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2년 10월, 9박10일의 휴가로 동유럽 2개국을 다녀왔습니다.
언젠가 PGR에 제가 느꼈던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미루고 있다가 이제서야 키보드를 두들기네요.
프라하 천문시계는 현지 팁 투어를 통해서 들은 시계의 탄생 비화와 운영의 메커니즘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가장 먼저 쓰게 되었습니다.
프라하 천문시계는 1490년 프라하 시청사의 요청으로 두 명의 시계공(미쿨라스, 하누쉬)과 한 명의 수학자(얀 신델)가 합작하여 만들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탑보다 더 큰 시계, 탑 위가 아닌 탑 밑의 시계라는 점이겠고요. 완성된 시계가 너무 아름다워 당시 동유럽으로 관람을 온 귀족들이 시계공(하누쉬)에게 자신의 나라에도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게 됩니다. 이를 알게 된 프라하 시의회는 천문시계를 독점하기 위해, 새벽에 장정 다섯 명을 보내어 양팔과 양다리를 포박하고 불에 달군 인두로 시계공의 눈을 빼앗아 버렸다고 합니다. 이후 슬픈 마음을 안고 마지막으로 탑에 올라간 하누쉬가 손을 대자 시계는 그대로 작동을 멈추었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1860년, 400년이 지난 뒤였다고 합니다.
전해 내려오는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1410년 카단의 시계공 미쿨라스와 카를 대학의 천문학 교수였던 얀 신델이 시계장치와 글자판을 만들었고, 1490년 이를 수리한 하누쉬가 아래쪽 시계판을 설치했다는 것이 보다 진상에 가까운 통설이라고 합니다.
시계를 보시는 법을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천문시계는 두 개의 시계 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래 시계 판의 포인트는 바로 그림입니다. 시곗바늘 없이, 모든 것이 그림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앙의 탑 세 개는 맨홀 뚜껑, 화약탑 등등 프라하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프라하 도시마크인데, 그 도시마크 주변의 열두 개의 작은 원은 황도 12궁이 되겠으며, 그 위의 큰 그림은 농경의 단계를 나타냅니다. 씨 뿌리고, 타작하고, 추수하는 등의 체코의 농경사회를 월별로 나타내어 주고 있지요.
지금도 맞게 움직인다는 이 시계 판은, 12시 방향의 금색 침은 고정이 된 채, 그림판이 일 년에 한 번씩, 하루에 조금씩 회전하고 있습니다. 침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이번 달의 별자리이며, 이번 달에 체코의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즉, 글을 모르는 농민들을 배려해서 만든 그림판 달력이었습니다. (게자리→6월? →그래서 따뜻하구나→그 위의 그림을 보니 씨를 뿌려야 하는구나..!! →씨 사러 가자!! 뭐 이런식…)
위의 시계 판은 모두다 기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민들이 볼 수 없는 지식인, 귀족, 왕들이 보던 시계입니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원리에 따른 해와 달의 움직임을 표현했다고 하는 위쪽 시계는, 바탕테두리가 로마숫자로 구성되며, 12시간이 아닌 24시간으로 시침과 분침이 회전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판의 테두리는 황도12궁이 기호로 표현되어 있으며, 시계판 바탕에는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등의 색깔이 있는데, 색색의 굵기와 길이로 밤낮의 길이까지 나타내어 주고 있다 합니다. 즉, 시계 하나로 년/월/일/시/분/동지/하지/낮의 길이/밤의 길이 까지 알 수 있는 시계라는 말이지요. 당시 천문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기호와 라틴어를 모르면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가 없었던 시계였습니다.
노예에서 왕까지 모두가 평등하게 이 시계를 볼 수 있으며, 계절 절기 날짜 시간과 그때 해야 할 일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http://youtu.be/PM087sTqSVo
[천문시계 정각 퍼포먼스 + 허탈해하는 수 백명의 관광객들]
동영상으로 보시다시피, 천문시계는 정각이 되면 소리가 나며 쇼가 시작됩니다. (제가 찍은 것이 없어서 링크로 대신합니다…)
먼저, 위 시계 판의 우측의 해골이 종을 당기고, 들고 있는 호롱불을 기울여진 상태에서 수평으로 세우며, 안에 촛불이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촛불이 꺼지게 되는 겁니다. 해골의 의미는 죽음이라고 본다면,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옆의 기타 치는 인형, 왼쪽의 지팡이 짚은 인형과 거울 보는 인형이 같이 고갯짓하는데, 이는 탐욕, 욕심, 증오 등을 가진 인간들을 의미합니다. 인형들의 고갯짓은 죽음의 순간에 급해진 인간들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위의 두 창문이 열리는데 예수의 열두제자가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보며,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황금수탉이 웁니다.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며, 이것은 삶이 온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모든 퍼포먼스를 조합해 보면, 인간은 죽음 앞에서 부질 없는 존재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삶은 중요하다 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거지, 노예, 부자, 귀족, 신분과 부유함을 떠나 개개인의 개성 있는 삶은 중요한 가치,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렇기에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매시간 수백 명이 모이는데, 정작 위에 설명한 퍼포먼스는 동시다발적으로 15초 정도로 빨리 진행되어서, 매시간마다 수백 명의 허탈한 표정을 추가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너무 짧다는 여론이 강했는지, 기사 복장을 한 친구들이 황금 수탉의 울음이 그침과 동시에 시계탑 정상에서 약 40초간 나팔로 곡을 연주합니다. 그래도 이 모든 과정이 1분 안에 끝나게 됩니다.
천문시계는 구시가지 광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 정각에는 정말 엄청난 인파가 몰립니다.
혹시 프라하에 가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많은 관광객이 천문시계에 집중하여 신경이 분산됨과 동시에 밀집된 인파 사이 발생하는 소매치기가 악명이 높으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체코어로 “오를로이” 라고 하는 천문시계.
프라하에 방문한다면 꼭 봐야 할 퍼포먼스의 주인공이자, 삶을 예찬하고 죽음에 초연했던 체코인들의 사상을 나타내어 주는 의미있는 시계입니다.
P.S) 제가 사진찍은 이미지를 편집해서 올렸는데 이미디오랑 연결이 되네요!!
예전에 봤었던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라하편이 연결되니 같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