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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06 22:05:05
Name 책닭
Subject [일반] 절판된 만화책들을 사 봅시다.







요즈음의 만화 출판업계란, 그 주적으로 지목되던 대여점이 훨씬 더 강대한 적 스캔본에 밀려 사장되면서, 더욱 더 얼어붙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대여점 때문에 만화를 안 산다! 하던 시기에는 대여점들이나마 만화를 사 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캔본을 통한 공유가 보편화되면서 스캔을 뜨는 사람이 아니면 만화를 안 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우가 갔더니 고질라가 온 급이죠.

그러면서 팔리는 만화책만 펴내고, 초기에 잘 팔리던 시리즈도 안 팔린다 싶으면 바로 수입을 중단해 버리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출판사가 자선기업도 아니고, 당연한 일이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나오는 만화의 장르, 소재에 있어서 다양성이 좀 줄어든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짧게나마 만화 출판 붐이 일었던 21세기 초반은 그야말로 제게 있어서 '좋았던 한 때' 였죠.

만화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쳐 주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이미 잘 나가는 타이틀들은 박힌 돌들이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러들어가 보고 싶은 돌의 입장으로서는 새로운 만화들을 소개할 수밖에는 없었죠. 이 과정에서, 심지어 일본에서마저도 '마니악'으로 분류되는 작품도 다수 국내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런 느낌의 출판사로는 세주문화가 대표적인데, 니헤이 츠토무의 '블레임'같이 누가 사 줄까 싶은 작품들을 많이 번역했죠. 당시에는 그저 고맙게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세주가 펴낸 만화들을 보면 번역이 참 놀랍도록 개판이더군요. 보통 소수의 매니아층을 타겟으로 삼는 제품은 어차피 살 놈은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퀄리티는 특출나게, 가격은 까무러치게 뽑기 마련인데 세주는 거꾸로 갔죠. 그 때문인지 결국 망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절판 만화 중 하나인 '에일리언 9'도 아마 세주에서 펴냈던 것 같습니다.(찾아보니 세주가 아니라 삼양이로군요.)

해적판 시대까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더 놀라운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본 현지 웹에서도 정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녹야원환상 같은 작품들마저 소개가 되었던 것입니다. 어차피 저작권료 따위 내지도 않으니까 좀 덜 팔려도 종잇값만 나오면 괜찮아 정신에 기반을 둔 무모한 출판이었겠습니다만, 이러한 소수 독자층을 고려한 출판은 후에 잠시나마 유지되었던 출판 만화 시장의 풍성함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봄인 줄 알고 이렇게 한창 기지개를 켰는데, 알고 보니 그다지 따뜻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일본은 어마어마한 출판 대국입니다. 아무리 마니악하다,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충분히 먹고 살 만큼은 법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판을 벌려 놨더니 손님이 없었죠. 대중성은 좀 떨어져도 충분히 독자들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갈 수 있던 작품들이 이때 대거 수입되었고, 아주 잠깐 팔리다가, 곧 그 명맥이 끊겨버리게 됩니다.



이런 만화들 중에, 의외로 숨겨진 수작들이 많습니다. 구하기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일단 많이 팔리지를 못했으니까요. 어쨌든 헌책방을 뒤지다 보면 찾아낼 가능성이 1%라도 있기는 합니다. 다만 헌책방 주인이라고 곳곳에 쌓여 있는 만화책 더미가 뭘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헌책방은 책을 무게 단위로 쳐 주는데(요즘은 아닌 듯 합니다만) 그런 입장에서 책은 단지 종이 뭉탱이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보유 목록을 정리하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요즘 위에서 언급했던 출판업계를 위협하는 끝판왕 스캔본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대여점이 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대여점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비인기 만화들도 헌책방으로 팔려 가는 식으로 빛을 보게 됩니다.




요즘 오래간만에 서울 시내의 헌책방들을 찾아가 보니 많이들 없어졌더군요. 주인 아저씨와 친목질을 하며(제가 직접 책들의 무더기를 헤치며 찾아 보자면 족히 한두달은 걸릴 것 같으면서도 보통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잘만 찾아 내더군요) 원하던 만화책을 얻어냈을 때의 기쁨은 설령 그 겉표지에 '대여 기일을 지켜 주십시오. OO비디오&만화'라는 스티커가 크게 붙어 있고 종이는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다고 한들 전혀 줄어들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쁨도 이제 조만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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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ncentz
13/12/06 22:11
수정 아이콘
헌책방...들은 꼭 가보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디 어디 있는지 영 모르겠네요. 친구네 집 근처에서 한군데 보긴 했는데...
Mr.prostate
13/12/06 22:17
수정 아이콘
부산 책방골목 한 구석에서 먼지 쌓인 오렌지로드 전권을 2만원에 득템했을 때의 쾌감은...
니시키노 마키
13/12/06 22:31
수정 아이콘
세주문화사 하면 생각나던 작품중 트윈 스피카가 있네요.
최근 다른데서 재출간을 시작했던데
기존 두권을 하나로 합쳐서 팔아서 표지가 반토막이...
인터넷 그만해
13/12/06 22:37
수정 아이콘
요즘 알라딘 헌책방이 참 괜찮더군요.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이런 기업형 헌책방 때문에 기존 헌책방은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피해를 보는 거 같지만요.
기존 업자분들 중에도 온라인이랑 연계해서 돌파구를 찾으시는 분들도 있고요.

알라딘 헌책방 얼마전에 다녀왔는데 만화책도 많더라구요. 이용자도 많고요.
헌책방이 망해간다지만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하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쪽은 너무 오래되거나 말씀하신 해적판 같은 것은 매입을 안 해서 뭔가 헌책방 특유의 낭만? 같은 건 없더라구요.
말씀하신 거처럼 헌책방 주인 아주머니 책 뚝딱 찾아내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죠. 요즘처럼 db가 있는 것도 아닌데 흐흐
방과후티타임
13/12/06 22:40
수정 아이콘
북박스에서 11권까지 발행한 자이언트 킬링이 제 책장에 쓸쓸하게 꽂혀있는게 눈에 띄네요
13/12/06 22:45
수정 아이콘
제 책장에도 하늘가는대로가 꽂혀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화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 중 가장 비극적인 사례가 '내가 보는 만화를 펴내던 출판사가 부도가 나버렸다'죠.
절판 만화야 전국을 다 뒤져 보면 어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만 이렇게 저작권이 붕 뜨는 경우 다시 빛을 못 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그래도 자이언트 킬링은 타 출판사에서라도 다시 나올 것 같았는데 결국 그렇게는 안 됬나요?
방과후티타임
13/12/06 22:53
수정 아이콘
근데 북박스 같은 경우는 결계사가 올해여름에도 한권 나왔거든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차라리 학산이나 대원같은 메이저레이블로 갔으면 좋겠는데...(생각난김에 인터넷좀 찾아보니, 북박스가 랜덤하우스코리아 밑에 있던 브랜드였는데, 장르문학 자체는 철수한듯 싶은데 랜덤하우스코리아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확실한건 모르지만...)
그나마 자이언트 킬링은 인터넷좀 뒤져보면 번역본이 꽤나 잘 되어있어서 아쉬움은 풀 수 있지만 정발된 책을 보는거랑은 맛이 달라서...ㅡㅜ
네라주리
13/12/06 23:58
수정 아이콘
저도 딱 11권까지만;;
일판으로 더 사야할지 고민이에요
13/12/06 22:42
수정 아이콘
질은 좀 떨어지지만 가장 좋은 득템의 기회는 역시 대여점이 문을 닫을 때죠. 은영전을 권당 500원에 샀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마스터충달
13/12/06 22:47
수정 아이콘
블레임 10권을 구합니다 ㅠ,ㅠ
9권까지 있는데 10권을 구할곳이 없습니다. 벌써 몇년째 9권까지만 책장에 ㅠ,ㅠ
모르가나
13/12/06 22:52
수정 아이콘
어렸을적 단행본이 1500원~2000원이었고 휴대폰이 없던 시절 화장실들어가면 꼭 만화책 한권 독파하고 나오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고 어머니한테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네요.
학교 안가는 추운 겨울날엔 방 따뜻하게 해놓고 이불속에 들어가서 귤까먹으며 만화책보는 재미가 그리 좋았었는데요. 그립네요.
13/12/06 22:57
수정 아이콘
고독한 참수자를 구하고 싶네요

해적판으로만 나왔던 것 같은데...
아케르나르
13/12/06 23:07
수정 아이콘
굿모닝티처 16권을 구해야 하는데.. 15권까지 사놓고 군대를 가서..마지막 권을 못 샀네요..
네라주리
13/12/06 23:59
수정 아이콘
아~~ 10년전만해도 다 가지고 있었는데;;
다 어디로 갔는지..
13/12/06 23:44
수정 아이콘
김진씨가 그린 창세기전을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헌책방에서 구입했네요.
GMT는 절판된 신장판만 구입해서 구판도 구하고 싶은데 잘 안 보이는군요.
사랑한순간의Fire
13/12/07 00:45
수정 아이콘
문라이트마일을 세주에서 7권까지 내고, 한동안 끊겼다가 서울로 저작권이 넘어간뒤 8~10권이 나옵니다.

서울은 세주번역이 맘에 안들었는지 1~7권을 재간합니다. 여기까진 좋은데, 자기네가 낸 분량을 패스하고 11권으로 점프해버립니다? 지금은 18권까지 나왔죠.

결국 전 8권은 어떻게 구했지만 9 10권은 결국 구하지 못해 중간에 내용이 뎅겅 잘렸죠. 일본판을 구해서 그림만 술술 보긴 했는데, 솔직히 이해가 잘 안됩니다.

뭐 이러니저러니해도 번역스캔본조차 안도는, 내용도 심히 마니악한(하드sf) 문라이트마일을 천~ 천~ 히 한권씩 내주는 서울이 고맙긴 합니다. 일본엔 24권도 나왔던데 권수 차이가 너무 나긴 하지만..
포프의대모험
13/12/07 01:48
수정 아이콘
스캔이...돕니다..(소곤)
13/12/07 02:45
수정 아이콘
그리고 지금 메이져 3대회사인 서울,학산,대원은 끊어먹기를 쓰고 있지요..
예를 들면 Tono의 칼바니아 이야기. 13권이 나왔다? 2달후에 품절. 1~12권이 전집으로 팔리고 있음.
14권이 나왔다? 1달후에 품절. 1~13권이 전집으로 팔리고 있음.

이건 라노베에도 적용이 되어서 망할 채운국 이야기는 최종권이 나오고 3개월도 안되어서 찾아볼수없는 책이 되었습니다. -_-;
Abrasax_ :D
13/12/07 03:01
수정 아이콘
세주문화사, 삼양에 정말 명작들이 많았죠. 마이너한 느낌의 만화들 말이에요.
저도 대여점이 문을 닫을 때 주옥같은 보물들을 사오곤 했습니다.
'월하의 기사'로 알려진 노조 주니치의 '닥터 코우'라는 작품이 있는데 상당한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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