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절에 몇 번 글로 쓴 적이 있는데,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목표 변수로 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사실 한국이 무식해서 그렇기는 한데, 성장률을 정책 목표로 잡는 시스템은, 사회주의 경제운용 방식의 영향이 강한 방식이다.

이와 가장 유사한 경제는 드골 시절의 프랑스 계획경제(plannification) 시대에 썼었는데, 이걸 '시그널 경제'라고 불렀다. 정부가 우리는 몇 퍼센트쯤 성장할 것 같고, 이자율이 얼마쯤 될 것 같고, 이렇게 미리 예측치를 발표하면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여기에 대해서 적응하면서 생겨나는 자발적 조정치 이 장치를 움직이는 기본 장치이다. 물론 정부가 특정 행위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이걸 프랑스식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다.

이명박의 경제는, 개도국식 개발독재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주의 운용의 나쁜 점만 자본주의에 붙은 건데, 이게 노무현이 2만불 경제에서 이미 했던 거라서, 객관적으로 얘기하면 둘이 다 나빠... 이게 내 생각이다. 한국이 언제부터 완전히 망하기 시작했나, 이게 바로 노무현의 2만불 경제를 기점으로 잡는게 내 방식의 분석인데, 이명박의 과연 시장경제를 하는가? 시장경제는 개뿔, 전형적인 개발독재 방식이다.

이건 프랑스 계획경제식 시그널보다 더 문제가 많은, 그야말로 성과할당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부처에 '쓸만한 프로젝트' 만들어내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성장률을 만들어보겠다, 백주 대낮 oecd 국가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물론, 외국에서 이런 한국의 내치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은 잘 없다. 알아서 망하겠다는데, 큭큭큭 하면서 즐기면 그만인 것이 외국인들의 시각일텐데, 문제는 이런 성과주의형 성장률 경제정책에, 이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는게 진짜 문제다.

하여간 이명박은 7% 성장을 하겠다고 했는데, 얼마 전에 이한구가, 이것은 공약이 아니라고 했다. 747 경제공약이 자신의 대표공약이고, '즐푸세'가 박근혜 공주의 공약인데, 이걸 합치겠다고 말한 것이 이명박 본인으로 기억하는데... 공약 중의 공약인 셈인데, 너무 고차원의 공약이라서 이건 공약이 아니라고 한 것인가?

이 7%는 때려죽여도 한국 경제에서는 안 나온다는게 내 생각이다.

5%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라는 개념 자체가 관찰치가 아니라 추청치인데, 그래서 이명박측에서는 이 잠재성장률 개념을 가지고 약간 지들 맘대로 해석하면서 말장난을 좀 한다. 이런 데는 대꾸 안해주는게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좋은데, 원래의 정의는 성장의 맥시멈 값에 해당한다. 요소의 총고용 혹은 최대사용으로 정의된다.

이명박이 높이겠다고 한 건, 실제 혹은 관찰 성장률이 아니라 바로 이 잠재성장률이다. 이렇게 얘기하게 된 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5%인데, 어떻게 7% 성장을 하느냐? 아나 이런, 그럼 잠재성장률을 높이면 될 거 아니냐? 대단했다. 이 정도면 말장난의 극한에 해당한다.

But... 이명박의 천운이 여기까지였는지, 당선되자마자 성장률 전망이 5% -> 4.5% -> 4% -> 3.5%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3.5%도 아직 높다. 몇 개 충격이 더 오면, 2% 수준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세계경제의 불안요소들이 아직 다 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콩값, 밀값, 이런 거 보면 내가 다 머리가 띠용할 정도이다.

국내 신문에서는 별로 안 떠들지만, 정말 미증유의 특이한 시대를 우리가 사는 중인데, 위기의 요소는 생각보다 깊고, 또 넓다.

작년에 대충 5% 성장을 했는데, 사실 이게 환율 요소가 많아서, 실제 소득상승률은 1% 정도 밖에 안된다. 이런 추세를 놓고 보면, 2%대 성장률이면, 사실 한국 입장으로서는 완전 독감 바이러스로 근육통을 앓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쌍코피 터지는데, 좀 심하게 얘기하면 상장기업의 1/3 정도가 경영난을 겪게 될 상황이, 가장 비극적 시나리오 정도될 것이다.

현 구조에서 예측 성장률이 3% 밑으로 내려가면, 그야말로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이명박 인수위 명단을 좀 봤는데... 아시나? 경제성장론 제대로 공부하신 분이 없으시다는 것을... 아나이런, 고종완 같은 업자들만 잔뜩 있고, 간판으로 내세우신 분도 말만 교수지, 사실상 업자 같으신 영업력 좋으신 분들이다.

KBS가 고종완 잡아낸 것은, 사실 좀 비겁한 행위이다. 마치 지들은 상관없고, 이명박 인수위만 그랬다는 듯이... 지금의 업자 고종완의 업자질을 부추기고, 지금과 같이 키워준 것이 바로 KBS 아니었나? 마치, 자기들은 순진하다는 듯이, 입 싹씼고 예즘 보래요...

고종완은 업자긴 업자지만, 잔챙이 중에 잔챙이다. 그런 분한테 돈 주고 부동산 컨설팅 받는다는 넘 자체가 좀 수준이라서, 소위 진짜 타짜들은 따로 있고, 또 인수위원이나 자문위원 내에서 스팅을 한다면, 진짜 스팅 대상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조씨 같은 사람... 역시 조씨도 KBS가 키워줘서 지금의 '제2 황우석' 위치까지 온 사람이기는 하다.

내가 몇 번 얘기했는데, 거시경제 운용이라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학문 분야인데, 이게 재경부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고, 또 진짜 전문가 혹은 타짜 같은 사람들이 해야하는 일인데, 이명박 정부도 역시 이런 쪽에는 별 눈에 띄는 사람도 없고, 사실 관심도 없어보인다.

한 달 넘게 이명박 정부 출범준비 과정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작심하고 국가를 대공황으로 몰고 가고 싶어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제공황과 우민화 두 가지를 결합시키면, 확실한 장기집권 맞기는 한데, 실제로 그런 노림수가 있는 건지 의심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은, 심하게 걱정된다.

그리하여... 최근에 만난, 곧 퇴임이 확실시되는 어느 고위직 공무원께서, 지금이라도 금을 사야하는 거냐, 또 다른 분은 필리핀 땅이라도 사둬야 하는 거냐, 아니면 동경에 집이라도 사야 하냐, 이런 현실적인 걱정들을 하시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 점잖게 성장론 공부하시는 분이 몇 분 안 계신데, 불행히도 내가 아는 이런 분들에게 - 미국의 아주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신 분들이다 - 인수위가 조언을 구한 것 같지는 않고, 이분들도 인수위 같은 곳에 줄을 대서 세상 살아가지는 않는 분들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경제, 경제 외치는 이 와중에 경제만큼은 확실히 꼴아박는, 기 현상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소시에떼 제네랄 - 나도 이 은행에 3년이나 통장을 가지고 있었다 나중에 베엔뻬로 옮겼다 - 폭발은, 빙산의 일각이다.

나의 대학원 전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국제경제학 중 국제자원의 선물시장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손놓고 있는 셈이지만, 백금, 텅스텐, 우라늄, 쌀, 콩, 이런 것들에 딸린 선물거래가 내 대학원 시절의 진짜 전공이다. 그런 이유로 국제자원론 강의를 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소시에떼 제네랄말고도, 지금의 이 미칫듯한 speculation race에 물린 기관이 얼마나 더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더 터져나올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내 누누이 얘기하지만, 석유가격은 미친 듯해 보여도, 규모의 효과에 의해서 이건 어느 정도 관리되는 시장이다. 그러나 옥수수에서 시작한 밀과 콩 시장은, 전혀 관리되지 않는, 아주 무서운 시장이다. 그야말로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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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역시 우석훈답게 개작 변형 가공을 허하다니...
이거 여기저기서 써먹을 방법이 많겠는데요...  
역시 세상을 우리가 모르는게 너무 많아 교수라고 해서 다 교수가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