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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04 11:27:48
Name 글곰
Subject [일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문과출신이 말하는 물리의 즐거움
  가끔 유머 게시판에 물리 관련 유머가 올라오곤 합니다. 주로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는 것 외에는 알아먹을 수 없는 길고 아름다운 수식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절규가 터져나오는 패턴인데요. 저는 무려 국문과 출신이지만, 유치원 졸업 기념 그림은 우주여행을 그렸고 초등학교 때까지는 놀랍게도 물리학자가 꿈이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간 후 관심사가 문학 쪽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지만요.

  여하튼 그런 어릴 적 성향은 여전히 남아 있어, 저는 물리학이나 천문학 책을 즐겨 삽니다. 물론 전공서적 말고 교양서적이지요. 이실직고하자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사실은 알고 싶지도 않는 아름다운 수식들이 가능한 한 적게 나오는 책을 고릅니다. 물론 아예 수식을 배제할 수는 없어요. 수식이 없으면 설명이 장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수식에 대해 원숭이도 알아들을 만한 쉬운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이과쪽에 대해서는 솔직히 원숭이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이 국문학도조차도 물리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에 일은 제대로 안 하고 공상이나 하면서 노닥거리다가 그 생각을 불과 몇 페이지로 대강 정리해서 쓴 후 학술지에 보냈더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어버린 모 특허청 공무원이 제시한 간단한 식을 하나 볼까요? E=mc2는 고등학교 졸업자라면 누구나 아는 식이지만, 제가 이 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알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십 년도 더 지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E는 에너지의 양을 뜻하죠. m은 질량입니다. c는 속도라고 흔히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광속입니다. 이로부터 에너지란 질량과 속도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약간 더 나아가자면 c(광속)은 [무지막지하게 큰 숫자]이므로 설령 어떤 물체가 작더라도(=m이 작더라도) 광속의 제곱(c2)을 곱하고 나면 결국 그 물체가 지닌 에너지는(=E는)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약간 더 나아가 볼까요? 아무리 작은 물체라도 에너지를 엄청나게 가지고 있으니 이 에너지를 밖으로 끄집어낼 수만 있다면 활용이 가능하겠네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원래 가만 냅둬도 스스로 잘 부서지는 특정한 물체(방사성 물질)을 단단하고 빠른 입자로 후려쳐서 갑작스럽게 부숴 버립니다. 그럼 그 물체는 부서지면서 본래 내재하고 있던 에너지를 쾅! 하고 터트려 버리지요. 그렇습니다. 이게 핵분열이고 원자폭탄의 원리입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지만, 이 문단 서두의 불성실한 특허청 공무원의 이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물리학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원리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잖아요? 어릴 때 TV나 라디오를 보고 저게 무슨 원리일까 궁금한 나머지 드라이버로 분해해버린 후 어머니께 혼나던 그런 기억 말입니다. 어떤 현상의 원리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연적인 성향입니다. 그리고 물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원리를 설명하는(어떤 경우에는 설명하려고 애쓰지만 잘 안되어서 사람 여럿 나가떨어지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재미있어요.

  저같은 문과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물리 교양서적을 몇 권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1.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 왠지 역사책처럼 보이지만 교양과학 책입니다. 물리뿐만 아니라 생물, 화학, 천문학 등 과학 전반에 걸쳐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인류가 지금껏 겪어온 과학적 발전사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2. [평행우주] 미치오 가쿠
- 물리학 가운데서도 정말 재미있는 분야인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중심으로 우주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미치오 가쿠는 교양물리서적을 많이 쓰는 학자인데 이 책도 추천할 만합니다.

3. [물리학 클래식 : 물리학 원전을 순례하다] 이종필
- 위대한 물리학 논문들을 쉽게 풀어 설명한 책입니다. 조곤조곤하게 가르쳐 주는 듯한 문장이 일품입니다. 국내 학자가 집필하였기에 과학관련 서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곤 하는 번역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원래 여기서 글을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삘 받은 김에 하나 더 이야기하려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물리학 클래식]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인데요. 상대성 이론의 ‘상대성’이란 원리의 상대성이 아닙니다. 물리학이란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며, 물론 항상 예외는 있지만 그 원리는 대체로 불변의 원리입니다. 상대성 이론은 그 불변의 원리 하에 특정한 현상이 상대적으로 변하는 것을 논하는 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어떠한 물체도 광속보다 빠를 수는 없으며”, “빛의 상대적인 속도가 일정함”을 가정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물체에 에너지를 엄청나게 쏟아 부어 가속도를 계속 높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광속에 가까워질 때까지 그 물체는 점점 빨라집니다. 그러나 광속에 근접하더라도 상대성 이론에 따라 광속을 초월할 수는 없지요. 여기에 에너지를 더 투입하면?

  자, 다시 저 위대한 식인 E=mc2를 가져와봅시다. 광속인 c는 불변이므로 상수입니다. 그런데 좌변인 E를 계속 키우는(에너지를 계속 가하는) 겁니다. 그럼 답은 하나뿐이지요. m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그 물체의 질량이 커지는 겁니다! 뭔가를 엄청나게 세게 계속 밀었더니 물체가 마구마구 무거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다 더 쓴다면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가 줄어들고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SF적인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상대성 이론에 따라 이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외부에서 관찰할 때, 그 물체 안(특정한 계 안)의 시간은 느리게 가고 그 물체의 길이는 진행방향으로 짧아집니다. 그러나 그 물체 안에서 볼 때는 길이나 시간의 변동이 없지요.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쓰려고 했지만 머리가 아파서 이만 생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책들을 참고해 주세요.

  어떠십니까. 물리에 흥미가 조금 생기셨나요? 전문가 및 전공자분들의 열화와 같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추가)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저는 당시 한참 재미있게 읽던 양자역학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했습니다. 이를테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든지, 원자에서 전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 때 와이프는 참 재미있게 듣더라고요. 결혼한 후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 이 인간이 데이트 나와서 무슨 뻘소리를 하는지 기가 막혔다고요. 그런즉슨, 이런 이야기를 여자에게 하면 생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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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hny=Kuma
13/01/04 11:43
수정 아이콘
헣헣헣 문과출신 물리덕후라니, 멋지네요.^^ (소환하신 전공자입니다.)
13/01/04 11:47
수정 아이콘
어이쿠.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새삼스럽게 이종필 교수님이 대단하시다고 느낍니다.
이 어려운 이야기를 책에서 그렇게 쉽게 풀어 설명하신다니... 부러운 내공입니다.
13/01/04 11:47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물리에 잠시나마 관심을 가졌었지만, 머리가 우둔해서 포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빛이란 무엇인가? 물질과 파동은 무엇인가?
힘(중력)은 무엇인가?
???

그리고 수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터는 차마...
그래도 덕분에 산소가 H20인 것을 알게 돼서 참 다행입니다.
고민많은밤
13/01/04 20:13
수정 아이콘
빛이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서 양자역학이 태동했죠.
확실히 쉽게 이해할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옆집백수총각
13/01/04 23:53
수정 아이콘
저는 그런걸 개념적으로 이해했어도, 수학적으로 이해못해 포기했습니다.
차라리 님이 위대하세요 ㅠ
jjohny=Kuma
13/01/04 11:55
수정 아이콘
트리비아 하나만 풀자면,
본문에 소개된 '평행우주'를 쓴 미치오 카쿠 교수는 (아마 지금은 절판된) '초공간'이라는 책도 썼습니다.
지금 다시 읽으면 또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읽었을 때는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마법서 이드레브'를 쓴 박인주 작가도 이 책을 읽게 됩니다.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 그의 손에서 하나의 괴작이 탄생하는데, 그게 바로 [이계인]!! (...)
판타지 소설에 이론물리학 내용을 쑤셔넣은... 뭐 그런 놈인데, 박인주 작가가 그거 쓰면서부터 잘 안된 것 같다는 느낌이...?

한 줄 요약 : 이론물리는 해롭습니다.
13/01/04 13:5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이분은 초끈이론을 너무 밀어서...... 평행우주 책 자체는 재미있는데 가려서 봐야된다는 거죠 크크크

결론은 이론물리는 해롭습니다. (2)
더더욱이나 어설프게 알면 흑흑흑..
13/01/04 15:46
수정 아이콘
연기자 이계인씨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지않아도 상대성이론을 정반대로 오해해 포스트모더니즘이나 각종 철학에 적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공자분들이 고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런 식으로도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군요.
하지만 잘 적용한다면 그렉 이건의 [쿼런틴] 같은 작품도 있으니까요. 사실 양자역학에 매력을 느낀 건 그 작품을 읽고서부터였습니다.
옆집백수총각
13/01/04 23:54
수정 아이콘
오해해서 적용하는 좋은 예로 제 전공내에서는 E.H.Carr 님이 계셨네요.
열심히 까대면서 잘 쓰고 있..있..
jjohny=Kuma
13/01/04 12:06
수정 아이콘
상대성이론을 말로 잘 풀어낸 교양서를 두 권 정도 더 소개하자면
1. E=mc² (데이비드 보더니스) <- 아마 중고등학교 추천도서에 가끔 들어갈 겁니다.
2. 엘레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 비전공자용 물리 교양서 끝판왕이랄까...

특히 브라이언 그린이 장난 없습니다. 하앍하앍 이론물리 내용을 말로 쉽게 풀어내면서도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게 일품입니다. :)
13/01/04 13:06
수정 아이콘
교양 물리학계의 끝판왕 브라이언 그린의 저서는 엘레건트 유니버스보다 "우주의 구조" 를 추천합니다 흐흐
아무래도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초끈이론에 집중된 엘레건트 유니버스보다는 전반적인 우주의 신비를 다루면서 초끈이론을 설명하는 우주의 구조가 입문작으로 편하더라고요
13/01/04 15:49
수정 아이콘
브라이언 그린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추천해 주시니 어느덧 브라이언 그린의 책 세 권을 카트에 넣고 있는 제 모습이 여기 있군요.
그런데 세권이면 삼십프로씩 할인해도 육만원이 넘네요... 흐흐.
DragonAttack
13/01/04 13:09
수정 아이콘
이런 교양물리는 재밌죠...
13/01/04 13:20
수정 아이콘
물리학도는 아니지만 전자전기공학부 학생으로서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추천합니다.
구밀복검
13/01/04 13:48
수정 아이콘
물알못이긴 합니다만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추천합니다.
김연아
13/01/04 14:10
수정 아이콘
잘 생기셨군요. 인증을 요구합니다.
13/01/04 15:51
수정 아이콘
첫 문장은 진공이고 무중력인 공간에서만 성립하는 명제입니다.
그러나 이 지구는 진공도 아니고 무중력도 아니므로, 따라서 두번째 문장은 불필요합니다.
마음만은풀업
13/01/04 14:12
수정 아이콘
그..그래도 아무리 아인슈타인이라지만 특수 상대성이론이 저리 간단하게... 나왔 ...을리는 ..
하긴..아인슈타인 ..
13/01/04 15:52
수정 아이콘
하긴 아인슈타인... 맞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사람과 제가 같은 종족이라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아요.
13/01/04 14:18
수정 아이콘
이과대 전공자입니다.
학교때 물리는 간신히 pass만 할 수 있는 점수만 받으려 그렇게 등한시했는데... 열역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나중에 무척 고생했다죠.
물리는 그 한자(漢字) 그대로 알면 알수록 다른 현상들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13/01/04 14:21
수정 아이콘
아리스토텔레스-고전역학-상대론과 양자역학-초끈이론
이렇게 발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가슴뛰는 게 물리죠
몽키.D.루피
13/01/04 15:15
수정 아이콘
기원전 4세기 -(2천년)- 17세기 -(3백년)- 20세기 -(약 반세기)- 20세기 후반.. 이렇게 되는 건가요.. 이론의 발전가속도가 거의 그렌라간급이네요..
더펄이
13/01/04 16:26
수정 아이콘
답은 회전력입니다. 끌끌
몽키.D.루피
13/01/04 23:33
수정 아이콘
회전력 노노.. 나선력입니다. 안티스파이럴 때문에 막혀있던 인류가 안티스파이럴의 지배에서 벗어나자 급격히 발전한거죠. 안티스파이럴은... 중세기독교???
고민많은밤
13/01/04 20:15
수정 아이콘
1900년대는 가히 과학(특히 물리학) 혁명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죠 크크크
13/01/05 03:42
수정 아이콘
전공자 입니다만, 브라이언 그린의 책은 명확한 설명은 되어 있으나 초끈이론에 너무 과한 위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점을 잘 염두해서 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최무영 교수님의 책을 추천합니다. 물리에 관해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 어려울 수도 있으나, 딱히 다른 물리책보다 더 어려운건 아닙니다. 특히나 브라이언 그린의 책은 문제를 쉽게 설명하는데 주력한 나머지 독자가 정확하게 이해하였나가 좀 의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전효과에 대한 설명은 훌륭하지만, 상대성이론에 대한 설명은 비 전공자가 읽었을 경우 너무 피상적으로만 받아들일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최무영교수님의 책은 처음 보면 어려울지언정,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가장 완벽히 설명된 물리 교양서 입니다.

이에 덫붙여 초끈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고자 합니다. 초끈이론은 대부분의 초끈이론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초적인(fundamental)한 이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성과를 보면, 초끈이론은 가장 기초적인 이론이라기 보다는, 가장 기초적인 이론이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들을 모아논 이론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대부분의 연구 과정도 비슷합니다. 대칭성을 잘 맞게 라그랑지안을 세우고 이를 통해 운동방정식을 구해서 성질을 보는 것이죠. 하지만 이 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기 떄문에, 우리 우주에서 보는것과 전혀 다른 입자나, 성질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가능성 중에 실제 우리우주와 맞는 모델을 찾는것이 몇십년동안 초끈이론의 연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초끈이론 학자들도 이에 대해서 포기를 하고 우주들(multiverse)에 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실제 우리 우주를 찾는것은 너무 힘들고, 대신 초끈이론에서 가능한 우주들(비록 우리 우주는 아니지만)이 무슨 성질이 있나, 이런 우주들끼리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등등에 대해서 연구하게 된것이죠. 결국 우리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것을 초끈이론으로 밝힐수 있다는 주장은 점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입자보다 큰것을 다루는 다른 물리분야인 고체물리, 원자물리, 핵물리 등에 대한 것도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것이 초끈이론인것과는 매우 다르게 실제 산업 현장이나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것은 고체물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분야를 입자이론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것이 아니다(not fundamental)이라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그다지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입자물리 하는 사람들에게 고체문제를 던져놓고 풀라고 해봐야 못푸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유는 고체물질이, 실제로 입자들의 집합이라고 하더라도, 입자 각각의 성질로 부터 유도하기 힘든 거시적인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개별 입자에서는 잘 안보였던 성질이 모아두니까 주로 나타난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떠오름(emergence)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인 PW Anderson 이 쓴 'More is Different'라는 글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물리에서 입자이론이 아닌 다양한 영역은 기초적인 입자물리의 응용이 아닌, 또하나의 기초적인 분야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밤중에 엄청 길게 쓰게 되었는데요, 저는 양자 이론 전공자로서 대중들에 대한 물리 이론이 초끈이론에 편중되는 것을 조금 경계하고 있습니다. 초끈이론은 현재 물리학의 한 분야일 뿐인데 다른 분야보다 조명을 더 많이 받고 있고요,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연구비가 줄어드는 결과까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정책을 짜는 것은 비전공자 들이고 이 분들은 보통의 대중과 비슷한 수준의 물리지식을 가졌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이렇게 길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13/01/05 05:45
수정 아이콘
위식은 표준모델에 관련된 식이고 저식과 중력을 짬뽕시킬수 있으면 물리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겁니다.
표준모델과 초끈이론은 사실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긴 한데,
실제 학계에서 초끈이론로 직장잡기 쉽지 않다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적인 인기는 아마도 입자물리, 그것도 고에너지쪽이 가장 높죠.
초끈이론같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엇인가 신기한 이야기를 해줄수 있기도 하고요.

초끈이론은 사실상 물리이론이라고 볼수없다고 생각하는 물리학교수님들도 종종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실험물리하시는분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초끈이론으로 뭔가 중요한 임팩트가 나와야겠지만...
뜨와에므와
13/01/05 11:27
수정 아이콘
저는 물리는 결국
F=ma 만 알면 끝이라고 배웠습니다. 흐흐
만류귀종? 만법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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