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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29 11:07:51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붕당의 역사 - 2
이이는 우선 문제가 된 심의겸, 김효원을 외직으로 보내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했습니다. 하지만 선조는 심의겸을 코 앞의 개성, 김효원을 함경도의 경흥으로 보내버리죠. -_-; 이이가 다시 나서서 김효원이 병이 있으니 가까운 데로 옮겨달라 해서 삼척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거리는 멀었습니다.

동인의 불만은 이이에게로 쏟아집니다. 외척인 심의겸이 문제인데 이이는 양시양비론을 내세우며 중립적인 척 하고, 은근히 심의겸을 두둔한다는 거였죠. 하지만 이이는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둘 다 옳고 둘 다 그른 것은 존재한다고 말이죠. 그 근거로 은주교체기 때 주 무왕과 백이숙제의 일은 둘 다 옳으며 전국시대의 전쟁은 모두 그른 것이라는 걸 들었구요. 그 외에도 이이가 까일 거리가 있었습니다. 동인은 이황, 조식, 서경덕 등의 스승을 중심으로 일어섰는데 이이는 독학(+ 불교도 접했죠)에 그들을 비판하기도 했거든요.

그는 동인 강경파 이발과 서인 강경파 정철의 화해를 주선하며 불을 가라앉힙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죠.

선조 14년, 동인은 심의겸 탄핵을 밀어붙입니다. 여기에 앞장선 건 정인홍, 이이는 반대했다가 이발의 설득(정인홍이 낙향하면 동인의 공세가 더 커질 것이다)으로 자신이 직접 글을 쓰기로 합니다. 심의겸이 외척으로 권세를 탐했으니 파직시켜 달라는 거였죠. 하지만 정인홍은 약속을 어기고 붕당을 만들었다는 말을 집어넣었고, 그들이 정철, 윤두수 등이라고 합니다. 이이는 분노했고 정인홍은 자기 말을 취소하며 낙향, 동인은 정인홍이 무슨 죄냐며 따져들었죠. 이이와 정철도 그에 따라 낙향하며 동서 분당은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 정작 심의겸, 김효원은 이후 화해해 잘 지내다 죽습니다 (...)

이이가 죽을 때까지는 선조가 이이 편을 들면서 문제가 더 커지지 않습니다. 이이, 성혼이 당을 만들었다 하자 "나는 이이, 성혼의 당에 들어가겠다" 하면서 막아줬거든요. 하지만 이이가 죽으면서 싸움은 본격적으로 불이 붙게 되죠. 심의겸이야 명분이었고 목표는 이이였습니다. 이 때가 선조 18년, 선조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의겸이 당을 만든 게 맞으며 이이와 성혼은 그들에게 농락당했다는 것이죠. 이렇게 서인은 몰락, 동인 천하가 됩니다. 그리고 조헌 등 이이의 제자들은 스승을 옹호하며 맞섰죠. 이렇게 심의겸 옹호무리에 가깝던 서인은 이이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정체성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서인의 복수극이 시작되니 바로 정여립의 난, 기축옥사죠.

정여립의 난에 대해서는 설이 난무합니다. 서인에서 동인으로 갈아타 서인의 분노를 사기 충분했고 그가 한 말도 범상치 않긴 하죠. 하지만 그의 죽음부터 기축옥사로의 확대까지는 의심스런 부분이 많죠. 설사 정여립의 역모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이상의 확대는 선조의 의도와 서인의 공작으로 보기 충분하구요.

+) 이 때 배후에서 부각되는 인물이 송익필입니다. 아버지 송사련은 얼자 출신으로 자기 외가인 안당의 집안을 역모로 무고, 당상관에 올랐죠. 하지만 선조 대 그의 무고가 밝혀지면서 아들 송익필, 송한필도 노비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는 이이부터 제자들의 집으로 피해다녔고 조헌 등은 그를 옹호했죠. 서인의 제갈공명으로 불렸다고 하며 기축옥사의 배후로 지목됩니다. 기축옥사가 서인이 꾸민 거라면 이것도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인조반정부터 서인 집권의 계획을 다 짰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건 의문입니다. 인조반정의 핵심이 그의 제자긴 했지만 그들은 이이, 이항복 등 자기의 스승들을 명분으로 내세웠거든요.

아무튼 시작된 기축옥사, 이를 주도한 건 정철과 조헌 등 이이의 제자들이었죠. 주요 타겟은 역시 동인 강경파였던 이발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연루됐죠. 이렇게 서인은 다시 정권을 잡고 동인은 특히 호남에서 세를 잃습니다.

+) 문제는 여기서 죽은 이가 수백명부터 천, 이천명까지 얘기한다는 건데... 출처가 없습니다. -_-; 그냥 연루된 백성들까지 다 치더라도 너무 많은 수치인데 죽은 동인 선비가 천명이라느니 하는 말도 있거든요. 헌데 정작 죽은이는 열 명 정도죠. 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알 수가 없는데 여기저기 안 쓰는 데가 없더군요.
http://blindbard.egloos.com/174147
전에 이걸로 쓴 글이 있어서 첨부합니다. 이후에도 호남의 서인들은 중심이 못 됐을 뿐 잘 살았고, 윤선도 같이 잘 사는 호남 동인 역시 존재했습니다.

선조는 옥사를 끝낸 후 정철을 유배 보냅니다. 동인의 세가 줄었으니 이용가치가 떨어졌고, 동인도 달래고 원한을 정철 개인에게 집중시키기 위해서였겠죠. 이렇게 다시 동인이 정권을 잡게 됩니다. 이 때 서인에 대한 태도 차이로 남북으로 분당되죠. 남인은 주로 이황의 제자들, 스승을 닮아 온건했습니다.(김성일 같은 예외도 있지만 - -a) 북인은 주로 조식의 제자들, 역시 스승을 닮아 강경했죠.

그리고 발발한 임진왜란, 전쟁 중에는 딱히 당파싸움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해봐야 이순신, 원균 갈등 정도? 이게 좀 크긴 하지만 당쟁보단 선조 자신의 의지가 더 강하게 나타났죠. 기타 의병장 숙청 때도 당쟁과 관련된 모습은 보이지 않구요. 의병을 일으키는데도 북인(정인홍, 곽재우 등)과 서인(조헌, 고경명 등)은 열심히 일어났죠. 남인은 잘 안 보이지만 의병은 아니어도 김성일 등이 열심히 싸웠구요.

기축옥사 이래로 당쟁으로 인한 유혈사태는 잦아듭니다. 선조 자신부터가 류성룡, 이산해, 이항복, 이덕형, 이원익, 윤두수 등 각 당파를 돌아가면서 등용했으니까요. 각 당파도 이런 상황에서 상대 당파를 완전히 몰아낼 생각은 못 하고 있었구요. 어떤 책임을 지고 위가 잘리는 경우야 있었습니다만...

선조 말에는 북인, 특히 유영경의 소북이 주도권을 잡습니다. 하지만 광해군이 들어서면서 당연히 쓸리죠. (...) 광해군 초기에도 균형이 잡힌 가운데 차츰 북인으로 무게추가 기웁니다. 특히 남인은 물론 서인도 밀어붙인 오현종사(조광조부터 이황까지)를 정인홍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대립이 심해졌죠. 이런 가운데 계속된 광해군의 옥사는 북인, 특히 대북에 쏠리게 만들어버렸죠.

이에 세가 심하게 밀리고 자기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 서인들은 인조반정을 단행, 역시 밀려가던 남인 역시 이를 동조 혹은 묵인합니다. 대북은 전멸하고 소북도 큰 피해를 입고 남인에 흡수되죠. 명맥이야 남긴 했던 모양입니다만.

남인은 선조 때도 딱히 당쟁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로 서인은 이들과 손을 잡고 연립정권을 만듭니다. 하지만 주도권은 역시 서인에게 있었죠. 서인 역시 반정을 주도한 공서(혹은 훈서, 최명길 등)와 재야에 머무른 청서(김상헌)로 나뉘었죠. 전자는 주로 현실적이고 후자는 아무래도 명분을 중시했구요.

병자호란 이후 정국을 주도한 건 김자점, 그의 무리를 낙당이라 했고 그와 맞선 원두표의 무리를 원당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김자점의 권세는 청과 인조 덕분에 가능했죠. 그리고 이 때문에 많은 선비들이 조정을 버립니다. 조정에 출사하지 않고 재야에 머무르는 이들, 산당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죠. 이전에도 이황, 조식, 정인홍 등이 재야에서 큰 영향력을 미쳤지만 이 때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병자호란으로 조정에 있는 것 자체가 치욕이라는 인식이 너무도 강해졌으니까요.

효종은 이들을 끌어들여야 했습니다. 남인도 여기에 해당됐지만 역시 중요한 건 서인이었죠. 특히 이이에서 이어지는 김장생-김집의 제자들, 서인의 직계라 할 이들이 필요했습니다. 흔히 양송이라 불렸죠.

하나는 송준길,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송시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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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시열 앞에서 끊기 성공?
에 사실 -_-; 송시열 같은 경우는 너무 어려워서 그 동안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얘기거리 거의 다 써먹고 슬슬 해볼까 하고 있었죠. 어렵긴 해도 작년에 했던 얘기들도 충분히 어려웠으니까요. 연산군 얘기 끝나고 조광조 얘기도 좀 한 다음에 시작했는데... 많이 기다리고 있으셨나 봐요 (...);; 그럴 가치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요.

이 글들은 붕당사를 그냥 쑥 훑고 지나가는 거니 자세히 다루진 않겠습니다. 효현숙 시대의 떡밥들을 다 다루면 어마어마한 글이 필요할 테니까요. =_=; 일단 각 당들이 주장한 정책만 얘기해도 끝이 없죠. 그런 부분은 천천히 쓰고... 다음편은 그냥 지나가는 느낌으로 쓰겠습니다. 다음 편에 효현숙 얘기하고 영정조+세도정치 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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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3/29 11:31
수정 아이콘
드디어~~~ 그동안 졸라왔던 보람을 느끼게 되나요 후후
눈시BBbr
13/03/29 22:20
수정 아이콘
아하하 ㅠㅠ;; 한달 정도만 기다려주세요
Cynicalist
13/03/29 12:02
수정 아이콘
드디어 우암이야기가 나오네요... 직계손이라 연구회도 다녀와보고 어른들 말씀 들어보면 하나로 통일되더라고요

'덩치도 있는 사람이 말싸움도 잘하면 짱짱맨!'
13/03/29 16:43
수정 아이콘

이덕일 때문에 한순간에 유교 탈레반으로 몰린 송시열의 직계손이시군요.
Cynicalist
13/03/30 20:46
수정 아이콘
이덕일씨는 집안 금기어입니다...크크
눈시BBbr
13/03/29 22:21
수정 아이콘
크크 그러시군요. 진짜 최고의 파이터였죠 _-)b
아마돌이
13/03/29 12:57
수정 아이콘
매번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눈시BBbr
13/03/29 22:21
수정 아이콘
^^ 감사합니다
그리메
13/03/29 13:53
수정 아이콘
송시열이 궁금합니다. 그 복잡한 붕당이 짧게 요약될 소지는 아니지만 핵심은 잘 집고 넘어가주셨네요. 역시 눈시비비님
눈시BBbr
13/03/29 22:21
수정 아이콘
하하 그래서 더 힘든 거 같아요 ㅠㅠ;;; 이렇게 줄일 수 있는 건이 아니니까요
감모여재
13/03/29 15:26
수정 아이콘
송시열 특집입니까...
눈시BBbr
13/03/29 22:21
수정 아이콘
안 돼요 ㅠㅠ;;
13/03/29 16:01
수정 아이콘
2편쓰였으니 이제 98편 남은 거군요?
크크

농담이고..생각보다 엄청 압축해서 쓰셨네요. 의외로 10편정도밖에(?) 안 나올지도.
잘 읽었습니다.
사티레브
13/03/29 16:28
수정 아이콘
송시열로 단행본 수준의 글을 쓰실거라 송시열에서 한 90부 하고 나머지를 8편정도 쓰실거라 믿어요!
13/03/29 16:45
수정 아이콘

크크크 눈시님 기대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선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두 인물이 왕에선 중종, 신하에선 송시열인지라... 무척 기대가 되네요 흐흐
눈시BBbr
13/03/29 22:21
수정 아이콘
... 왜 이러십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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