블이 있겠지요, 일어서서 주고 받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일본에서는 명함을 테이블 위에서 주고 받는 것이 엄청난 실례입니다.
앉아있던 상황에서 일어서 다시 테이블 옆으로 나와 둘 사이의 거리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으로 다시 나와 명함을 건네야 합니다.
글로 적으니 크게 와닿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또한 처음에 실수를 많이 했네요. 이 역시 매우 엄격하게 따지는 예절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회사나 업계, 또는 지방마다 조금씩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사회의 흐름이 예의를 제 기준에서 봤을 때는 "지나치게" 따지는 경향이 큽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회식? 점심시간? 주말출근?
시간 여유가 있으면 또 다른 얘기도 해보겠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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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7 14:14
수정 아이콘
현지에서 초밥먹고싶어요 ㅠ.ㅠ
14/03/07 14:15
수정 아이콘
우리 아침에도 대화했는데 피쟐에서 뵈니 또 새롭네요?? 크크
InSomNia
14/03/07 14:20
수정 아이콘
제 절친이 (일본에서) 일본회사에 다니고 있죠.
한번씩 만나서 얘기를 할때면 뭐랄까 그 친구는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일본특유의 예의에 대해선 귀찮긴하지만 어쩔수없다 라고 생각하더군요.
다니는 회사의 위치가 갑인경우가 많아 그나마 다행이라곤 하지만 듣다보면 일본사회에서 그 예의라는건 좀 과한거같긴해요.

미국회사 이야기도 일본회사 이야기도 참 재밌네요
아이지스
14/03/07 14:21
수정 아이콘
아는 분이 일본 회사 들어가셔서 지방 연구소로 출장 갔는데 첫날 환영회라고 술 마시고 둘째날은 친목회라고 술 마시고 셋째날은 송별회라고 술 마시고 그래서 매일 술 먹은 기억박에 없다고 하시는 거 보고 아직 그런 문화가 엄격하게 지켜지는구나 했습니다
정지연
14/03/07 14:23
수정 아이콘
일본회사에서 일하거나 일본 출장을 자주가는쪽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잘 안나네요..
일본어를 좀 할줄은 알지만 현지인들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할 정도는 안되고, 그간 일해온게 전산쪽이고 딴 쪽은 문외한이라 전산쪽외에는 갈데가 없는데 일본 IT쪽에 수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면 길이야 없지는 않겠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용기가 잘 안나네요..
14/03/07 15:00
수정 아이콘
파견쪽은 상당히 일많습니다. 외국인 별로 안가리고 잘 뽑아서 하는 추세고요..
최종병기캐리어
14/03/07 14:24
수정 아이콘
저런 메일은 국내 기업도 동일하지 않나요.

팀내에서 자료 전달이 아닌 이상 회사외부로 보내는 메일은 아무리 내용이 간단하고 사전에 인지하고 있더라도 제목/인사/내용/맺음말/첨부파일명을 명기하고 보내라고 사수에게 교육받았고 후임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특히 회사 메일로 회사명이 찍혀서 나가는 메일이면 특히나 더...
안알랴쥼
14/03/07 14:31
수정 아이콘
같은 생각입니다만,
기업 문화/개인 성향에 따라 그렇지 않는 곳이 종종 있더군요.
저런쪽의 예의는 지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흐르는 물
14/03/07 15:40
수정 아이콘
국내에서도 메일은 어느정도 기본은 지켜줘야죠.
가끔 일하다가 본문식의 메일을 받으면 기분 좀 그렇더라고요.
비연회상
14/03/07 14:30
수정 아이콘
근데 제가 회사생활을 안해본 늙은 학생이라 현실을 모르는건지...
예로 드신게 잘 이해가 안되네요;
'과하게 예를 차린 일본식'의 예시로 드신게 정상적으로 보이고, 오히려 '보냅니다 수고하세요!'는 그냥 제 상식선에서는 무례한 느낌이 드는데...
14/03/07 14:34
수정 아이콘
저도 저 한국의 예라는 게 너무 공감이 안 가네요.
14/03/07 14:50
수정 아이콘
자주 같이 일하면서 회식 자리도 몇번 한 사이라면 저렇게 가볍게 메일을 쓰게되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열통 스무통씩 메일을 주고 받으니 매번 형식을 지키진 않죠.
안알랴쥼
14/03/07 14:36
수정 아이콘
일본 분들과 일할 기회가 몇번 있어서 겪어본 바로는 '신사' 라는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절이 몸에 배인 사람이다 라는 인식을 주신 분들이었네요.
두번째로는 꼼꼼한 분이 참 많다는 거였구요.
두가지 모두 이런 분위기 속에 만들어진것 같습니다.
RedDragon
14/03/07 14:37
수정 아이콘
명함 건은 그냥 일본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회사 외부로 나가는 메일은 제가 다니는 회사도 규정 엄격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내부 메일에 동기들 아니고서야 좀 친한 선후배라도 To, From, 첫인사, 내용, 맺음말은 반드시 넣고요...
14/03/07 14:40
수정 아이콘
앗..대부분 저렇게 하고 있는 거였군요, 제가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가 좀 너그러운 분위기였나보네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버렸습니다 죄송;;
RedDragon
14/03/07 14:4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사실 주변 분들 경험담을 들어보면 우리나라 조직문화보다 일본의 기업 조직 문화가 더 예의를 따지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흐흐 다른 경험담도 나중에 부탁드려요. 사실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일본을 많이 닮아서... 비슷한 면이 있긴 하죠.
너구리구너
14/03/07 14:44
수정 아이콘
사실 중국이나 서양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일본기업과 한국기업은 문화가 별로 구분이 안갈 정도로 비슷하죠.
14/03/07 14:47
수정 아이콘
시간 되면 살면서 있었던 다른이야기들도 부탁드립니다~
비연회상
14/03/07 14:49
수정 아이콘
딴지 거는 것 처럼 되버려서 죄송합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후속편도 계속 부탁드려요~~
14/03/07 14:50
수정 아이콘
신입때 하루종일 명함주고받기,전화받기연습 한게 생각나네요...토할뻔...
14/03/07 14:54
수정 아이콘
돔돔님, 지난주 경기 때 오셨었나요?? 기다렸다구요!! 크크.
14/03/07 14:58
수정 아이콘
이번주 일정확인해보고 갈 예정입니다!
14/03/07 15:01
수정 아이콘
이번 주 현장방문객 추첨 경품은 CJ엔투스 유니폼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구요!! 크크.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628030523936804
14/03/07 15:05
수정 아이콘
조용히 가서 구석탱이에서 관람을...원래 경품과 연없는 인생이라...
14/03/07 15:07
수정 아이콘
한국도 똑같을진 모르겠는데 일년에 한번씩 사원여행가는게 전 참좋더라구요...
물론 회사 실적에따라 질은 확 달라지지만..
괌-오키나와-유명온천-도쿄내 온천...점점 안좋아지는...
바다님
14/03/07 16:03
수정 아이콘
일본과 거래 하다가 그들만의 완벽함과 끝없는 컴플레인에 두손 두발 다들고 포기한 케이스를 많이 봤어요.
저도 좀 친해지면 그렇게 예의 없이 보내긴 하는데 차이가 있네요. 저게 맞죠 사실.

예전엔 저도 예의 엄청 따지며 메일 보내는 타입 이었습니다만 나중에 너무 공무원 같다, 딱딱 하다…란 소릴 하두
들어서 결국 변해버렸네요.
꽃보다할배
14/03/07 16:29
수정 아이콘
일본 회사의 회식문화가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처럼 수직적이고 술먹으면 고성방가하고 폭탄주 돌리는 스타일인지...2차로 아가씨~ 고고하는지 정도?
너구리구너
14/03/07 16:57
수정 아이콘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새는 억지로 술먹이고 이러는데 거의 없습니다. 2차로 가도 접대가 아니라 식구들끼리 가는거면 바봤자 스낵(일본식 술집인데 여자 한명이 손님한무리와 얘기하면서 술이나 따라주는데)정도죠. 제가 다니는 회사가 가난해서 그럴지도......
14/03/07 17:03
수정 아이콘
신입에게 술마시자고해도 신입이 몸안좋습니다, 술못마십니다라고 말하고 제낄수도있습니다!
14/03/07 16:49
수정 아이콘
갓 학교 입학하고 과제 제출할때 학번 적고 이름적고 과제 첨부합니다. 만 띡 적고 보냈다가 한학기가 괴로웠던 기억이... 아마 그 교수님은 절 '뭐 이런 싸가x 없는놈을 봤나' 라고 생각하셨을듯 하네요. 다행히 교양이었지....
푸우여친
14/03/07 18:08
수정 아이콘
저는 해외 에이전시들하고 컨텍하는 일을 하는데요.
한국,일본은 위에 적어주신대로 인사하고, 내용말하고, 끝인사까지 매우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는 반면,
외국(유럽,미국)사람들은 정말 쿨하게 한줄로 보내주더라구요.

사실 매달 주기적으로 컨덱하는 사람들이라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줄짜리 메일을 받아도 기분 나쁘지 않고, 저도 한줄짜리로 답하는데요, 일본사람들은 언제나 매우 정중하게 보내줘요.

그나마 메일이니까 그러려니하고, 저도 정중하게 써주는데.. 실제로 만나서까지도 예의를 차린다고 하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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