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11/23 13:29:05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베짱이의 고백.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이 나왔다.
"자격증 하나"

'이 자격증이 휴지조각이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답 : 그걸로 똥을 닦을 수 있다.


몸뚱이로 할 수 있는건 생각보다 적다.
나름 한 노가다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경력이 끊긴 지금은 어딜 가도 써주지 않는다.
누가 왜소한 체격의, 십자인대 파열 경력이 있는, 못생긴 술쟁이를 고용하려 하겠는가..

샤시 설치하는 기술로 4년 입에 풀칠하긴 했는데..
첫 1년은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라 날림공사 비슷하게 된 것 같다.
그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 부디 추위에 강한 사람이길.. -_-;


머릿속에 든 것은 생각보다 적다.
제너럴리스트는 물론 아니고, 스페셜리스트라고 하기엔 내 양심이 비웃는다.
그나마 익힌 지식조차 약이라는 도구 없이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약을 주지 않고 설명만 한다고 아픈게 나을리는 없으니..
약올라서 더 아프고, 그 사람에게 맞은 나도 아플거같다.. 이거 굉장히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지식이구나.. 불편한 진실을 알게되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나 자신이 밥만먹고 똥만드는 기계같아서 마음이 괴롭다..
똥만드는 기계주제에 자격증 덕을 보는것 같아서 자존심도 좀 상한다.


사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내게도 한가지 재주가 있긴 하다.

별거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가 이미 발견하여 뒷북을 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주 간단한 도구로 완전에 가까운 "구" 를 만들 수 있다는거.. 나름 자랑스러운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구체 제작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까?' 라는 망상으로 잠시 행복했었다.

책상 서랍에서 빠져나간 베어링 구슬이 맑은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걸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잘 만들었더라..;
이미 내가 낄 곳이 사라진 느낌..
베어링 구슬에도 상처받는 나는 정말 섬세한 남자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내가 정말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인간임이 보다 확실해졌고 말이다. -_-;


『하루하루를 소비하듯 보내는 나 자신이 처량하다.
언젠가 찾아올 인생의 겨울에 대비하는 자세가 너무도 소흘함에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몸에 걸친 모든 것을 벗은 알몸뚱이의 나는 상상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초라할 것이고
방만하게 보내온 날들의 댓가는 언제가 되든 반드시 찾아와서 내 뼈와 살을 분리하리라.』

..써 놓고 보니까 정말 무시무시한 저주의 격언이 완성되었다..;;


대안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인생이 춥고 피곤해지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

이 글의 모티브가 된 Stratovarius의 before the winter 입니다.
(실제 가사는 이런 내용은 아니지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aranoid Android
12/11/23 15:50
수정 아이콘
똥을 구체로 쌀수있다면 ..나름 세계적명성을 얻을수있지않을까요?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1862 [일반] 판타지 가수 김경호. [56] 켈로그김7272 13/01/23 7272 3
40605 [일반] 베짱이의 고백. [7] 켈로그김3222 12/11/23 3222 0
40577 [일반]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빨리 확인해주세요.. [98] k`13255 12/11/22 13255 1
40060 [일반] 본격 PGRer 칭찬 이벤트 결과 발표 [71] 절름발이이리5856 12/11/01 5856 3
39372 [일반] 총각이 되었습니다. [81] 켈로그김11272 12/09/26 11272 7
37963 [일반] (경)마눌님 생신(축) [40] 켈로그김5586 12/07/02 5586 0
37804 [일반] [후기] 고발 후기 입니다.(수정) [40] 켈로그김7668 12/06/21 7668 0
37664 [일반] 흔한 개그본능이 이룬 것. [55] 켈로그김9760 12/06/12 9760 0
37283 [일반] 지금 경찰청에 몇 명을 신고하였습니다. [95] 켈로그김10917 12/05/17 10917 0
37192 [일반] 부끄럽지만 자작시 한 편.. [40] 켈로그김3819 12/05/11 3819 0
35796 [일반] [잡담] 노래 + 만화. [15] 켈로그김4703 12/03/07 4703 0
35774 [일반] 기억에 남는 만화들 [61] 눈시BBver.29600 12/03/06 9600 0
35530 [일반] 최근 3년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 잡담. [40] 켈로그김5487 12/02/24 5487 0
34873 [일반] 참지 않으려는 남자. [51] 켈로그김8188 12/01/24 8188 0
34402 [일반] 한 테러리스트의 이야기. [36] 켈로그김7315 12/01/03 7315 5
32668 [일반] 유게581번을 읽고.. [215] 선데이그후26913 11/10/28 26913 6
29903 [일반] [울산 정모] 최종 장소/시간 + 참가신청 + 수정: 주최자 연락처 포함 [7] 마나부족3118 11/06/23 3118 0
29207 [일반]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인생.. [40] 켈로그김7740 11/05/19 7740 1
28684 [일반] 어지간하면 한국을 떠나자고.. [75] 켈로그김7730 11/04/26 7730 0
26738 [일반] 유부남동네로 전입신고합니다. [23] 켈로그김4928 10/11/30 4928 1
25808 [일반] 이사하기 24시간 전. [11] 켈로그김4385 10/10/16 4385 0
24803 [일반] [수정] 애니매이션 오프닝 하나 보시라고.. [2] 켈로그김3998 10/09/02 3998 0
24750 [일반] 분실의 제왕. [25] 켈로그김5135 10/08/31 513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