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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01 13:47:30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남자가 사랑할 때 – 뻔한 신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민 (스포있음)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리뷰] 남자가 사랑할 때 – 뻔한 신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민  



거칠게 살아온 삼류 건달 태일(황정민)과 순수한 한 여인(한혜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봤다. 이 영화, 나름 재미있고 슬프다. 하지만 추천하고 싶진 않다. 투박하고 거친 한 남자의 순정멜로를 표방한 영화의 기획과 포부는 거창했으며 나름의 노력도 엿보였으나 플래시백 구조를 통한 흐름 비틀기와 배우들의 호연만으로 신파의 함정을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왜 신파를 제외하고 얘기할 수가 없나  

일단 영화의 전반부, 건달 태일과 은행원 호정의 귀엽고 풋풋한 만남의 과정은 그 자체로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드는 재기발랄함이 있다. (재기발랄한 느낌이 충만한 영화의 전반부만으로도 이 영화가 나름의 표값은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불어 본격적인 신파로 접어드는 후반부에도 배우 황정민의 연기 하나로 감동을 뽑아내는 힘이 이 영화에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영화 중반부 건달 태일이 욕실에서 갑작스레 코피를 쏟는 장면부터 영화는 전반부의 재기발랄함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전형적인 신파 멜로드라마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것이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가 슬플지언정 훌륭한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이고, 남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실에서 면도를 하던 태일이 갑작스레 코피를 쏟게되고 시한부 판정을 받는 장면부터 솔직히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왜 지금껏 잘 만들어온 작품 전반부의 즐거움과 재기발랄함을 이런 식으로 신파의 늪에 빠뜨리려 하나. '왜 수많은 한국 영화들이 신파를 제외하고 얘기할 수가 없나.' 라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이 영화, 슬픔은 있으나 그 슬픔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는 없다.  

그나마 칭찬해줄만한 점은, 시한부라는 진부한 설정을 삽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 감동과 억지 울음을 강요하는) 구질구질한 신파 코드를 최대한 자제하고 끝까지 나름의 담담하고 깔끔한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는 측면이다. 기존의 신파 멜로물과의 차별성을 두려고 했던 이러한 연출상의 노력은 인정해줄만 하다. 그렇다고 신파가 신파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민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결국 '울컥'하게 만드는 힘은 순전히 배우 황정민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정민의 연기를 지켜보는 맛만으로도 2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았다. 진부하고 뻔한 신파 멜로라는 사실을 알고도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내 자신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알고도 당하는 기분. 이른바 뻔한 직구에도 속수무책으로 스크라이크를 당하는 오승환의 돌직구를 맞이하는 심정, 혹은 뻔한 돌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메시의 드리블을 가로막는 심정이랄까. 특유의 잔잔하지만 묵직한 힘으로 영화를 이끄는 황정민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 기분이 그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황정민의 연기 하나로 이 작품의 진부함과 식상함이 전부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 남자의 순정멜로를 표방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제2의 [파이란]이나 [똥파리]를 꿈꿨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창수]의 상위호환 정도에 머물고 만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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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기정원가든
14/02/01 14:49
수정 아이콘
영화스토리의 절반이상이 예측가능한, 어디서 본적이 있는... 아니 많이 본적이 있는 시나리오
근데 황정민은 그걸또 연기력으로 살려내더군요
황정민 보는것만으로도 돈아깝지 않던 영화였습니다^^
14/02/01 14:58
수정 아이콘
한혜진이 황정민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내용이 좀 부실하고
정청 골드문 입사전 영화라는 말이 딱 맞을 듯 싶은 영화
OneRepublic
14/02/01 17:14
수정 아이콘
부실하긴 한데, 멜로치고는 이 영화러닝타임이 좀 긴거 같더라구요. 사실 넣으려면 충분히 넣을 수 있는
부분인데 영화내용에 엄청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 조금 생략한거 같아요. 대충 깡패인줄 알았는데 내 아버지에 잘했고
상주노릇한 것도 한건데 가장 슬플 때 유일하게 옆에서 힘이 되어준 것도 꽤 컸겠죠. 충분하다면 충분해 보이기도 해요.
14/02/01 20:02
수정 아이콘
일수꾼 깡패의 신파극이라는 것 부터가 현실감이 떨어지고, 여주가 싫어요 싫어요 하다가 좋다고 하는건 뻔한 레파토리인데
그 사이에 뭔가 참신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는데 그런 거도 전혀 없고 식상하기만 하고, 이발소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싸우는거는 도대체 왜 이렇게 싸워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저랑 심지어 보자고 조르던 제 여자친구조차도 최악의 영화라고 평하고 나왔네요...
멜라니남편월콧
14/02/01 16:36
수정 아이콘
뻔한 전개인데도 황정민 보면서 슬프다가 배우들 총출동해서 울먹울먹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슬픔이 가시더군요; 같이 영화본 친구놈은 정만식 이야기만...
14/02/01 16:40
수정 아이콘
저는 이발소에서 싸우고 난뒤 나가라고 할때 이발소 등(?)을 발견했을때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고요
14/02/01 17:09
수정 아이콘
황정민의 연기력과 한혜진의 외모만으로도 충분했던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OneRepublic
14/02/01 17:10
수정 아이콘
재밌고 슬프게 잘봤습니다. 뻔한 신파이긴 한데, 본문내용대로 초반에는 알콩달콩했고 후반부는 개인적으로 영화보다가 오랜만에 울었네요.
영화보다 가장 많이 울었던 것이 너는 내운명이었는데 저에겐 황정민이라는 배우 연기가 가장 슬픈영화를 몰입하게 해주는 거 같아요.
Realization=V.D
14/02/01 18:11
수정 아이콘
전 솔직히 너무 실망했습니다. 저같이 영화보는데 눈이 낮은 사람임에도 나오면서 후회 조금 했습니다.. 또, 눈물이 많은 편임에도 억지눈물조차 흘리지 않았어요. 바뀌어지는 씬마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깐요ㅠㅠ.. 차라리 웃고끝내는 수상한 그녀나 플랜맨이 낫더군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였습니다^^;
Y.eLLow[ZerG]
14/02/01 18:52
수정 아이콘
신세계 패러디만 기억에 남더라군요. 방구 끼면서 사랑해 씨빠 하고 이발소 격투신에서 중구형의 드루와 드루와 이부분이..재밌더군요. 제2의.파이란을 꿈꿨지만.. 연출도 그렇고 뭔가 아쉬운건 어쩔수 없네요. 파이란 과 비교해도 최민식의 그 연기와 황정민의 연기는 좀아쉬웠네요. 황정민의 연기가 중박은 쳤는데 대박은 아닌 느낌입니다.
킹이바
14/02/02 03:12
수정 아이콘
진부한 스토리. 뻔한 클리셰의 연속.. 중간중간 생략된듯한 캐릭터 묘사. 그렇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볼수있기 만드는 힘은 "연기(라 쓰고 황정민이라 읽는다)"죠. 뒷 내용이 뻔히 예상되고, 실제로 크게 다르지않기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자연스레 뽑아내더군요. 그 뻔한 신파극을 후반부에서 과하지 않고 의외로 담담하게 보여주는게 좋더군요. 안그래도 진부한데, 인위적으로 감정을 짜내려고 했으면 분명 역효과를 냈을듯. 물론 이 영화를 이끄는 가장 큰 중심은 전적으로 황정민의 힘입니다만.

이게 신세계 조연출감독의 데뷔작으로 아는데 그래서 그런지 편집이나 영화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군데군데 있었던것 같아요.
애패는 엄마
14/02/02 19:37
수정 아이콘
신기한 영화였습니다. 매우 아쉬운 시니리오와 명품 배우들의 조합이라니.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이 별로인 시나리오에 연기 잘하는 배우들로 그득하다는 겁니다. 황정민을 떠나서 곽도원씨나 정만식씨나 등등
근데 미장센 하나는 생각보다 좋더군요. 좀 진부하긴 한데 설득력있게 카메라 구도는 잘 잡았습니다.
전혀 눈물은 안났지만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찡하게 하는 부분들이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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