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11/28 22:24:01
Name [fOr]-FuRy
File #1 07_vamper.jpg (57.0 KB), Download : 74
Subject [일반] 윤태호의 '야후' 를 읽고 갑자기 드는 생각과 푸념..


오래간만에 들립니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지는데 PGR분들은 감기 걸리지 않으셨는지요?

전 최근에 재취직했습니다. 제가 스펙이 심하게 후지다 보니 유통업으로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은 힘듭니다. 선배들 눈치 보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퇴근을 시켜줄 생각을 안하고 배워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고..

월급은 엄청난 쥐꼬립니다.. 정직원이지만 알바에 가까운 급여입니다. ( 시험쳐서 진급을 해야 좀 많이 오릅니다. )

그래도 일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제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팍팍 줍니다. 원래부터 어두운 기질이라 어떠한 일에도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예전에 한참 논란이 됬던 empier 님을 보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었습니다. 제가 많은 점에서

empier 님이랑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그 분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

아참! 요즘은 만화에 중독까진 아니지만 빠져 있습니다. 일본 만화보다 우리나라 만화가 훨씬 재밋게 느껴지네요. 웹툰의 영향인지 몰라도

그림이나 내용이나 일본 만화 시장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취약한 인프라 문제가 있지만... )

그 중에서도 '야후' 라는 만화를 보며 엄청난 감정이입을 했습니다.

전 원래 책이든 만화든 집중해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대충대충 넘겨 봅니다.

그래서 뭘 보든 내용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 내면을 깊이 느끼면서 봅니다.

그런 점에서 미생을 통해 알게 된 윤태호 작가의 예전 작품인 야후를 본 순간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면 암울한 시대의 아픔과 그에 대한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들이 가득한 만화라고 하지만 전 그것보다

특정한 사람에게 트라우마라는게 어떤 역할을 끼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시대상에 대해선 크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 시대의 아픔이지만 전 그 세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뭐...부조리한 삶이야 그 시대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지 않습니까?)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어버린 주인공 김현과 부패한 아버지 때문에 끝없이 방황하는 신무학.

결국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제 자신의 트라우마가 들춰졌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며 내면이 송두리채 파괴되어 버린 나. 사랑을 받지 못해 지금도 수시로 우울해지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끝없이 갈구하는 나. 그런 점에서 눈앞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트라우마에 끝없이 시달리는 김현을 보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깊이 공감이 되는 걸까요.

더불어 이 만화를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너무 우울한 만화다...이런 어두운 기질은 긍정의 힘으로 고쳐야

한다느니... 입원치료롤 해야 된다느니, 아니면 그 자체를 이해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요. )

하지만 사람이란건 원래 불완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감정을 가지는 생물이 인간인데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내성적이고 소심한 인간이라 해서 그게 죽을 죄가 될까요. 그게 그 사람의 타고난 본질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고 끝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이고 일에 미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패자로 몰아가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패자가 되면 자신의 존엄도 지킬 수가 없는 삶입니다.

이런 시대에서 저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야 되는 걸까요. 삶이란 건 원래부터 외롭다는 시의 구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P.S : 이전에도 이런 어두운 성향의 글을 질문 게시판에 몇번 올렸었습니다. 물론 질타아닌 질타도 받았지만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격려글을

        본 이후 PGR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면이 어두운 저라도 PGR을 통해 사람이란 건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깐요.

        또한 내면이 어두운 사람이라도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인생을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나가야 할 결심을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PGR은 마약같은 존재입니다. 한번 중독되면 끊을 수가 없는.. 담배보다 더 지독한 마약이지만 몸과 정신건강엔 아주

        좋은 마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마약에 평생토록 취하고 싶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도로시-Mk2
13/11/29 00:23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저도 만화를 좋아합니다. 야후라는 만화에 대해서는 이름만 들어봤지 본적은 없지만요.

너무 우울한 만화라고 하셨는데 기대가 되네요 크크

그런 만화 싫어하지 않아욤
강가의 물안개
13/11/29 00:32
수정 아이콘
글쓰신 분께서는 트라우마도 있고 우울한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다지만..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누구보다도 삶에 대한 애착과 펄펄 뛰는 심장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나약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삶을 살고자하는 의지가 보여서 좋습니다.늘 화이팅 하세요~~!!
Abrasax_ :D
13/11/29 02:01
수정 아이콘
웬만하면 책이든 영화든 두 번을 안 보는데 야후는 여러번 읽었습니다.
야후, 싸이렌에서 보여줬던 마이너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늦게나마 윤태호 작가가 크게 성공해서 제가 괜히 뿌듯하더군요.
우리나라 시대사를 녹여내면서 개인의 트라우마의 문제까지 끌고 가는 솜씨가 예나 지금이나 수준급이지요.
13/11/29 11:43
수정 아이콘
만화는 보지 않았지만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유리한
13/11/29 20:06
수정 아이콘
관계는 없는 댓글이지만..
저에게 미생은 좀 불편하더군요.
저는 워커홀릭에 대한 반감이 좀 심한편이라서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8176 [일반] 윤하/신보라/TASTY/M.I.B의 뮤직비디오와 EXO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7] 효연광팬세우실4207 13/12/03 4207 0
48175 [일반] 하이패스 차량만 통과할 수 있는 고속도로 요금소가 두 군데나 있다네요. [32] 광개토태왕8910 13/12/03 8910 0
48174 [일반] 현대의 정신의학은 개인의 개성을 말살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요? [23] nameless..6148 13/12/03 6148 0
48173 [일반]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11] 마르키아르4424 13/12/03 4424 2
48172 [일반] 지극히 주관적으로 바라본 남녀관계의 문제점들 [12] 뱃사공4877 13/12/03 4877 0
48171 [일반] 그 남자와 그 여자, 그리고 결혼 [13] 곰주4220 13/12/03 4220 8
48170 [일반] 국회의원,대통령 선거날 낙태,성매매,간통,여성징병제 투표도 같이 한다면? [71] 삭제됨5174 13/12/03 5174 2
48169 [일반] 요즘 제가 알바하는 이야기 [9] 삭제됨3529 13/12/03 3529 1
48168 [일반] 이번 크리스마스는 모텔에서 보내기 싫습니다.(추가 - 여친님께 이글을 보여드렸더니...) [109] 오빠나추워18559 13/12/03 18559 1
48167 [일반] 내가 바라는 나, 실제의 나 [14] Right3475 13/12/03 3475 3
48166 [일반] 역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흥행 TOP 45 (BGM 포함) [20] 인간흑인대머리남캐5548 13/12/02 5548 0
48165 [일반] 기록, 좋아하시나요? [16] 니킄네임4267 13/12/02 4267 3
48164 [일반] 게시판 이야기 [7] 삭제됨3866 13/12/02 3866 0
48163 [일반] 11월의 집밥들. [38] 종이사진5053 13/12/02 5053 9
48162 [일반] [K리그] 끝나고 나니 허무하네요 [54] 막강테란3626 13/12/02 3626 6
48161 [일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유망기업 Top10 [8] 김치찌개4591 13/12/02 4591 0
48160 [일반] 朴대통령, 김진태 검찰총장·문형표 복지장관 임명 [46] Rein_116325 13/12/02 6325 2
48159 [일반] 골드미스는 없다 (글 수정했습니다) [348] atmosphere11506 13/12/02 11506 12
48158 [일반] 나이를 먹어 가는 것 [34] 웃다.5049 13/12/02 5049 5
48157 [일반] 민간인 사찰 고발자, 장진수 전 주무관 원심확정. 그러나... [24] 곰주5212 13/12/02 5212 2
48156 [일반] [야구] 김선우 LG행 [57] HBKiD6958 13/12/02 6958 0
48155 [일반] 채동욱 전 검찰총장...정말로 청와대가 찍어냈나? [50] Neandertal8160 13/12/02 8160 5
48154 [일반] 살면서 느낀 맛집 찾는법. [63] 니킄네임10115 13/12/02 1011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