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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02 01:47:59
Name 해피아이
Subject [일반] 음악듣기 좋은 날
이하 편의상 반말로 적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지친 일상을 끝내고 밤 11시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쉴틈없이 일하는 보람찬 일상!
어쩌다 일찍 끝난다 싶으면 여지없는 회식!
목에 술이 들어가는 건지 약이 들어가는 건지
씹고 있는 것이 고긴지 똥인지
정신병에 걸린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 회식자리가 끝나고 -_-;;
대한민국 거지같다라고 소리없이 외치며 -_-;;; 드디어 집에 왔다


샤워가 끝나고 평소라면 바로 잠이 들겠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다
'심심한데 노래나 들으며 분위기나 잡아볼까'


사실 한달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미친 듯이 슬픈 노래를 듣고 싶었다
이별 노래를 들으며 우수에 젖은 남자!
왠지 멋있지 아니한가?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난 슬픈 노래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_-;;;;;
넌 지옥에 빠져도 개그칠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평대로
난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밝은 노래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멜론에 슬픈 노래를 선곡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덕분에 세상의 온갖 슬픈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은 참 친절하다 -_-;;;;


돈받고 하는 일이 아니기에 매일 올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멜론에 접속할 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리스트를 확인해보았다


사실 선곡자의 초반 노래 선곡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2는 이별에 슬퍼하며 보고싶다는 노래였고
1/4은 떠나간 남자를 저주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였다
1/4은 팝송이라 그냥 패스했다 -_-;;;;
팝송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_-
이별에 슬퍼하거나 보고 싶다는 노래를 듣는 심정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슬프거나 보고 싶으면 만나자고 연락하면 되는 것 아닌가?
슬퍼할 시간에 카톡보내는게 더 속편하겠구만
언제부터 그렇게 소극적인 사람이었다고 -_-;;;;
하지만 가장 황당한 것은
떠나간 남자를 저주하며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였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차인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복수를 다짐하는 건지ㅠㅠ
이게 말로만 듣던 평행이론인가?


한편 선곡 주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3~4개 꾸준히 연속으로 올라오는가하면 어떤 날은 딸랑 1개가 올라오기도 하였다
한동안 전혀 올라오지 않다가 갑자기 슬픈 노래 50개가 떡하니 업데이트된 날이 있었고
그날 난 왠지 모를 의무감에, 우울함에 질식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며 2시간동안 듣고 바로 잤다 -_-;;;;
유레카!!유레카!!
한달동안 꾸준히 찌질하게 탐구한 결과 드디어 선곡 주기에 관한 웃기는 공식을 발견하였다
그건 선곡자와의 연락빈도와 선곡주기가 정확히 반비례 한다는 것이다!!!!!
즉 선곡자에게 연락을 자주 하면 할수록 슬픈 노래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 반면
연락을 드물게 하면 슬픈 노래가 광속으로 업데이트 되었다
일주일간 연락안한 날 바로 슬픈 노래 50개가 올라와 나를 황당하게 하였다-_-


사실 나와 여자친구는 정확히 말하면 헤어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다만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난 설득하다 지쳐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별하고 있었다
한달전 힘든 시간 속에서 노래나 들을까 우연히 멜론에 접속한 순간
한번도 들은 적이 없던 온갖 슬픈 노래를 발견하였다
그건 내 멜론아이디를 공유하고 있던 여친이 들은 노래였다
처음에는 괘씸해서 비번을 바꿀까 생각도 했지만
8살 어린 꼬마에게 쪼잔해 보이기 싫고 이 상황이 웃기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나 역시 슬픈 노래를 듣고 싶었기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우린 한달간 슬픈 노래를 들었다


한달을 노래만 들은 것은 아니었다
일하느라 여기저기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가끔씩 심심한 순간 여친한테 종종 안부카톡을 보냈고 여친은 반갑게 답해주었다
못견디게 공허한 마음에 불현듯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었다
아주 가끔은 좋았던 그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때론 격정에 못이겨 앞으로 연락하지 말자고 독하게 마음먹고 전화를 했더니만
여친은 그날따라 안받았고 다음날 전화안되서 다행이라고 안도한 적도 있었다
여친있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딱히 대답하기 귀찮아 말을 돌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아둥바둥 한달을 보냈다



샤워가 끝나고 멜론이나 들을까 맛폰을 든 순간 카톡이 왔다
"다음주에 대전으로 파견가는데 시간되면 얼굴이나 함 보자"
마지막으로 여친을 만난 것은 5주전이었고
여친이 먼저 보자고 제안한 것은 2달전이었다
알겠다고 답하고 복잡한 심정에 4일만에 멜론에 접속하였다


지난 4일 동안 그녀가 들은 노래는 아이유의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음악듣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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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모리
13/04/02 01:56
수정 아이콘
뒷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있었네요.
13/04/02 01:56
수정 아이콘
잘해보세요 다시. 화이팅.
천진희
13/04/02 02:44
수정 아이콘
너랑 나 가 아니어서 다행인가요? 흐흐흐
Paranoid Android
13/04/02 03:09
수정 아이콘
그오빠가 누군지가중요한듯...
Darwin4078
13/04/02 09:20
수정 아이콘
음악은 CD로 들어야 제맛이라능..!
jjohny=Kuma
13/04/02 09:22
수정 아이콘
CD 취향이시군요. :)
(음?)
커피보다홍차
13/04/02 13:58
수정 아이콘
해피 엔딩이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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