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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05 00:40:14
Name Cogito
Subject [일반] 무라카미 하루키, Always on the side of the egg
일베 이야기로 피지알이 바쁘네요.  늦은 시간, 갑자기 예전에 봤던 좋은 글을 다시 읽고 싶어져 찾아봤습니다.

원본 영문 글 출처 : http://www.haaretz.com/culture/arts-leisure/always-on-the-side-of-the-egg-1.270371

한글 번역 출처 : http://crete.pe.kr/21018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by 무라카미 하루키



                 Always on the side of the egg

                                             by Murakami Haruki




저는 오늘 한명의 소설가, 그러니까 전문적인 거짓말꾼으로 여기 예루살렘에 왔습니다.

물론 소설가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죠.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정치가들도 거짓말을 합니다. 자동차영업사원, 정육점주인, 건축가들처럼 때때로 외교관과 군인들도 그들만의 스타일의 거짓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소설가의 거짓말은 여타 거짓말과 좀 다르죠. 그 누구도 소설가들을 거짓말하다고 부도덕하다고 평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사실 소설가들은 더 크고 더 멋진 거짓말을 지어낼수록 대중과 비평가들에게 더 찬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건 왜 그런 것일까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글자그대로 그들이 더 교묘한 거짓말을 함으로써-그러니까 사실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꾸며냄으로써-소설가들은 진실을 새로운 위치로 꺼내고 그것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진실이라는 것을 원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묘사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하죠. 그래서 우리는 진실이 숨어있는 장소에서 나오도록 유혹하거나, 이야기의 차원으로 진실의 위치를 변이하거나, 혹은 이야기의 형태로 대체함으로써 진실의 실마리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안 어느 곳에 진실이 놓여있는지 명백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좋은 거짓말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질이랍니다.



그러나 오늘은 거짓말을 의사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정직하려고 합니다. 일년 동안 거짓말을 하는 일에 연루되지 않은 날이 거의 없는데 오늘이 바로 정직한 날 중 하루가 되어 버렸네요.



그러니까 오늘은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내게 예루살렘 상을 받으려고 여기에 가지 말라고 충고하더군요. 심지어 만일 간다면 사람들에게 제 책을 사지 말라고 선동하겠다는 경고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물론 그 이유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때문입니다. UN은 봉쇄된 가자의 거리에서 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비무장한 일반 시민들, 어린이와 노인들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상 통지를 받은 후 수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스라엘로 여행을 가고 문학상 수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이 충돌상황에서 제가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인상을, 그것도 내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국가의 정책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닌지 말입니다. 물론 이런 인상을 주는 것을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전쟁도, 어떤 국가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연히 제 책들이 보이코트 당하는 것들 보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심사숙고한 끝에 여기까지 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한 가지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내게 그러지 말라고 충고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는 다른 많은 소설가들처럼 들은 것과는 정반대로 하는 경향이 있는 모양입니다. 만일 사람들이 제게 “거기 가지마,” “그렇게 하지마” 라고 말한다면-특히 경고까지 한다면-저는 “거기 가”거나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제 본성인 셈인데 어쩌면 그걸 소설가의 본성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가들이란 특이한 족속입니다. 자신이 직접 보거나 만지지 않고서는 그 어떤것도 진짜로 신뢰하지는 못한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바로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 저는 거리를 두기보다는 여기 오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보는 것 보다는 직접 제 눈으로 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들에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말하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어떤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여기 왔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소설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작품에 그러한 판단을 독자들에게 전할지를 결정하도록 각각의 작가들에게 남겨진 문제입니다. 저 자신은 그것을 이야기들로-다소 초현실적인 경향을 가지는 이야기들로-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것이 제가 여기서 여러분들에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굉장히 개인적인 메시지를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소설을 쓸 때 항상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종이 조각에 적지도 벽에 붙여 놓지는 못했을지라도, 그러니까 그건 내 마음의 벽에 각인되어 있는 말인데 다음 과 같은 말입니다 :

“높고 단단한 벽과 그것에 부딪쳐 깨진 계란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계란 쪽에 서겠다.”



그래요, 그 벽이 얼마나 옳거나 그 계란이 얼마나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나 계란을 지지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지 결정해야 할 겁니다. 아마도 시간이나 역사가 그렇게 하겠지요. 만일 어떤 소설가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그 벽을 지지하는 작품을 썼다면 그 작품에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이 메타포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몇몇 케이스에 있어서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죠. 폭탄과 탱크와 로켓과 소이탄은 높고 단단한 벽입니다. 그것들에게 으깨어지고 불태워지고 사격당하는 비무장한 시민들은 계란입니다. 이것이 그 메타포의 한 가지 의미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봅시다. 어느 정도는 우리들 개개인이 계란이라고. 우리들 각자가 독특하고 대체불가능한 영혼을 담은 깨지기 쉬운 계란껍질이라고. 이것이 나의 진실이고 여러분 각자의 진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각 정도야 어떻든 모두 높고 단단한 벽과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벽의 이름은 뭘까요? 바로 시스템입니다. 그 시스템은 우리를 보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그 벽은 그 자신의 생명을 취하게 되고 우리를 죽이거나 우리로 하여금 타인을 죽이게 만듭니다. 차갑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개별적인 영혼의 존엄성을 표면으로 끄집어내어 조명하는 것입니다. 소설의 목적은 소리쳐 경고하고 그 시스템에 계속 빛을 비추어 그것이 우리들의 영혼을 자신의 그물로 얽어매어 훼손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저는 소설가들의 일은 이야기를 통하여 각각의 영혼의 유일함을 명백하게 드러내고자 끊임없는 시도라고 전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 사람들을 울게 만들고, 공포로 전율하게 만들고 웃음으로 포복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말입니다. 이것이 저희들이 매일매일 그토록 심각하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유인 것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작년에 아흔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은 교직에서 은퇴하셨고 완전한 스님은 아니지만 승려생활도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대학원에 계실 때 군대로 차출되셨고 중국으로 전투병으로 파병되셨습니다. 전쟁후에 아이가 태어났고 저는 아버님이 매일 아침, 음식을 드시기 전에 긴 시간을 불상 앞에서 진력을 다하여 기도하시는 것을 보곤했습니다. 어느날 한번은 왜 그러시냐고 물었고 아버님은 전쟁으로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죽어간 모든 사람들, 적군과 아군 모두를 위해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불상앞에 무릎꿇은 아버님의 등을 바라보며 저는 죽음의 그림자가 아버님의 주변에서 서성이리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돌아가셨고 당신과 함께 모든 당신의 기억, 결코 내가 알 수 없는 당신의 기억도 가지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의 곁에 떠돌던 죽음의 존재는 여전히 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인간이며, 국적과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개인들이며 시스템이라는 단단하고 높은 벽과 마주하고 있는 깨어지기 쉬운 계란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우리에게 승리의 희망은 없습니다. 그 벽은 너무나 높고 너무나 강력하며, 그리고 너무나 차갑습니다. 만일 우리에게 어떤 승리의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들 자신과 타인의 영혼의 절대적인 유일함과 대체불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영혼을 함께 연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온기로부터 나와야 할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봅시다. 우리 각자는 느낄 수 있고 살아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그런 영혼이 없습니다. 우리는 시스템이 우리를 착취하도록 허락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시스템이 그 자신의 생명을 취하도록 허락해서는 안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입니다.



예루살렘 상을 수상하게 되어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의 많은 지역에서 제 책을 읽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에서 여러분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원 문----------------


                        Always on the side of the egg


                                                 By Haruki Murakami





I have come to Jerusalem today as a novelist, which is to say as a professional spinner of lies.


Of course, novelists are not the only ones who tell lies. Politicians do it, too, as we all know. Diplomats and military men tell their own kinds of lies on occasion, as do used car salesmen, butchers and builders. The lies of novelists differ from others, however, in that no one criticizes the novelist as immoral for telling them. Indeed, the bigger and better his lies and the more ingeniously he creates them, the more he is likely to be praised by the public and the critics. Why should that be?


My answer would be this: Namely, that by telling skillful lies - which is to say, by making up fictions that appear to be true - the novelist can bring a truth out to a new location and shine a new light on it. In most cases, it is virtually impossible to grasp a truth in its original form and depict it accurately. This is why we try to grab its tail by luring the truth from its hiding place, transferring it to a fictional location, and replacing it with a fictional form. In order to accomplish this, however, we first have to clarify where the truth lies within us. This is an important qualification for making up good lies.


Today, however, I have no intention of lying. I will try to be as honest as I can. There are a few days in the year when I do not engage in telling lies, and today happens to be one of them.


So let me tell you the truth. A fair number of people advised me not to come here to accept the Jerusalem Prize. Some even warned me they would instigate a boycott of my books if I came.


The reason for this, of course, was the fierce battle that was raging in Gaza. The UN reported that more than a thousand people had lost their lives in the blockaded Gaza City, many of them unarmed citizens - children and old people.


Any number of times after receiving notice of the award, I asked myself whether traveling to Israel at a time like this and accepting a literary prize was the proper thing to do, whether this would create the impression that I supported one side in the conflict, that I endorsed the policies of a nation that chose to unleash its overwhelming military power. This is an impression, of course, that I would not wish to give. I do not approve of any war, and I do not support any nation. Neither, of course, do I wish to see my books subjected to a boycott.


Finally, however, after careful consideration, I made up my mind to come here. One reason for my decision was that all too many people advised me not to do it. Perhaps, like many other novelists, I tend to do the exact opposite of what I am told. If people are telling me - and especially if they are warning me - "don't go there," "don't do that," I tend to want to "go there" and "do that." It's in my nature, you might say, as a novelist. Novelists are a special breed. They cannot genuinely trust anything they have not seen with their own eyes or touched with their own hands.


And that is why I am here. I chose to come here rather than stay away. I chose to see for myself rather than not to see. I chose to speak to you rather than to say nothing.


This is not to say that I am here to deliver a political message. To make judgments about right and wrong is one of the novelist's most important duties, of course.


It is left to each writer, however, to decide upon the form in which he or she will convey those judgments to others. I myself prefer to transform them into stories - stories that tend toward the surreal. Which is why I do not intend to stand before you today delivering a direct political message.


Please do, however, allow me to deliver one very personal message. It is something that I always keep in mind while I am writing fiction. I have never gone so far as to write it on a piece of paper and paste it to the wall: Rather, it is carved into the wall of my mind, and it goes something like this:

"Between a high, solid wall and an egg that breaks against it, I will always stand on the side of the egg."


Yes, no matter how right the wall may be and how wrong the egg, I will stand with the egg. Someone else will have to decide what is right and what is wrong; perhaps time or history will decide. If there were a novelist who, for whatever reason, wrote works standing with the wall, of what value would such works be?


What is the meaning of this metaphor? In some cases, it is all too simple and clear. Bombers and tanks and rockets and white phosphorus shells are that high, solid wall. The eggs are the unarmed civilians who are crushed and burned and shot by them. This is one meaning of the metaphor.


This is not all, though. It carries a deeper meaning. Think of it this way. Each of us is, more or less, an egg. Each of us is a unique, irreplaceable soul enclosed in a fragile shell. This is true of me, and it is true of each of you. And each of us, to a greater or lesser degree, is confronting a high, solid wall. The wall has a name: It is The System. The System is supposed to protect us, but sometimes it takes on a life of its own, and then it begins to kill us and cause us to kill others - coldly, efficiently, systematically.


I have only one reason to write novels, and that is to bring the dignity of the individual soul to the surface and shine a light upon it. The purpose of a story is to sound an alarm, to keep a light trained on The System in order to prevent it from tangling our souls in its web and demeaning them. I fully believe it is the novelist's job to keep trying to clarify the uniqueness of each individual soul by writing stories - stories of life and death, stories of love, stories that make people cry and quake with fear and shake with laughter. This is why we go on, day after day, concocting fictions with utter seriousness.


My father died last year at the age of 90. He was a retired teacher and a part-time Buddhist priest. When he was in graduate school, he was drafted into the army and sent to fight in China. As a child born after the war, I used to see him every morning before breakfast offering up long, deeply-felt prayers at the Buddhist altar in our house. One time I asked him why he did this, and he told me he was praying for the people who had died in the war.


He was praying for all the people who died, he said, both ally and enemy alike. Staring at his back as he knelt at the altar, I seemed to feel the shadow of death hovering around him.


My father died, and with him he took his memories, memories that I can never know. But the presence of death that lurked about him remains in my own memory. It is one of the few things I carry on from him, and one of the most important.


I have only one thing I hope to convey to you today. We are all human beings, individuals transcending nationality and race and religion, fragile eggs faced with a solid wall called The System. To all appearances, we have no hope of winning. The wall is too high, too strong - and too cold. If we have any hope of victory at all, it will have to come from our believing in the utter uniqueness and irreplaceability of our own and others' souls and from the warmth we gain by joining souls together.


Take a moment to think about this. Each of us possesses a tangible, living soul. The System has no such thing. We must not allow The System to exploit us. We must not allow The System to take on a life of its own. The System did not make us: We made The System.


That is all I have to say to you.


I am grateful to have been awarded the Jerusalem Prize. I am grateful that my books are being read by people in many parts of the world. And I am glad to have had the opportunity to speak to you here today.




p.s. 혹시나 해서 쓰는 말인데, 이 글 번역하신 코지토 님과는 동일인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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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05 02:26
수정 아이콘
이야기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참 읽고 싶게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소설가든 음악가든 과학자든 스포츠선수이든, 내가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 고렙을 달성했다(=인류에 일정부분 공헌할 만한 업적을 기록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상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누군가와 연계된 어딘가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보통 정치영역)에서 다수의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을 했다. 이때 그 상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의사결정의 과정을 거치게 될까요?

1) 다수의 비난이 정당한가? 그 어딘가가 정말 잘못을 저질렀는가?
그렇다 // 아니다 // 모르겠다

2) 나에게 상을 줄 누군가와, 잘못을 저지른(또는 저질렀다고 일컬어지는) 어딘가와의 연계성이 얼마나 강한가? 결과적으로 나의 수상이 그 어딘가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일인가(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인가)?
매우 연계성이 강하다 // 별로 연계성이 없다 // 모르겠다

더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을까요?


하루키는, 1)번에 대해서는 '모르겠다(=정치사회적으로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2)번에 대해서는 '매우 연계성이 강하다'(그렇지만 수상이 가져올 결과(정당성 부여)는 피하고 싶다.)
덧붙여, 당신들이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얘기한 거 맞나요..
13/03/05 17:04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읽고 싶게끔 글을 쓴다는거... 정말 부럽습니다. 1번은 모르겠다보다는 조금 더 쎄다고 생각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메타포를 매우 좋아하는 걸로 보이는데, 여기서 달걀과 벽의 비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초식성육식동물
13/03/05 09: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책없는 박애주의 같은 글이지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감사합니다.
13/03/05 17:06
수정 아이콘
대책없는 박애주의라. 제가 글 읽고 약간 찝찝했던 느낌이 그래서였던거 같네요. 정치가는 직접 현실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겠지만 소설가는 현실적인 방안을 안 내놓고 이런 이야기만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Abrasax_ :D
13/03/05 10:23
수정 아이콘
얼마 전 무라카리 하루키 잡문집에서 봤던 글이네요. 참 좋은 연설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라 안티포바
13/03/05 12:05
수정 아이콘
하루키는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몇번 보았는데요.
글을 쓰는 기교는 거의 역대급이나,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정사신이 좀...
작품성과 통속성 사이에 아주 애매모호한 경계선에 있어 차라리 한쪽으로 기울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다 놓치는 느낌이랄까...
13/03/05 17:07
수정 아이콘
크크 정사신. 저도 하루키 소설 읽으면서 좀 당황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해변의 카프카 같은 경운 15살짜리 소년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내용의 소설이 나왔다면 욕도 좀 먹었겠죠. 정사신이 상업성 때문에 넣어두는 건지 원래 일본 문단이 그런 분위기인지 궁금하더라구요.
13/03/05 17:28
수정 아이콘
뜬금없는 정사신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노르웨이의 숲에서 나오코가 자살한 후 집으로 찾아온 요양소 언니(엌.. 여러번 봤는데 이름 까먹었다..)와의 썸이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정사신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설의 하루키 표현을 빌리자면 '필연적인' 정사신으로 보였습니다.
뭐 제 일상적인 성향이 그래서가 아니고..ㅠ
그 작품의 그 단락 안에서의 정사란 게, 사회적 규약에 의해 재단되는 의식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일정한 방향,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소통의 한 가지 방식으로 읽혔거든요. 섹스를, 서로 사랑한다고 대외적으로 규정된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번식 혹은 쾌락을 위한 특별한 행위라고 보면 그 정사신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텐데요. 서로의 감정이 공유된다고 느낄 때 이를 증폭시키는 수단-기쁠 때 같이 하이파이브를 한다거나, 반가울 때 가볍게 허그를 한다거나 하는 것 처럼-으로 보면, 그 정사신이 매우 자연스럽고 더 나아가 필연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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