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8/01/27 23:29:00
Name 노란당근
File #1 2008012110562106985_1.jpg (57.8 KB), Download : 55
Subject [일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스포약간있음)



이 영화의 결론을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심각한 스포일 수 있습니다. 결과를 이미 아시면 괜찮습니다. ^^;;










영화를 보면서 울어 본 일이 참 오래되었다 싶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어찌나 눈물이 멈추질 않던지 거의 끄윽끄윽 소리내면서 울다가 옆에서 당황한 친구한테 미안할 지경이었죠. 관객들이 다 빠져나가고 밝아진 불빛에 민망해 하면서 화장실에서 대충 얼굴을 추스리다가 생각한 거였는데,
정말 영화를 보면서, 아니면 그냥 다른 일때문이라도, 울어본 게 실로 오랫만이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툭 던졌습니다.
" 남자는 몰라..이씨..."
스포츠 영화라 보기엔 꽤나 맨송맨송한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느닷없이 영화 말미에 울음을 터뜨린 저 때문에 황당했을 그는 더욱더 당황했겠죠. 그렇지만 그게 오직, 제가 할 수 있는 감상평이었습니다. 정말, 남자들은 모르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더라구요.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만큼이나, 우리 사회에서는 비인기 부류인 아줌마(!)들의 여러 삶들이 저에게는 제 친구 얘기였고, 선배 얘기였고,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제 얘기였으니까요.  아이가 아파서 훈련에 늦고 쩔쩔매는 아줌마, 아기를 못가져서 속상한 아줌마, 아줌마 소리를 들어서 속상한 아줌마, 게다가 생리 중이라 제대로 못 뛰었다고, 속상해 우는 어린 선수를 볼 때는 저까지도 속상하더라구요.  그게 얼마나 힘든데.... 운동까지 하려면...어떻게 해.. 힘들었겠다...

  제가 핸드볼 팬은 아니니까, 마지막 경기의 결론은 이 영화 개봉전후로 쏟아진 기사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미리 알고 보는 영화라는 건, 재미가 없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결론을 알고 있어서 더욱 짠한( 애잔한이 아닙니다. 마음이 짠한거죠) 그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태우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마음이 영화속의 그녀들과 같아져 버렸습니다. 감독의 약간은 계몽영화스러운 "지금이 바로 여러분의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에서는 피식 웃어버릴 뻔 했지만,
마지막 공이 슛 되었을때, 공을 따라가지 않고 그녀들의 얼굴을 잡아주었던 임순례감독의 너무도 명백한 메세지.
  "이거 스포츠 영화 아니야.. 여자와 사람에 대한 얘기야..." 그걸 보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경기에 져서, 그 동안 고생한 모습이 안타까워서.. 속상해서.. 가 아닙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경기를 하던 그 때는, 마치 메이저로의 등극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사람의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었지만, 그건 어떻게 하건 이젠 끝났고,  사회의 마이너리티로서의 팍팍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걸 재차 확인시켜주려는 듯 등장한 실제 선수들의 땀에 젖은 얼굴은 저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영화를 봤다고 해서, 현실에서의 핸드볼의 위상이 높아진다거나 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 핸드볼 대잔치 또한 영화 첫장면의 경기장처럼 썰렁할 뿐이었다니까요. 그리고 여자와 아줌마들이 갑자기 으쌰으쌰 뭉친다거나, 여자로서의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살게 된다거나, 그런 일도 결코 생기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심재명대표가 제작하고, 임순례감독이 감독하고, 기가 엄청나 보이는 여자배우들이 뭉쳐서 만든 이 여성영화가 영화 '친구'처럼, 대박 나서 괜시리 저 혼자라도 기뻐하고 싶습니다. 다음 번에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 영화 속 김지영처럼 사투리를 진하게 쓰는 친구랑 가야겠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01/27 23:43
수정 아이콘
전 이영화 시사회로만 2번 봤습니다. 마이너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임순례감독과 연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등등 배우의 투혼이 발휘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왠지 '디워'가 생각났습니다. 디워는 영화자체로만 보면 극장에서 돈내고 보기 아까운 3류 영화지만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심형래 감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비록 1등이아니고 금메달이 아니어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거죠. 척박한 환경에서 핸드볼로 세게 정상에 서는 우리 아줌마군단이나 특수효과의 불모지에서 노력한 심형래 감독이나 은메달일지언정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했던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금메달을 땃던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아니라 은메달이었던 아테네 올림픽을 다룬것도, 제목이 '최고의 순간'인 것도 주어진 상황속에서 살아남기위해 아둥바둥 최선을 다하는 우리네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였던 것같습니다.
본호라이즌
08/01/27 23:43
수정 아이콘
저도 마지막 슛 장면에서 ... 참 연출 잘했다 싶더라고요. 여친이랑 같이 봤는데... 영화보고 둘 다 만족하고 나왔죠~
하루빨리
08/01/27 23:51
수정 아이콘
영화보고 감동받았으면 이번주 화요일(29일)에 열리는 한국:일본 올림픽예선 재경기에도 관심을...

시사매거진2580보는데 일본이 타도 한국을 외치면서 언론과 서포터즈가 다함께 노력하고 있는거 보면서 후덜덜 했습니다. 재경기때 한국 응원해야 겠어요.
로날도
08/01/27 23:52
수정 아이콘
글쓰신 분 말씀대로 약간 계몽 영화(?) 틱한 멘트가 있어서 민망하긴 했는데
그냥 보고 있으니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남자임;)
Blindfish
08/01/28 00:01
수정 아이콘
우생순 혼자 보러 갔었습니다.^^;
비인기 스포츠인 핸드볼이 영화로 제작 되었기에 약간의 걱정도 있었는데 재미나더라고요^^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고, 특히 김지영씨 연기가 참 인상 깊더라고요. 요새 유부녀지만, 김지영씨가 좋습니다. 하하;;
친구들과 후배들 말처럼 혹은 유머게의 테스트처럼 전 누님파인가봅니다.
각설하고, 전 글쓴이분처럼 영화에 감정이 울컥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인터뷰 장면 중의 감독의 울먹거리는 장면이, 같은 남자로서 울컥해 지더라고요.
괜찮은 영화를 본터라 극장을 기분 좋게 나설 수 있었습니다.
08/01/28 00:24
수정 아이콘
친구들에게도 강추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전 부모님 결혼기념일날 부모님이 같이 보러가자고 하시길래 쫄래졸래 따라가서, 그냥 볼만한 가족영화없나 해서 찾아보다가 이게 유일하길래 봤더랬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도 있었고, 정말 영화보면서 한번도 아니고 몇 번씩 울뻔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초반부부터 우시더군요...아버지도 절대 안우시는데, 이번 영화는 보고난 후 눈물이 가득 고여있으셨고..
ArtOfakirA
08/01/28 01:30
수정 아이콘
제 여자친구는안울고 저만울어따는..
항즐이
08/01/28 02:18
수정 아이콘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으로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너무나 좋은 소재와 배우가 어우러진 영화였습니다.

여성 감독님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경기 장면이 다소 지루하게 흘러간 점이 아쉽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대사의 어색함..
주인공인 김정은씨 역할이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맹점-_- 이 있습니다.

그걸 다 감점하면.. 100점 만점에 80점은 너끈히 받는 좋은 영화인 듯 합니다. ^^
08/01/28 11:20
수정 아이콘
그리고 나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툭 던졌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툭 던졌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툭 던졌습니다.
후...
목동저그
08/01/28 21:46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한국 영화가 하나 나왔더군요. 저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 영화가 얼마만인지...
저도 문소리 씨의 마지막 슛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글쓴이의 말마따나 남자는 모를 수도 있지만, 그녀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는 그걸로도 충분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16 [일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스포약간있음) [10] 노란당근2996 08/01/27 2996 0
3645 [일반] 대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입니다. 좀 도와 주세요~ [27] kapH3733 07/12/16 3733 0
2392 [일반] 제가 여러분께 추천하는 드라마 3개 [36] arjen5316 07/08/22 5316 0
2147 [일반] [단편소설] 손 - 1화 [7] DEICIDE3060 07/08/01 3060 0
2135 [일반] 작전명 : 화려한 휴가 감상. [16] BuyLoanFeelBride4155 07/08/01 4155 0
1918 [일반] 오프후기 입니다. [23] 문근영4214 07/07/15 4214 0
1254 [일반] 다시 와보니 자유게시판이 다시 열렸군요.. 그리고 정리.. [7] 명괴물임2966 07/05/08 2966 0
1191 [일반] [까칠한곰주씨] 이 쪼잔한 세상? 이 꼼꼼한 세상? [7] 잠자는숲속의3350 07/05/03 335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