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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01 13:59:45
Name Hazelnut
Subject [일반] 욕망과 현실과 책임.
(대화체입니다. 반말 같아도 친구와 하는 대화라고 생각해주세요^^;)

우린 꿈이나 미래를 이야기할 때 현실을 자주 이야기하지? 나 같은 경우 '현실' 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어깨가 무거워지고 숨이 막히고 머리가 아픈 느낌을 받아. 현실은 나의 현재 상황을 나타내는거지. 내가 처해있는 상황. 나도 한때 수의사가 되고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지만 겨우 턱걸이로 졸업했지. 그리고 오늘의 나, 현실의 나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야.

사람들은 누구나 불평을 하고 매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현실에 만족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이야. 어쩔 수 없지. 인간의 욕망은 무한대라고 하잖아. 돈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어쨌든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욕구를 항상 가지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욕심을 부려. 욕심 부리는 것? 조금 있어도 괜찮아. 좋게 말하면 동기부여지.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린 끊임없이 노력하고 경쟁해. 나와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으니까. 예를 들면, 네 앞에 너의 이상형이 서있어. 그리고 네 옆에 너랑 똑같은 이상형을 가진 남자가 있고. 너희 둘은 그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머리도 꾸미고, 옷도 멋있게 입고, 돈도 열심히 벌어. 경쟁하는거지.

결과적으로, 그녀가 누구를 택하든 너와 그 남자는 멋있는 남자가 되어있겠지. 그녀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가 널 사모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건 아니니까 기대하지마. 어쨌든 내 요점은, 욕심도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채우려고 노력한다면 나쁘지 않다는거야. 너의 능력이란 너의 현실이기도 해. 너의 재능과 잠재력.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능력을 키우는거야.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너의 현실이 어떠한가를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은거지.

힘이나 지식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선천적으로 힘이 타고난 사람이라고 해서 열심히 운동한 사람보다 강하지는 않아.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보다 성적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인간이 먹이사슬 최상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몇가지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경험을 통한 습득이야. 경험! 사람 마음은 겪어봐야 안다고 했어. 그리고 경험이란 사람의 마음까지도 느끼게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지혜(Wisdom)' 이라고 해. 지식(Knowledge)이나 지능(Intelligence)보다 더 값진 선물.

난 냉정하게 말해서 현실이란 차가운 벽 같은 존재라고 봐.

사람이 이상적으로 살기만 하는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도 생각하고. 물론 꿈을 쫓아 열심히 노력하는건 백번 맞는 말이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하지는 말라 이 말이지. 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내가 어디쯤에 있나? 하고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리고 재보는거야. 너의 욕망은 어디쯤에 있으며, 너의 현실은 어디쯤에 있는지. 여기서 미래를 향해 더 전진할 수도 있고,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주저앉을 수도 있어. 사람들은 이걸 "현실을 직시한다" 라고 하더라. 물론 전진이든 포기든 선택은 전적으로 너의 몫이야. 선택은 곧 책임이기도 하지. 너의 선택에 네가 책임을 지는거야. 떠넘기지 말고. 주위에서 너보고 포기하고 현실을 바라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거야. 하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네가 실패하길 바래서 하는 말들은 아닐거야. 왜냐하면 그들도 현실을 경험해봤을테니까. 현실이 얼마나 차갑고 냉정하고 더러운건지. 그리고 그들은 네가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일 수도 있어.

네가 중요한 과목의 시험공부 대신에 친구들과 클럽을 가는걸 선택했다면 성적이 안 좋게 나오는 것은 너의 책임이야. 네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신에 농땡이를 부리는 것을 선택했다면 상사에게 갈굼을 당하는 것도 너의 책임이야.

아까 말했지? 욕심도 능력있는 사람이 부리면 좀 낫다고. 시험공부 대신에 노는걸 선택했다면 성적이 안 나오는게 당연한거야. 같이 놀았는데 니 친구는 왜 성적이 잘 나왔냐고? 그건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지. 그녀석이 너와 놀기 전에 너보다 2-3시간을 공부했을 수도 있고, 너보다 IQ 가 2자릿수 이상 좋은걸 수도 있는거고. 억울하면 너도 놀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면 돼. 옆자리에 앉은 직장동료도 농땡이 부리는데 왜 상사가 걔는 안 갈구냐고? 그건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지. 그녀석이 평소에 상사한테 아부를 떨었을 수도 있고, 알게 모르게 너보다는 실적이 몇배 이상 좋은걸 수도 있고. 억울하지? 얄밉지? 그래도 어떡하겠어. 더러워도 참든가 아니면 더 노력하든가.

말이 길어졌네. 두서도 안 맞고. 아무튼, 오늘 하루도 너의 능력과 너의 현실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날이 되길 바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나중에 소주나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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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Side
13/03/01 14:20
수정 아이콘
맞는 말입니다 .... 솔직히 인정합니다. 제 자신의 추한 내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한없이 부끄럽네요 ;;

사실 저도 능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그래도 인간이라고 욕심은 많아가지고 맨날 힘들어하기만 하고 불평만 늘어놓고 살고 있네요 ...
이거 원 ... 앞으로는 조금씩 제 자신에 대해서 반성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하는 것 같아요 ...
절름발이이리
13/03/01 14:33
수정 아이콘
현실이 벽이 되느냐 계단이 되느냐는 자기에게 달린거죠.
가을독백
13/03/01 17:02
수정 아이콘
과거에 현실이 정말 힘들다 느껴질때, 가끔 이런 질문을 제 자신에게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 현실이 정말 마음에 안들어서 노력을 하고 발전을 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때도 불평불만이 없을 수 있을까?'
제가 생각한 답은 아니다 였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장사를 꾸준히, 열심히 하면 돈은 모으겠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 목표를 이뤘다해서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거라는걸 깨닫게 된 후로 현실을 벽이나 장애물로 생각하기보다는 끌어안고 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현실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13/03/01 17: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행복은 욕심을 버리는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갖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함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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