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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09 23:07:02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리뷰] 아르고와 제로다크서티
현실과 픽션사이

<007 스카이폴>은 작품 외적으로 여러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007시리즈의 부활(resurrection)을 주장하며 본 시리즈에 빼앗긴 첩보액션의 우두머리 자리를 되찾겠다는 성명발표와 같은 영화였죠.
(그에비해 <본 레거시>는 ㅠ,ㅠ 망했어요...)
여러 부분에서 컨셉을 재정립 했었는데 그 중 첩보전의 현실과 픽션사이의 관계를 타협하는 M의 발언은 상당히 설득력 있었습니다.
'현실의 첩보전은 컴퓨터 앞에서 이뤄지지만 'double O'의 영역 또한 필요하다. 자신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리얼하게 다루겠다'
좋게 말하면 타협이겠지만 엄밀히 판타지가 리얼리즘에 무릎을 꿇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처럼 판타지속에서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게 첩보영화라는 장르의 숙명이라고 봐야할겁니다.



이제는 리얼이다

<아르고>와 <제로다크서티>는 둘다 실화임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실화라는 점 만으로도 굉장한 강점을 갖습니다.

<아르고>는 79년 이란 테헤란에 갇힌 6명의 미국 대사관 직원을 국외로 구출하는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계획과 과정이 기발하고 긴장감이 넘치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이것이 <아르고>가 갖는 실화의 강점입니다.

<제로다크서티>는 9/11 테러 이후 10년간에 걸친 오사마 빈 라덴 탐색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이젠 잊혀진 일이 되어갈 때쯤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빈 라덴의 사망소식.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그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것. 이것이 <제로다크서티>가 갖는 실화의 강점입니다.



20세기 영웅전설, <아르고>

<아르고>에서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감독이자 주연인 '밴 에플렉'의 연출력입니다.
절망적 상황. 촉박한 시간. 포위망을 좁혀오는 적. 보는 저로 하여금 숨이 넘어가게 만드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공항에서 시나리오 뻥카를 치는 장면은 긴장이 안도로 넘어가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아르고>는 날것의 느낌보다는 잘 짜여진 느낌을 제공합니다.
극적 긴장감을 위해 과장하거나 허황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리얼리즘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 범위이며, 덕분에 뛰어난 완성도를 제공합니다.

<아르고>는 20세기 미국의 영웅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숨겨졌던 영웅의 기적같은 이야기를 뛰어나고 정교한 연출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카터의 인터뷰는 저 같이 네셔널리즘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도 애국열정이 느껴지게 합니다.
정말 스마트한 연출이었죠.



모큐멘터리 <제로다크서티>

<제로다크서티>는 가감없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대사에서도 중요대사와 잡담을 오고가며 탈 시나리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날것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죠.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 정부가 부정하는 포로고문 등의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혹여나 과장이 섞여 책잡힐일이 생겼다간... 고소의 나라에서 무슨일이 생길지 장담 못하겠죠.
외부적인 이유는 차치하고 작품 내적으로 본 날연출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앞서서 말씀드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네요.

빈라덴을 추적하는 여주의 시선을 묵묵히 무거운 시선으로 쫓아갑니다. 
심지어 도덕적 판단조차 배제한채 그저 사실을 늘어놓죠.
그럼에도 그녀의 집착과, 절망과, 복수심 등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이러한 연출에서 [블러디선데이]가 연상되더군요. 그리고 이 또한 역시 실화가 갖는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지만 서로 다른

두 영화 모두 실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픽션과는 다르게 액션도 없고, 긴장감도 여러모로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제로다크서티>는 이점이 좀 심합니다)
<아르고>는 긴박감 넘치는 뛰어난 연출로 이를 극복했으며
<제로다크서티>는 충격적인 내용과 영상으로 지루함을 환기시킵니다.
이러한 차이는 두 영화가 가지는 메시지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점은 이렇게 서로다른 의도가 모두 다소 보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미국이란 국가관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이랄까요.
인명구출과 복수라는 명암이 뚜렷한 이야기의 시작이 결국 두 영화가 다른 모습을 갖도록 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르고>와 <제로다크서티>. 따로 봐도 좋지만 비교해가며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ps.
이 두영화를 비교하며 최근 예능에서 불거진 리얼리티의 문제가 생각나더군요.
<아르고>를 보며, 리얼이라지만 연출은 불가피 하다 라는 점이 수긍이 가더군요.
개인적인 성향상 <제로다크서티>의 날것도 맘에 들었구요.
음... 굳이 추천해야 한다면 아마 <아르고>를 추천할 것 같습니다. 저조차도 <제로다크서티>는 좀 힘들게 봐서요;;;
그치만 마무리보고 지루했던 기억은 급 용서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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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꽃
13/03/09 23:42
수정 아이콘
제로다크서티는 왠만하면 극장에서 보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블루레이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 극장서 보고 제로다크서티는 블루레이로 꼭 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세를 15세로 낮추기 위해 난도질을 하는 장면을 보니 그냥 어이없더군요....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다만 초중반은 다소 지루할수가 있지만 마지막 30분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특히 사운드는 너무너무 좋아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서 왜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는지 알수가 있습니다


아르고와 제로다크서티 모두 결말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미가 있죠....
마스터충달
13/03/09 23:47
수정 아이콘
마지막 30분은 갑자기 스케일도 커지고 저도 그거 때문에 중반 지루함이 용서되더라구요.
13/03/09 23:49
수정 아이콘
둘 다 흥미롭게 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을 밴 에플랙에게 안겨준 [아르고]를 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밴 에플랙 연출 영화는 처음 보는 것이였는데 생각외로 뛰어난 연출력에 상당히 놀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브 오브 파이보다 재밌게 보았네요.
물만난고기
13/03/10 02:59
수정 아이콘
감독상은 이안이었고 작품상이 아르고입니다.
Magnolia
13/03/10 00:0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아르고보다는 제로 다크 서티를 훨 더 재밌게 봤습니다. 아르고는 소재가 가지는 강점이 헐리웃 영화인들에게는 많은 점수를 줘서 아카데미나 미국상을 휩쓸고 있다고 봐요. 할리우드가 억류해 있던 미국인들을 구출했던 실화! 이 얼마나 그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멋진 소재인가요. 그럼에도 아르고의 후반부 연출은 정형화되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서 저는 soso였네요. 반면 제로 다크 서티를 보곤 캐서린 비글로우 이양반은 허트로커에 이어 비글로우표 전쟁영화의 연출력을 보여주더군요. 특히나 후반 30분정도 전투신은 제가 본 전쟁 영화중 최고였구요.
아쉬운점은 이 영화를 기획한때 빈라덴이 죽지 않았는데 갑자기 빈 라덴이 사살되서 영화 방향이 급 수정 된걸로 아는데 원안대로 빈 라덴이 잡히지 않는 엔딩이였다면 더 좋았을거라고 봅니다.
전작 허트로커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비글로우의 연출력의 정점은 제로 다크 서티라 보여지구요 특유의 전쟁을 바라 보는 허무하고 관조적인 마치 다큐를 보는 듯한 연출은 큐브릭이나 스필버그가 보여 줬던 전쟁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지향점을 지닌 영화라고 보네요.
엄청난 전작인 허트로커를 만들지 않았고 그리고 영화의 고문씬으로 논란만 되지 않았다면 이번 아카데미는 당연 제로 다크 서티였을겁니다!
13/03/10 04:57
수정 아이콘
아는만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게 제로다크서티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게 아르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샤르미에티미
13/03/10 05:37
수정 아이콘
저는 제로다크서티를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둘 다 뛰어난 영화임에는 틀림 없지만 아르고는 긴박함도 드라마틱한 전개도
와닿지가 않았거든요. 다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을 뿐이었죠.

제로다크서티는 보면서 허트 로커의 그 감독이구나 싶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파격적인 장면이나 충격적인 장면들도 잔잔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쉽다고 한다면 마지막 군사 작전 장면 자체는 좋았는데, 정말 빈 라덴이 사살 된 건가 싶은
생각이 오히려 리얼해서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은 이렇게 죽는 경우가 굉장히 드무니까요.

아르고는 이란에게는 한국으로 비교해 보자면 일제 강점기 해방 때 탈출하는 일본인들을 미화시킨 영화만큼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 이런 점에서 아르고는 썩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잭스 온 더 비치
13/03/10 10:04
수정 아이콘
한 번 봤을 때 재밌다고 느낀건 아르고. ... 며칠 지나고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난건 제로다크서티네요.
쭈구리
13/03/10 21:17
수정 아이콘
제로 다크 서티의 후반부는 저도 무척 좋았지만(전반부도 그렇게 지루하게 보진 않았죠) 원래 계획대로 빈 라덴 사살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어땠을까 궁금하네요. 하필 영화 제작하기 바로 직전에 빈 라덴이 실제로 사살되는 바람에....
13/03/11 13:56
수정 아이콘
아르고.. 이 리뷰글로 찾아서 봤는데요.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진짜 별다른 액션신없이 긴장감이 쩌는.... 정말 재밌게봤어요.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3/03/12 01:22
수정 아이콘
재밌게 보셨다니.흐흐 뿌듯하네요.
openmind
16/08/11 13:34
수정 아이콘
아르고는 진작에 봤는데, 제로다크서티는 어제 봤네요. 혹시 피지알에 글이 있을까 하고 검색해봤는데 역시 충달님 글이 있네요..항상 눈팅 잘하고 있습니다. 제로다크서티 보면서 한 15분정도 봤을때 그만볼까? 하다가 에이 그냥보자 해서 보는데 알고보니 빈라덴 잡는 이야기 인거 같더군요.. 주인공 여자 cia 요원이 창문에 숫자 적는 그때부터 아주 쫄깃했습니다. 저는 자꾸 cia요원이 혹시 스파이 인가? 라는 생각으로 영화끝까지 봤었네요..반전이 있을까봐요..
마지막 30분정도 침투해서 해결하는 카나리아 부대 보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는 재밌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6/08/11 13:42
수정 아이콘
으아니 몇 년전 글에 댓글을 ^^ 제로다크서티 초반에 집중 안 되서 그렇지 거기만 넘기면 쏠쏠하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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