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11/06 18:36:01
Name TheBeSt
Subject [일반] 나의 20대여 안녕~


20살.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꿈꾸며, 아리따운 여학우와의 데이트를 꿈꾸며 대학에 들어왔다.

데이트를 하긴 했다. 그게 술병이어서 문제였지만,,,

과방에 동방에 술에 쩔어있는 누워있는 예비역 형들을 보며 다짐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안.되.리.라.'  불과 4년뒤 나도 수많은 대한민국의 '예비역 병장'중 하나였다.

21살.

이등병이 되었다. 말년에 진상부리는 병장들을 보며 나는 다짐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안.되.리.라.' 불과 1년 6개월 뒤 역시 군생활의 꽃은 '말년병장'이다.

23살.

4학년 선배들이 조금이라도 학점을 높일려고 교양 재수강하는 것을 봤다.

2년뒤 나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핸드폰, 자동차도 아닌 1학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었다.

26살.

대학원에 진학했다. 실험실 선배들은 바닥에 야전침대, 스티로폼을 깔고 말린 오징어 마냥 널부러져 있다.

나는 다짐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안.되.리.라.' 불과 6개월뒤 우리 엄마는 더이상 집에 안들어오냐는 전화를 하질 않는다.

28살.

현실을 직시 했다. 불같은 학구열을 뒤로한채 취직을 했다.

차도 질렀다. 신용카드도 만들었다. 이번엔 차~암 짧다 불과 2개월뒤 내 월급은 들어오자마자 즉시 로그아웃을 해버린다.

29살 11월.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만 적어도 손 벌리며 살지는 않는다. 방탕했던 나의 지출은 많이 줄어들었다.

차 할부도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야금야금 돈도 모았고, 2년만기 적금도 곧 끝난다. 주택청약도 3년째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주신 금괴 몇덩이도 있다. 주위에서는 결혼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하지 않았던 나의 20대여 안녕~

그동안 즐거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복남이 땅코옹~
12/11/06 18:37
수정 아이콘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추천 드려요.
어린시절로망임창정용
12/11/06 18:42
수정 아이콘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추천 드려요. (2)
kogang2001
12/11/06 18:47
수정 아이콘
29살... 11월...
오늘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추천 드려요.(3)
12/11/06 18:59
수정 아이콘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추천 드려요. (4)
토어사이드(~-_-)~
12/11/06 19:04
수정 아이콘
얼마전 가장 큰 고비였던 졸업작품도 끝마쳤고
이제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추천 드려요.(5)
복남이 땅코옹~
12/11/06 19:10
수정 아이콘
하아...제가 첫플은 잘 없는 편인데 뭔가 크게 잘못한 느낌이...
조폭블루
12/11/06 19:11
수정 아이콘
친구야......... ㅠㅠ
난 여자가 있는데 왜 취직을 하질 못하니 흐어어엉 ㅠㅠ
Captain J.
12/11/06 19:15
수정 아이콘
왜 저럴까? 난 저렇게 안되겠지? 난 저렇게 되지 않아야지?

전 글쓴분보다 어리지만, 저보다 먼저 나이를 얻어가시는 분들을 보며 그렇게도 생각을 했는데
제가 그 나이가 되니, 일정 부분은 그렇게 되어 있고, 일정 부분은 이해가 되어버리고...
지금 제가 거부하는 모습들도 언젠가 다가와버릴까 약간 겁나네요.
20대 마무리 잘하시길 바랄게요^^
매콤한맛
12/11/06 19:17
수정 아이콘
29살 12월,
크리스마스에 솔로로 지내는 아는 30대 형들을 보며 나는 30대에 '절.대. 저.렇.게. 안.되.리.라.'...
Walk through me
12/11/06 19:23
수정 아이콘
84년생 동지로서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나름 뼈빠지게 모으고는 싶은데 집세에 병원비 때고 나면 남는게 없고 하아
결혼은 해야겠는데 돈은 죽어도 안모이고 그저 미치겠네요. 추천 하나 세워드립니다.

Ps. 올해 연말은 그래도 여자친구랑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물론 여친은 같은 30대로 들어오는 걸 쌍수들고 환영하고 있지만요 -_-
12/11/06 19:31
수정 아이콘
23살로써
추천드려요(6)
射殺巫女浅間
12/11/06 19:43
수정 아이콘
전 형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죠.
정말 그렇게 되더군요. 인생이 생각대로...!?
Tristana
12/11/06 19:48
수정 아이콘
이거슨 추천
12/11/06 21:38
수정 아이콘
같은 84년생으로써 정말 와 닿습니다....ㅠㅠ 빨리 자리를 잡고 싶네요.
하지만, 나는 여자가 없다.
피지컬보단 멘탈
12/11/06 22:22
수정 아이콘
84인저로 크게 공감합니다
이거 어서 자리잡아야할텐데 ...........
honnysun
12/11/06 22:46
수정 아이콘
여친이 없으면 추천을 받는거군요.
추천드립니다.
불량품
12/11/06 22:51
수정 아이콘
역시 핵심은 마지막에 있는 법이죠
저는 87년생인데 제 20대를 썩어버렸다고 생각해서 많이 암울해 하고 있습니다
물논 저도 여자사람같은건 모릅니다 흐규...
파라돌
12/11/07 10:06
수정 아이콘
금괴몇덩이!! 몇억!
12/11/07 10:27
수정 아이콘
이런 훈훈한 마무리 좋아요~ [m]
다다다닥
12/11/07 13:39
수정 아이콘
이래야 피지알 답지~~

기.승.전.없!
영웅과몽상가
12/11/07 15:48
수정 아이콘
25살 나는 내일 마음먹고 수능을 다시 보고
여자는 없고 결국 시간은 점점 더 흐르고 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3173 [일반] 연산군의 폭정 [4] 눈시BBbr6542 13/04/13 6542 0
43125 [일반] 초능력자를 자칭하는 특허법인 대표님께 보낸 글과 대화 [55] nameless..11563 13/04/10 11563 0
43011 [일반] 영화'지슬'과 제주 4.3 항쟁 [22] par333k6766 13/04/03 6766 5
42870 [일반] 장준하 대책委 "장준하 머리 가격으로 숨진 뒤 추락" [14] FastVulture6205 13/03/26 6205 3
42766 [일반] 갑자사화 - 갑자년까지 [6] 눈시BBbr6178 13/03/19 6178 2
42652 [일반] 청와대, 주말 군 골프 진상조사 착수 [103] kurt7384 13/03/11 7384 0
42471 [일반] 하느님의 나라 ⑤ 계유사변 [2] 후추통6209 13/02/28 6209 0
42344 [일반] [야구 계층]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하니 [7] 자전거세계일주5438 13/02/19 5438 2
42268 [일반] [역사] 선조수정실록이 생긴 이유? [17] sungsik8753 13/02/13 8753 0
42099 [일반] 바른 생활 [29] 헥스밤7540 13/02/03 7540 24
42072 [일반] 1988년 초선의원 노무현 [58] 어강됴리8052 13/02/02 8052 7
42068 [일반] 진상열전 첫번째 이야기 [82] 녹용젤리7139 13/02/01 7139 0
41944 [일반] [동유럽기행] 프라하 천문시계 이야기 [4] 수박이박수7052 13/01/28 7052 0
41870 [일반] 제너럴 셔먼호 사건 [10] 눈시BBbr7124 13/01/24 7124 2
41482 [일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정치성향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3] 타테시5581 13/01/03 5581 0
41474 [일반] (19금?) 바보야 천재야 - 제안대군 [38] 눈시BBbr12143 13/01/03 12143 1
41265 [일반] [멘붕 극복 글] 대동법, 100년에 걸친 개혁 [19] sungsik7597 12/12/25 7597 23
41013 [일반] [오늘] 12.12 [27] 눈시BBbr10352 12/12/12 10352 13
40666 [일반] 전쟁 속의 한국 - 3. 거창 양민 학살 사건 [1] 눈시BBbr5663 12/11/25 5663 1
40594 [일반] 전쟁 속의 한국 - 1. 보도연맹 학살 사건 [14] 눈시BBbr6682 12/11/22 6682 3
40171 [일반] 나의 20대여 안녕~ [21] TheBeSt4210 12/11/06 4210 11
39871 [일반] 조선시대 인권이야기 - 2 [7] 자이체프3601 12/10/23 3601 0
39863 [일반] 똥을 싸고 [18] 이명박3881 12/10/23 3881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