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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30 12:05:53
Name 쉬군
Subject [일반] 혼인신고를 하다.
결혼식 당일이 되었는데 모든게 꼬이기 시작했다.

메이크업과 헤어는 이상하게 마음에 안들만큼 망쳐져있었고,

예약해둔 턱시도는 뭐가 문제였는지 제시간에 도착이 안되어서 까딱하면 피로연용 정장을 입어야될거 같다.

설상가상 결혼식장에서 예약에 오류가 있었는지 다른 커플과 시간이 겹쳐져 합동결혼식이라는 말도안되는 일이 벌어질 판이다.

덕분에 결혼식 분위기는 아비규환, 월드워Z도 이 분위기에 비하면 도서관일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떴다..

아 꿈이였구나..

대체 왜 이런꿈을 꾸었나...싶어 생각해보니 전날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식까지 두달이 넘게 남았지만 대출이니 뭐니 준비하다보니 미리 혼인신고를 하자고해서 냅다 해버렸다.

그래도 꼴에 '혼인신고서'라 잔뜩 긴장하면서 서류작성하고 도장에 민증에 다 준비해서 쫄깃한 기분으로 구청에 갔지만,

서류받고 5분도 안되서 "끝났습니다." 한마디에 나는 법적 유부남이 되어버렸다. 부부가 되는게 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쉬운 일이였나...

처음엔 별 감흥도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유부남들이 농담삼아 말하는 인생이 끝났다..라는 느낌은 아니다.

시원섭섭함. 물론 이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심플한 기분은 아니지만 표현하자면 가장 근접한 표현일 것이다.

이제 내 인생에 더이상의 가슴설레는 연애 초기도 없을거고 어디 놀러가서 여자들에게 껄떡대는짓도 못할거다.

평생 한여자만 바라봐야하고, 앞으로 태어날 내 자식을 위해 살아야겠지.

그런데 딱히 나쁜 느낌은 아니다. 이런거구나 유부남의 느낌이.

어머니한테 전화를 한다.

이제 아저씨라며 놀리는 어머니 목소리에도 묘한 감정이 섞여있다.

내 자식이 다커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는데서오는 기특함과 당신의 품을 떠난다는 허전함일것이다.

시원섭섭함. 나와 같은 기분이시겠지.


이렇게 서류상의 부부는 완성되었다.

하지만 형식상의 부부는 완성되지 않았다.

결혼식이 남았지만 이미 꿈에서 결혼식때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 경험했다.

앞으로 잘 살려고 그런꿈을 꿨으려니 하면서 담배한대를 물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어이 마누라 앞으로 잘 부탁해~"

전화기 건너편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평생 웃을일만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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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3/07/30 12:09
수정 아이콘
으흐흐. 잘 끝날겁니다~
전 결혼식, 신혼여행 다 끝났는데 시간이 없어서 혼인신고만 못했습니다.^^;
13/07/30 12:11
수정 아이콘
저와 비슷하시네요. 저도 결혼식 2달 앞두고 혼인신고 먼저 했습니다. 허허...
앞으로 행복하시길!!!!!
불량공돌이
13/07/30 12:12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 5월에 결혼했지만, 신혼집 대출때문에 혼인신고를 1월에 했지요.
서류상의 결혼은 1월에 했고 형식상의 결혼은 5월에 했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작년부터 부부였던것 같습니다.
아직 완전한 혼인까지 남은 여정이 많은데 은근히 신경이 쓰이지요. 저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평소에 잘 안꾸던 꿈 자주 꾼 듯합니다.
화이팅 하시고 결혼 축하드립니다.
불량공돌이
13/07/30 12:32
수정 아이콘
번외로 혼인신고는 지금생각해보면 되게 간단했지요.
마눌님이 휴가를 못내서, 필요서류를 가지고 저혼자 가서 제출하고 왔습니다.
증인 2명이 필요한데 처형과 동서형님이 해줬고 필요서류인 가족관계증명서였나? 그건 장모님이 떼 주셨습니다.
즉 마눌님 없이도 혼인신고가 가득하더군요. 너무 쉬워 법적으로 악용될 소지는 없나 걱정이 들정도로..
[Oops]Rich
13/07/30 12:12
수정 아이콘
저도 대출 문제 때문에 결혼식보다 2달여정도 먼저 혼인신고를 했네요
전세 계약까지 일주일 남은... 대출 신청하고 실질적으로 돈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
하루라도 더 늦어지면 전세 계약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마지노선의 그날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문제는 그 전날 새벽5시까지 전화로 싸운 상태여서 혼인신고 하러 같이 구청 가서 서로 한마디도 안하고 혼인신고 했습니다 크크크크
끔찍했네요 크크
노틸러스
13/07/30 12:14
수정 아이콘
아아 피지알에 유부남이 가득해
13/07/30 12:18
수정 아이콘
아아 역시 솔로가 기댈곳은 없는건가요..
설탕가루인형형
13/07/30 12:21
수정 아이콘
솔로가 기댈곳으로 돌아오세요 아서님 크크크
13/07/30 13:14
수정 아이콘
으으... 확밀아엔 남캐가 가득해~
13/07/30 12:22
수정 아이콘
오오. 다시 한 번 이 댓글을 달아야겠군요.
Welcome to Hell!!!!
안동섭
13/07/30 12:23
수정 아이콘
아아... 이렇게 또 한 명이 유부촌으로 ㅠㅠ
스타카토
13/07/30 12:24
수정 아이콘
진정한 결혼생활이란건....아이가 생기면서가 진정한 시작이죠...
지금은 Welcome to Hell이지만...
아이가 생기면....불지옥모드가 시작되는거죠~~~
지금을 즐기세욧!!!!!!!!!!

16개월 딸아이랑 놀아주면서 몰래 댓글달고있는 딸바보의 명언입니다....
13/07/30 12:28
수정 아이콘
아직 10개월차라 불지옥인듯....
이제 마구마구 기어다니는데 걸어댕기면 불불지옥 되는거 아닌가요?
스타카토
13/07/30 12:46
수정 아이콘
act1 미션클리어 하셨군요.
다음은 act2 클리어 하셔야죠????
별지기
13/07/30 12:58
수정 아이콘
문제는 지금 하는게 하드코어 모드라는거죠.
되돌릴 수 없습니다..하하
흐콰한다
13/07/30 12:26
수정 아이콘
행복한 결혼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13/07/30 12:34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runtofly
13/07/30 12:38
수정 아이콘
전 10월에 결혼했는데 잊고있다가 마님 회사 스키장 시즌권할인때문에 12월되서 갑자기했다는.. 크크 남은 일 잘치르세요
13/07/30 12:43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두둔발
13/07/30 12:46
수정 아이콘
우선 예비신랑 되심과 법적인 부부가 되었음을 축하드립니다.
요즘엔 전세대출때문에 일찍 신혼신고 한다고들 하던데 진짜인가 보네요.

제 아내도 겪었던 일이지만 예비신부들 대부분이 결혼식 1~2달 남기고 부터
집안끼리의 예절에 따라 각종 스트레스를 받는 민감한 시기이므로 쉬군님께서
잘 보살펴 주시길 바래요.

가끔씩 시간나면 다음 미즈넷토크의 며느리희노애락 게시판을 들어가서 읽어보시면
혹시 가까운 장래에 아내분이 느낄지도 모르는 여러가지 고충들도 잘 나와있으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13/07/30 12:48
수정 아이콘
인생의 무게가 한층 늘어난 것에 대해 애도드리며,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행복할 날들이 가득할 것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알테어
13/07/30 12:48
수정 아이콘
저도 대출아니였으면 1년 뒤에 혼인 신고 했을겁니다. 그놈의 돈이 문제
13/07/30 12:50
수정 아이콘
지옥입성 축하드립니다. 크크크크
13/07/30 13:02
수정 아이콘
혼인신고하고 대출 받으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전 2월에 대출 받아서 전세 구했는데, 혼인 신고는 결혼 하고 나서 했는데....
낭만한량
13/07/30 13:24
수정 아이콘
신혼부부전세금 대출이나 이율이 낮을거예요 일반대출보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서 결혼하면 싼금리로 대출해주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수당도 있을 수 있고 배우자 건강검진 같은 자잘한 것들이 있겠네요.
덴드로븀
13/07/30 14:21
수정 아이콘
주택공사에서 하는 신혼부부전세대출은 꼭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결혼식 2개월이내의 청첩장 & 예식장 계약서로도 가능합니다. 전 그렇게했거든요...바뀌었을지도...
대니얼
13/07/30 13:14
수정 아이콘
일반적으로 결혼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는데
전 애 생기고 나서부터 인생이 바뀌었네요...
진짜 나라는 존재는 버리고 희생이 따릅니다.
시즌 2 기대하세요 크크크
13/07/30 13:23
수정 아이콘
댓글달아주신 모든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시간이 없어 일일이 감사의 말씀못드려서 죄송하네요.
그리고 역시 유부남의 반응은 어딜가나 똑같다는걸 또 한번 느낍니다 으하하하
13/07/30 14:14
수정 아이콘
인생의 제 2막이라곤 하지만 축하드려요.
하드코어
13/07/30 14:15
수정 아이콘
12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저보다 퀘스트 진행률이 조금 빠르시네요..
살려주세요..
오리강아지
13/07/30 14:16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
종이사진
13/07/30 14:32
수정 아이콘
그 시원섭섭한 기분이 바로 그겁니다.

'인생이 끝났다...'









이제 새로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축하드려요^o^
13/07/30 14:46
수정 아이콘
맛깔나게 잘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내년에 결혼하는 한사람으로서 부럽습니다^^
내년 이후에도 이 기분이 계속 되면 좋을텐데 말이죠..
PoeticWolf
13/07/30 15:27
수정 아이콘
왜... 왜 그러셨어요.. 왜... ㅜㅜ


는 농담이고, 축하합니다!
13/07/30 23:06
수정 아이콘
4월에 결혼했는데, 아직도 바쁘다는 핑계로 혼인신고를 못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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