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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31 22:15:50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끝) 인과응보
두번이나 이어진 위나라 내부의 반란 상황에서 손준과 손침은 그 기회를 틈타 북양주 지역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죠.

위나라에서 대응을 잘한 것도 있습니다. 관구검의 반란 때, 제갈탄이 관구검과 문흠의 제의를 거부하고 각 지역의 방비를 굳혔고, 등애가 주요 거점에 먼저 입성해 방어체계를 굳힌 덕분에 관구검과 문흠의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 제갈탄의 반란 당시에는 진압군의 선봉에 있던 진남장군 왕기가 빠르게 수춘성을 외부와 단절시키는데 성공해 양주 전 지역의 민심을 얻고 있던 제갈탄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오의 대응은 정말 말이 안 나왔죠. 관구검 반란 당시 대응이 한박자, 한발이 아니고 반란이 진압되는 상황에서 그제서야 움직였고, 철수할 상황에서도 꾸물거리다가 큰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제갈탄 반란 당시도 작전에 실패했다고 주요 장수들을 죽였고, 내분 상황을 이용한 종회의 계략때문에 작전이 실패했습니다.

두번의 북진이 실패하자 손침은 많은 원망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로 인해 손량과 대립하게 되자 건업으로 돌아온 이후 병을 핑계로 손량을 알현하는 것을 거부하고 동생인 위원장군 손거를 창룡문을 지키게 하고 역시 동생인 무위장군 손은, 편장군 손간, 장수교위 손개를 각 진영을 장악하도록 합니다.  

손량 입장에서도 손침을 견제하기 위해서 친위세력을 키워야 한다고 자각합니다. 실제로 제갈탄 반란 전인 257년 4월, 손량이 친정을 단행하자 손침은 손량이 하는 일에 반대를 표합니다. 손량은 손침의 개입에 불쾌해 했습니다. 손량은 손침을 제거하기 위해 힘을 키우기로 결정하고 병사의 자제들 중 15~18세 사이에서 3천명을 뽑아 병사로 삼고, 장수들의 자제 들 중 나이가 어리고 용감한 이들은 장수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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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량 : 내가 이 군대를 창설한 것은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함께 있고자 함이오.

손침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묻어나는 말이었습니다. 손침이 군권을 장악한 이상 자신이 이끌 군사는 없었고 따라서 자신이 이끌 군사가 필요했습니다. 거기에 병사들과 장수들의 자제들을 뽑아서 친위군으로 만들면서 이들을 이용해 기존의 병사들과 장수들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려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손량의 손침에 대한 반감은 오력에도 나와 있습니다. 손량은 자주 서고에 가서 손권의 옛일을 보고 좌우의 신하들에게 묻죠.

손량 : 선제(손권)께서는 자주 특제(特除-임금이 특별히 명하여 벼슬을 내리는 것)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장군(손침)이 묻는 일에 내게 몇자만 쓰게 하는데 그래도 좋소?

친정을 시작했음에도 손침이 표문으로 자신의 친정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극심했던 손량의 불편함을 의미했습니다. 손권이 자주 인재들을 자의대로 뽑아 썼는데 자신은 손침이 결정한 일에 단지 도장이나 찍어주는 것에 불과한게 맞느냐는 것이었죠.

손량은 주공주, 손노육이 전공주, 손노반에게 해를 당한것을 알고 손노반을 불러들여 손노육이 죽은 이유를 묻습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손노반은 변명하죠.

손노반 : 나는 모르고 모두 주거의 아들인 주웅과 주손의 소행이 맞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손노육을 죽인 것은 손노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까지도 이 일을 주거의 일족을 모함한 것이죠. 하지만 손량 입장에서는 손노반을 노리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손량의 외척가문이 손노반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친 전씨 일족이라는 것, 그리고 주손의 아내가 손준의 누이라는 점은 손침의 힘을 줄이기 위해서 손노반과 서로 음모를 꾸민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손량은 정봉에게 명령을 내려 호림에 주둔중인 주웅을 죽이고 건업에서 주손을 죽입니다. 이 상황을 알아챈 손침은 이 행동을 막으려하지만 전혀 먹히질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침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고, 손량은 결국 손침 자체를 죽이는 것만이 모든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량은 손노반과 장인인 태상 전상, 장군 유승과 함께 손침을 죽이기로 합니다. 먼저 손량은 전상의 아들인 황문시랑 전기를 불러들입니다.

손량 : 손침이 권력을 전횡하고 짐을 가볍고 어리석게 취급한다. 짐이 그에게 칙령을 내려 속히 호수의 언덕으로 올라가게 하고 당자 등을 후원하도록 하였으나, 호수 가운데 머물러 있으면서 한 걸음도 언덕으로 오르지 아니했고 또 자신의 죄를 주이에게 뒤집어 씌워 공신들을 멋대로 주살하고 먼저 표문을 올려 보고도 하지 아니했다. 주작교 남쪽에 큰 집을 짓고 조회에 나오지 않고 알현을 하지도 않았다. 그 스스로 마음대로 행동하고 두려운 것이 없다는 것이니 짐은 참을 수 없고 그를 잡아들여야겠다. 경의 아버지(전상)은 중군도독이니 비밀리에 전해 병사와 군마를 정비하게 해 짐이 주작교까지 갈터이니 숙위군과 금군을 이끌고 손침의 집을 포위하고 손침이 거느리는 것을 모두 해제시키도록 조서를 내려 손을 들지도 못하게 하라! 이리하면 손침을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경은 가되 마땅히 비밀로 하라! 경은 경의 아버지에게 이 조령을 알리고 경의 어머니도 모르게 하라. 여인이란 대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경의 어머니는 손침의 사촌언니이니 누설이라도 하게되면 짐을 잘못되게 하는 것이 틀림 없다.

전기와 손량의 황후인 전부인의 모친이자 전상의 아내는 손침의 사촌 누나의 딸이었습니다. 전기는 이를 아버지인 전상에게 알립니다. 하지만 전상은 전기의 모친에게 별 생각없이 이 일을 말하죠. 전기의 모친은 친족인 손침에게 제거 계획을 손침에게 모두 누설해버립니다. 손량, 전상, 전기, 손노반, 유승의 계획을 알아챈 손침은 한밤중에 병사들을 거느리고 손량을 폐하기로 결정하고 전상을 습격했고, 동생 손은을 보내 창룡문 밖에 주둔중인 유승을 죽이고 황궁을 포위합니다.

일이 새어나갔다는 것을 안 손량은 화가 나서 말에 오른 뒤 활을 잡고 밖으로 나가서 맞서 싸우려고 합니다.

손량 : 짐은 대황제(손권)의 적자이며 황제의 자리에 이미 5년이나 있었는데 누가 감히 나를 좇지 않는가!

하지만 그를 걱정한 측근들과 유모가 붙잡으며 말에 오르는 것을 말립니다. 최후까지 싸우려던 손침은 주변인이 말리자 탄식하고 비통해해 이틀동안 식음을 전폐하다가 부인인 전씨에게 욕을 퍼붓습니다.

손량 : 그대의 아버지(전상)은 바보 같아서 나의 대사를 실패하게 했다!!

전기 역시 손량이 보낸 사람에게 말을 전한 뒤 자결해버립니다.

전기 : 신의 부친이 조서를 받들면서 삼가지 못해 폐하께 죄를 지었으니 다시 뵈올 면목이 없습니다.

손침은 맹종을 시켜 종묘에 고해 손량을 폐출케 한 뒤 신하들을 불러서 황제의 폐출을 선언합니다.

손침 : 젊은 황제(손량)는 황음하고 어리석어 황제에 자리에 있을 수 없소. 종묘에 제를 지내 벌써 황제의 폐위를 고했소. 여러분들 가운데 동의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다른 의견을 제시하시오.

그리고 연판장을 꺼내어 손량의 죄상을 적고 폐위에 찬성하게 합니다. 상서 환이는 이 폐위 교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자 손침은 환이를 죽입니다. 이에 놀란 신하들은 서슬퍼런 손침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합니다. 이떄 전군으로 있던 시정은 손침에게 낭야왕 손휴를 세우자고 권했습니다. 손침은 종정으로 있던 손해를 보내 손휴를 세우고 손량을 회계왕으로 삼아 장군 손탐을 보내 손량을 회계로 쫓아내고, 전상을 영릉으로 쫓아내고 전공주는 예장군으로 옮깁니다.

이후 손량은 이후 후관후로 폐출되어 다른 봉국으로 가던 중 사망합니다. 호송을 담당했던 관리는 손량이 죽은 것에 책임을 물어 처형되었는데 손휴전에는 자결했다고 나오지만 주로 인용된 오록에는 손휴가 손량을 짐독을 먹여 죽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가 쫓겨날 당시에는 16살, 죽을때는 18살이었습니다. 손량의 부인 전씨는 손량이 죽은 후에도 후관에 살다가 오가 망한 후 건업으로 되돌아갔다가 영녕(301~302년)간에 죽습니다. 전상의 일족 역시 영릉으로 갔다가 이후 모두 살해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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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황가의 악녀 손노반 역시도 예장군으로 쫓겨났다가 장모였던 손노육을 죽인 원한때문에 손휴에 의해 죽게됩니다. 엔하위키에는 손노반이 자식없이 죽었다지만, 전종전에는 막내아들 전오는 손권의 외손이라고 적혀있는데 전오가 바로 손노반의 아들이었습니다.

손량을 폐위시키고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한 손침은 점점 방약무도해집니다. 백성들이 숭배하던 신들을 모욕하고 대대로 오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셔지던 오자서의 사당을 불태움은 물론 불교 사원을 파괴하고 승려들을 참수합니다. 거기에 자신은 승상 형주목이 되고 동생 손은은 어사대부 위장군, 손거는 우장군으로서 이들은 현후가 되고 손간은 잡호장군에 정후로, 손개 역시 정후가 되었습니다. 손침의 가문에서 다섯이 후가 되고 모두 금위군을 장악했고 권력은 황제인 손휴를 능가할 정도였습니다.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자.

위의 사마소. 오의 손침.

고귀향공 조모가 그랬듯, 손휴도 손침의 발호를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손량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일수는 없었습니다.


다음편 예고.

이제 더 이상 간웅의 시대, 강동 맹호의 시대, 인의의 시대는 없다. 이제는 음험한 모략가의 후예들만이 남았을 뿐.

진류의 왕과 안락을 누리는 제후, 명을 받아 돌아온 제후의 시대.

약관의 토역은 교위로 창업하였으나 군주는 종묘와 산릉을 폐허로 만들었구나!

彼狡童兮(피교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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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으
14/01/31 22:27
수정 아이콘
전기의 모친은 아들의 큰일을 발설하였으니 자식보다 친정가문을 택한 것이네요. 어리석은 것인지 운명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카루오스
14/01/31 22:3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쓰셨군요! 자주 좀 쓰세요!
14/01/31 23:35
수정 아이콘
오랜만이네요 !
키니나리마스
14/02/01 12:16
수정 아이콘
오오~ 오랜만의 글이군요. 늘 잘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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