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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28 14:56:18
Name OrBef
Subject [일반] 서른 즈음에는 서른 살에 들어야 제 맛.
** 인생 허망하다 류의, 듣는 분의 성격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 있는 글입니다. 미리 알려드립니다 **

1. 서른 즈음에



노래 자체가 김광석 씨 본인이 서른 즈음에 불렀던 노래니만큼, 서른 살의 감수성이 잘 녹아있는 노래일 수밖에 없고, 고로 서른 살에 들어야 제일 와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서른 살 즈음에는 그 노래를 듣기만 해도 뭔가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가슴 한편이 아려오고 그랬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보다 열 살 정도 손위인 형님과 술을 먹을 일이 있었고, 술집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형, 저 노래 정말 와 닿지 않아요? 제가 진짜 좋아함'
'그래... 나도 니 나이 때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때도 형님 대답이 뭘 뜻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갔었습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20살 청춘을 전혀 짐작도 못 하는 게 아니듯이, 사람은 어느 정도는 미래를 짐작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십 년이 지나서 저도 형님 나이가 되었고, 젊은 시절이 내뿜는 담배 연기처럼 점점 멀어져가는 게 더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후배 놈이 자기 페북에 서른 즈음에를 링크해놓은 것을 보았는데, 그때 형님이 느꼈던 감정이 뭔지 이젠 거의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꽃들에게 희망을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어른 동화책이 있습니다. 남자 벌레가 주인공인데, 그는 주위의 모두가 벌레 탑을 올라가려고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기도 벌레 탑을 올라가서 맨 위에 서고 싶어하고, 그 반면 여자 벌레는 그런 이기적인 삶 말고도 뭔가 좀 다른 삶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나비가 됩니다. 남자 벌레는 벌레 탑 끝까지 올라가 보니 결국 아무것도 없더라... 뭐 그래서 허무했다 뭐 그런 건데, 다행히도 여자 벌레가 엘레강스한 나비가 되고 나서도 미천한 남자 벌레를 버리지 않고 나중에 도와줘서 남자 벌레도 나비가 되어서 둘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얘기지요.

이 동화를 대충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봤던 것 같은데, 그즈음에나 지금에나 풀리지 않는 의문은 이겁니다.

'그래 벌레탑 위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알겠어. 근데 나비가 되면 뭐가 좋다는 거임?'

어느 방향을 선택하던, 무엇을 하던, 어떻게 살던, 뭐 크게 고민하지 마세요. 어차피 어떻게 언제 무엇을 하든 간에 그 끝엔 어차피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애초에 태어난 게 실수에요.

라는 글을 후배의 노래에 대한 답사로 제 담벼락에 썼다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모욕인 듯해서 Only me 옵션으로 바꿔두었습니다. 그랬는데 거기 누가 댓글을 달아두었더군요. '귀신?' 이라고 생각하며 클릭해보니 마님께서 제 컴퓨터로 잠시 뭔가 하다가 우연히 그 글을 보았나 봅니다. 마님께서 남기신 댓글은 '당신 힘들지 블라블라' ...... 일 리가 없잖습니까!!

'잘했소. 술을 쳐묵쳐묵한 뒤에는 웬만하면 페북은 멀리하는 게 좋소'

라는 간지나는 댓글이었습니다.

3. 밀리언달러 베이비



마님의 예상대로 저는 음주 중이었고, 원래는 페북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이런저런 장면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열심히 살아봤자 아무것도 없어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만 니가 뭐라고 생각하던 말던 진실은 하나에요' 라는 효봉스님스러운 가치관을 (물론 이 한 문장 버전은 상당히 과장/단순화되긴 하지만 말이죠) 지닌 쪽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별로 경청하는 편도 아니고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라면 (제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단서를 달고 말씀드리자면, 그런 진지한 사람들은 의외로 소수이더군요), 그 사람들을 응원할 만큼의 여유는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힐러리 스왱크를 참 응원했는데, 아 정말 슬픈 영화였습니다.

근데 언젠가 저보다 나이가 30살쯤 손위이신 어르신과 술을 먹을 일이 있었습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정말 슬프지 않아요? 명작 중의 명작인 듯.'
'명작이지. 인생이 원래 그래. 열심히 해봤자 그 처자같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지금도 어르신 대답이 뭘 뜻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갑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빠르던 늦던 한 번은 '꺾이는' 때가 옵니다. 그리고 그 꺾임은, 비록 아주 목을 꺾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경우는 꽤 강력해서,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꽤나 달라지게 됩니다. 삼십 년이 지나서 제가 어르신 나이가 될 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은 나이가 될 때, 아마 저도 저런 대답을 하게 되겠죠. 그래도 그런 대답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사람 구실은 하면서 살아야 하니 내일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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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3/01/28 15:00
수정 아이콘
http://www.youtube.com/watch?v=1-t5r2LChek 이 노래의 제맛은 언제쯤..
13/01/28 15:04
수정 아이콘
21년 남았습니다. 하하하
13/01/28 22:18
수정 아이콘
문득 OrBef님 연세가 오십? 젊으신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으시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저는 20년도 안 남았네요 ㅜ.ㅜ
(더하기를 틀려서 10년을 잘못 계산했다는... -_-;;;)
13/01/29 03:05
수정 아이콘
아니 은별님 그런 실수를.... 은별님 직업이 그런 실수가 용납되는 널럴한 직업이 아니지 않나요 흐흐
13/01/28 15:01
수정 아이콘
왠지 밑에 캇카님이 올리신 글이랑 묘하게 연결이 되는 느낌이네요. 흐흐.
눈시BBbr
13/01/28 15:04
수정 아이콘
서른 즈음에... 스무살 때 겉멋 들어서 불렀는데 오히려 서른이 가까워지니 은근 꺼려져요 ㅠ.ㅠ 그래서 요새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부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하면...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70046&no=41&weekday=thu
요샌 이거밖에 안 떠오르네요 ㅠ
13/01/28 15:08
수정 아이콘
그 노래 짠하지요. 전 오늘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를 봤는데, 마님께서 '아주 곧 늙어죽을 사람 났구만. 이보쇼 일단 당신은 나가서 먹이를 줏어와야하는 수컷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는 남아있길 바라오만?'
시라노 번스타인
13/01/28 15:07
수정 아이콘
저는 이제 겨우 서른즈음에를 들어도 별로 우울하지 않은 서른하나 꼬꼬마지만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했었네요.
"우린 그 가사가 가슴을 울릴려면 마흔은 되어야 할것 같다."

아직은 꺾여본 적이 없어서 자신만만하게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 꺾이는 날이 올때도 제 좌우명이 즐겁자. 인것이 변함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13/01/28 15:10
수정 아이콘
뭐 너무 겁내실 필요는 없어요. 기본 좌우명이 목표지향적이지 않고 '즐겁자' 라는 스타일이시라면, 아마 잘 넘기실 수 있을 겁니다.
13/01/28 15:08
수정 아이콘
서른즈음에는 마흔살쯤 들어야 와닿을거 같아서, 쟁여두고 있습니다. 마흔되면 한번 조용한데서 담배한개피 물고 곱씹으며 들어봐야 겠어요.

저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웬만한 명작영화 아니면 줄거리가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은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딱 한번 극장에서 봤을 뿐인데도 줄거리가 세세히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충격적이였고, 불쾌했었죠.

제가 좋아하는 대표적 영화 장르는 두가지, 범죄/미스테리 스릴러와 디즈니류의 가족영화(애니메이션 포함) 입니다.
사실 가족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릴러류를 좋아하는 저에겐 일종의 힐링의 개념입니다. 재미는 스릴러류가 더 있지만,
그래도 가족영화의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그 이후로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는 전형적인 엔딩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희망을 주거든요.

현실은, 또한 진실은 퍽퍽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환타지 속의 희망이라도 꿈꾸며 그려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 저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고난이 있어도 늘 해피엔딩이 되는 가족영화처럼, 설령 위기가 오더라도
그 끝이 해피엔딩일 것을 생각하며 한발짝 물러서 여유를 느껴보는게 필요할 것 같아요.

평소에 제가 가지고 있는 삶의 자세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13/01/28 15:12
수정 아이콘
저도 잔잔한 해피엔딩 좋아합니다. 그냥 뭐랄까..

현실은 퍽퍽하다는 것을 알기에 환타지를 즐긴다
환타지를 즐기지만 현실은 퍽퍽하다는 것을 안다.

정도의 뉘앙스 차이만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 평소에도 항상 인상쓰고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퍽퍽하다고 해서 즐기지 못할 것은 또 뭡니까.
더블인페르노
13/01/28 15:12
수정 아이콘
서른즈음에...서른이 되면서 "그래 서른이니 이 노래좀 들어줘야지" 이러면서 약간은 우울하고 센치하게 들었던 노래...
얼마전 서른즈음에 노래를 들으면서...무심코 한말..저나이였으면 정말 좋겟다.....지금 내 나이 35...얼마전 두 아이의 아빠가 된.. T_T
지금뭐하고있니
13/01/28 15:12
수정 아이콘
서른 즈음에는 서른이 아니라, 스물 아홉에 들어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서른의 무서움을 알 때, 들어야 하는데, 스물 아홉이면 알고도 남겠더라구요.

처음 스물에 들었을 때는 정말 멋도 모르고, '별로네' 했었는데....똑같이 노래방에서 친구녀석이 부르는 걸 들었는데(심지어 똑같은 놈이) 스물 아홉에 들었을 때는 안구에 습기차는 걸 막느라 고생했네요.
Baby Whisperer
13/01/28 16:47
수정 아이콘
저랑 생각이 같으시군요. 흐흐. 서른 즈음에는 "서른 되기 전까지는 매우 열심히 듣다가 서른 넘어가면서부터는 안 듣는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김광석님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진심, 꾸미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단순함의 힘, 감성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젊은아빠
13/01/28 15:12
수정 아이콘
본문과 무관한 것 같습니다만 살면서 가장 힘들 때는 하고싶은 일을 못할 때가 아니라
고생고생해서 결국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걸 해봤더니 정작 그건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니었을 때라고 하더라구요.
13/01/28 15:16
수정 아이콘
본문과 관계 있습니다. 말씀하신 첫 번째 경험이야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두 번째 경험도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의외로 많이들 가지지 않나요? 저는 둘 다 있었고, 고통의 종류는 달랐지만 둘 다 꽤 고통스러웠습니다.
젊은아빠
13/01/28 15:18
수정 아이콘
제가 본문을 이해 못하고 다는 리플이면 어쩌나 싶어서 사족으로 붙여봤습니다 흐흐...
저는 하고싶은 일이라는게 뭔지를 모르겠어서 첫째도 둘째도 기쁨도 고통도 모르고 그저 시간 가는대로 살고있네요...
13/01/28 15:23
수정 아이콘
하고싶은 일이 없다, 내지는 뭔지 모르겠다..

이 경우도 상당히 힘든 것 같습니다. 각자 가치관과 성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종류의 고통을 겪을 뿐,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크던 작던 혼란과 고통을 겪는 것이 인생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그 와중에 잠깐씩 행복한 그 순간들이 참으로 꿀맛이고, 그래서 계속 사는 거겠죠.
젊은아빠
13/01/28 15:31
수정 아이콘
그렇죠. LOL 한판 이겼을때, 유게에서 재밌는거 봤을때, 친구들한테 그거 보여주면서 같이 웃을 때...
그런 재미로 사는거지 뭐 어마어마한 일을 해서 그 성취감으로 사는건 범인이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가 아닐까 합니다 흐흐...
13/01/28 15:15
수정 아이콘
요즘 워낙 고령화(?)가 지속되다 보니 서른즈음에는 서른에 들어서는 별 맛을 못느끼지 않나 마 그리 생각합니다. 한 서른 여섯 일곱정도가 어울리지나 않을까..
13/01/28 15:26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서른 즈음에'라는 곡은 마흔 즈음에 가까워질수록 더 와닿는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찡해요 그의 노래들은..
잠행천하
13/01/28 18:12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마흔이 가까워지는 지금 서른즈음에가 어울리는거 같네요..
다시한번말해봐
13/01/28 15:42
수정 아이콘
아하, 서른즈음에는 마흔즈음 듣는게 더 와닿는군요...
남자친구한테 스물여덟살때부터 서른즈음에를 노래방에서 불러주곤하다가 서른이 된 올해부터는 박상민의 서른이면을 같이 불러주려고 연습하고있습니다. 보나마나 2절시작전에 꺼버리겠지만요.
13/01/28 15:48
수정 아이콘
2세가 생기니 내 생활의 변화가 결혼하고 바뀌는 삶에 비할 바가 아니네요.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한 반면 흰머리가 급속도로 늘어갑니다 흑흑
13/01/28 15:55
수정 아이콘
육아에 비하면 결혼이야 뭐 애들 소꿉장난이지요 으흐흐
AraTa_sTyle
13/01/28 15:51
수정 아이콘
이 노래가 만들어졌을 당시 서른의 나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마흔의 나이대와
같은 고민, 감정이 있었나봅니다..
13/01/28 15:56
수정 아이콘
하긴 그런 면이 있긴 합니다. 그때는 뭐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생활 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니....
켈로그김
13/01/28 15:52
수정 아이콘
오늘은 18 & life를 들어야겠군요;
레지엔
13/01/28 19:27
수정 아이콘
오늘은 18 & life를 들어야겠군요;(2)
runtofly
13/01/28 15:53
수정 아이콘
이등병시절.. 22살이었죠. 위병소 근무 마치고 자려고 누웠는데... 밤에 음악을 켜놓고 자던 왕고 머리맡의 CDP에서 흘러나오던
이은미 버전의 서른즈음에...
군생활 하면서 눕자마자 잠들지 않았던 유일한 경험입니다.
돈은 많이 주지만 주말부부해야했던 괜찮은 직장 때려치고 돈보다 가족을 위한다는 맘에 지방에 내려와 살고 있는데..
아직 젊지만 본문 내용이 마음을 울립니다.
스웨트
13/01/28 17:02
수정 아이콘
내나이 29..
예전엔 아무느낌없던 그노래가..
점점 와닿더라구요..
내년되면 제목처럼 최고조가 되겠죠?
하늘빛우유
13/01/29 09:50
수정 아이콘
올해 30살이 되었는데요.. 이 노래를 최고조로 이해했던것이 작년 11월이었던것 같더라고요..(하나의 사춘기 처럼요..)
근데 정작 30살이 되었을때는 그냥 그냥 그러려니 하는
Darwin4078
13/01/28 18:23
수정 아이콘
저는 서른살에 서른 즈음에를 들어도 아무 감흥이 없었고, 지금도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다만 서른 이짝저짝에 creep에 환장했는데 그게 섣부른 팝부심이었는지, 루저의 필이 와닿아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뭐, 무슨 노래를 들어도 마찬가지인거 같애요. 감정이 메마른 탓이겠죠.

인생에 있어서 꺾이는 때가 있다.는 말이 참 인상적입니다.
예전엔 학부시절 정말 하고 싶었던 게임개발을 결국 못하게 된 것이 인생에서 꺾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꺾인게 아니라 오히려 잘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때 꿈이나 이상, 희망 그런게 많이 꺾인건 확실한거 같애요.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 꿈, 이상 그런건 확실하게 꺾였죠. 시갈형님이 악당 목 꺾는거처럼 말이죠. 흐흐..
그렇지만 결혼을 결심하면서 욕망에 충실하고자 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습니다.

밀리언달러베이비는 보면서 다른 관객들은 다 울고 있는데 저만 덤덤해 있어서 이거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고민했었던 영화였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어둠속의 댄서를 보고 나서였는데요, 둘다 보면서 인생이 어차피 저렇지 않나 싶었죠.
내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이야기인데 왜 울어야 하나 싶더군요.

아.. 이거 뭔 얘기를 쓴건지.
날두 해트트릭 하자마자 메시가 4골 넣어서 기분 다운돼서 엄한 뻘글 쓴듯.
결론은 날두야, 이형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
13/01/29 03:08
수정 아이콘
사실 뭐 굳이 글을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평소에도 난 꺾였네 징징 이러면서 사는 건 아닙니다. 사는 거야 열심히 살아야죠. 다만, 가끔은 사는 게 좀 지겹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게 어제가 그 날이었네요.
레지엔
13/01/28 19:28
수정 아이콘
김광석씨가 서른 즈음에를 처음 불렀을때보다 제가 나이가 몇 살 더 많군요 이제-_-... 일전에 아는 형이 이 얘기를 하면서 '어린 놈이 뭘 안다고 이 노래를 불렀을까'라고 했는데 슬슬 그런 생각이 들 것도 같은....

물론 저는 열 여덟입니다. 18&life 들으러 갑니다(..)
13/01/29 03:09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은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에이 그놈 참 웬만하면 조금 더 살아보지 그랬냐.... 이런 생각이요.
리니시아
13/01/28 20:14
수정 아이콘
서른즈음에 를 언급하시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언급하시다니...

전 어려서부터 너무 조숙했던 녀석이라 고등학교때부터 대학 새내기까지 김광석 노래를 달고살았죠.
거리에서, 서른즈음에, 사랑했지만, 나의 노래,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해 못하실 수도 있지만 전 20대 초반에 서른즈음에 라는 감성에 감동을 받고 지냈더랬죠.

그리고 영화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마 중딩때나 봤을겁니다. 어쩌다가. 근데 전혀 감흥없는 그저그런 영화로 지났더랬죠.
2년 전쯤인가? 우연한 기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정성들여 다시 봤더랬죠.
그때도 전혀 이해를 못했습니다.
아니 무슨 쌩고생해서 권투선수로 성공할줄알았는데 으왕 주금. 이게 뭐임

그런데 지금 30이라는 나이와 서른즈음에. 그리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현실. 그리고 인생에서 꺾인다는 시기...
제가 아직도 한참 부족한 식견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걸 느낍니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13/01/29 03:12
수정 아이콘
뭐 식견이랄 거 까지야 있나요. 저보다 훨씬 더 깊이있게 사시면서 낙천적인 분들도 수억명인데요 ^^;; 이런 건 깊이보다는 그냥 타고난 생명 에너지의 종류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 아닐까 합니다.
13/01/28 20:17
수정 아이콘
서른이면 파릇파릇한 사회 초년생들 아닌가요 허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서른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님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 서른이 되었을 때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몇 분 말씀처럼, 서른 즈음에란 노래도 최소 마흔은 넘어야 느낌이 전해 질 거 같네요 : )
홍승식
13/01/28 21:27
수정 아이콘
인생 참 허망하죠.
저도 지금을 즐기며 살자가 좌우명 같이 되어 버렸는데,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 인생을 계속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즐기지 못할 거면 거기서 그냥 끝내는게 나 개인으로서는 더 낫지 않나 이런 생각도 하구요.
그래서인지 내가 책임져야될 사람을 만드는게 많이 두렵네요.
힘들어지면 나 혼자 가면 되는데 남겨진 사람이 있다면 많이 망설여지니까요.
13/01/29 03:14
수정 아이콘
제 베프가 그래서 독신으로 삽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참 정답 없어요...
버디홀리
13/01/29 07:50
수정 아이콘
마흔 중반이 넘어서 들어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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