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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21 18:03:31
Name A.디아
Subject [일반] 뫼비우스의 띠
피지알에 너무 흔적을 남기고 다니면 동생님의 창피하다는 놀림후폭풍이 있어
최대한 눈팅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만
그래도 이런 날 주절거려보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절대봅니다.

요즘 들어서 참 많이 피곤하고 피로합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어버렸네요.


근래의 유게를 보면 피곤해지는 느낌을 점점 더 받습니다.
따라가기 힘든 유머도 많고 성별 땔감에 욱하기도 하고 지나친 드립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역시 여초사이트에서 주민등록상 번호가 '2'로 시작하는 사람은 험난함이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기도...

자게는 일베논란이 한창일 때가 제일 피곤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찌 된 것인지 요즘은 키배가 펼쳐지는 것을 보면
일베때와 선거철은 이보다 더했건만 왜 그리 피곤하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댓글 읽는 걸 참 재미있어했는데 이제는 대충대충 읽게 되어버리네요.

비방글/댓글 규제 공지 뜨고 나서는 =_= 이런 표정으로 눈팅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본문보다는 이건 비방이냐 아니냐 비꼬는 거냐 아니냐 제재가 강하다 아니다 운영진 운영진!!!이란 느낌이 들어서..

트위터를 볼 때에도 피곤함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는 굉장히 심한 독설의 불평불만 트윗이 RT가 되어 돌아다니던데
그분의 트윗내용이 90%가 불평불만임에도 팔로워가 많은 인기쟁이시더군요.
(그만큼 그분의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겠습니다만...)
그분뿐만이 아니라 비난/비방/징징/어그로 등의 트윗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고
심지어 지인도 그럴 때가 있으며 저도 인생의 낭비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 수 없어
대놓고 말하지 못한 상사의 틀린 맞춤법을 흉보기도 했습니다.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피겨스케이팅을 보는 이틀간 정말정말 피곤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 시즌 남자싱글부터 페어,아이스댄스, 여자싱글까지 다 챙겨보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동계 스포츠를 좋아해 피겨 말고도 이것저것 챙겨보느라 2월 내내 수면시간이 부족한 상태로 있다 보니 어제오늘은 체력의 한계로 퀭하네요
거기다가 분노로 밤을 하얗게 너무도 하얗게 불태웠더니 지금 재만 남아있습니다.


밤을 하얗게 불태운 뒤 대략 정신을 가출시키고 출근을 하기 위해 멍하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지금 잘못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러지?....'

제가 요즘 들어서 굉장히 피곤함과 피로함에 몸서리쳤던 건 무슨 문제때문이라기 보다는
'불평불만' 때문이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내리치더군요.

자신의 불평불만. 타인의 불평불만. 불만족에서 오는 불평불만. 불합리에서 오는 불평불만 등등

불평불만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저에게서 불평불만의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시적으로 옆 회사의 친한 여동생이 '출근하기가 정말 죽을 만큼 싫어요~!'하고 징징대면서 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적이 있는데
그걸 들은 저는 '좋은 사람이 누가 있냐. 어차피 그래도 출근해야 할 거 꼭 저리 징징거려야 해?!'라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로 징징대는데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걸 왜 제가 듣고 있어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
그 친구의 불평불만을 듣고 제가 불평불만이 생기는 거죠. 불평불만이 불평불만을 낳는 악순환.

2014년 맞이하면서 더욱 긍정적으로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제 안에서 불평불만의 뫼비우스 띠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어렸을 적부터 이유도 없이 피겨를 참 좋아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굉장히 예쁘게 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래서 타국의 전설적인 선수들을 어쩌다 TV로 한 번씩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안 넘어지는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죽기 전에 수영이랑 피겨에서 올림픽 금메달 따는 걸 볼 수 있을까?"
저는 제 작은 소망을 이뤘습니다.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았고 잘 안 넘어지고 금메달을 딴 피겨선수도 응원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유 없이 좋아했던 피겨를 10년가량 더욱 즐겁고 사랑하게 해준 선수의 은퇴 무대를 보고도
저는 감동과 감격은 밑바닥에 깔아두고 점수의 부당함, 텃세의 서러움, 차별의 험난함만 부르짖으며 분노했습니다.

그런 자신을 보고 있자니 정말 면구스러움이 흘러 넘치는게 ㅜ_ㅜ...

벤쿠버때만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다 못해 인지도가 바닥에 바닥인 컬링경기를 혼자 보면서
주변 지인들한테 "컬링 재밌어! 진짜 재미있다니까?!"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괜찮아요 언니! 허어어어어어어어얼을 외칩니다.
혼자 재미있어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재미있어하니까 참 좋더라구요.

한 피겨선수의 큰 발자취를 동시대에서 감상했고 감동했으며
마무리까지 완벽한 은퇴 무대를 보았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지요.

콩님 덕분에 피지알 알게 된 지 10년이 넘어갑니다. 예전에 선수들 랭킹보면서 희로애락 느낀 때가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음지의 눈팅러였고 중간에 모른 척하고 지낸 때도 있었고 가입도 귀찮아서 들락날락 거린지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운 때가 지나고서야 가입하기는 했습니다만; 지금까지도 이 커뮤니티를 올 수 있는 건 정말 기쁜 일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불평불만 퍼레이드를 하기 전에 즐겨야 하고 좋아해야 하고 기뻐해야 할 일들이 있건만
자꾸 "나쁘다 나쁘다! 물리쳐라!" 해댔던 건 아닌지 반성 그리고 또 반성.


오늘은 조금 더 맛있는 저녁을 먹고
냥이 님의 턱을 소독해 드려야겠습니다. 턱드름이 났거든요 ㅠ_ㅠ...
그렇지만 귀엽습니다. 매일 봐도 예쁩니다.

기승전팔불출-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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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eMan
14/02/21 18:08
수정 아이콘
저도 최근에 유게나 자게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 잦아져서, 일주일간 거의 눈팅만 했네요..
A.디아
14/02/21 23:17
수정 아이콘
전 기본모드가 눈팅이라 그냥 스크롤을 내려버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알파스
14/02/21 18:24
수정 아이콘
요새 눈팅만 쭈욱 하고있는데 일베때나 선거때는 뭔가 다이나믹 하고 흥미진진했었는데 최근에는 뭔가 루즈? 하네요.
A.디아
14/02/21 23:10
수정 아이콘
루즈(.....)하신겁니까. 저는 루즈한 취향이라서 그런지 일베때랑 선거때가 그립지는 않네요;
14/02/21 18:38
수정 아이콘
인터넷도 티비도 보면 볼수록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에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제 페이스만 잘 유지하면서 생활하는게 좋겠구만, 주변에서 이슈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와서 왈가왈부해대니 전혀 신경끌 수도 없고... 최대한 혼자 딴생각하면서 버텨보네요;;
A.디아
14/02/21 23:12
수정 아이콘
피하는 게 나쁜 방법은 아닌 듯하지만 피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인 거라.. 받아들이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14/02/21 19:01
수정 아이콘
요즘 한국 사회가 분노의 사회라 그런거 같습니다.
사회 정의는 개나 줘라 하는 세상이니 그 체념의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풀리는거 같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한놈만 찍혀봐라 가만 안두겠다 하는 행태가 여기 저기 보이는거 같아 저 역시 금새 피곤해 지는거 같습니다.
A.디아
14/02/21 23:13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그렇기에 이 파도에 쉬이 휩쓸리지 않을 긍정적인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고도 느낍니다.
영원한초보
14/02/21 19:12
수정 아이콘
이게 우연한 개인의 합이 아니고 사회문제라고 생각합니다.
A.디아
14/02/21 23:15
수정 아이콘
저도 우연한 개인의 합보다는 사회문제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스스로 어떻게든 버텨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azurespace
14/02/21 19:21
수정 아이콘
뭐 한 놈만 걸려라. 조져버리게.

여기라고 예외는 아니고요..
A.디아
14/02/21 23:15
수정 아이콘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서 예외적인 일은 일어나기가 힘들지요.
기아트윈스
14/02/21 20:21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에 거의 비슷한 느낌이 들어 흠칫했는데 저랑 꼭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글을 보니 더더욱 두둠칫 하네요

하도 분노하고 화내며 살다보니 문맥상 전혀 무관한 일상에서도 휘발유처럼 쉽게 불붙고 짜증내고 있더군요.

괜히 애들한테 화내고 있다든가 등등

요즘은 무슨 글을 읽고 무슨 소식을 접하든 가장 이성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수련중입니다.

효과가 있어야할텐데요 껄껄
A.디아
14/02/21 23:16
수정 아이콘
효과 있으시면 전수 좀 부탁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수련할 생각입니다.
달콤한삼류인생
14/02/22 00:08
수정 아이콘
공감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손해보는 경향이 있죠.
인간 본성은 개인에 따라서 하루에도 수십 번의 감정기복이 있을 수 있고...
주변의 동료들 성향을 잘 파악해서 습관적인 버릇인가? 아니면 진지한 불만인가?를 파악한 뒤
우선순위를 두어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는데... 계속 받아주면 버릇 됩니다. 잘 받아주다가 진지하게 아닌건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내적으로 기준을 두면 편한데... 근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A.디아
14/02/23 01:57
수정 아이콘
저는 짜증나는 걸 받아줄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징징거림에 대한 무관심을 시전해주었습니다. 리액션이 없으니 다음에는 안그러더라구요.
산적왕루피
14/02/22 14:00
수정 아이콘
지난 동계올림픽부터 극소수만이 알던 모글경기를 보면서 나름 서정화선수를 응원했습니다만 이번 대회는 다쳐서(..) 큰 힘을 못쓰는 걸 보고 좌절했더랬지요. ㅠ.ㅠ


글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댓글입니다만, 유게에서 A.디아님을 처음 뵈었던 글이 그....모 유저께서 여고 침입 했던(..)글이었는데..
그 글을 본 이후로는 그분과 A.디아님을 보면 흠칫흠칫 놀랍니다. (...) 왜 그럴까요. 알고보면 A.디아님은 잘못한게 없으신데.. ㅠ.ㅠ
A.디아
14/02/23 01:59
수정 아이콘
모글은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너무 어려워보입니다(......)
제 첫이미지가 음............. 그렇군요. 네. 일단 무서운사람은 아닙니다(?!) 겁내실 필요는 없어요 크크
루피님한테는 안그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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