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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09 22:13:06
Name swordfish
Subject [일반] 역사상 가장 많은 피를 빨아 먹은 방어선(8)- 땅굴과 대폭발
1) 1차 대전의 땅굴 전술과 플러머의 계략.

1차 대전은 일거에 1개 사단의 병력을 하늘로 보낼 만큼 압도적인 화력에 비해
병력의 방어력은 형편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기동력 역시 아주 바닥을 기었죠.
보통 양군은 참호에 고정되어 있고 상대방의 진지를 향해 가려면 통칭 '노 맨스 랜드'(No Men's Land)라는
지역을 돌파해야 했습니다. 이 지역은 각종 지뢰와 철조망 등 방어물, 심지어 아군의 포격으로 파인 땅 혹은
이 포탄 구덩이에 찬 작은 연못까지 다양한 장애물로 공격하는 자의 기동력을 제한 했습니다.

그럼 방어하는 쪽에서 기관총을 단지 긁어 대면 1개 대대 병력은 몇개 기관총 병이 모두 저승 혹은 병원으로
보낼 수 있었던 거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군과 연합군 모두 생각해 낸 게 땅굴 전략이었습니다.
땅굴을 파서 바로 적 참호 앞이나 적 참호 뒤에 뚫어 놓으면 이런 기관총 세례를 피해 쉽게 적참호에 도달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미 이런 땅굴의 우수성은 아라스에서 앨런비 대장이 증명한 바 있었습니다. 초기 영국군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앨런비가 파놓은 땅굴을 통해서 빠른 진격이 가능해서 였습니다.

문제는 준비기간이 오래 걸려 제 2차 참호선 돌파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 다수 병력 이동이 곤란하다는 점.
땅굴 위치가 발각되면 상대가 파괴하거나 더 악랄하게 대응하려면 그 입구에 기관총이나 박격포를 조준 놓으면
노맨스랜드에 진격해오는 먹이보다 더 쉬운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상대도 바보가 아니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에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대응술이 바로 역땅굴을 파서 상대 공병을 죽이거나 독가스를 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공도 괜찮죠.>
땅굴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한계가 있었고 대규모 작전에 맞지 않았습니다.

플러머가 생각한 기책도 바로 이 땅굴을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계책을 좀더 특이한 방향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일단 발상의 전환을 꾀했는데, 땅굴을 병력 이동용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땅속이야 말로 상대방 참호의 가장 약한 부분이라는 점을 파고 들었죠.
그래서는 그는 땅굴을 깊이 파고 450톤의 폭약을 독일군 메신 능선 참호 아래 파묻어 버렸습니다.
그 수는 무려 24개! 공사 기간은 1년. 플러머 장군의 준비성을 알 수 있는 작전 준비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

2) 폭죽 놀이
플러머 장군의 2군의 목표는 이 폭약이 묻혀 있는 독일군 참호를 파괴하고 메신 능선을 넘어 이프르 동남부를
강화한 후 능선을 돌아 북진 하여 겔루벨트 고지 그리고 고지 북부의 파스상달-슈타덴 능선을 완전히 점령하여
힌덴부르크 라인을 돌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메신 능선 전투- 진행도, 여기에서 아르님(당시 독일군 4군 사령관, Arnim)이라는 단대호 표시가 된 곳이 겔루벨트 고지
그리고 지도에 없지만 그 바로 위쪽이 3차 이프르 전투를 장식할 파스상달-슈타덴 능선입니다.>
하지만 헤이그는 이 대작전의 일부인 메신 능선 전투만 플러머에게 맡기고 그 후에 5군 사령관 고프에게 일임할
생각이었습니다. 헤이그 입장에서 플러머는 너무 신중하여 과감한(3자나 후대인이 보기에는 무모하고 무능한)
고프 쪽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제 3차 이프르 전투의 시작인 메신 능선은 플러머의 지휘하에 완벽에 가깝게 진행 되고 있었습니다.
24개의 대규모 지뢰. 그리고 2200문의 대포, 72대의 마크2 전차까지.

그리고 1917년 6월 7일. 플러머는 작전 전날에 부하들에 농담 스럽게 한마디 합니다.
[적어도 내일 역사는 바꾸지 못할지라도, 지형은 바꿀 수 있을 껄세]
그리고 그날 3시 10분. 그의 말은 현실화 되었습니다. 5발은 불발 난 상태에서 19개의 초대형 지뢰는 폭발하였고
이는 해협 건너 런던의 수상 집무실에도 폭음이 들릴 정도 였다고 합니다.

이 대규모 불꽃 놀이에 의해 독일군은 거의 1만의 병력이 폭사 해버렸습니다. 보통 솜므에서 몇시간 만에 영국군
1개 사단이 녹았다고 하지만 이 전투에서 독일군 1개 사단은 말그대로 순간 사라져 버린 것이죠.
그리고 플러머 말대로 메신 능선의 지형은 바뀌어 버렸습니다. 독일군의 모든 능선의 방어 시설이 깨끗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대규모 지뢰 폭발 후 메신 능선의 독일군 진지>

그리고 2천문의 포들이 발사하는 탄막의 엄호를 받아. 영국 10군단은 그냥 능선을 걸어서 점령해 버립니다.
하지만 영국군의 수고는 여기에서 끝난게 아니었습니다. 산 반대편에 건설된 독일군의 제2방어선인 스타베르너 선을
점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영국군은 독일군과 사흘간 혈투 끝에 2만의 사상자를 내며 제 1차 목표를 달성합니다.
독일군의 출혈은 너무 컸고 반격과 수비를 위해 상당부분 전력을 소비한 상태 였습니다.

이젠 영국군에게 길은 열렸습니다. 사실상 독일군의 왼쪽 측면 겔루벨트 서쪽은 완전히 무방비가 되었고
점령한 곳에서 북진한다면 힌덴부르크 선은 뚫리고 영국군은 완전한 승리를 얻을 판이었습니다.

몸이 단 헤이그는 플러머에게 묻습니다.
- 귀관이 겔루벨트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며칠이 필요한가?
플러머는 포병을 다시 산너머로 이동시키고 공격 준비를 위해서는 사흘이 필요하다고 답합니다.

이에 헤이그는 플러머의 2군 예하 2개 군단을 좀더 신속하게 공격할 과감한 장군 고프에게 주고
고프의 5군에게 겔루벨트를 공략할 것을 명합니다.

하지만 이 헤이그의 결정은 파스상달의 악몽으로 향해가는 첫번째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 3차 이프르를 사실상 지휘할 고프 대장- 이미 아라스 전투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인물입니다. 그는 전쟁 시작
부터 영국군을 지휘했던 인물이었는데 한번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안잘린 특이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나은 스미스-도리안, 롤린스, 앨런비가 잘린 가운데 말이죠. 특히 솜므, 아라스, 3차 이프르는 그의 졸렬한
지휘가 너무 잘 나타난 상태에서도 안잘리고 최종적으로 1918년 독일군의 춘계 대공세 중 하나인 미하엘 작전에서
자신의 5군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가서야 롤린스로 교체되면서 잘린 천운의 인물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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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씁니다
13/09/09 23:54
수정 아이콘
땅굴을 파고 폭약으로 날려버리다니!! 대범하군요. 잘보고 갑니다.
찬공기
13/09/09 23:57
수정 아이콘
공손찬과 원소 대결 느낌 나네요. 성/진지 높이 쌓고 버티니까 밑에서 통째로 날려버리기;;
노도장
13/09/10 00:01
수정 아이콘
전사상자 단위가 2차세계대전보다 4~5배는 더 큰 듯 하네요.
Cool Gray
13/09/10 00:55
수정 아이콘
전사자로만 따져도 2차대전에서 죽은 사람이 24M(2천 4백만 명)인데, 1차대전에서 죽은 사람이 10M입니다. 단순 Military Dead만 따져서요. Civilian Dead까지 합치면 2차대전 당시 죽은 사람은 양 진영 합쳐서 7천만이 넘어갑니다. 솜 전투 전선에서 백만이 죽긴 했지만 스탈린그라드에서는 민간인 제외하고 양군 합쳐서 2백만이 사망 또는 부상당했습니다. 2차세계대전은 그 어떤 다른 대전, 심지어 1차 세계대전에 비해서도 비할 바 없이 큰 비극이자 큰 규모의 전쟁이었습니다. 전부 출처는 영문 위키피디아입니다.
노도장
13/09/10 02:19
수정 아이콘
아. 제가 말한 것은 "독일 vs 영국 + 프랑스"를 말한 것입니다.
막 가볍게 10만, 20만씩 녹아내리는 모습이 마치 2차세계대전 당시 동부전선을 연상케 해서요.
13/09/10 00:31
수정 아이콘
이전투 최근에 영화로 본거같네요.
Je ne sais quoi
13/09/10 08:31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스카야
13/09/10 12:56
수정 아이콘
참 한번에 1만이 사라진다라.. 상상이 안가네요 말이 1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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