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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20 10:52:44
Name 알고보면괜찮은
Subject [일반] 간 큰 부마들-순원위 조의정
  순원위 조의정은 중종과 숙원 이씨 소생인 효정옹주의 남편입니다.  숙원 이씨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의 친구 연생이의 모티브가 된 사람입니다만, 중종 사후에도 살아있는 연생이와는 달리 숙원 이씨는 중종 생전에 효정옹주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죽은 모양입니다.  중종은 어린 나이에 친모를 잃은 효정옹주를 꽤 가엾게 여겼던 모양입니다.
  순원위 조의정은 썩 행실이 바른 사람은 못되었던듯 싶습니다.  중종은 이런 사위를 여러번 훈계했던 모양이구요.  거기다 조의정은 효정옹주의 외모가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옹주의 몸종인 풍가이를 더 사랑하여 그녀를 첩으로 삼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부마는 첩을 얻을 수 없는데 말이죠.  중종은 당연히 화를 내고 이를 꾸짖습니다.  하지만 조의정은 중종의 말을 듣지 않았고 중종은 결국 풍가이를 귀양보내기로 합니다.
  효정옹주는 남편과 풍가이를 용서해 달라고 두 번이나 궁을 찾습니다.  아버지 중종은 그런 딸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안쓰러웠던 모양입니다.  중종은 효정옹주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부녀자로서 질투가 없는 것은 진정이 아니다."
  이는 딸의 간청이 진심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남편이 이렇게 너를 대하는데 답답하지도 않느냐,  화가 나지도 않느냐  차라리 질투라도 해라라는 거였죠.  여자의 투기는 죄였고,  투기로 아내를 내칠 수도 있던 시대가 조선이었습니다.  그 조선의 수장인 국왕이 딸에게 저런 말까지 하면서 어떤 심정을 느꼈을까요...
  여기서 순원위 조의정은 간이 붓다 못해 아예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짓을 저지릅니다.  풍가이를 다른 여종과 바꿔치기 해서 다른 여종을 귀양가게 하고 풍가이를 순천에 있는 자기 고향집에 숨겨둔거죠.  그리고는 모친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여러 번 풍가이를 만납니다.  왕명 불복에 왕을 기만하는 짓까지......이런 짓이 가능했던 것은 아내인 효정옹주가 함구했던 탓이었죠.(후에 국문할 때 중종이 이에 대해 묻자 조의정은 풍가이가 귀양가던 도중에 도망쳐서 순창에 숨었다는 말을 들었노라고 변명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집니다.)
  그러던 와중에 효정옹주가 1544년 2월 19일 출산을 한지 나흘만에 숨을 거둡니다.  남편인 순원위는 아내가 난산을 하고 또 위독함에도 이를 늦게  궁에 알렸고 중종은 딸을 살리기 위해 의원과 의녀를 보냈으나 채 도착하기도 전에 옹주는 죽었습니다.  그런데 조의정이 의녀가 왔음에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중종은 말 그대로 폭발합니다.  당장 의금부에 명해 순원위 조의정을 잡아 가두게 하고 풍가이를 찾게 합니다.  이날의 실록 기사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전 순원위         조의정은 성품이 광패하여 여러해 동안 도에 어긋난 행동을 많이 저질렀으므로 내가 훈계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여겨서 훈계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허물을 고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4∼5년 전부터는 옹주의 여비(女婢)인 풍가이(豊加伊)를 첩으로 삼아 사랑하면서 옹주의 거처를 비복(婢僕)처럼 대우하고 풍가이의 거처를 옹주처럼 대우하여 가도(家道)를 문란시켰으니,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 자신을 경계시키기 위하여 비첩 풍가이는 내수사(內需司)에서 치죄하도록 하고, 그는 외방에 내쳐 잘못을 고칠 것을 기대했다. 의정은 그래도 징계되지 않고 즉시 종을 보내 몰래 풍가이를 데려다가 집에다 두었다. 이것도 진실로 그의 죄이지만 나는 나이 어린 부마(駙馬)의 광패한 소치라고 생각하고 용서하여 죄를 다스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내심 기뻐하면서 이 때부터 옹주를 더욱 박대하였다. 그가 옹주가 죽는다면 이 첩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지가 이미 오래되었었다.
이번 달이 옹주의 출산 달이므로 의녀를 보내려고 했더니 의정은 한마디 상답(上答)도 않다가 오늘 병이 위독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와서 고하였다. 즉시 의녀를 보내 그 집에 당도하니 의정이 또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고, 의원이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중로에서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의정의 행위가 매우 수상쩍으니 금부에 내려 추고하라. 풍가이는 아무리 의정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옹주와는 종과 주인의 분수가 있는데 의정의 사랑을 믿고 항상 옹주를 능멸하고 거처를 문란케 하여 소박받게 하고 죽게까지 하였으니, 아울러 금부에 내려 추고하라.”
  그리고 국문을 하면서 조의정이 옹주의 보모 상궁과 몸종들을 다 내보내고, 옹주가 출산 뒤 외할머니를 보고싶다고 찾았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았음이 드러납니다.  조의정은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국문이 계속되면서 이를 모두 인정합니다.  중종은 순원위 조의정의 직첩과 재산을 몰수하고 귀양을 보냅니다.  죽이지 않은 것은 옹주와 조의정 사이에 자식도 있었고 또 조의정의 부친인 조침이 여러 요직을 거친 거물이었기 때문이었죠.  이에 대해 사관은 이렇게 논합니다.
  "사신은 논한다. 이때 투기(妬忌)가 성행하였는데 대궐이 더욱 심하였다. 부마들은 모두 첩을 두지도 못하고 조금이라도 범하는 자가 있으면 혹독한 형벌을 가하여 아들과 어미가 함께 곤장 아래서 죽는 이도 있었다. 의정은 연소하고 성질이 광패하여 비첩(婢妾)을 사랑하다가 여러 차례 견책을 받았으나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옹주가 정숙하여 투기하지 않고 잘 보호하여 보존될 수 있었다. 그런데 옹주가 산후증(産後症)으로 갑자기 죽자 즉시 그의 첩과 함께 금부에 가두고 지난날의 잘못을 낱낱이 적발하면서 죽게 된 사유를 추문했다. 그리하여 사건이 장차 예측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구해 주는 자의 힘을 입어 먼 외방에 유배되는 것에 그쳤다."
  자, 이제 풍가이만 남았습니다.  중종의 심정으로 말하자면 그녀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신하들이 나섭니다.  신하들의 반응을 보면 조의정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조의정 때는 대충 '걔가 원래 성격도 나쁘고 이번 일도 잘못한 거 맞는데 너무 사사로운 감정이 들어가면 안됨.' 이런 식으로 일단은 조의정을 꾸짖는 태도를 취하는데, 풍가이에 대해서는 '걔가 뭔 잘못이 있음?"이런 식이었죠.  그 이유는 사관의 평에 나타나 있습니다.
  "~~ 풍가이는 국문을 당하면서도 안색이 변하지 않았고 한마디도 착란한 말이 없었다. 시종과 간관이 논계하고 차자를 올린 뒤에 옥관(獄官)이 ‘조정이 너를 구원(救援)하기 위해 이렇게 하니 상께서도 물론을 알고 계실 것이다. 네가 비록 자복하더라도 반드시 참작해서 조처할 것인데 어찌 딱하게도 이처럼 형벌을 받는가?’ 하니, 대답이 ‘조정에서는 비록 그렇게 하여도 상께서 노여움을 풀지 않으시는데, 어찌 감히 자복하겠는가. 또한 비자(婢子)로서 상전을 능멸했다는 이름을 얻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했었다. 풍가이는 글을 조금 알았다. 그의 손가락이 끊어졌기에 물어보니 ‘어머니가 아플 때 끓여서 약에 타서 먹였다.’고 했었다. 아아, 어찌 자기 어버이에게 효도한 사람이 자기 상전에게 그처럼 불공(不恭)하였겠는가."
  결국 중종은 풍가이에게 장 100대를 때리고 귀양을 보내는 것으로 형벌을 정했습니다.
  하지만...일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종이 여기에 관여했는가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중종이 관련되어 있다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서 평한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표현에 딱맞는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궁 은대가 나섭니다.  그녀는 일전에 효정옹주의 친언니 정순옹주의 남편 여성위 송인의 첩과 그 자식을 때려 죽인(...)일이 있었죠.  그녀는 내수사의 종을 시켜 장 100대를 맞고 나오는 풍가이를 납치하고 10여일을 가두었습니다.  곤장 100대를 맞고 바로 치료를 받아야만 살 수 있기에 치료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죠.(안 받으면 장독이 올라 죽습니다.)  ...이 때 죽었으면 차라리 더 편했을 것을, 풍가이는 그럼에도 살아있었고 은대는 장 맞은 곳을 더 때려서 스무날을 더 가둡니다.  그리고 풍가이는 죽습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신료들이 들고 일어납니다.  당장 은대를 벌주라구요.  중종은 은대를 감쌉니다.  그 이유는 중종의 말에 나타나 있습니다.
  "~~ 은대는 다른 사람과 같지 않고 본주의 동생이니,~~"
여기서 본주는 효정옹주의 친모 숙원 이씨입니다.  즉 은대는 효정옹주의 이모인 셈이죠.  이모가 조카의 복수를 한 셈입니다.
그리고 한달 넘게 은대를 처벌하라는 신하들과 은대를 감싸려는 중종의 줄다리기가 계속됩니다.  결국 중종은 은대를 귀양 보내기로 합니다.  처음에 귀양지는 경기도 파주였지만 너무 가깝다는 항의가 잇달아 나왔고 결국 은대는 1544년 7월 16일 대구로 귀양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해 11월 중종은 사망합니다.  그리고 인종이 즉위하고 얼마 안가 죽고 명종이 즉위하죠.  수렴청정을 맡고 있었던 대왕대비 문정왕후는 은대를 방면합니다.  귀양간지 1년 남짓만이죠.
  순원위 조의정에 대해선 그 후 별 얘기가 없습니다.  그 뒤에 나온 건 명종 때 공신과 지친들의 자급을 올리자 대간들이 이를 반대하고 명종이 윤허하지 않겠노라고 답했을 때 뿐이죠.  귀양에는 풀렸는지 언제 죽었는지도 나오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때도 행실은 별로 변한 게 없던 모양입니다.  대간들이 순원위에 대해 ' ~순원위(淳原尉) 조의정(趙義貞)은 소행이 광패(狂悖)하고~'라고 말한 것을 보면요.(광패하다는 것은 미친 사람처럼 말과 행동이 사납고 막되다라는 뜻입니다.  조의정의 성품에 대해 말할 때 끊임없이 나오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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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3/20 11:12
수정 아이콘
역시 말종은 시대를 막론하고 있군요. 제가 중종이라면 사지 거열형에 처해버렸을겁니다 -_-;
가만히 손을 잡으
13/03/20 11:19
수정 아이콘
중종이 참을성이 좋네요.
13/03/20 12:17
수정 아이콘
풍가이라니.... 은가이 박성준.... 풍가이 홍진호?!
.Fantasystar.
13/03/20 12:56
수정 아이콘
중종입장에선 진짜 능지처참을 해도 시원찮았을거 같네요-_-;;;
레지엔
13/03/20 16:36
수정 아이콘
부마 얘기를 들으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과연 부마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제한을 받았을까 입니다. 뭐 당연한 거긴 한데 특히 조선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부마라는 건 사대부로서 어떠한 사형선고에 가깝지 않았나 싶을때도 있고요. 뭐 그걸 떠나서 이 양반은 그냥 바람둥이지만...
13/03/26 15:19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선사를 통틀어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 중종인지라 한 번 조사하고 싶을만큼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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