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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15 15:32:56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축구에서 오프사이드룰은 왜 생겼는가?
사물을 발로 차는 행위는 인간에게 내재된 본능이라 그러한 행위를 기본 바탕에 깔고 있는 축구라고 하는 스포츠의 기원은 사실 많은 나라들이 주장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굳이 영국을 들지 않더라도 고대 로마나 그리스, 이집트, 카리브해의 나라들, 심지어 중국이나 일본 까지도 자신들이 축구의 원조임을 주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김유신과 김춘추가 축국을 하다가 김유신이 김춘추의 옷고름을 짐짓 밟아서 찢어놓고서는 “우리 집에 잠깐 들러서 라면이나 먹고갈텨?”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요.

그렇긴 해도 오늘날의 축구라는 형태의 스포츠의 기원은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 맞습니다. 중세 시대에 이루어진 이 경기의 형태는 두 팀이 둥근 물체를 반대편 상대방의 진영까지 이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고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냥 난장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대영제국이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 원인이 도덕적인 타락에 있다는 진단을 내려집니다. 이러한 도덕적 타락의 원인으로 유아론(실제 하는 것은 자아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아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론)이 지목되었고 유아론은 학생들에게 자위행위를 부추기므로 학생들이 자위행위에 빠지게 된다라고 하는 약간은 황당한 주장이 힘을 얻게 되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도덕적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스포츠가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었고 스포츠 가운데서도 가장 남자다운 경기인 축구가 권장됩니다.

축구에 처음으로 규칙다운 규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848년 캠브리지에서 “캠브리지룰"이라고 하는 것이 처음으로 제정되면서였는데 그 이후로도 비슷한 룰들이 이곳 저곳에서 만들어 지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손으로 공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다가 1863년 공을 손으로 다룰 수 없다는 규칙이 만들어지자 그때까지는 거의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던 축구와 럭비가 갈라져 나가게 되고 나중에 FA가 설립이 되면서 축구는 본격적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 현대 스포츠 종목으로서 뿌리를 내리게 되지요.

이 때부터 축구는 공을 길게 앞으로 내지르는 경기에서 드리블 위주의 경기로 재편되게 됩니다.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바로 오프사이드와 관련된 규칙 6번이었습니다. “선수가 공을 찰 때, (공을 찬 선수보다) 상대편 골라인에 더 가깝게 있는 같은 편의 어느 누구라도 경기에 관여할 수 없고 인플레이 상태가 될 때까지는 공을 건드려서도 안 되며 다른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패스는 횡으로만 이루어지거나 뒤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프사이드 규칙이 제정된 이유가 재미있는데 영국 사람들은 “선두에 서서 목표를 향해서 [직접 돌진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떠한 것도 의심스러운 교활한 행위이고 남자답지 못한 행위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골문까지 용감하게 치고 나가야지 자기보다 더 앞에 있는 자기편 선수에게 패스를 하는 것은 일종의 남자답지 못한 비겁한 행위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오프사이드 규칙은 (당연하게도) 영국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으로부터 나온 산물이라는 것이지요.

영국 사람들이 태클에 걸린 것처럼 다이빙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이유도 스포츠에서도 이런 도덕적인 정당성을 찾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우루과이와 가나의 8강전에서 수아레즈가 경기 종료 직전에 골을 팔로 막아서 퇴장 당하고 가나 선수가 패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우루과이가 4강에 올라갔을 때 앨런 시어러가 BBC 방송에 나와서 수아레즈의 행위를 “있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라고 약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을 때 영국인이었던 제 지도교수님이 그걸 보면서 시어러를 엄청 비난하던 게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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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teMan
14/01/15 15:39
수정 아이콘
신사의 나라, 영국이란 표현이 개드립이 아니었군요!
Rorschach
14/01/15 15:43
수정 아이콘
개드립은 아닌데 개드립화 되어가고 있다는게 유머라면 유머죠;;;
오카링
14/01/15 15:40
수정 아이콘
영국은 신사의 나라이면서도, 변태라는 이름의 신사도 많고... 참 재밌는 나라에요.
14/01/15 15:41
수정 아이콘
그럼 축구가 지금같은 모습을 한게 1848년 이후인건가요? 진짜 얼마 안된거네요.. 현대적인 축구는 야구랑 역사가 거의 비슷하군요.
Neandertal
14/01/15 15:47
수정 아이콘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지금 읽고 있는 책을 보니 골기퍼가 자신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 손으로 공을 다룰 수 있도록 룰이 개정된 것이 1912년이라고 합니다...이 룰이 생긴 것도 재미있는게 선덜랜드의 리차몬드 루스라고 하는 골키퍼가 자꾸 공을 잡고 하프라인까지 나오는 버릇이 있어서 그걸 못하게 한다고 제장한 거라고 하네요...--;;;
14/01/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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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l 1912, goalkeepers were allowed to handle the ball anywhere in their own half of the pitch. The rule was changed to restrict handling to inside their own penalty box shortly after the retirement of legendary Sunderland and Arsenal keeper Leigh Richmond Roose. The Wales international was notorious for bouncing the ball to the halfway line before launching long kicks into his opponent’s area.
- via Jonathan Wilson

찾아보니 하프라인까지 나와서 롱슛을 때렸군요.
14/01/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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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병장 축구]를 금지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었는데 ;;;;;
오프사이드를 금지하지 않으면 당장 공격자 대여섯 명이 뻥 패스를 기다리며 골대나 패널티박스 근처에 딱 달라붙어 서 있고, 그걸 막기 위해 최소한 같은 숫자의 수비진이 붙는 난장판으로 축구 꼴이 나지 않아서가 아니었나요? 이러다 보면 미식축구처럼 격투스러운 몸싸움도 자주 생기고, 몸싸움 생기면 진형짜는 게 훨 좋으니 진형 생기고요.
루카쿠
14/01/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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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말년병장 축구란 말 보고 그대로 뿜었습니다. 크크크크크.
zelgadiss
14/01/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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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4/01/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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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 공을 손으로 잡을 수 없다는 룰이 생기면서 축구와 럭비가 다른 길을 걷게 되고, 그 이후 규칙이 정비되면서 드리블 위주의 경기로 재편되었는데 그 중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전진패스 금지 규칙이다로 저는 읽었는데요. 그런데 선후관계는 모르겠습니다만 럭비에는 지금도 저러한 전진패스 금지 규칙이 있지 않나요? ... 적고 나서 찾아보니 손으로 하는 패스만 전진 금지네요.
Neandertal
14/01/15 16:59
수정 아이콘
럭비와의 연관성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럭비가 지금도 횡패스나 뒤로 하는 패스만 가능하다면 아마도 축구와 분리되고 난 후 그런 규칙을 독자적으로 적용해 왔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스포츠는 거의 사촌 지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본문의 내용을 좀 수정했는데 최초의 오프사이드 규칙이 제정되었을 때는 상대편의 최종 수비라인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공을 차는 사람보다 앞에 있는 자기편 선수에게는 패스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오프사이드 룰도 그 이후로 몇 차례 바뀌면서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것 같네요...
14/01/16 14:12
수정 아이콘
http://en.wikipedia.org/wiki/Offside_(association_football)#History

남아있는 사본은 없지만 1948년 캠브리지 룰 때도 오프사이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고, 1856년자의 규칙은 상대 넷은 앞에 둬야 온사이드라고 합니다.
14/01/15 18:08
수정 아이콘
축구에 선수교체가 가능하도록 룰이 변경된게 1970년입니다. 40년 밖에 안되었어요.
Neandertal
14/01/15 18:18
수정 아이콘
그리고 골기퍼가 백패스한 공을 손으로 못 잡게 한 것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다음 부터죠...이 규정 때문에 극강의 시간 끌기가 어려워졌지요...물론 침대축구는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요...--;;;
14/01/15 18:41
수정 아이콘
근데 왜 음식맛은 위가 거부할 정도로 정정당당하지 못한거지...
하늘하늘
14/01/15 20:08
수정 아이콘
그런 시덥잖은(?)이유로 생긴거라면 이제 없애도 되지 않을까요?
오프사이드와 관련된 오심이 나올때마다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더라구요.
14/01/15 20:37
수정 아이콘
지금 상황에서 오프사이드가 폐지된다면 그에 따른 전술의 변화가 거의 축구2.0을 만드는 수준이 될듯..
14/01/15 20:38
수정 아이콘
위에 다른 분이 쓰신 것처럼 말년병장 축구 방지...
하늘하늘
14/01/15 21:01
수정 아이콘
말년병장축구가 나와도 그대로 또 재밌을것 같아요.
골도 훨씬 많이 나올테고 롱킥의 중요성도 커질테고 운동장도 훨씬 넓게 사용할수 있을테고..
여튼 이벤트라도 오프사이드 미적용게임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네요 ^^
너구리구너
14/01/15 23:13
수정 아이콘
그러면 90분간 뻥축만 하다말죠.
14/01/17 14:04
수정 아이콘
오프사이드룰이 현대축구의 핵심입니다. 이게 없어진다는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없어진다면 더이상 제가 알고 있는 축구가 아닌게 됩니다.

현재 룰에서는 상대 공격수가 공을가지고 있지 않는이상 우리 최종수비수보다 안쪽으로 들어 올 수 없습니다. 만약 오프사이드 룰이 없어진다면 우리최종 수비수는 우리편 공격시에도 상대 공격수가 1명이라도 우리골대쪽 어딘가에 있으면 전진하기가 곤란해집니다. 상대편 또한 마찬가지가 되기때문에 수비수들이 담당해야 할 공간이 넓어지면서 미드필드쪽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질겁니다. 경기양상도 현재와는 달라질것이고 군대축구하고 비슷한 뻥축구가 될 우러가 크죠. (제가 젤 우려하는 상황이 장신선수 하나 상대골키퍼 근처에 두고 울편이 공만 잡으면 그리로 센터링하는 축구입니다.)
하늘하늘
14/01/17 15:05
수정 아이콘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죠.
오프사이드가 없을때의 수비전술이 하녿 없으니까요. 어떤 공격수가 각광을 받을건지 어떤 수비수가 부각될건지
드리블러의 가치는 어떻게 될건지 등등 .
뻥축구야 오프사이드 유무와 상관없이 지금도 하고 있잖아요.
대신 오프사이드로 끊어지는 경기흐름, 수많은 판정논란, 부심이 경기를 지배하는것 등등
그리고 게임도 더 다이나믹해질것 같아요. 지금은 오프사이드때문에 킬패스 들어가는게 무지 힘든데
오프사이드가 없으면 훨씬 더 다양한 공격전술이 나올것 같기도 합니다.

뭐 이런것도 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죠.
이벤트 경기라도 해봤으면 하는게 그냥 제 바람입니다. 그리고 상상할수 없는건 없는것 같아요.
다이아1인데미필
14/01/15 21:24
수정 아이콘
강진축구만 봐도..
Ace of Base
14/01/16 09:23
수정 아이콘
오프사이드가 없어지면 골수가 줄어듭니다.
광개토태왕
14/01/19 11:46
수정 아이콘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부터 오프사이드 규정이 완화되었는데 그 이후 지금도 그대로인가요?
Neandertal
14/01/19 11:50
수정 아이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구말복검님이 해주셔야 할 것 같네요...--;;; 오프사이드 규정에 대한 변경이 있었다는 얘기는 최근에는 못들어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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