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1/02 20:10:14
Name 뀨뀨
Subject [일반] 읽기 쉬운 간단한 글
안녕하세요.


200개의 추천수를 받아 추게로 꺼져버린 자전거 타는 스튜어디스와의 헌팅.. 을 썼던 글쓴이입니다.
( https://pgr21.com/pb/pb.php?id=recommend&no=2402 )


그 외에도 술은 적당히 먹읍시다 캠페인..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2190 )


그 이외에도 pgr은 생활이다( https://pgr21.com/pb/pb.php?id=recommend&no=2227 ) 글을 써서 추게로 가기도 했지마는


많은 능력자 분들과는 달리 필력은 매우 달립니다.


이점 양해해주시고 짧은 글이니 잠깐 시간을 내서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2014년 새해가 밝아옴에도 나는 여전히 PC방에 있었다.


뒤늦게 재미들린 라그는 10년전 올드유저였던 친구들을 흥분시키게 만들었고


결국 신년 00시부터 옆자리에서 함께 라그인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pgr 롤채널에서 라그 함께할 분을 구한다고 광고 아닌 광고만 해대는 광고쟁이로 전락해버려


리 신마냥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여 하염없이 애로우 스톰만 갈겨대며 앵벌을 하다 집에 돌아오니 아침 여덟시였다.





계약직이 끝나고 반복되는 일상도 이제 복학하면 알아서 끝나겠지.. 라고 자위하며


어느새 두 달이 훌쩍 넘어버렸고, 이해해 주던 친구들도 일을 안하면 장가를 못간다며 스물스물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만나면 서로 욕으로 인사하던 그네들이 어엿한 어른인척 행색을 하고 있는걸까.. 라기엔 벌써 20살 하고도 6살이 더 됐다.


그래.. 소개팅녀에게도 이젠 모아둔 돈이 떨어져가서 널 만나기 부담스럽다는 눈치를 주니깐 돈은 벌면 되는 거라잖아..


갑자기 눈에서 동그란 결정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쥬르륵.. 나도 일 하기 싫어서 안하는거 아니야..


별로 춥지도 않았지만 콧물을 훌쩍거리는 척 하며 슬픈 영화를 보고 우는척을 하며 잠들었다..가


오후 4시 기상. 사실 난 올빼미족이라 햇빛보단 달빛이 익숙한 편이라 이 시간에 기상하는게 가장 좋다.


방의 불을 켤때는 물건을 찾고 옷을 입는 그 순간뿐, 머리 위 형광등의 필라멘트는 쉽게 닳지 않는듯 하다.





1월 1일이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라는 카톡따윈 없다. 무의식처럼 다시 컴퓨터를 켰다.


앗! 카톡이 도착.. 했는데 역시나 카카오톡PC가 자동로그인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망할..


오늘도 역시 정해진 스케쥴따윈 없다. 하다못해 잉여력을 만끽하는 친구조차 오늘은 감감무소식이다.


그 와중에 카톡이 하나 도착한다.





"내 여자친구 만날놈 선착순"





일주일만에 샤워를 하고(머리 감는 것 역시 포함이다) 꽃단장을 마친 뒤 도착한 이곳은 바퀴베네이다.


중학교때 여자친구에게 손도 못잡아보고 백일날 차였던 (준)모쏠 친구놈은


재작년 무전여행에서 길을 헤매던 여인네를 구해주고 그 댓가로 커플의 징표를 획득하였다.


난 생명의 징표를 더 갖고싶은데..


아무튼 난 이놈이 옷을 이렇게 차려입는줄은 몰랐..는데 그 짭퉁 돌체 뭐시기 벨트는 치웠으면 좋겠다..


이미 도착한 선착순1은 동네 보습학원 원장님 딸이었다.


머리도 좋고 몸매도 괜찮고 성격은 최고고 얼굴.. 음.. 은 유학갔을때 원나잇이라도 하라던 엄마(원장님)의 말을 거역했던


그런 착하디 착한 친구다. 는 나랑 평소에 연락은 안합니다.





혼신을 다한 개드립은 오늘따라 8할이 넘는 타율을 보여주고 있었고, 분위기는 훈훈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아침에 학교가려고 친구놈 집에 들어가면 친구는 씻고있었고,


스타 한 겜이나 때리려고 그 놈 집의 팬티엄4 컴퓨터를 키려고 하면


이미 켜져있었고, 화면위에 떠있던 프루나에는 넁, dlfqksdls, tlfwp.. 같은 단어들이 50개 이상 가득 차있었고


집에 와서 작품을 하나씩 엄선하여 그 중 하루에 5개만 보관했다는.. 그런 얘기는 차마 할 수 없어서


그냥 이녀석이 어렸을때 푸른 구슬만 좋아했다고 얘기하니 타율이 떨어졌다. 남자놈들이라면 분명 좋아했을텐데..





"야 이자식아, 여자친구한테 그라믄 안돼~ 어떻게 이런놈을 만나고 계세요? 보살이세요?"


신년부터 커플을 보고있자니 기분이 언짢아진 나은(는) 커플 브레이킹을 시도했다! 는 통하지 않았다.


집에 가는길에 전화기를 불통나게 만들어서 지금은 통화중이오니.. 가 듣고싶었는데, 의외로 그들은 단단했다.


엿이나 까잡숴.. 라고 속으로 생각할때 선착순1에게 카톡이 도착한다.


관음증이 있는(비밀) 나는 엄지 사이를 슬쩍 들여다본다.


"선착순1아 새해 복 많이받고~ 항상 잘 챙겨줘서 고마워~ 블라블라 BlaBla~ ..."


능숙하게 질세라 받아치는 선착순1.


애꿎은 내 화이트 갤삼만 만지작 거리는 꾸질꾸질한 나의 여친 오른손.





화제는 이어 이어 친구놈의 기념일 기억하는 능력에 대해서 여전히 블라블라.


딴 건 몰라도 이 친구는 생일이나 친구들의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와 일 년같은 기념일은 귀신같이 알아내서 축하해준다.


조금만 친하다 싶어도 항상 생일을 물어봐서 기억해놓고, 어떤 얘기를 하든 나는 너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듯이


"야 너 5월.. 이 생일 아니냐?"


라며 감동적인 멘트를 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가 나의 무언가를 기억해주는건 기쁜 일이다.


시니컬하게 이 주제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며 말을 잘라내는 나. 사실 누군가를 위한다는건 익숙치 않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커플들은 시야에서 총총 사라져갔다. 그리고 집으로 함께 향하는 우리 둘..


(이 친구와 연애감정이 생기는 날이 세븐갤이 털리지 않는 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글은 계속 보시길.)


나는 궁금했다. 이 친구는 페이스북 친구가 780명.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들이 300명. 그 외 부지기수의 인연들이 수 천명.


당장 카톡을 삭제해도 별 문제없을 나와는 차원이 다른 착하고 성격좋고 얼.. 음.. 인 친구다.


오늘은 천사소년 뀨뀨가 되기로 했다.




"야"


"응?"


"너 연락같은거 너무 많이 하면 힘들고 그러지 않냐? 아니 솔직히 나 하나 챙기면서 살기도 힘든데, 그 많은 사람들이랑 어떻게 연락을 다 하고 살아. 마침 말 나온김에 하는 얘기인데, 너 카톡 겁~~~나 길게 보내놓고 답장오면 한 달동안 다른 답장 하느라 읽지도 못한다면서. 그래서 애들끼리 그런거 되게 서운하다고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랬다?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어. 너는 좋은 마음에서 하는건데 그걸 너가 관리를 못하면 어떻게 햐."





라고 속사포 랩을 해댔다. 난 어째 머릿속에서 말을 함에 있어 단 한 번의 필터링조차 되지를 않는걸까.





"...?"


"...................???"





약간 당황한듯한 친구의 눈치. 그리고 말이 이어졌다.





"그니깐"


"응."


"나도 그걸 알고있거든. 그래서 몇 달 전에 엄청 고민을 많이 했어. 친구들이 서운해 하는 것도 알고, 그래서 절교를 한 친구도 있고..."


'(아니 어떤 미친x이 그런거 가지고 절교를 하냐..)'


"걔 진짜 나쁜애네. 그런애랑은 그냥 친구 안하는게 낫지."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 내가 너무 늦게 답장을 해줘서. 그러니깐 내가 잘못했지. 근데 그래도 항상 친구들을 챙겨주고 궁금하고 보고싶어. 너도 똑같잖아. 인사를 먼저 하는 친구가 더 반갑고,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뭐 그런거니깐. 가끔 버거울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래서 카톡을 조금만 짧게 보내기로 했어."





이 친구는 카톡을 한 번 보낼때마다 20줄씩 보낸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증언.





"아.. 나는 그런게 잘 안되서.. 야 난 집 다왔다 혼자 집 갈수 있지?"


"응 당연하지~ 나 택견 소녀잖아~ 2년이나 배웠는데 뭐 크크"


"그래 안녕."





궁신탄영으로 스스슥 지나가려는데, 뒤에서 멈칫하며 다시 부른다.





"아참 뀨뀨야!!!"



"(엉거주춤)엉?"






"새해 복 많이 받아~~"


"아.. 그래 너도~"






마음이 한 켠이나마 따뜻해졌던, 그런 달빛 11시 15분이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키니나리마스
14/01/02 20:18
수정 아이콘
아, 이분이 그분이셨군요. 생각난 김에 자게글가서 추천하고 왔습니다~ 한줄 알았는데 안 되있었군요. 흐
은수저
14/01/02 20:39
수정 아이콘
아아 택견 택견 택견...택견배우는 소녀들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님 택견이 문제거나..
잘 읽고 갑니다.
미카엘
14/01/02 23:53
수정 아이콘
택견이 잘못했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0841 [일반] 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2 [8] 2852 14/04/02 2852 0
50689 [일반] 이승환/배치기/이선희/월간윤종신/슈주M의 MV, 크레용팝/NS윤지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8] 효연광팬세우실4732 14/03/26 4732 1
50596 [일반] 다윗의 막장의 신곡 "고백해볼 생각말기"를 공개합니다. [56] 다윗6382 14/03/21 6382 11
50570 [일반] 서울시의 화이트해커 고용 [327] azurespace12839 14/03/20 12839 1
50513 [일반] 아라타 : 뜻밖의 선물 [45] AraTa_Higgs4939 14/03/17 4939 3
50457 [일반] 오늘은 불금..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16] k`4706 14/03/14 4706 0
50415 [일반] [글] 비오는 냄새와 화이트데이, 그리고 물과 디아3 [20] AraTa_Higgs4718 14/03/12 4718 0
50219 [일반] 우리나라 사법부의 권위에 흠결이 가는 소식하나 [16] 곰주5837 14/03/03 5837 0
50166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류현진 첫 시범경기 하이라이트) [10] 김치찌개4872 14/03/02 4872 6
50134 [일반] UFC에서 TRT가 금지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네요. [28] 어리버리9203 14/02/28 9203 0
49927 [일반] [MLB] 2014시즌 메이져리그 팀 순위 예상 30위~21위 [11] 레이드4324 14/02/18 4324 3
49905 [일반] 내 리즈시절 발렌타인데이는 화장실과 함께했었다. [8] 지숙4273 14/02/17 4273 4
49862 [일반] 발렌타인데이 선물 받으셨나요? [109] 리뉴후레시8097 14/02/14 8097 2
49689 [일반] 직급·연봉 높은 사무직 초과근로수당 못 받는다 [37] 당근매니아8757 14/02/06 8757 1
49658 [일반] 핑클 노래 10곡이요. [16] 4619 14/02/05 4619 0
49317 [일반]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22] Outlawz5459 14/01/15 5459 0
49060 [일반] 읽기 쉬운 간단한 글 [3] 뀨뀨3947 14/01/02 3947 0
48414 [일반] [펌] 지니어스2 1화, 먹이사슬 게임을 실제로 진행한 후기 [14] 큐브6300 13/12/12 6300 1
48227 [일반] EXO/스윗소로우/나인뮤지스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7] 효연광팬세우실5176 13/12/05 5176 1
48190 [일반] 12월 3일 화요일 BBC 해외축구 가십 [1] ace_creat2958 13/12/03 2958 0
47571 [일반] 바르셀로나-포르투의 bar 유랑기. [15] 헥스밤7705 13/11/08 7705 1
47309 [일반] 아이폰5S를 질렀습니다! [21] 글라소에너지6097 13/10/26 6097 0
47276 [일반] 피지알러를 위한 체리스위치 기계식 키보드 가이드 - 커스텀 [34] 이걸어쩌면좋아25842 13/10/24 25842 2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