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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22 22:27:34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좌충우돌 약 빨고 쓴 소설 –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된 David Wong(필명)이란 사람이 쓴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대학도 안 나왔고 그저 보험회사에서 데이터 입력을 담당하는 일개 직원이었는데 일하다 짬짬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이 입 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게 되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인터넷 게시물들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제본한 것들이 돌아다니게 되고 그러다 정식으로 책을 내게 되고 영화 판권 계약까지 하게 된 일종의 신데렐라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동명의 영화도 제작이 되어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B급 정서가 아주 충만합니다.)

글의 내용은 정말 호러에 sf에 코미디가 잡탕으로 뒤섞여서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가 어렵습니다. 어쨌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한 마을에 사는 전형적인 루저 타입의 두 주인공들이 어쩌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세상을 구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수시로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에다가 말도 안 되는 전개에 때로는 서늘하고 섬뜩한 서사가 뒤엉켜서 읽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텅텅 비우고 읽으면 의외의 재미를 가져다 줄 수도 있겠는데 치열한 구성과 아귀가 딱딱 떨어지는 플롯을 원하는 독자라면 읽다가 책을 던져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작가가 마치 약이라도 빨고 쓴 듯이 신나게 써 내려 간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은데 굳이 돈 줘가면서 사서 읽으라고 까지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혹 집 근처 공공 도서관에 갔다가 비치가 되어 있는 걸 본다면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한 번 뒤적거려볼 만은 한 것 같네요.

뱀 발: 우리 피지알에도 상당한 내공의 필력을 자랑하는 회원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 분들이 이런 식으로 소설을 낼 수 있다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미국의 비옥한 대중 문화의 토양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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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22 22:53
수정 아이콘
이런류의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그=그녀 라이어×라이어 치킨타임이라는 만화추천합니다. 약빨고쓴 만화들이죠.
큐리스
13/01/22 23:09
수정 아이콘
'퇴마록'이나 '엽기적인 그녀' 같은 작품이
아마추어가 인터넷(이라고 해도 그 때는 PC통신)에 올린 글이 히트쳐서
영화화까지된 거 아닌가요?
Neandertal
13/01/22 23:18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엽기적인 그녀나 귀여니 같은 경우도 이런 경우이긴 하네요...
아무튼 한국에서도 장르 문학이 좀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엽기적이면서도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발휘할 공간이 좀 많았으면 좋겠네요...
드랍쉽도 잡는 질럿
13/01/22 23:31
수정 아이콘
작년 출간작 중에 기이하게 뇌리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장르 소설의 태동 이후 많은 작품들을 봐왔는데, 이 소설은 초창기 PC통신 시절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원초적인 맛이 있더군요. 그리고 결국 이래저래 아귀도 잘 맞아떨어지는 전개가 되긴 했습니다, 크크.
덕분에 옛날 생각을 많이 하며 읽었던 책이네요.
13/01/22 23:36
수정 아이콘
꼭 읽어봐야 겠네요.
미국뿐만아니라 일본도 그런 소설이 2006~7년이후 많이 등장했지요. 미국과 일본이 출판문화대국이라고 생각한다면, 수긍이 갑니다.
특히 두 국가는 각종 대중소설(장르소설을 위시로 여러가지 타입의 '대중적인'소설들)이 기존의 등단과정이나 출판사에 원고를 보여주는 식이 아닌, 인터넷이나 모바일, 블로그 매체등에서의 대중인기를 '선점'하고 책으로 옮겨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그것들이 곧 히트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과정은 다르지만 비슷한 장르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완득이'가 영화화에도 나름 성공한 단행본이지요.

개인적으로 제 삶의 버킷리스트(정확히는 그냥 제가 하고싶은 일 몇가지지만)중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가가 되는것'에서, 저런 나라의 토양이 부럽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는 진짜 재밌는 글도 많고, 잘 쓰는 사람도 많지만 그게 대중에게 보여지기는 너무 힘든데다가 인터넷에서 글을 읽는 분들이 매우 한정되고 그 장르마저 한정적이라 인터넷 토양도 척박하지요.(그만큼 포털화/개인화 된 인터넷공간이다보니 더 가는 사이트만 가게되는 고착화가 일어나고..)


요새 재밌는 책을 본지 꽤 됐는데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을 참 좋아하거든요. 일본의 현대소설들이 이런 짬뽕잡류 청춘소설에서 대중화에 크게 성공하며 미스테리-장르소설로 시장을 유지,확대,재생산 하는것을 보며 외국소설들의 변화가 상당히 재밌게 느껴집니다.
Neandertal
13/01/22 23:43
수정 아이콘
이 사람이 쓴 두 번째 책도 미국에서는 출판이 되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이 되지 않았는데요...
책 제목이 "This Book Is Full of Spiders: Seriously Dude Don't Touch It" 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이 책은 거미들로 가득차 있네: 친구 진짜라니까 건들마 마" 정도 되겠네요...
아무튼 제목에서부터 똘기(?)가 충만해 보입니다...--;;;
츄지핱
13/01/23 01:28
수정 아이콘
장르소설... 요즘 이영도 작가님 신작도 안나오고, 그저 정유정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웹툰처럼 '웹소설' 이라는 서비스를 이번달에 시작했고 판타지/로맨스/무협의 경우는 상금 걸고 챌린지리그도 하고 있지만 올라오는 작품수에 비해 퀄리티는 아직 부족해 보이네요...
엘에스디
13/01/23 09:59
수정 아이콘
아 이거 결국 황금가지에서 나왔나요... 크크크
B급으로 재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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