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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7 22:16:38
Name 안수정
Subject [일반]  내 생애 최고의 음반, 노래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새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언제나 설레게 된다

누구나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뮤지션들이 각자 있을테고

나에게도 여럿을 뽑을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최고를 꼽자면 나는 '서태지' 이다

내가 서태지의 음악을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된 때는 초등학교 6학년때인 2000년도로 기억한다.

그당시 서태지는 96년 은퇴선언 이후 첫 국내 컴백 예정으로 연예 언론을 떠들석하게 만들고 있었고

예전 서태지의 음악이 재조명 받고 있던 시점이었던거 같다

나역시 그전까지는 옛날가수라고만 생각했던 서태지를 오랜 공백 끝에 컴백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 당시 나는 SBS에서 방영하던 '세상에 이런일이'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곤 했는데

여느때와 다름없이 저녁을 먹으며 세상에 이런일이를 보고 있던 나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무심결에 보게 되었는데

그 때 뮤직비디오로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발해를 꿈꾸며'가 나오고 있었다.



아.. 그 때가 처음이다. 서태지의 노래를 제대로 듣게 된 것이.

그 당시 내가 즐겨듣던, 유승준, HOT, 원타임 등등 음악과는 뭔가 다른,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뭔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가사로 이루어진 발해를 꿈꾸며를 듣게 되면서

나에게 그 때는 '대중가요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얼마 뒤 검은색 단발에 죄수 복장을 하고 서태지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또 얼마뒤 빨간 레게 머리를 하고 '하드코어' (좀 더 정확히 보자면 핌프락) 이라는

초등학교 6학년인 나에게 절대 친근할리 없는 음악을 그는 불렀다.

하지만 이상하게 난 그 음악에 열광하게 되었고

그 당시 다른 내 또래와 다르게 마치 애늙으니 마냥 서태지 음악을 챙겨 들었던거 같다

그 때 나는 나이도 어리고 해서 앨범 CD를 직접 구매할 여력도 되지 않아

인터넷에서 불법 mp3 파일을 다운 받아 서태지의 예전 음악을 듣곤 했는데

지금과 다르게 그때는 mp3파일 구하기도 정말 쉽지 않아

한곡한곡 웹에서 검색해서 고생고생 파일들을 모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그 당시 서태지가 컴백하면서 들고나온 6집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6집을 통해 이전 서태지의 앨범들을 접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만들어 졌고

나는 특히 서태지의 5집 앨범을 좋아했던거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당시에 Rock이라는 장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나는

5집이 6집보다는 뭔가 조용하고 신비로우면서도 신나는 분위기를 좋아했던거 같다.

앨범 가사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마치 팝송을 듣는 거 같았는데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그 앨범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나는 그 앨범 곡들을 등하교 시간에 듣기 위해서 처음으로 MP3플레이어를 부모님을 겨우겨우 졸라서 구매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128MB짜리 삼성 Yepp mp3에 오직 서태지 5집 Take one부터 Take six까지 넣어서 그 음악만 들으며 중학교때 등하교를 했었다.



그렇게 서태지 음악만 주구장창 듣던 중학교 시절의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중2병'의 대표적인 증상이었던거 같다.

당시 최신 대중가요는 거의 듣지도 않고 은근히 무시하면서

항상 혼자 서태지 음악만 들으며

도대체 7집은 언제 나올까... 하고 기다리고 기다렸었다.

하지만 서태지의 7집은 정말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중3이 끝나고 고등학교로 넘어가던 2004년 1월 겨울..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컴퓨터를 켜서 스타를 하다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던 나는

서태지 7집 '7th Issue'가 1월 20일에 나온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3년을 기다려왔던 7집 발매가 1달도 남지 않은 것이다.

2004년 1월에 내가 뭘 하고 지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태지 7집을 난생 처음으로 음반CD로 구매하고,

그것도 인터넷 예약 구매까지 했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난 그 때 정말 서태지 7집이 나오는 그 날 하루만 바라보고 살았던 거 같다.

그리고 마침내 1월 20일이 다가왔다.

CD가 택배로 도착하는 그 시간도 아까워 가장 빨리 그의 음악을 듣고 싶었던 나는

예전 서태지 6집이 나왔을 때처럼

이번에도 mp3파일을 구하려고 웹을 뒤졌고

4년이라는 세월동안 우리나라 인터넷은 정말 많이 발전해

자주 이용하던 웹하드 프로그램에서 '서태지_7집.zip' 파일을 2분만에 다운로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윈앰프로 1번 intro를 실행 시키고

그리고 이어지는 2번 트랙......



처음 듣고 설래는 그런 앨범, 그런 음악

나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그 느낌이 잊혀 지지 않는다.

2번 트랙 Heffy End

가사도 모르고 그냥 들었다.

서태지가 이번 앨범을 일본에서 작업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서

이게 일본말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느낌

내가 기다려왔던 그 음악

그 멜로디.

딱 그 거 였다.

훗날 나는 그게 '이모코어'라는 장르의 Rock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런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2004년 1월 20일 아침 17살의 나는

Heffy End로 엄청난 감성을 자극 받았다.

지금도 가끔 나는 Heffy End를 듣는다.

그리고 그 때 그 느낌을 떠올려본다.

누구나에게 자신이 꼽는 최고의 곡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게 어떤거냐고 물어본다면

Heffy End다.

누구나에게 자신이 꼽는 최고의 음반 하나씩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게 어떤거냐고 물어본다면

서태지 7집 이다.

7집 The issue에는 남녀 성평등 및 성폭력에 대한 노래도 있었고



Fan들에게 바치는 노래인 10월 4일 이라는 곡도 있다.



2004년 당시 10월 4일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네이버 지식인에 몇번씩이나 질문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이 곡 들 뿐만 아니라 이 음반은 정말 1번 트랙부터 12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들어야지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앨범은 특히 단 4개의 코드를 조합해서 전 곡을 작곡했다고 하는데

작곡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그 걸 직접 캐치 하긴 힘들어도 뭔가 일관 된 분위기가 유지되는 트랙 구성도 매우 마음에 든다.

그 때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뮤지션들을 알게되고 많은 음악을 접해오고 있지만

아직 서태지 7집, 그리고 2번 트랙 Heffy End를 들었을때 그 느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던 것 같다.

어쩌면 이제 세월이 흘러 나이도 많이 먹고, 음악 지식도 많이 얻고, 여러가지 듣고 배운게 많아서 그런가

그 때 그 시절 느낌을 다시 받는다는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오늘도 Melon 최신 앨범 메뉴를 뒤져가며 그 때 그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 것도 어떻게 보면 음악을 듣게 되는 여러가지 재미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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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12/12/07 22:41
수정 아이콘
저도 서태지를 7집부터 접하고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다르 1~6집을 들어보고 8집을 들어봐도
앨범 전체적으로는 7집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네요!
특히 전 로보트가 젤 좋네요
12/12/07 22:42
수정 아이콘
저랑은 완전히 다르시군요
저는 3집을 가장 좋아하고 4집까진 광팬이었는데
5집 나온 당일날 앨범 샀다가 너무 후회했는데;;;
5집 이후로 나왔던 노래들은 다 저에겐 너무 실망스럽더라고요
아직도 4집까지는 가끔 듣는데 5집 이후로는 전혀 안듣게 되네요...
Luxury Nobless
12/12/07 22:59
수정 아이콘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때부터 팬이었지만 뭐니뭐니해도 5집을 가장 좋아합니다.
5집의 그 보라색케이스에 Take 시리즈의 제목들은 당시 굉장히 파격적이었죠.
특히 Take One 도입부는 언제 들어도 너무 좋네요.
Practice
12/12/07 23:18
수정 아이콘
7집까지는 전부 굉장히 좋았는데 그 이후는 7집의 변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뭔가 조금씩 아쉽더군요.
12/12/07 23:18
수정 아이콘
가만 생각해보면 서태지 특유의 감성 멜로디에 훅 갔었던거 같네요.
지금은 기타 소리가 없는 노래는 거의 듣지 않는데도 1~4집은 여전히 땡깁니다.
세월이 얼만데 너에게, 너를 지우려 해 이런 노래는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등짝에칼빵
12/12/07 23:23
수정 아이콘
heffy end 참 좋죠. 특히 인트로랑 연속으로 들을 때 인트로에서 넘어가는 부분이 너무 좋아요~~
내년엔 9집이 나올 것이야.. 나와랏~
잠잘까
12/12/08 00:03
수정 아이콘
전 역시 1집이 너무 좋았고, 이후 3집때 크리, 4집도 좋았고. 6집은 감동의 쓰나미.
My Worst Nightmare
12/12/08 00:14
수정 아이콘
중딩때였나 울트라맨이야를 듣고 충격에 빠졌고 고딩때 라이브와이어때문에 이모코어를 알게 되었고 군대에서 들었던 틱탁과 버뮤다 트라이앵글의 감동과 전율을 잊을 수가 없네요.
Darwin4078
12/12/08 01:05
수정 아이콘
난 알아요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건 그때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충격입니다.
그리고 하여가가 나왔을 때의 충격. 서태지가 모자를 안쓰고 나왔다! 그리고, 테스타먼트를 그대로 베꼈다!

사실, 하여가 이후로는 좀 시큰둥해졌습니다.
근데 발해를 꿈꾸며가 똻!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똻! 인정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좀 찜찜한 뭔가가 있었는데, 대경성이 똻! 탱크가 똻! 오렌지가 똻!

장르오퍼상이니 어쩌니 해도 서태지만의 감각은 대단한 거죠.
서태지 앨범중 가장 좋아하는 건 6집 울트라맨이야, 가장 서태지다운 앨범은 5집 take라고 봅니다.
Aneurysm
12/12/08 02:40
수정 아이콘
솔직히 1~8집까지 이만큼 다양한 음악을 이정도 수준으로 한가수는 별로 없을껏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5집하고 6집이 좋군요.
DarkSide
12/12/08 08:24
수정 아이콘
제가 유일하게 1집부터 8집 그리고 콘서트 앨범까지 전부 소장하고 있는 가수가 바로 서태지입니다.

서태지 컬렉션은 빼놓지 않고 전부 구입해서 보관하죠.
12/12/08 10:1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서태지 2집을 제일 좋아해요~너에게 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했어요~ 그때가 국민학교(?) 5학년이었는데 첫사랑에 아픔을 겪고 침대에서 이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크크크크크
서태지는 감성이 풍부했던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정말 많은 영향을 준 사람 같네요.그만큼 추억도 많고~
환상속의 그대,난알아요를 비디오로 녹화시켜놓고 방에서 형이랑 춤추다가 엄마한테 혼난 기억, 교실이데아를 거꾸로 돌리면 피가 모자라~이렇게 나온다고 해서 형이랑 CD를 샀던 기억 (테이프여야했는데 모르고 CD를 사서 뒤집어 돌렸더니 아무것도 안나왔어요 크크크 다시 테이프를 또 사서 돌려봤는데도 저한테는 안들리더라구여), 발해를 꿈꾸며라는 노래를 정부에서 싫어해서 서태지를 못나오게했다더라라고 주장하는 친구와의 논쟁,컴백홈 유행할때 보이런던에서 나오는 옷이 사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안사줬던 기억 크크
멜랑콜리
12/12/08 10:41
수정 아이콘
타이밍상 올해 서태지 신보가 나올걸로 보였는데 이렇게 가네요 ㅠㅠ
전 아이들 2,3집 솔로 1,4집이 좋습니다.
버디홀리
12/12/09 04:05
수정 아이콘
서태지의 Take 1, Take 2 등이 들어있는 앨범엔 제 이름이 몰래 숨겨 들어 있어서 각별한 느낌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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