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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07 14:20:45
Name 민머리요정
Subject [일반] [야구] 끝내 깨어나지 못한 자이언츠의 깃발, 임수혁
안녕하세요. 민머리요정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야구글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거의 1달 반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너무 바빴습니다.



오늘은 2014년 2월 7일,
지난 2010년 2월 7일, 임수혁 선수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신 날입니다.
오늘로 벌써 4주기가 되었네요.

많은 팬들의 가슴을 적셨던, 그리고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길 바랬던 2루주자.
그리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임수혁 선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서울고를 나와, 고려대를 졸업한 임수혁 선수는,
고려대 2학년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뛰었을 정도로 일찌감치 인정받은 유망주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일찌감치 상무에서 병역을 마친 임수혁 선수가 롯데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자이언츠의 안방은 김선일, 강성우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김선일의 기량이 조금씩 떨어졌을 그 시점,
2년차였던 95년부터 강성우, 임수혁이 자이언츠의 안방을 양분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임수혁 선수에게는 기존에 자이언츠의 안방을 지키던 두 포수 김선일, 강성우와는 다른 강점이 있었습니다.
두 선수는 수비에는 모두 출중한 기량을 지니고 있었지만, 허약한 공격력이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수혁 선수는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실제로 95년 마해영 선수가 18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임수혁 선수는 15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당시 25개면 홈런왕이 보였을 시기였기 때문에, 15개의 홈런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4,5번이 합쳐서 33개의 홈런. 자이언츠는 원년 김용철 - 김용희로 이어지는 용용포에 이어,
마해영 - 임수혁으로 이어지는 마림포를 가지게 됩니다.



96년 0.311의 타율, 11개의 홈런으로 팀의 주전포수로 완전히 자리잡나 싶었지만,
그해 당한 무릎부상으로 이듬해 49경기에 나선것이 전부였고,
이후 임수혁 선수는 단 한차례도 2할 6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수혁 선수는 주전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의 특별한 재능, 클러치 히팅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고비 때마다 활활 타오르던 그의 방망이.

9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10회초 6-6 동점상황. 1사 3루의 기회에서,
두산의 이용호를 상대로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2승 2패로 막상막하의 승부를 보여준 시리즈에,
3승 2패로 앞서나가는 발판을 마련한 희생플라이.

97년 4월 17일 현대전, 연장 11회초 현대가 1점을 내며 4-3으로 역전한 가운데,
11회말 특급마무리 정명원을 투입한 현대에, 주자 2명을 내보낸 롯데. 타석은 임수혁.
이 타석에서 끝내기 좌월 3점홈런을 날린 끝내주는 사나이.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 (경기는 삼성쪽으로 기울고)
3-2 리드 상황에서 박석진이 김종훈에게 투런홈런, 이승엽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역전.
이미 호세는 관중과의 난동으로 퇴장당한 최악의 상황이었고
그리고 9회말 특급마무리 임창용이 등판.
공필성이 좌전안타로 1사 1루가 된 상황.
대타로 나선 임수혁은 임창용을 상대로 기적같은 동점홈런을 날리게 됩니다.
경기는 결국 롯데의 6-5 승리.



99년 플레이오프 7차전은, 자이언츠 승부의 역사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으로,
임수혁 선수가 동점 투런홈런을 때려내며, 두팔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서도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00년부터 자이언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합니다.

2000년 4월 18일, 잠실 LG전, 2회초 유지현의 실책으로 1루에 진루한 임수혁은,
우드의 우전안타로 2루에 진루한 상태였고, 다음 타석인 조성환이 타석에 들어선 그 순간...
2루에 있던 임수혁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 다리를 떨며 쓰러진 임수혁 선수의 모습을 본 구단 트레이너가 달려나왔으나,
대처법을 몰랐던 트레이너와 선수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들것이 들어오길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들것을 통해 덕아웃으로 옮겨진 그는 잠시 후 대기하고 있던 엠뷸런스에 실려 수십분 후 강남시립병원으로 옮겨졌고,
간신히 맥박과 호흡을 살려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후에 원인이 밝혀졌는데, 임수혁 선수가 쓰러진 원인은 입단 당시부터 가지고 있던 심장 부정맥.
심장박동이 갑자기 느려지면서, 뇌로 올라가야할 혈액이 부족해져서, 순간적인 쇼크로 쓰러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경기장에는 의사는 없고, 구단과 계약을 맺은 간호사 1명이 의료인의 전부였다고 하는데,
간호사는 임수혁 선수가 쓰러진 원인은, 더위에 의한 탈진, 일사병으로 판단하고,
숨을 쉴수 있게 유니폼을 풀어준 것과 물을 적셔준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심폐 소생술이 필요했던 그 상황에서 말이죠.


<몇해전 진행된 자선행사 사진>

이후, KBO는 그해 한 경기를 지정하여,
잠실구장을 찾는 팬 1인당 500원씩 적립하여, 임수혁 선수의 치료비를 전달하였습니다.
이날 경기를 치룬 삼성 라이온즈는
[같이 뛰자, 임수혁] 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모은 성금과 임수혁 선수가 일어나길 바라는 팬들의 메세지를 임수혁 선수의 아버지께 전달했습니다.

그해 올스타전에서도 임수혁 선수 돕기는 이어졌고,
홈런레이스 우승자 상금과 승리팀의 수당, 그리고 감독들의 성금을 모아 임수혁 선수의 치료비에 보탰습니다.

축구선수 김병지도, 현대유니콘스 구단도, 임수혁 선수를 돕기위한 손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였던 01년, 서서히 임수혁 선수는 잊혀져갔고,
임수혁 선수가 깨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롯데는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고,
02년, '생활비 지원에 대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고, 병원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지급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임수혁의 가족에게 전달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맙니다.

롯데가 임수혁 선수의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의 가족들에게 엄청난 생활비와 치료비가 부담되는 상황.
이를 보고서 선수협이 임수혁 선수 돕기 자선 경매를 열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6차례의 경매를 통해서 모은 성금 2천 9백만원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뛰던 구대성 선수도, 갑자기 한화구단에 전화를 해서,
'내가 돈 보내줄테니까, 임수혁 선수한테 2000만원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며,
그 다음날 구대성 선수는 구단에 2000만원을 보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03년 임수혁 선수의 가족들은,
당시 경기를 치뤘던 LG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에 이르렀고,
1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번복을 거듭하며 결국 LG와 롯데 구단이 각각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며,
소송이 마무리되게 됩니다.



호세가 미국으로 떠나고, 임수혁 선수가 쓰러진 01년.
02년 선수협 파동 끝에 삼성으로 보내진 마림포의 또 하나의 축 마해영.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더이상 재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박정태.

00년 6위를 시작으로, 롯데는 이후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최악의 침체기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자이언츠 팬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임수혁이 다시 일어나기 전까지, 롯데는 절대로 꼴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야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산 사람들이기에,
그리고 그보다 임수혁이라는 한 선수, 임수혁이라는 상징으로....
팬들에게 뜨거운 가슴을 지펴준 한 선수로 너무 강렬했던 그를 기억하기에...




사고 이후, 3년 후부터 선수협의 요청으로 KBO는 경기장에 의료진 배치를 의무화했고,
최근에 들어서야 펜스나 잔디 등,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점점 구장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11년 K리그에서 신영록 선수가 부정맥으로 쓰러진 사건이 벌어졌는데,
임수혁 선수의 사고 이후, 타 스포츠연맹에서도 경기장에 의료진을 배치하여,
구급요원들의 빠른 조치와 신송한 환자 후송으로, 신영록 선수는 생명을 건졌습니다.



앞으로 3년, 길어야 5년일꺼라던 의사의 당시 소견과는 달리,
병상에 누워, 임수혁 선수는 병마와 9년간 싸우며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이런 간절한 바램을 뒤로한 채,
2010년 2월 7일. 임수혁 선수는 영원한 나라로 쓸쓸히 떠납니다.

이제 곧있으면 33번째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합니다.
또 다시 4월 18일이 되면 사직구장에 홈경기가 벌이지는 날이면,
임수혁 선수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이 다시 경기장을 찾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2루에서 후속타자가 안타를 쳐주길 바라면서....
한껏 소리치고 있을 임수혁 선수의 혼을 빌어,
선수시절 보여줬던 그의 놀라운 투혼으로, 자이언츠 후배 선수들이 이날만큼은,
꼭 승리해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2루주자.
후속타를 기다리며 파이팅을 외쳤을 그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의 동료들과 그를 응원했던 수많은 팬들이 언제까지라도 그를 기억하며,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몇해전 플레이오프에서 마무리 기회가 롯데에게 찾아오자,
중계카메라가 최동원 선수의 유니폼을 입은 팬의 뒷모습을 잡아주며,
당시 캐스터가, '전설이 하늘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했던 멘트가 기억이 납니다.

그 언젠가,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그날,
최동원, 박동희와 함께 임수혁 선수의 영전에 그 트로피를 선물하게 되는 그날...
다시 찾아올 그날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선수 임수혁을 추모하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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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엔
14/02/07 14:22
수정 아이콘
롯데 구단이 한 행위가 정말 치졸했군요...
해오름민물장어
14/02/07 14:27
수정 아이콘
정말 안타까운 분이시죠..
지금뭐하고있니
14/02/07 14:37
수정 아이콘
짠 하네요...ㅠ
14/02/07 14:39
수정 아이콘
중간에 자선행사...사진이? 09년은 아닌듯 합니다.
민머리요정
14/02/07 14:59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지금 확인했습니다. 정대현 선수가 있네요...
수정했습니다. 제보 감사합니다.
PolarBear
14/02/07 14:56
수정 아이콘
그냥 짠합니다... 정말 롯데가 그 언젠가 우승을 하게 된다면.. 하늘에서 최동원, 임수혁선수는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게 될까요.......
Nexen Heroes
14/02/07 15:58
수정 아이콘
고 임수혁 선수가 쓰러졌던 그날, 그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적절한 조치를 빠르게 받으실 수 있었더라면..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입니다..ㅠㅠ
김연아
14/02/07 16:52
수정 아이콘
아 임수혁 ㅠㅠㅠㅠ
탕수육
14/02/07 17:25
수정 아이콘
디씨 야갤이 지금과 같지 않던 시절, 철저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그 커뮤니티에서 임수혁 선수 돕기 모금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주도 아래 이뤄진 이 모금행사는 [도대체 누가 그를 어떻게 믿고 돈을 보내줄 것인가?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이 있는 커뮤니티도 아닌 한낱 디씨 야갤에서? 말도 안된다.] 와 같은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고정 닉네임으로, 누군가는 임시 닉네임으로, 누군가는 본명으로 그렇게 모금행사에 동참했고 2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 행사는 모금 첫 날 부터, 마지막 임수혁 선수 아버님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주 투명하게 진행됐었죠.

임수혁 선수 이야기가 나오면 그 때 생각이 많이 나곤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익명성의 폐해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때도 많이 생각 납니다.
생전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벌어지지 않을 꿈같은 일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자갈치
14/02/08 15:04
수정 아이콘
롯데팬이지만 쓰러진 임수혁에게 했던 롯데구단의 행동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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