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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05 19:16:06
Name 표절작곡가
Subject [일반] 클래식 음악가가 듣는 대중가요...
안녕하세요..
제 아이디를 보면 아시다시피 저는 작곡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클래식말이죠...
(설명하기 쉽게 클래식이고,, 말하자면 순수예술음악입니다.)

제목은 거창하게 썼지만,
별거 없습니다..
제가 대중가요를 전부 섭렵한 것도 아니고,
누구 팬이라서 찾아서 들은 것도 아니구요...
(물론 카라 팬이라 카라 노래는 찾아서 듣긴 했습니다??)

여기서 쓰고 싶은 건 제가 서양전통음악을 공부한 입장에서
'대중가요에 이런 것도 있구나...'
정도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하는 겁니다...

먼저 전문가들이 음악을 듣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가사에 필이 꽂히느냐,
-선율에 필이 꽂히느냐...

그 이상의 것은 물론 전문가의 영역이지요..
반주 음형, 음색의 변화, 화성의 변화, 형식의 변화 등등은
제가 주로 듣는 부분입니다..
또 저에게 특별히 흥미 있는 건 형식인데요..
저는 특히 1절이 끝나고 어떻게 2절로 넘어가느냐
그리고 2절 끝나고 어떻게 종지까지 가느냐 등등이
가장 궁금하고 가장 심도 있게 듣습니다...
(근데 가사는 잘 신경안쓴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ㅡ.,ㅡ)

암튼,
오늘 소개해줄 음악은 이렇습니다...

먼저 음악이론 공부를 좀 할까요??

선율이 연주되는 방법은 4가지가 존재합니다...
뭐가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혼자서 가느냐 둘 이상 가느냐~~

여기서도 나뉩니다...흐흐

혼자 가기 - Monophony, Homophony.
둘 이상 가기 - Heterophony, Polyphony.

설명을 하자면..

Monophony (Mono = 하나, phony = 음)
- 그냥 단선율 자체를 아무런 반주 없이 연주하는 걸 말합니다.
대중음악이든 어떤 음악이든 딱히 들을 일은 없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마주치는 일이기도 합니다...
꼭,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등가 등등에서 앞에 세워 놓고 노래 시키잖습니까??
무반주로~~
적용하자면 그 때 상황을 Monophony라고 할 수 있겠죠~~
원시적인 음악형태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민요든 노동요든 Monophony의 형태가
많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참, 우리나라의 판소리도 Monophony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중가요에선 실례를 찾지 못해 그냥 넘어갑니다~)

Homophony (단성음악)
- 이것도 단선율이 연주된다는 의미는 똑같은데 반드시 합주가 동반되어야합니다..
선율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부는 따로 있고, 나머지 성부는 반주 음형을 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선율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선율이 갖추지 못한 화성적, 리듬적 배경을 품고 있어야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반주위에 선율을 의미하지요...
지금 듣고 계시는 음악이 무엇입니까??
99% Homophony입니다.
반주위에 노래이든 샘플링 위에 노래이든 이런
Homophony의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건 실례가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갑니다..흐흐)

자, 다음은 오늘 특별히 설명하고픈 부분입니다.

Polyphony(다성음악)
- 성부가 여러개라는 의미인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율을 하는 성부가 두개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나의 성부가 다른 성부의 "시다바리"가 아닌 둘 다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서양음악사에선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나 18세기 바로크 시절 극단적인
다성음악이 발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옛날 가요중에 이런데 거의 근접한 음악이 있어서 소개 드립니다.

이소은의 서방님입니다.


4분 10초 쯤에 코러스가 '서방님 내 서방님'하고 있는 동시에 솔로 가수는 '난 언제라도 그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본 가요 중에선 가장 Polyphony에 근접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가요에서는 부분적으로 Polyphony의 아이디어를 빌려온 부분은 있긴 하지만 이렇게 긴 부분을 할애해서
독립적으로 쓰인 곡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이런 형태로 쓰여진 가요가 더 있다면 댓글로 소개해주세요~^^

Heterophony
- 한국어로 번역이 딱히 없습니다..
정의를 하자면 모두가 단선율을 연주하지만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즉흥으로 선율을 꾸미거나 해서
원선율에서 잠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Polyphony에서는 철저히 화성적 법칙에 맞아 들어가야하는데 반해
이건 그런거 신경 안씁니다...
이것도 원시적인 다성음악 형태라 서양음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나라의 음악형태는 Heterophony에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초사이트라 잘 모르시겠지만,,,
군대에서 군가를 부를 때
어떤 사람은 높게, 어떤 사람은 낮게 어떤 사람은 제대로 등등
어떤 때는 단선율로 잘가는 듯하다가 높은 나올때는 
올라가는 넘 안올라가는 넘 등등 케바케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의외로 소리가 풍성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부르는 군가가 바로 Heterophony현상을 말해줍니다.
아님 애국가 제창할 때라든지~
아님 교회에서 반주 없이 찬송가 부를 때라든지....

제가 들은 가요에서는 이 곡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들어보실까요??

패닉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입니다.


'춤추는 광대는 서럽게 갔어도 마음은 여기 남아 해마다 그날이 되돌아올 때면 우리를 저주하네'
이 후렴부분이 바로 Heterophony입니다...
뭔가 불협화도 섞여있지만 매력적으로 들리는데 뭔가 기괴하기도 하고~~

혹시 다른 곡에도 이런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전 언제나 필력 좋은 사람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댓글로 좋은 가수라든가 괜찮은 노래 있으면 소개시켜주세요....^^
표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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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3/11/05 19:26
수정 아이콘
조관우 님은 먼곳에 사비가 폴리포니가 아닐까 했는데 다른 멜로디 두개라기 보다는 변형된 같은 멜로디로 봐야될라나요
표절작곡가
13/11/05 19:36
수정 아이콘
Polyphony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후렴부분의 코러스와 솔로의 노래가 서로 겹치진 않습니다..
즉, 무슨 말이냐면 코러스가 음을 길게 끌면 그 부분 솔로가 부르고,
솔로가 음을 길게 끄는 부분에 코러스가 노래합니다...
Polyphony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13/11/05 19:37
수정 아이콘
Polyphony(다성음악) 해당되는 노래로 부활8집 - 섬.
중 후반부, 이승철씨와 김태원씨가 같은 함께 부르는데 개인적으로 김태원씨의 성부가 더 좋더군요.
표절작곡가
13/11/05 19:58
수정 아이콘
완벽하게 맞게 딱 떨어지진 않지만 Polyphony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처음에는 이승철씨와 김태원씨가 비슷한 선율로 가다가 악구 끝에서 갈라져서
시간차를 두고 서로 모방을 하네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잠잘까
13/11/05 20:14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많은 것을 알아갑니다.
낯선이
13/11/05 20:28
수정 아이콘
흠... 본문의 글 대로라면 추측컨데 위아더 월드 같은 모든 떼창은 헤테로포니가 아니란 얘기인데...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폴리포니는 성부가 꼭 사람목소리여야 하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악기와 보컬이 각각의 선율로 전개되는 곡들은 너무 많습니다.
표절작곡가
13/11/05 20:56
수정 아이콘
떼창은 헤테로포니가 맞습니다...
사람이 둘 이상 노래를 부르는데 완벽히 똑같은 선율을 부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광의적으로 헤테로포니가 맞구요..
제가 예로든 곡은 기법적으로 헤테로포니를 의도하고 만든 것 같아서 실었습니다.

폴리포니의 성부는 꼭 사람 목소리가 기준이 아닙니다...
악기와 보컬이 각각의 선율로 전개되는 곡들은 아마 대부분일 겁니다..
아무래도 사람 목소리끼리 대비가 되면 더 잘 인식이 되어서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비참한하늘이빛나
13/11/05 20:30
수정 아이콘
http://www.youtube.com/watch?v=g-9lKKvMwAE

한국 대중가요는 아니지만, 다성음악이라는게 이런 음악을 가리키는게 맞는지요?
일본의 각종 ost 전문 작곡가 카지우라 유키의 [In the land of twilight, under the moon]이라는 곡입니다.
표절작곡가
13/11/05 21:00
수정 아이콘
폴리포니 맞습니다...^^
FreeAsWind
13/11/06 04: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Heterophony 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네요.
제가 제데로 이해한건진 모르겠지만, 불협화음의 요소가 존재함에도 음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곡들이 종종 있었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곡은
Sum41 - Best of me http://www.youtube.com/watch?v=to0q0WzWkWI
이 곡의 도입부 반주 음형을 heterophony 라고 봐도 될까요?
표절작곡가
13/11/06 17:12
수정 아이콘
헤테로포니가 아닌 듯합니다..
적어도 의도적으로 작곡가가 그걸 의도한 것 같진 않습니다.
육체적고민
13/11/06 05: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나 또 배우고 가네요
13/11/06 09:13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안보고 지나쳤으면 후회할 뻔.
홍승식
13/11/06 12:15
수정 아이콘
아이유의 좋은날 3단고음부분도 Polyphony 라고 할 수 있나요?
I'm in my dream 하면서 3단 고음하는 도중에 코러스(?)로 It's too beautiful beautiful day Make it a good day Just don't make me cry 라고 나와요.
아이유가 3단 고음할 때도 있고 뒷부분 부를 때도 있구요.
표절작곡가
13/11/06 17:22
수정 아이콘
3단 고음 자체는 노래하는 테크닉으로 봐서는 많이 고난이도이긴 하지만,
작곡 테크닉에서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흐흐
3단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긴 음 세개만 쓰면 되거든요~
꼴랑 음 세개로 선율이냐 아니냐를 따진다면 선율 맞습니다..
선율의 정의가 연속되는 두개 이상의 음의 나열이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님 말씀대로 폴리포니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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