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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25 11:01:40
Name DC 하는 준구씨
Subject [일반] 자발적 민영화와 한미 FTA의 이중주
“한미 FTA, 대안은 이렇다” - 시리즈 I 공공서비스

                                  
“더 이상 좋을 수 없다”와 “아쉽다”

“한미 FTA의 서비스 분야 합의는 특별히 강력(particularly strong)하다”. “협정은 서비스 분야 미국기업에게 대단한 기회(substantial opportuniy)를 부여할 것이다”. “특송, 법률, 회계, 그리고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중요한 서비스 분야가 자유화됐다”

지난 5월 25일 발표된 미국의 자문위원회 보고서 중 총론에 해당하는 ‘무역정책 및 협상 자문위원회(ACTPN)'의 서비스 분야 평가다. 투자 분야와 지적재산권 분야 역시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듯 환호와 찬사 일색이다. 미국 자문위원회는 700명의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4월 2일 타결이 되자마자 협상안의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의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되지 않으면 미국 대통령은 협상안에 사인을 할 수 없다. 이들은 그동안 미국이 맺은 모든 FTA에 대해서도 이런 보고서를 냈다. 따라서 이들이 한미 FTA의 평가를 하는 일은 동시에 과거의 FTA와 비교해서 미국식 FTA의 표준안을 계속 가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결론은 ‘아시아의 모범’ ‘세계의 모범’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우리 쪽  주장은 사뭇 다르다. “법률, 회계 등 고급 서비스시장도 일부 개방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저는 좀 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교육, 의료 시장은 전혀 개방되지 않았고, 방송 등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아쉬운 대목입니다”(대통령 담화, 4.2) 어찌 보면 극과 극의 반응이다. 미국이 환호하는 바로 그 분야의 개방이 덜 됐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아쉬워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여기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공공서비스 분야 포괄 유보의 뜻

정부가 협정문과 함께 공개한 “상세 설명 자료”는 사회 서비스, 공공 서비스를 포괄 유보했다고 밝혔다. 즉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모든 규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유보(미래유보)”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어떠한 정책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사회 및 공공서비스의 개방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의 FTA, 또는 투자협정으로 공공서비스를 개방한 나라들은 예외없이 공공요금의 급등, 그리고 시골지역의 서비스 중단을 겪었다(자발적으로 민영화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멕시코의 철도는 멕시코 시티(수도)를 벗어나 얼마 안 가서 끊어졌고(일본 철도도 민영화 이후 시골로 가는 지선(支線)이 끊어졌다) 볼리비아의 수도 요금은 급등했으며(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급등했다), 코스타리카의 건강 보험은 붕괴했다(세계 최고라던 영국 국가보건체계도 민영체계의 도입 이후 양극화를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낭떠러지 끝에 걸렸고 때로는 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런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니 그 아니 좋은가? 그런데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곧 민간영역의 서비스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민주노동당이 정권을 잡아서 공약대로 ‘무상의료’를 실시한다면 현재 한창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AIG나 삼성생명의 사업은 어떻게 될까? 정부 주장은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데(미래유보란 그런 뜻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도 미국 업계가 환호하다니 대통령 어법을 흉내낸다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우리의 미래를 보여 주는 ‘우편 서비스’

수수께끼의 답은 대통령 담화에 이미 들어 있었다. “세계 중에서도 미국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공공서비스와 문화적 요소는 보호하되 산업적 요소는 과감하게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합니다.”(대통령 특별담화, 4.2) 즉 공공서비스에 숨어 있는 ‘산업적 요소’를 자발적으로 개방하고, 나아가서 민영화하겠다는 얘기다.  “우리가 알아서 개방할테니 한국 국민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고 우리 협상단이 얘기했다고 가정한다면 위의 수수께끼는 자연스레 풀린다. 또한 대통령의 이 말은 ‘산업 경쟁력 강화’의 이름으로 자발적 개방/민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한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 시절에 IMF는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했고 재경부는 IMF 플러스를 한다며 전기, 철도, 수도 등 네트워크 산업, 의료, 교육의 민영화 계획까지 모두 작성했다. 참여정부 초기, 인수위원회 1분과가 네트워크 산업 민영화를 중지시켰지만 한미 FTA는 그 ‘봉인’을 깰 그들의 영웅이다.

즉 한미 FTA 협정문 상에서 미래유보로 분류돼 있더라도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개방하는 경우, 그리고 미국기업이 그 산업에 참여한다면 그 때부터 한미 FTA의 각종 조항, 특히 투자, 정부조달, 공공독점 조항들이 여지없이 괴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막았다는데 미국 업계가 환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 우리의 미래를 협정문 상에서 직접 보여 주는 분야가 있다. 바로 우편 서비스 분야이다. 정부는 우선 국제특송시장을 개방했다. 이미 한국에 들어온 UPS, TNT, Fedex, DHL 등 4대 특송업체의 발이 풀린 것이다. 이제 문제는 우체국이 거의 독점적으로 하고 있는 국내 특송, 즉 (원거리) 택배다.

김현종 본부장은 확인 서한(confirming letter)에서 “민간배달 서비스의 범위를 증대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우정당국의 독점에 대한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대한민국의 우편 규제 체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자국 내 모든 우편 및 특급배달 서비스 공급자에게 비차별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즉 한마디로 5년 내 국내택배를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미 자문위원회는 이렇게 해석했다. “미래 언젠가 한국의 우체국이 더 이상 정부기관으로서 운영하지 않게 되려면(즉 민영화하려면), FTA는 양국 정부가 서로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즉 미래에 개방을 넘어 민영화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내용은 협정문에 나오지 않는다. 필시 미국 무역대표부가 자문위원회에 보고할 때 나온 설명일텐데 도대체 한국 대표단은 무엇을 약속한 것일까? 대표단은 펄쩍 뛸 것이다. 그러나 확인 서한 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민영화를 약속한 것과 다름 없다(물론 외교부 서기관은 친절하게 메일을 보내서 민영화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본격 예고된 이중주 - ‘물 산업 육성 정책’

모든 공공서비스, 특히 네트워크 산업과 의료, 교육, 주거 등 ‘가치재산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필수재이다. 한미 FTA 협정문 상에서는 2005년 7월 1일 이후 건설된 철도의 서비스, 그리고 앞으로의 건설이 개방됐고 각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투자 한도(외국인 지분율)가 확대됐다. 본격적 개방, 그리고 미국 기업과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협정문이 전부가 아니다. 정부의 자발적 개방=민영화는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첫 번째 타자로 물이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 7월 16일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나는 경향신문에 “끔찍한 물 민영화”라는 글을 썼고 환경부에서는 ‘오해’라는 메일을 보냈다.

언제까지 이 지리한 메일 공방을 되풀이해야 할까? 그들은 자신들의 인식 자체가 수에즈나 비방디와 같은 세계적인 물 초국적기업이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에는 물을 ‘공공재’로 간주했으나 이제 ‘경제재(economic goods)'로 보아야 하고 이에 맞춰 공공서비스로 생각하던 상하수도를 이제 산업서비스로 보아야 한다는 참으로 기특한 인식 전환이다.  

그러나 경제재라는 용어는 초국적 물기업과 세계은행이 만들어낸 신조어일 뿐, 현재의 표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다. 경제적인 재화가 됨으로써 희귀한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정도야 짐작이 가고 우리의 물 낭비를 생각하면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주류경제학 체계 내에서도 방어하기 어렵다. 상하수도는 네트워크 산업이며 따라서 자연독점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고 동시에 교차보조를 필요로 한다. 일정 지역의 상하수도 망을 누군가 소유하게 되면 적어도 그 지역에서는 독점이 된다. 경쟁하는 망을 또 건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 불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류경제학도 인정하는 시장 실패의 대표적 케이스이다.

시골의 수돗물이 끊어질 수 밖에 없다

네트워크 산업은 인구가 희박한 지역의 1인당 서비스 공급비용이 인구 밀집지역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수도권의 기차에는 1000명이 타고, 시골의 기차에는 10명이 탄다. 시장원리, 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다면 시골의 기차 요금은 100배가 되어야 마땅하다.

시골의 저 외딴 집 하나에 수도를 공급하려면 그 집만을 위해 수도관을 1km를 매설해야 한다. 물론 아파트 촌에서는 그 정도를 투자하면 100가구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인프라 비용을 요금에 반영한다면(민간기업의 요금 계산법이 그렇다) 시골의 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외환위기 시절에 민영화한 통신에서는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골 외딴 집에 새로 유선 전화를 놓으려면 마지막 전신주에서 집까지의 거리에 비례해서 설치 비용을 더 물어야 한다.

이러한 1인당 비용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교차보조(cross subsidy)이다. 사실상 인구 밀집지역에서 실제 비용보다 더 많은 요금을 받아 시골에 보조를 해 준다는 뜻이다. 우리 헌법에 보장된 사회권(최소 수준의 서비스 보장)의 핵심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여러분이 민영화된(또는 민간위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수도회사, 또는 현대수도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해 보라. 외딴 집에 수돗물 공급을 하려고 노력하겠는가? 보급률을 늘리면 늘릴수록 손해가 나는데 왜 민간기업이 그런 일을 하겠는가? 교차보조를 받아서 유지됐던 기존 수도마저 끊어질 것이다.

더구나 민간기업은 주식시장의 단기 평가를 받는다. 매년 경영진이 주가에 따라 갈리는데 장기 인프라 투자를 할 리 없다. 투자한 비용을 빨리 회수하는 데 골몰할 뿐이다. 불행하게도 상하수도의 신설, 또는 유지 보수가 다 이런 장기투자에 해당한다. 더구나 단기에 주가를 올리는 지름길은 대량해고이다. 지금은 지방정부가 하고 있는 상하수도 사업이 민간에게 넘어갈 때 틀림없이 일어날 일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비용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90년대부터 물 민영화를 한 미국, 영국 등에서 수도요금의 폭등과 투자 저하, 단수 조치는 비일비재로 일어났고 물 민영화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심지어 미국 아틀란타 시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물의 수압이 낮아서 진압을 하지 못하는 비극마저 발생했다(수압을 낮추면 유수율이 낮아져서 물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초국적기업과 세계은행의 화려한 유혹에 넘어갔던 중남미나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제 FTA는 어떻게 작용할까?

한미 FTA, 한 EU FTA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불행하게도 환경부의 추진계획은 FTA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한미 FTA에서 상하수도를 포함한 환경서비스는 미래유보(정부가 언제든지 규제를 강화하거나 공공독점을 할 수 있다)에 분류돼 있다. 그러니 건강과 환경에 관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정부는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글은 끝까지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환경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하지만 “관련 법 규정이 사적공급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 사인간 계약에 의하여 공급되는 해당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미래유보 p14)

즉 한국의 상하수도법이 사적 공급을 허용하면 여기에는 미래유보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환경부 서기관은 민영화가 핵심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세부계획 곳곳에 민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환경부의 세부계획 9쪽을 보면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        공정경쟁의 여건 조성 및 제도정비
        ◦        민간부문의 물 산업분야 진입장벽 요소를 제거
        ◦        수도사업자(지자체, 공기업)간 또는 기존수도사업자와 민간기업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환경 조성 및 제도정비

바로 이러한 구절은 한미 FTA 상 정부독점의 포기를 의미한다. 또한 지자체나 공기업이 교차보조 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적 운영의 원칙, 공정경쟁의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거나 인프라 투자를 전제로 외국인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도 원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당장 투자 챕터의 의무부과금지에 걸리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에 안정적인 수익을 약속하고 이러한 ‘의무’를 계약에 집어 넣을 수는 있겠지만, 훗날 요금 폭등이나 투자 부족으로 인한 수질 악화가 발생해도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건 곧바로 투자자국가제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계약만 잘 맺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중앙부처나 지방부처의 실무자들, 또는 일부 환경단체의 생각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정책 목표(수질개선이나 상하수도 보급 확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민영화에 따르는 예산 절감이라는 직접적인 이익도 사라진다. 달라지는 것은 예산의 투입 시기와 방식일 뿐 국민의 부담은 과거와 다름이 없다. 우리는 민자 유치로 건설한 도로에서 이미 이런 일을 겪고 있다.  

적정 규제와 미국형 FTA 간의 대립

일반적으로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할 때는 새로운 규제기구가 설립된다. 예컨대 국민의 정부 시절 전기 산업 민영화계획을 세우면서 전기위원회의 확대를 필수 조건으로 얘기했고 물산업 육성 방안에도 새로운 규제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삶의 필수재의 양과 질을 그냥 변덕스럽기 그지 없는 시장기구에 맡겨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규제기구는 미국형 FTA의 상업성 원리와 부딪히게 된다. 모든 규제는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이유, 또는 그것이 ‘불필요하게’ 무역이나 투자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즉 규제와 FTA는 원리적으로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된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수입규제, 나아가서 유전자 변형생물체(LMO)의 수입규제 역시 이 문제에 연결돼 있는 것이다. 건강과 환경 정책의 수립은 ‘예방 우선의 원칙’을 따르지만 이것은 곧 FTA 상의 ‘상업상의 원리’와 맞부딪힌다. 미국산 쇠고기나 LMO가 병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것은 ‘불필요한 규제’가 되는 것이며 협정 위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당연히 과소규제를 하게 마련이다. 더더구나 그러한 규제가 수천만달러 짜리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공무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뻔하다. 심지어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급식조례가 WTO 위반이라고 판시하는 법원까지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한 용기를 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이다.    

이상의 논리는 모든 공공서비스에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났던 비극이 모두 이 땅 위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물의 예에서 보았듯이 정부는 개방과 민영화를 물산업 육성, 에너지 산업 육성, 철도 산업 합리화 등 산업의 논리로 포장할 것이다. 또한 여기서 자세하게 소개할 여유는 없지만 '관민합작'(private public partnership)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가버넌스로 포장될 것이다. 바로 물 산업 육성 방안에 제시돼 있는 민간위탁, 임대, 양여, BOT, 매각 등이 그것인데 이 모두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제 곧바로 국민의 삶은 온전히 시장의 논리에 따라 출렁거리게 된다.

더구나 이런 계약에 미국기업이 끼어 들게 되면 이 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한미 FTA를 폐기하지 않는 한 개방-민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고 만다. 이제 공무원들은 어떠한 비판에 대해서도 한미 FTA 협정문을 내민다.  캐나다의 한 정치학자가 표현했듯 일개 무역협정문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초헌법적 상황’이 벌어진다. 당신이 상위 10%에 속하고,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계속 10% 내에 속하지 못한다면 그 삶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행여 그럴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환경이 다 파괴된다면 아무리 많은 부를 쌓아 놨다 해도 이 땅에서 살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 때 환경운동의 지도자였던 사람이 한미 FTA를 반대 유무로 진보-보수를 나누는 것은 저급이라느니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환경운동 실무자들이 한미 FTA 투쟁을 외면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안은 어디에?

한미 FTA를 저지하지 못하면 대안은 없다.  현재 정부가 유포한 “(한미 FTA의) 대안이 뭐냐”는 질문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극소수이며 oecd 국가 중에는 미국과 바로 붙어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면 호주 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나 대안 문제는 우리 스스로 제기해야 한다. 한미 FTA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정책의 기조를 시장만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면 그 대안은 단순히 무역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관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선거나 총선에서 한미 FTA를 최대의 이슈로 만들어 낸다면 일반 국민들도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청사진을 요구할 것이다.

전 세계의 수준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의 공공 서비스는 결코 평균 이하라고 말할 수 없지만 공기업 일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개방-민영화의 논리에 맞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 산업의 기술적 특성 때문에 대안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겠지만 몇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공급의 효율적 확대를 말하기 전에 소비부터 줄여야 한다. 물, 에너지 등이 특히 그러한데 예컨대 필수 소비량까지는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공급하고 그 이상의 소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요금을 매겨야 할 것이다. 여기서 오는 수입은 필수 소비량의 질을 높이는 데 쓰야야 한다. 이것은 교육이나 주거, 의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리이다.

둘째, 어떤 형태의 가버넌스를 취하든 지역의 주체들이 의사결정에 훨씬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사실상 대기업을 의미하는 민간(private)의 참여가 아니라 민중(people)이 참여하는 ppp(people public partnership)가 되어야 한다. 우선 공기업을 평가할 때 지난 20년간 점점 더 강화해서 적용한 효율성 지표를 공공성 지표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규제기구 자체의 민주화도 필수적이다.      

셋째, 환경친화적인 공급원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물의 경우 빗물을 최대한 이용한다든가,  재생가능에너지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다.

넷째, 공공서비스의 전달은 지역공동체가 담당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나 전국 차원의 네트워크 구조는 서로 다르겠지만 최종 서비스 공급과 수요는 지역공동체가 다양한 형태로 담당해야 한다. 물, 에너지, 주거, 의료, 교육, 요양 서비스가 모두 그러하다.  

이런 원칙 하에서 각 산업마다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해당 노동자와 소비자, 지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한미 FTA 저지 투쟁과 함께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출처는 역시 정태인 홈피
이게 아마 시리즈물로 나왔을텐데... 뭐 더 찾아보겠습니다만
요즘 봇물처럼 나오는 FTA에 관련 책들에서도 볼수있을듯...
생각해보면 미국산소고기에만 국한되게 생각하는데
굉장히 복잡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간과하는게 너무 많아서리
노무현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권위적이지 않은 리더쉽에 끌린듯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는 민중과 민주공화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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彌親男
08/02/25 12:35
수정 아이콘
자꾸 나라에서 '소고기'와 '쌀'에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면서 다른 것들은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생각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미 FTA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재밌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쌀 개방 저지'했다고 정부에서 "우리 잘했지?" 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저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어짜피 우루과이 라운드때문에 다 개방해야 할텐데... 아예 WTO를 탈퇴하든가..
DC 하는 준구씨
08/02/25 13:39
수정 아이콘
가장 잘했다던 자동차부분도 2.5% 관세철폐하고 우리나라 시장은 다 열어줬는데 뭐 실질적 자동차세도 인하되겠지만
생각해보면 소나타 2000만원짜리(뭐 미쿡에서는 1500만원이면 사는데) 50만원 인하해준다고
미쿡 실구매자들이 과연 캠리와 어코드를 포기하고 소나타를 살것인가???
정몽구가 과연 50만원 싼 가격으로 팔지도 궁금하고 그 돈 연구개발비로 쓸건지 쌈짓돈으로 먹을지...
미쿡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좋은가???
08/02/25 16:35
수정 아이콘
이제 항상 제목 앞에 '[펌]' 이라고 달아주시는게? 자유 게시판에 홀로 펌글만 퍼나르시느라 고생 많으시네요. 우리가 이런 펌글까지 PGR에서 봐야하는 건가요. 이런 주제의 글은 인터넷에서 따로 찾아보면 얼마든지 나올 텐데요. 굳이 dc하는준구씨님이 매일같이 퍼오시지 않아도 말입니다. 정말 궁금한데, PGR엔 무슨 목적으로 가입하셨는지요.. 게임에는 전혀 관심있으신 것 같진 않고.. 이런 식의 활동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다른 언론 사이트를 찾아보시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다린다
08/02/25 17:39
수정 아이콘
펌글이라도 좋은글이면 보면 좋죠... 왜 펌글을 pgr에서 보면 안되는 건지..

자기가 생각한, 생각 했던 주제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도 있지만 이렇게 사실들을 알아가는 것도 좋지 않나요?

물론pgr은 개인사이트(분란이 많았죠)이고 게임정보를 주로 제공 하는 사이트였지만, 세상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진화하고

pgr도 초기보다는 어느정도 진화 했다고 생각 합니다.(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자유게시판이니 여기서 못볼것도 없죠
던진도너츠
08/02/25 18:09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글 저런 글 볼 수 있어서 피지알 자게가 좋습니다.
다만 펌글은 제목 앞에 펌글이라고 쓰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매번 이런 글 게시할 때마다 펌글이라고 명시하라는 댓글 달리던데 꿋꿋이 안 하시는 거 보면
아예 펌글이라고 명시할 생각이 없는 거 같긴 하지만요
피지알 이용자가 워낙 많다 보니까 조금 다른 의도의 글을 올리시는 분도 가끔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글쓴분이 아니 글펀분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관리자가 알아서 하시겠죠 뭐.
암튼 내용 자체는 재밌네요.
오소리감투
08/02/25 18:16
수정 아이콘
참여정부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우파 정부였죠..
공공부문 민영화는 서민들에겐 재앙입니다..
당장 수도요금이나 가스비가 몇배 뛴다고 생각해보세요..
하늘리차
08/02/25 18:33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글을 올렸는데 퍼왔다고 비꼬네요 고생이 많아요?? 무슨 목적이야기 까지 나오고
08/02/25 18:50
수정 아이콘
랩교 // 지지난 번 글부터 사사건건 시비성 리플을 다시는군요.
이런 주제의 글을 따로 찾기가 힘들어 준구님의 아이디를 검색해서 읽는 저 같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텐데요
[펌] 이라는 말머리를 달아 주기를 원하신다면 그렇게 공격적인 어투를 사용하실 필요가 있으셨나 싶습니다.
그냥 맘에 안 든다고 까놓고 말씀하시죠.
정형식
08/02/25 20:11
수정 아이콘
옮기신 분께 나쁜 감정은 없지만 저도 글의 제목의 말머리에 퍼왔다는 표시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게임게시판에 있는 몇몇 펌글들을 보면 제목에서 뿐만 아니라 글의 처음에도 퍼왔다고 분명히 명시가 되있죠.
(꾸에에님의 글 등..)
어려운 일이 아니니 한번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08/02/25 21:24
수정 아이콘
DC하는준구씨님 아니면 피지알에서 이런 글 찾아서 읽기란 거의 불가능할텐데.
다른 곳 안찾아다니면서도 여러가지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은거죠.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맨처음 퍼온글은 글에 출처를 명시해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하니.
이제는 제목에 써달라고 요구하고.

유게도 다 펌글이라고 제목에 명시를 해야하나요?
던진도너츠
08/02/26 01:50
수정 아이콘
민영화와 한미fta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고 있나 한번 볼까? 하고 클릭했다가
다시 말해, 일반 네티즌(피지알러)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끄트머리에서야 이 글이 경제전문가 그것도 정치인의 글이었다는 것을 알면 조금 다른 감정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경제전문가나 정치인의 글이 어떻다 그런 말이 아니구요.
그런 걸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다.
전 이 분 글, 아니 퍼온 글들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계속 올려주셨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저는 나름 오랜 경력의 눈팅피지알러이므로 아이디 보고 대번에 '정태인 글 퍼온 글이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다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처음부터 퍼온 글이란 걸 알게 하는게 더 좋다 이 말입니다.

하지만 하고 안하고는 글쓴 분 마음입니다.
전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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