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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13 23:26:46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역사] 선조수정실록이 생긴 이유?
조선왕조실록에 선조 실록은 두 개가 있습니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

실록은 그 기록 자체는 실시간으로 기록되지만 기록을 묶어 편찬하는 것은 왕이 죽는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선조실록은 광해군 때 편찬이 됐지요.
그리고 이것에 반발하여 선조실록이 너무 대북편향적으로 작성되었다며
서인세력이 효종 때 선조실록을 보충하려고 만든 게 선조수정실록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이 서인 놈들이 지들 입맛에 맞추려고 역사를 함부로 조작하려 드는구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선조실록에 기록된 인물평을 보면 뭔가 이건 아닌데...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록엔 사실에 대한 기록 이외에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사관의 개인적인 평가가 첨가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실록이 편찬되면서 추가가 되는데... 앞에 말했다시피 선조실록은 광해군 때 만들어졌으며,
편찬을 주도한 인물은 대북파의 수장이자 광해군의 최측근인 이이첨.

그가 평가한 선조시대의 인물평을 한 번 감상해보시겠습니다.



율곡 이이
- 뇌물 꾸러미 사양하지 않을 정도로 염치가 없고 다만 민첩한 재주와 능숙한 언변으로
언사를 잘 꾸몄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허명이 돌았다.
오로지 자기 의견만 옳다고 하며, 다투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음.


이덕형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한음이 이덕형)
- 재주가 있어 벼슬에 올랐지만, 오로지 아첨하여 비위 맞추기만을 일삼아 임금의 신임을 산 인물.


류성룡
-마음이 좁고 굳세지 못하여 이해관계가 눈앞에 닥치면 흔들림을 면치 못함.
무고한 사람이 죽어도 구제하지 않고 자신의 변명만 일삼으며 구차하게 몸과 지위를 보전한 인물.
재능이 있긴 하지만 국가의 재상의 그릇이 아니고 대인의 풍모가 없다.


이산보
-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마음은 음험하고 편파적이고 자기 당파 있는 줄만 알고 임금이 있는 것은 모른다.


심의겸
- 외척의 세력을 빙자하여 궁궐과 내통.
이 인간 때문에 조정에 그 뿌리가 굳어져 사류들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음.


정철
- 자신이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함정에 빠뜨리는 소인배. 주색에 빠지고 몸가짐이 미친놈 같음.


박순
-교활하고 약삭빠르며 임금을 속이고 사사로움을 행함. 인재를 멋대로 처단하고
40인을 선발하여 반궁에 두자고 했는데 그 40인이 다 자기에게 아부하는 무리들. 한 마디로 미친놈.


박점
- 집안에서의 모습은 칭찬할 만한 점이 없는 건 아니나, 헛된 명성을 가진자.
재주가 없어서 어떤 사람들은 박점이 과거에 합격한 것은 이이와 박순의 사심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함.


목장흠
- 사람됨이 어리석고 교활함.


성혼
- 원래는 은사라는 명성이 있었으나 만년에 공명에 빠짐.
이발, 이길, 최영경의 죽음도 그냥 관망하기만 하고 '간사한 정철'과 나쁜 일을 함께 했기에 그런 것임.


권율
- 사람됨이 겁이 많고 성품또한 느슨한데다 호령하는 위엄도 없으니 칭찬할 명성이 없음.
그런데 우연히 행주대첩에서 공을 올린 게 하나 있긴 함.
그 승리한 것 하나로 등급을 초월하여 원수라는 중임을 맡게 되어 제대로 한 일이 하나도 없으니.
아. 어리석은 조정의 인간들이 권율 같은 자에게 중책을 맡겼으니 국가가 개판이 되는 게 당연하지.


이순신 (충무공 말고 그 밑에서 일했던 동명 이인)
- 탐욕스럽고 외람된 사람. 탄핵받은지 얼마 안 됐는데 수원 부사로 일하게 됐으니,
대체 수원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이와같은 고통을 당하는가.


허상
-  일생을 오로지 명예 낚는 것만 쫓은 사람.


이순신 (충무공)
- 원균과 함께 거제도에서 왜적을 크게 쳐부수고 전란 이래 제 1의 공을 세움.
근데 그 때 계책을 마련하고 먼저 싸운 건 모두 원균의 솜씨에서 나온 것.(-_-)
이순신은 그냥 달려와서 구원했을 뿐인 건데 이순신이 원균을 속이고 공적을 독차지함.
이 때 조정이 한창 급박해서 진상파악 못하고 이순신을 통제사로 제수함.

후에 정유재란 때 원균이 통제사가 됐는데 왜적의 기세를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
싸우지 않으려 하자, 어리석은 조정이 싸움을 독려하는 바람에 원균이 마지못하여 싸우다 죽음.
다시 이순신이 대신하여 통제사로 부임하고, 제독 진린을 따라가 순천 앞바다에서 싸우다 탄환 맞고 죽음.
그 때문에 중국 사람들도 명장이라 일컷긴함.



..................
뭔가 선조수정실록이 나온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까?-_-;;


이런 선조실록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3가지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이이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이어야한다.
(이이첨의 스승격인 정인홍은 조선 최고의 명신으로 만들어놨습니다.)

2. 당파간의 어떤 이해관계에도 놓이지 않아야한다.

3. 관직에 집착하지 않아야한다.

이 세가지에 들지 못하면 저런 평을 절대 빗겨 나갈 수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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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Whisperer
13/02/14 00:31
수정 아이콘
예나 지금이나... 라는 탄식이 나오게 하는 일화로군요.
라울리스타
13/02/14 00:42
수정 아이콘
맙소사...

왜 수정실록이 존재할까 했었는데, 저런 이유가 있었을 줄이야.
13/02/14 00:53
수정 아이콘
선조실록 보다보면 서인 입장뿐 아니라 당파를 초월해 저런 기록을 보며 울분을 토했음이 당연해 보입니다.

실록은 기록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에 상관없이 일단 편찬이 완성되면 마음대로 수정하거나 기록을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존엄성을 가진 기록이기에 아무리 마음이 안 들게 적혀있어도 그대로 놔둘 수 밖에 없는 거지요.
하지만 저렇게만 놔두면 후대 사람들이 당시 기록을 막연히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건 아니라 일종의 변명, 혹은 실상은 그런 게 아니다라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 편찬을 한 것입니다.

물론, 어느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한 순 없기에 전 두 실록을 거의 동급의 위치로 보며
같은 사건과 인물에 대한 시각적 차이로 받아들입니다만... 역사학자나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겄네요.

그래도 저 위의 평가들은 진짜 너무 심각하게 편향적이라는 생각은 분명 듭니다.
깃털티라노
13/02/14 00:54
수정 아이콘
선조실록은 사실 사서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듣는 실록이라
논할가치도 없죠
물론 수정실록이 또 그렇다고 공명정대사실그대로를 적은 글이냐 하면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데
일단 워낙 선조실록이 웃기는 거라
그리고 사마천이 시작해 써놓기 시작한 저 사관의 평은 정말 주관적이고
그냥 내맘대로 되는대로 써제끼는 아주 해악적인 요소가 다분한 것이라 뭐
인용하기도 ...
13/02/14 01:44
수정 아이콘
전 지금까지 실록을 작성하면 왕도 못건드린다고 알아서 열람도 못하는줄 알았는데 열람은 할수 있었나보군요. 수정만 안되는건가요.
눈시BBbr
13/02/14 01:5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옛 기록이고 그게 실록의 가장 큰 목적인데 그걸 아예 못 볼 순 없죠. 어떤 일에 문제가 생길 경우 상고(옛 것을 돌아봄)하는 목적으로 그 부분만 찾게 했습니다. 다만 아버지, 할아버지의 기록인만큼 그걸 가지고 정치적인 용도로 쓸 권리를 최대한 차단한 거구요. 그걸 유일하게 어긴 게 연산군인데... 이 부분은 스포 금지로 놔 두죠 (...)
눈시BBbr
13/02/14 01:53
수정 아이콘
본문의 편향적인 문제도 심각했지만 그래도 선수실록이 나온 이유는 임란 때문에 실록의 상당부분이 날아간 게 크죠. 그래서 임란 중이나 임란 이후는 볼만한 게 많구요. 임란 전은 진짜 -_-; 이게 실록인지 야사인지 하는 부분은 감안해야죠 '-'; 실록이 좋은 게 그 어떤 실록이든 당대의 집권세력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녹취록 수준으로 많은 대화가 남았다는 거니까요. 그게 안 된 게 선조실록이니... 그래서 고종순종실록도 일본의 입김이 닿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거구요
광해군일기는 그런 면에서 좋은 게 중초본이랑 정초본이 같이 남아있어서 ( - -)
13/02/14 09:46
수정 아이콘
충무공만은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쯔쯔
Practice
13/02/14 10:08
수정 아이콘
순신님 평가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크크 제가 제일 싫어하는 설 중 하나인 원균 명장설의 원류가 요기 잉네?
나이트해머
13/02/14 10:14
수정 아이콘
괜히 원균명장설의 주요 레퍼토리가 '공정한 선조실록에서는 우리 원균님하의 공적이 제대로 기술되어 있는데 수정실록에서는...' 인게 아닙니다.
은하관제
13/02/14 10:09
수정 아이콘
실록이라고 하기에는 참 난감하군요 내용이 ;;;
치토스
13/02/14 12:48
수정 아이콘
이이첨 라는 인물은 참 소인배군요...
honnysun
13/02/14 13:35
수정 아이콘
소인배만이 남을 소인배라 할 수 있다???
타테시
13/02/14 13:58
수정 아이콘
일단 실록이 저리 편찬되었던 것은 뭐 정치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죠.
이미 그런 식의 문제는 이전의 실록 관련해서 연산군이 일으켰던 사례에서도 보다시피
사관의 사평은 정말 자기네 생각을 중심으로 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엄연히 수정실록도 당파적 입장이 가미된 것이라 볼 수 있구요.
이이첨은 대북의 실세였습니다. 대북은 당시 조선 양반사회에서 가장 소수파였구요.
그러나 광해군 즉위에 결정적 영향을 줘서 집권파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집권논리를 펴기 위해서라면 상대 당파를 끌어 내려야 하는게 우선입니다.
서인은 이미 임진왜란 직전부터 끌어내리기 시작한 세력입니다. 동인이 정권 잡을 때부터 이이에 대해서는 말 들이 많았죠.
그 이후에는 임진왜란 때 전쟁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남인을 끌어 내려야죠. 그래서 유성룡이나 이순신이 끌어내려진 것이구요.
다 그런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대북은 소수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렸으니까요.
13/02/14 14:13
수정 아이콘
참 이상하죠. 선조나 서인. 인조등등은 어떠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 해석없이 그냥 나쁜 놈들이고 혹 있다고 해도 부정적으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데 이상하리만치 광해군과 대북세력의 정치적 행동은 아무리 부정적인 사안도 그래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유가 있어서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게 아닌 좋고 나쁨을 먼저 정해놓고 그 뒤에 그런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행동이라는 느낌리 정말 강합니다.

또 아무리 정파에관한 이해관계가 엇갈려도 우리당파 빼곤 다 한심한 놈들이라는 논조는 선조실록이 거의 유일합니다. 수정실록은 서인세력이 편찬했지만 대북파를 제외하고 정철정도를 제외하면 저정도로 모역적인 평가는 없어요. 또 소수이고 지지기반이 약하다고(진짜 약한지부터가 의심이지만) 실록에 저렇게 쓰면 없던 기반이 생기나요?
13/02/14 14:35
수정 아이콘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그 인물평가를 해야할 때와 아닐 때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저런 평을 기록 중간 중간에 넣었다는 겁니다. 대신들이 화폐관련 토론하는데 싫어하는 인물이 발언을하면 갑자기 쌩뚱맞게 이름뒤에 음탕하고 비열했다 이런 식으로요. 정말 무분별함의 극치죠.
나이트해머
13/02/14 17:28
수정 아이콘
대북이 가장 소수파요? 별로 아닌데요.
임란 이후 광해군 즉위 직전까지 정국을 주도한 다수파는 북인이었고, 선조가 영창대군을 내세워 북인을 갈라 대북 소북으로 갈라진 후에도 대북은 정계에서는 다수파, 양반사회 전체를 놓고 처도 소수라고 보기 힘든 거대 당파였습니다. 당시 가장 소수파라면 서인이죠. 명망있는 인물도 없고, 학맥도 여전히 일천한데다 임란으로 재차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호남 의병장들 대다수가 서인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북인에 못지 않은 정도입니다. 절대숫자가 부족했던 거지. 그리고 호남절의록 보면 이들 대다수가 전사 전사 광해군대에 분사 사망 기타등등... 하고 말았죠.) 서인이 다수파가 된 건 인조반정 이후. 그전의 대북은 엄연한 다수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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