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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3 20:17:53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여자가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몰래 숨어서 다른 사람의 알몸이나 성행위를 훔쳐 봄으로써 성적 만족을 얻는 증세를 관음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병적으로 이러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정식 명칭으로는 voyeur(관음증인 사람)라는 단어가 있는데 흔히 일반적으로는 “peeping Tom”이라고 합니다. 영어 동사 peep은 ‘훔쳐보다, 엿보다’라는 뜻이므로 “훔쳐보는 톰”이라는 뜻이 되겠네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톰이라는 사람이 이런 표현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요? 여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고디바 부인(Lady Godiva)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이 여자는 옛날 잉글랜드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였던 레오프릭 3세(Leofric III)의 부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인 레오프릭 3세가 자신의 영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매기자 부인인 고디바가 여러 차례 남편에게 그것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물론 남편인 레오프릭 3세는 그때마다 그 요청을 거절하지요. 하지만 부인이 끈질기게 계속 가혹한 세금 추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자 남편은 부인에게 내기를 하나 합니다. 즉 고디바 부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코벤트리를 한 바퀴 돌게 되면 그때 세금 추징을 철회하겠다고 말이지요. 남의 부인도 아니고 자기 부인한테 그런 요구를 하다니 레오프릭 3세도 상당히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딴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서 부인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의도였겠지요.

하지만 레오프릭 3세의 예상과는 달리 고디바 부인은 남편의 이 터무니없는 제안들 받아드립니다. 그녀는 코벤트리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도는 동안 모두 창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보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곤란한 입장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하는 부인의 뜻을 기려서 모두 고디바 부인의 요청대로 그녀가 마을을 돌 때 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늘 말을 들어먹지 않는 사람이 하나 나오기 마련인데요. 코벤트리의 재단사였던 톰이라는 사람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디바 부인이 집 앞을 지나가는 동안 창문을 조금 열고 그녀를 쳐다보았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서 그만 눈이 멀어버렸다고 합니다. 관음증이 있는 사람들을 peeping Tom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고디바 부인은 실제로 11세기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녀가 발가벗은 채로 말을 타고 코벤트리를 돌았다는 얘기는 허구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단사 톰의 얘기는 나중에 덧붙여진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이나 조각들도 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작품들인데요.







제 생각에 이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 가운데 갑 오브 갑을 꼽으라면 존 콜리어라는 화가가 1898년에 그린 이 작품을 꼽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이미테이션 작품이라도 하나 사서 집 거실에 걸어두고 싶지만 아내의 이단 옆차기가 날아올까 봐 차마 실행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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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열무
12/12/03 20:21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쎌라비
12/12/03 20:21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은 진짜 갑오브갑 저도 걸어놓고 싶어요.
12/12/03 20:24
수정 아이콘
이야기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 훔쳐봤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처음 듣네요.
12/12/03 20:24
수정 아이콘
진짜 아름답네요~
저도 마지막 그림이 좋긴한데
집에 둔다면 조각상으로...크크
12/12/03 20:25
수정 아이콘
이 그림 PGR에서 감상글이 올라온 걸 전에도 본 것 같은데..?
그 글 기억 나시는 분 있으신가요~?
12/12/03 20:26
수정 아이콘
집에 둔다면 조각이 더 간지죠!!
Cafe Street
12/12/03 20:26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과 좋은 그림들 감사합니다.
Love&Hate
12/12/03 20:30
수정 아이콘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세금을 반대하던
고디바는
현대에 와서 남성들의 고혈을 짜는(?) 쵸콜렛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죠.
천산검로
12/12/03 20:31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이 갑오브 갑인 이유를 알겠네요. 제일 이쁘고 제일 야..
Practice
12/12/03 20:48
수정 아이콘
마지막 건 정말 없던 관음증도 자극할 만하네요.
12/12/03 20:52
수정 아이콘
진짜 단한명만 봤을까요??
오스카
12/12/03 20:56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이 갑오브갑이네요.
12/12/03 21:07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은 정말 아름답네요
바탕화면으로 해놓으면 이상한 눈으로 보겠죠?
12/12/03 21:08
수정 아이콘
저런 아내가 있는데 세금이 중요합니까.
그리고 톰의 재해석이 시급합니다. 안보면 곶....
루크레티아
12/12/03 21:21
수정 아이콘
톰 너 임마 힘내..
박근혜
12/12/03 21:30
수정 아이콘
마지막그림을 앞쪽에서 그린건 없나요?
노을아래서
12/12/03 21:51
수정 아이콘
제목만 봐도 설레는 글이였네요.
역시 PGR은 이래서 좋습니다.
12/12/03 22:03
수정 아이콘
고디바가 세계적인 초코렛 브랜드인줄만 알았는데 실존인물인줄 몰랐네요.
12/12/03 22:28
수정 아이콘
당시 나이 16세였다고 합니다.
개망이
12/12/03 22:40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은 너무 아름답네요.. 저도 사서 걸고 싶습니다.
흑백수
12/12/03 23:02
수정 아이콘
작가 이름이 작품과 잘 어울어지네요.
사티레브
12/12/03 23:19
수정 아이콘
고디바 그림은 마지막것만 봤었는데 오
Love&Hate
12/12/03 23:42
수정 아이콘
제가 예전에 친구가 만났다 헤어진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를 고디바 같은 여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친구는 고디바 쵸콜릿만 알고 저는 저 본문의 고디바만 알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그 친구는 쵸콜릿도 고디바 아니면 안먹는 사치스러운 여자였단 이야기로 했는데..
저는 그렇게 희생적인 여자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저런 왜 헤어졌대 그렇게 좋은 여자를...안타깝다.."

라고 말했다가 분위기 파악 못한다고 #$%#$^#$^##^$@#$@#$%@
될대로되라
12/12/04 09:09
수정 아이콘
고다이바부인이 등장하는 소설 중에 재미있는게 하나 있는데 (직접적으로나오지는 않지만..)
"개는 말할 것고 없고 (To say nothing of the dog)" 라는 SF소설이 있습니다.
아줌마식 입담과 깔끔한 좌충우돌 로맨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지요.
12/12/04 10:4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초콜릭서가 땡기는 글....일리는 없고 남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고디바 부인이 여기서 나온거군요 ㅠㅠ
12/12/04 11:26
수정 아이콘
말이 부러울 줄이야...
그리메
12/12/04 12:45
수정 아이콘
아 맛있는 고디바....해외 나가면 제일 먹고 싶은 1순위죠
12/12/04 23:54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은 정말 아름답네요...
곧미남
12/12/06 04:39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은 진짜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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