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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27 10:38:53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오늘의 적, 내일의 적 (序) 미치광이 풀 샐러드


이릉대전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만, 역시 해야할 전쟁은 아니었다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는 연의에서 유비가 이릉에서 대패하고 촉의 인재풀이 완전히 고갈 직전까지 갔다는 점부터, 이후 유비 사후에 제갈량의 촉오동맹 회복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하죠.

전 이릉대전을 삼국시대의 3대 대전으로 뽑진 않습니다. 전 오히려 최근 조명되고 있는 왕평과 조상간의 낙곡 전투를 이릉대전을 대신할 전투라고 평가하죠.

관도대전은 단순히 전국최강자인 원소를 조조가 진득히 막아내다 격파한 것이고, 관도대전 자체는 어찌보면 원소가 타격을 입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붕괴까지 이를정도의 타격을 입은것은 아니었습니다.(이후로 원소 자식들끼리 말아먹었죠.) 이전까지 원소의 움직임 때문에 항상 다른 일에서도 원소에게 질질 끌려다녔지만 관도의 승리로 인해 이후의 원가와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죠. 이는 결국 위가 화북 전역을 석권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적벽대전은 이러한 화북과 장강 북방의 형주를 장악한 조조를 손유동맹이 격파한 것입니다. 적벽대전의 결과 조조는 남양을 제외한 형주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이 형주는 결과적으로는 유비의 것이 되죠. 조조 입장에는 형주 상실은 이후의 오를 공격하는 진군로가 유수구-광릉 정도로만 한정되었는데, 이 두 지역은 어쩔수 없이 수군전력을 키울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전으로는 절대 결판이 날수가 없게 되었죠.

그러나 이릉대전은?

사실 이 이릉대전의 격발원인을 가져온 것은 100000000% 손권의 문제였습니다. 형주문제도 그렇거니와 이후의 손권이 촉에 대한 태도는 거의 널 죽이겠다 라는 식이었고, 안그래도 형주영유권 문제로 인해 촉오간의 감정은  너죽고 나살자 식으로 변해있었거든요. 이후 손권의 오판은 조조의 죽음과 후한의 멸망, 그리고 조비의 제위등극으로 이어지는 대격변 상황에서 위가 내부 체제를 개편하고 재정비하는 여유를 줬죠.

이릉대전의 결과로 오가 위를 압도할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대출혈을 일으켜 가진 형주는 오가 생각한 것처럼 자국의 국력을 한번에 확 끌어올려주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력을 깎아먹었으면 깎아먹었죠.

무언가를 산산조각 내는 일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원상태로 복구하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는 불가능하죠.

국가간의 신뢰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형주 쟁탈전과 이릉대전 이후, 촉오간의 동맹은 회복됩니다만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웠죠.

이릉대전 전까지의 오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었던 손권과 여몽의 안목은 정말 말 그대로 둘다 고만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육손이 대도독이 되면서 손권이 이전까지 들었던 악평이 죽은 여몽에게 전가된 것도 있습니다.

차라리 손권과 유선을 비교하면 유선이 낫습니다. 유선은 적어도 제갈량의 발목을 붙잡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손권의 분탕질에 끌려든 육손 역시 아내 때문에 손권과 긴밀히 연결되어있었죠(육손의 아내는 손책의 딸, 즉 손권의 조카죠. 즉 육손은 손권의 질서-조카사위-였습니다.)

육손은 손권을 어느 한도까지는 제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주유처럼 개국공신이자 손가 내에서도 가족으로 취급받았고, 형으로서도 신하로서도 손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주유나, 주유의 추천이 있었다 하나 주유 아래서 적벽과 남군전투, 그리고 유비와의 외교임무 등으로 실적과 실력으로 대도독에 올라 문관과 군부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던 노숙이었지만, 육손은 원래 숙부인 육강이 손책과 싸웠었고, 손책은 육가를 일부러 밟아버린 측면도 있었죠. 어찌보면 육가와 손가는 거의 원수죠. 그러나 외척관계로 묶인 이상, 육손은 함부로 손권의 행동을 제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어방편이 없어지자 손권은 거의 고삐풀린 망아지, 아니 고삐 풀린 야생마, 혹은 미치광이 풀에 수은을 드레싱으로 해먹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이가 젊다고 실드칠수 있는 상황(219년 당시 38세)도 아니고, 여몽의 독단이라고 보축 걸수도 없습니다. (신 삼국의 경우 여몽의 독단이라고 여긴 손권이 여몽을 독살하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이러한 손권의 수은 드레싱 미치광이 풀 샐러드 3식 섭취의 결과는 219년 남군 강릉을 공략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결국 가장 쓰기 싫었던 편이 시작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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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형
12/12/27 11:01
수정 아이콘
차라리 유선이 낫다니...ㅠㅠ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니...OTL
12/12/27 22:44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내용이 짐작이 안 갔는데 후추통님이셨네요 크크크

수은 드레싱 미치광이 풀 샐러드 3식 섭취라니 크크

이번편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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