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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20 17:58:48
Name 하늘을 봐요
Subject [일반] 그냥 저냥 사는 이야기

-1
얼마전 친구의 저녁식사 초대로 친구 집에 다녀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부터 꽤 합이 잘 맞아서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인데, 3살된 딸 아이와 20개월이 다되어가는 남자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들 선물 들고 친구 집에 도착해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딸 아이는 안보이고, 20개월이 다 되어가는 아들은 방에 따로 격리시켜놓고 못나오게 하는겁니다.
그리고 그 방 안에는 아이 돌보미 아주머니께서 계십니다.
느낌이 이상하고 제 상식에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길레 친구를 불러서 술한잔 하면서 자조지종을 들어봤습니다.
친구 녀석도 그간 힘들었는지 담배를 연거푸 피우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자기 아내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다.딸 아이도 거의 자신이 키우다시피 하고 둘째 아들을 낳았는데, 둘째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웠다는겁니다. 특히 둘째 아들이 굉장히 폭력적으로 변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사람 때리고 소리 지르길레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놓고 아이 돌보미 아주머니를 불러서 방에서 아이를 돌보게 한다는 겁니다. 첫째 딸은 자꾸 동생이 누나 때린다고 친정집으로 보내서 일주일에 한 번정도 얼굴을 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문제로 아내랑 엄청 많이 싸웠다고 합니다. 근데 싸울때마다 점점 더 아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이 과격해지고, 거의 동물 사육하듯 키운다고 합니다.
남의 인생 간섭하기 싫어서 그냥 이야기만 들어주고 나왔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속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왈가왈부 했다가 저만  나쁜 놈이 될것 같아서요. 참 이기적이죠?
사실 이 문제로 이모한테 연락했습니다. 보육원을 운영중이시고 연년생 남자 아이를 키우시는 강인한 어머니기도 하구요.
그랬더니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침에 열이 펄펄나는 아이를 보육원에 맏기면서 약이라고 봉투를 던저주고 가더랍니다.그래서 아이가 계속 울고 열이 나길레 약을 먹였는데 차도가 없어서 아이 엄마한테 연락을 했답니다. 근데 전화기는 꺼져있고 연락은 안되고 하두 답답해서 아이 대리고 병원에 다녀왔답니다. 근데 병원에서 오는 길 앞에 식당에서 아이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점심을 먹고 있더랍니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아이가 열이 펄펄나고 아픈데 보육원에 아이를 던져놓고, 전화기도 꺼놓은 상태에서 싱글벙글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리곤 이모왈, 신경쓰지 마라. 신경쓰는 사람이 손해고 신경쓰는 사람만 나쁜 놈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저도 그냥 친구,친구 와이프한테 이야기좀 해볼려고 했다가 말았습니다. 신경쓰고 선행을 배풀어 줄려는 사람만 나쁜 놈이 되는 세상이니깐요.




-2
저희 가족은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가족 입니다.
아버지,어머니,형,그리고 저까지 4인입니다.
아버지는 장기 해외출장 중이시라 지금 6개월째 한국에 안계시고, 형은 독립해서 따로 나가 살고 있고, 저도 독립해서 따로 나와 살고 있습니다.
4인가족이 형성된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말 만 가족이지 다 따로 살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어머니께서 살도 빠지시고 밥 맛이 없다고 하시고, 온 몸이 쑤시고 기력도 없고 의욕도 없다고 하십니다. 병원을 다녀왔지만 과로,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차도가 안보이신다고 합니다. 형이란 사람은 이미 결혼해서 나가 살고, 바쁘다는 핑계로 한국에  잘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결국 한국에 있는건 저 혼자 뿐인데 이 못난 놈이 막내라고 어리광만 부릴 줄 알지 어머니 신경 쓸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어머니랑 같이 있었습니다.
병원 다녀와도 차도가 없고 죽겠다던 어머니께서 아들 얼굴 한 번 보시더니 얼굴에 싱글벙글, 아들한테 뭐 하나 더 해줄까 고민하시면서 아픈 몸 이끌고 이것 저것 해주시더랍니다. 같이 있으면서 별거 한것도 없이 같이 밥 먹고, 따뜻한 전기 장판 위에서 같이 귤 까먹으면서 티비 보고, 같이 누워서 잠자기 전에 어렸을때 이야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아버지 흉보기, 형 흉보기, 섭섭했던 일들 다 털어 놓으면서 밤새 이야기 하고, 또 다시 아침에 일어나서 같이 밥 먹고, 점심에 같이 요리하고, 마트도 같이 가고, 백화점 가서 산건 없지만 같이 아이쇼핑하고 집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 사서 나눠 먹고, 집에 다시 들어와서 같이 밥 먹으면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아프다는 사람 밥 하게 하고, 밖에 돌아다니고 미친것 같지만, 사실 어머니는 아프신게 아니라 외로우셨나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형도 서울로, 저도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따로 독립했고, 이후에 거의 밥 먹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군대며 유학이며, 바쁘다는 핑계로 밥 한번 같이 못먹었으니 말이죠. 더욱이 최근에는 아버지가 해외출장 가면서 혼자 계시니 외로움이 부쩍 더 심해지셨던것 같아요.
어제 집에 도착해서 전화를 드리는데 아프던거 하나 없이 멀쩡하고 기운이 넘치신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들 사랑해 라고 하는데 순간 울컥 하더랍니다. 그 한마디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평생 늙지 않고 제 사춘기 십대소년 시절의 어머니로 계실줄만 알았던 어머니였는데, 어제 집에 올라오기 전에 손을 잡아드리는데 손이 어느세 60대 늙은 손이 되어 버리셨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어머니께서 항상 입에 달고 다니시던 말이 머리를 쾅 하고 치더랍니다.
"내가 죽으면 울 아이들이 철이 좀 들까?"
어쩌면부모님이 나이들고 돌아가시는게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 조차도 생각할 수 없이 영원히 나의 어머니로 계실거라는 생각을 한 제가 바보 같고 한 없이 한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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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0 18:03
수정 아이콘
저도 돌된 아들 키우는 입장이지만, 부모라는 것이 그냥 자식을 낳는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낳고 나서 부딪치는 현실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첫번째 에피소드에 예로 드신 그런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들 격리해서 키우면 초기 인격형성 밸런스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그 친구분께 과감하게 와이프와 함께 아동심리상담, 소아정신과상담을 받아보시라 추천하시길 권합니다. 더 늦으면 둘째 아들 같은 경우는 더 심각한 상태로 번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메모네이드
14/01/20 18:31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아내분 진찰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엄마의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마음도 병들기 쉬우니까요.
하늘하늘
14/01/20 18:17
수정 아이콘
친한 친구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조언해야할것 같아요.
cheme님도 말씀하셨지만 둘째는 성격문제가 아니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봐야할정도 같은데 저런식으로 격리 혹은 방치하는건
많이 위험한것 같습니다. 친구 꼬드겨서 병원가보라고 하세요. 조언정도로는 나쁜놈 될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혼자 계시다면 최대한 자주 연락하고 찾아뵈세요.
직장이 있으시면 모르겠는데 만약 혼자 집에 있는거라면 상상이상으로 외롭습니다.
어떤땐 그 포근한 집이 무섭게 느껴질때도 있을정도에요. 한번 찾아뵙고 많은걸 느끼셨다니 앞으로 잘하시겠지만
또 막상 시간 좀지나면 그 마음들이 희미해질수도 있어요. 지금 갖고 있는 느낌을 잊지 마시길..
하늘을 봐요
14/01/20 19:34
수정 아이콘
이야기 나눴을때 은연중에 이혼까지 생각하는것 같더라구요. 남의 결혼생활에 왈가왈부 할 입장도 아니고, 솔직히 무섭더라구요.
제가 그 장면을 보고나서 느낀 감정 그 상태로 친구한테 조언을 그 당시에 했다면 당장 이혼하라고 했을 정도니깐요.
친구가 너무 힘들어 하길레 상담받아봤는지 확인 할 생각은 미처 못했네요.
상담 받아보라고 권유해봐야 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당근매니아
14/01/20 18:51
수정 아이콘
상담치료가 많이 필요해보이는데요.... 에고고....
9th_avenue
14/01/20 19:03
수정 아이콘
2번째는 요새 제가 느끼는 감정이랑 똑같네요. ㅠㅠ

그런데 첫번째는 신경 안쓰는게 편한 게 아니라.. 친한 친구면 당연히 조언해 줘야 될 상황인 것 같아요;;
왠지 그 엄마분도 상담이 필요해 보입니다. 걍 넘어갈 상황이 아닌데요;; 보통 자기 자식을 학대하는 건 그 부모의 정신건강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가만히 손을 잡으
14/01/20 19:40
수정 아이콘
첫째 이야기는 놀랍고,
둘째 이야기는 애뜻하네요.
14/01/20 21:28
수정 아이콘
어후... 책임을 못 질거면 낳지를 말지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봐도 아이가 폭력적인건 부모탓이 좀 크더라고요.
보고 배우거나 안 말리고 놔비두거나
차라리 빨리 이혼해서 빨리 재결혼하는게 낫겠단 생각이 드네요.

두번째 얘기는 참 공감가는 애틋한 얘기입니다.
아직 철도 안 들었는데 해준것도 없는데 늙어가시는 부모님보면 빨리 효도하고 싶고 한데 여러 핑계만 대기 바쁘네요.
어머니 곁에 많이 있어 드리세요.
커피보다홍차
14/01/21 13:09
수정 아이콘
첫번째 이야기는 충격적이네요. 친구분 부부와 아이들 모두 전문적인 심층상담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께 당장 전화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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