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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20 02:32:42
Name 정용현
Subject [일반] 2009년 10월 31일에 있었던 일
2009년 10월 31일.
피지알 정모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전에 먼저 제 이야기부터 좀 해볼까요? 피지알에 처음 가입하게 된건 스갤때문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던 저는 스갤에 자주 갔었고 중학생일때 여기를 처음 알게 되었죠.
아마도 제가 항즐이님을 실랄하게 비꼬는 유머글을 올리고 저는 강퇴를 당하게 됩니다. (심각하게 고민한 커밍아웃입니다.)

그리고 재차 가입했고 그때의 닉네임이 '문근영'입니다.
2007년. 세상읽기를 매일 연재해주시던 NC tester님께서 처음 연 용산정모때 신나라하고 달려나갔습니다.
강릉에서 살다가 학교진학 때문에 수원에 있던 저는 그때 수원에 계신 어떤 여성분과 함께 나갔습니다.
그때 피지알 정모 분위기가 어땠냐구요. 그게 제 20살. 네.. 솔직히 기억납니다. 6년전이지만 아주 희미하게 기억이 조각조각처럼 남아 있습니다.
용산의 감자탕집에서 모여서 밥을 먹었고, 2차로 신대방의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셨고, 막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2009년 늦가을에 한 정모는 아마 최초의 피지알 공식정모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누가누구인지 구분하기 위해서 명찰을 달았죠. 사실 저는 조금 이국적으로 생기기도 했고, 인상이 험하기도 합니다.
정모 장소에 도착해서 명찰을 받고서 식당안으로 입장하는데 '항즐이'라는 명찰을 다신분께서 저에게 "닉네임 바꿔야 겠다"라고 했었죠.
네..굳이 뭐 그래서 바꾼건 아니구요..

피지알 정모 그당시 분위기가 궁금하시죠?
그 여느 온라인사이트 정모분위기와 비슷했어요. 첫만남에 서로 뻘쭘하고 그런거죠. 아마 내일 당장 피지알 정모를 열어도 그때와 똑같을걸요?
온라인에서 무수히 봐왔던 사람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사실.. 조금 어색합니다. 아니 많이 어색합니다.
밥먹고서 2차로 옮긴 바로 옆 술집에서 진정한 허니잼, 꿀잼을 맛보게 됩니다.
김제동을 뺨치는 항즐이님의 사회에 (외모도 약간 비슷한거 같기도하고)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고 부어라 마셔라 하게됩니다.
사실은 제가.. 그날 무슨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아마 여기저기 테이블 쏘돌아다니면서 막 제가 문근영이라는 닉넴 쓰는 사람이라고
오지랖을 부리고 다닌거 같긴해요. 그리고 종로2가 3가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날이 밝아 집에 가게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돌아보니 참 별거없는 이야기네요..

저희 조에 '켈로그김'이라는 처음보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땐 '왠 아저씨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렇게 까지 네임드가 될줄 알았으면 더 친해질걸 그랬나봐요. 지금은 저도 그때보단 나이를 좀 더 먹었으니까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을거 같아요. 그때 만났던 분들 몇몇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일히 다 말할순 없지만 그날 재밌기도 했고, 종로2가에서 헤맬때는 짜증나기도 했고, 슬픈 소식을 듣기도 했었구요. 안타까운 일로 지금은 피지알에 안계신 분들도 기억나고, 잘생기셨던 분들, 이쁘셨던 분들 모두 기억납니다.
강민해설, 박용욱해설, 전용준캐스터도 봤었구.. 술집에서 전용준캐스터 바로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구요. 신기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때가 너무 창피해요.
그때의 저는 나이도 어렸고, 옷도 촌스럽게 입었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제 생각하건데 피지알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남길때도 창피한짓을
많이 했을거 같아요. 그런데 뭐 별수있나요. 제가 그땐 어렸는걸요.
피지알을 시작한게 10대 중반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나이가 스물여섯이니까 이제 근 10년정도를 했어요.
저는 피지알과 함께 같이 컸습니다. 너무 오글거리는 표현인가요? 그치만 진짜에요. 아마 제가 30을 넘겨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도 계속 할거같아요. 피지알서버가 폭발하지 않는 이상.

저는 전보다 더 늙었고 생각은 많아졌고 키보드를 누르는것보다 눈팅하는게 더 편해졌습니다.
점점 소심해지는거 같아요. 과거의 부끄러움때문에. 그렇지만 전보다 더 똑똑해진건 같긴합니다. 일단 허튼 댓글 안달려고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볼때마다요. 댓글을 길게 썼다가. '에이 이런건 그냥 됐어' 하며 취소 누르는거 말이에요.
온라인에서 댓글을 달때 제가 항상 명심하는 것은 내가 오프라인에서도 지금 쓰는 댓글을 면전에서 말로 할 수 있겠는가? 입니다.
이 생각을 한번 하게 되면 의외로 많은 댓글을 썼다가 그냥 취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직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네요.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침묵하게 됩니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것에 대해서 불편한 시선을 가지는것도 아닙니다. 여기저기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있는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피지알에서 있었던 10년간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아마 몰랐을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우리 피지알러들이 피지알타운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살게된다면 지금 이 사이트는 더 좋아질까요? 혹은 나빠질까요?
분명히 더 좋아질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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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FeH₂O
13/09/20 02:47
수정 아이콘
이제는 말할수 있습니다 사실 용산 정모때 충격이었습니다ㅠ
지금뭐하고있니
13/09/20 04:14
수정 아이콘
외모도 약간 비슷한거 같기도하고
외모도 약간 비슷한거 같기도하고
외모도 약간 비슷한거 같기도하고
시나브로
13/09/20 08:27
수정 아이콘
그렇게 두번째 강퇴를 당하게 되는데..
AttackDDang
13/09/20 09:25
수정 아이콘
삼성팬은 눈이 작아지고 앞니가 살짝 나오나보군요 크크크
바람이어라
13/09/20 15:07
수정 아이콘
삼적화...ㅜ
곧내려갈게요
13/09/20 04:37
수정 아이콘
동갑이시네요. 당시 강민선수가 유명해지며 덩달아 강민선수를 후원하던 119(맞나요?) 클랜을 알게되고 119클랜에 더부살이하던 pgr을 알게된게 2002년인데... pgr과 함께 커가고 있다는 소회에 너무 공감이 갑니다.
水草臣仁皿
13/09/20 06:20
수정 아이콘
저는 이날 정모에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습니다. 기말고사가 한창이었거든요

몇날을 밤을 새고 하루 정도 집에 갈 여유가 난 날이 바로 이날이었습니다.

제가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집으로 가기위해 용산에서 급행을 타러 가는 도중 강민 해설을 봤거든요

그때 용기내서 말을 못걸었던게 참 아쉽네요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참여 하고 싶네요
광개토태왕
13/09/20 07:50
수정 아이콘
전 그 당시 군인이어서 정모 못갔습니다.. ㅜㅜ
하지만 그 이후 정모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죠. ^^
켈로그김
13/09/20 09:48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약간씩은 괜찮은 사람쪽으로 향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서도요..(착각일지도..;;)

그 날, 저는 늦게 도착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차의 중반쯤?
다들 흥겨운 분위기에, 저만 제정신인 상황에 위기감을 느껴서 최대한 정신줄을 놓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정모 끝나고 눈 떠보니 서울역(혹은 용산역)이더군요.
꽐라된 저를 지켜주신 두 분이 계셨고, 제가 눈을 뜨고 움직이는걸 확인하고는 가셨습니다.

늦었지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13/09/20 10:53
수정 아이콘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떤 여성분과 함께 나갔다는 것과, 켈로그김님은 아저씨라는것, 그리고 항즐이님은 외모가 약간...? 응?

옛날 정석동 정모가 생각나네요 ^^;; 집에서 5분거리에 정모장소가 있었어서 중간에 집을 다녀오는 만행을 저질렀던 크크크크
Rideontime
13/09/20 11:16
수정 아이콘
본격 정모를 나가고싶게 만드는 글이네요 흐
13/09/20 18:05
수정 아이콘
글을 읽으니 전에 전에 나갔던 kids 오프모임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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