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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28 10:38:50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⑧ 불길, 인의의 복수를 태우다
하아...춥다.....


이릉에 있던 손환의 포위. 형남 4군에 분포되어있던 오계만이들과 습진 등 투항자들의 반란, 그리고 유비의 진격. 오는 상당히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걸 좀 안쪽으로 파고들어가면 유비가 압도적으로 오를 찍어누르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오계만이들 중 일부는 반군들과 합세해 있었고, 일부는 촉군 아래에 있었습니다. 전력이 어느정도 분단된 시점이었죠. 따라서 이 반군들은 촉군 본진과 연결하려 하면 오의 주력인 육손의 본진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고, 동쪽으로 나아가 오의 주요지역을 공격해 교란하려 해도 보즐과 반준이 익양에서 이들을 철저하게 저지하고 있었습니다. 촉군에게 포위당한 이릉의 오군 역시도 위험한 듯 했지만 손환이 잘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육손이라고 해도 이렇게 전후방이 전부 힘들어지게 되면 육손이 아니라 장량이 와도 막기 어렵죠. 하지만 보즐, 반준, 손환이 각기 자리에서 잘 막아준 덕분에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221년 6월에 시작된 전투는 점차 1년이 넘도록 진전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유비는 효정 일대에 진채를 새우고 서로간에 연계하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조비가 말한대로 7백여리나 되는 기다란 진채를 세웠다고 보긴 어렵지만 진채가 넓고 길게 세워져 있다는 것만 봐도 촉군의 전력이 강력했다고 볼수 있죠.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어체제로 일관했던 육손은 이제 때가 다가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하 제장들에게 말합니다. 제장들은 지금까지 지키기만 하던 사람이 왠일이지? 하고 공격나갈 준비를 하....지는 않고 이대로 계속 지키자고 주장하죠. 그것은 효정과 자귀, 이도 근처의 주요 거점이 유비에게 넘어간 상황이라 선제 공격을 들어가면 그 군세에 걸려 이도저도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죠. 그러나 육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육손 : 촉군이 초반에는 기세가 강력했기 때문에 저지할수 없었소. 그러나 전쟁이 1년을 넘게 끌면서 병사들은 피곤하고 사기는 떨어졌으며 우리가 방어거점을 지키고 있는 이상 저들은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드오. 지금 공격해야 합니다.

그 전에 육손은 효정에 펼쳐진 촉군의 영채를 공격합니다. 이 전투의 결과는 기록에는 없지만 장수들이 병력을 소모시킬 뿐이라고 말한 것을 보아 오군이 패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촉군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한 육손은 드디어 모든 일을 정리할 때가 왔다고 여깁니다.

육손은 휘하 제장들의 병력에게 화공 준비를 시켜서 일제히 촉군 진지에 일제히 화공을 가한 다음 화공이 성공하자 바로 전체 지역에 기습을 가합니다. 갑작스런 화공에 의해 혼란된 촉군은 오군의 기습에 대처하지 못하고 장남, 풍습 등의 장수가 전사했고 촉군 진지 40여곳이 붕괴됩니다. 또한 촉장 두로와 유녕은 퇴로가 끊기자 오군에 항복하죠.

유비는 유비대로 인근의 마안산으로 가 군사를 수습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은 육손은 그대로 나아가 촉군을 격파합니다. 유비는 오군을 피해 촉 방면으로 도망갔고, 인근 역참의 관리가 오군을 막기 위해 군악대의 악기와 평미레(말이나 되에 곡식을 담고 그 위를 평평하게 밀어 고르게 하는 방망이)등을 쌓아 불을 질러 추격군을 막습니다. 퇴각하는 유비를 지키기 위해서 남은 장수인 부융(부동입니다. 촉서의 계한보신찬에는 부동이 아닌 부융으로 적혀있는 것을 보아 부융이 맞습니다.)은 추격해오는 오군에 맞섭니다.

휘하 병사들과 오군을 저지했지만 부융 아래의 군사들은 전부 전사하고 부융 한명만 남게 되죠. 오군은 부융에게 투항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융은 오히려 욕을 퍼붓죠.

부융 : 쥐새끼를 섬기는 오나라 개들아, 촉한의 장군이 어찌 네놈들에게 항복하겠느냐!!

부융은 결국 끝까지 싸우다가 전사합니다. 그리고 이 부융의 아들이 부첨이죠.

유비는 이러한 장수들의 희생덕분에 백제성으로 후퇴하는데 성공합니다. 연의에서는 조운이 주연 등의 오군 장수들을 죽이며 유비를 지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나옵니다만, 정사에는 조운이 강주도독으로 있던 와중 유비가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군을 출동시키지만 유비는 이미 백제성으로 피신해왔던 상황이죠.

하지만 촉군의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육손전에는 촉군의 병기와 수군 물자가 모두 손실되었고 장강에는 촉군의 시신이 떠다녔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수군을 이끌던 진북장군 황권 역시 육군이 오군에게 패퇴되면서 퇴로가 차단되자 어쩔수 없이 휘하 병사들을 이끌고 위에 항복하죠. 왕보와 마량같은 참모들 역시 혼란 와중에 전사하게 됩니다.

유비가 대패하고 백제성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은 손권은 크게 기뻐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육손 아래의 장수들이 평소 육손의 명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보고 역시 받습니다. 육손은 이러한 사실을 손권에게 숨기고 있었죠. 손권은 육손에게 묻습니다.

손권 : 왜 장수들이 복종하지 않는 것을 말하지 않았소?
육손 : 전하께서 주신 임무는 저의 재능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장수들 가운데는 어떤이는 주군의 신임이 두터운 사람도 있고, 유능한 장수도 있으며, 공신도 있습니다. 이들은 국가 대업을 이루는데 함께 할 사람들입니다. 신은 비록 재능이 일천하나 인상여와 구순이 겸허히 자신을 낮춘 뜻을 흠모하여 국가의 대사를 이루려 할 뿐입니다.

이를 들은 손권은 육손을 형주목 보국장군 강릉후로 임명합니다.

촉군을 격파한 오의 장수들 중 서성, 반장, 송겸은 백제성의 유비를 잡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육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연의에서는 육손의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정사에서는 주연과 낙통 역시 육손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육손 : 사이코패스 조비가 겉으로는 우리를 도와 유비를 토벌하려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분명 상황이 어떻게든 결판이 나면 군사를 돌려 우리를 칠 것이오.

뭐 잘 아시다시피, 모든 상황은 육손의 생각대로 돌아가죠.

이릉대전이 끝난 직후 촉군이 형주 관내에서 모두 사라지자 오군은 남은 모든 반군들을 색출, 분쇄하기 시작합니다. 영릉과 계양의 오계만이, 습진은 모두 격파당했고, 특히 오계만이는 이릉대전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데다 오군의 공격으로 당분간 운신할 처지가 되지 못합니다. 습진은 보즐과 반준에게 패퇴한 이후 수백의 잔병을 수습해 산속으로 들어가 끝까지 저항합니다. 반준은 사자를 보내 습진에게 다시 항복할 것을 권합니다만, 습진은 사자에게 일갈을 내뱉죠.

습진 : 나는 죽어서 촉한의 귀신이 되지 살아서 오의 신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자를 화살로 쏴버리죠. 보름간의 항전끝에 군량이 떨어진 습진은 그대로 자결, 형남의 반란 역시 진정됩니다.

이제 형주는 고스란히 오의 것이 됩니....다라고 말할줄 알았죠?

뭐 당장 겉으로 보면 형주는 오의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형주를 차지한 뒤의 상황은 오히려 오에게 있어선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형주의 가장 중요 지역은 남군과 남양군입니다. 남군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라면 남양군은 인재라던가 방어적 면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었죠. 그러나 양양을 비롯한 남양군을 차지하지 못한 형주는 거의 반쪽도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다 형주 영유권 분쟁과 형주 공방전, 이릉대전으로 인해 남군의 주요 산업인 수로 무역을 통한 중계 이익은 거의 초토화 된 상황이었습니다. 거기다 오 입장에서도 형남 4군을 차지하는 오계만이들과 적대관계를 심하게 맺음으로서 산월과 함께 내정과 북진에 심각한 후방 불안정을 떠안게 되어버렸죠.

촉 역시도 이릉대전의 패배로 인해 많은 인재들이 전사하거나 위, 오로 투항하면서 인사 공백이 심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제갈량이 무리할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후우...)

이제 이 길고 긴 이릉대전 편을 정리하도록 하죠. 지금 말고 다음편에요.

뱀발1. 이번편은 이미지 에러가 너무 심해서 이미지는 생략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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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피는씨
13/01/28 11:43
수정 아이콘
이렇게 얇디 얇은 촉의 스쿼드는 또 아작이 나는 군요.. .
잘 읽었습니다.. 봉추, 법정만 둘 중 하나만 살아 있었어도..
WindRhapsody
13/01/28 11:44
수정 아이콘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Je ne sais quoi
13/01/28 12: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3/01/28 14:16
수정 아이콘
아, 부융-부첨...흑흑

잘 봤습니다.
이뿌니사과
13/02/01 22:30
수정 아이콘
감사히 잘 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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