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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0/04 17:56:52
Name 쉬군
Subject [일반] 응답하라 1999..나의 리즈시절이여... #2
"혹시 일행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 이야기나 할래요?"

라는 제 말에 두 여학생은 약간 당황하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둘이 귓속말로 소근소근 이야기하더니 "네 그래요^^" 라고 방긋 웃어줍니다.

부처님...ㅠㅠ 작년에도 왔다고 단골이라 서비스 해주시는거군요...

전 그렇게 허락을 받고 친구들에게 의기양양하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수련회 끝나고 거하게 한턱 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친구들을 여학생들과 동석시켜줬습니다.

그런데...이놈들이 그렇게 한 열흘굶은 강아지처럼 광분을 하더니 여학생들 앞에가니 조용해집니다.

롤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강민의 존야모드가 되었습니다.

어쩔수없이 제가 운을 뗍니다..

나이, 사는곳, 이름 등등...

허허 이것참..

나이는 저희보다 한살 아래, 사는곳은 같은 대구, 학교는 제가 다니는 학교 바로 앞이네요?

아 참고로 친구놈들과 전 학교가 달랐습니다.

어쩌다 보니 다른 세 친구는 좀 떨어진 동네에 살고 학교도 제가 다닌 학교랑 좀 멀었구요.

회심의 미소를 짓는 저와 흡사 랭겜에서 티모, 마이를 동시에 만난듯한 표정의 친구들..

그래도 같은 대구라는게 어딥니까..

그제서야 하나둘 말문이 트이고 대화가 오가기 시작합니다.

대화라봐야..별 특이한 이야기도 없었지만 유흥거리가 없던 수련회에서 남녀가 함께 이야기를 한다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친해지고 여학생들의 "오빠"라는 호칭에 친구하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눈물을 흘리더군요...

이제 슬슬 이야기를 전개하자면..

수련회 둘째날 오후부터 비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상 청순하고 내성적인 양가집 규수 여학생을 A, 발랄한 한지혜를 닮은 아가씨를 B라고 하겠습니다.

딱히 우산이 없이 야외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비를 맞아서인지 A는 감기기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여름인데도 춥다고 하더군요.

여자는 무슨일이 있어도 잘 보듬어 줘야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저는 A를 안아...아..아니 제 바람막이를 입혀주었고,

부슬비가 오는 와중에 모닥불에 기름을 부어가며 진행하는 광란의 캠프파이어현장에서 혹시 몰라 이야기를 하며 A옆을 지켜주었습니

다.

다른 친구들이요?

미친줄 알았습니다...B도 함께요...

비오는 날 캠프파이어 해보셨나요?

사람이 미쳐가는 광경을 보실수 있습니다. 비는 오는데 기름을 부어가며 불은 활활 타오르고, 애들은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신나게 뛰

어노는데....28일후의 좀비가 딱 저렇구나...싶습니다.

각설하고 A의 감기기운은 마지막날까지 낫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에 진행요원에게 이야기해서 약도 챙겨먹이고 따뜻한 차도 챙겨 먹었는데도 별반 차도가 없더라구요.

어차피 목적지가 같은 방향이니 함께 가기로 하고는 수련회가 끝났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이야기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는 제가 이런일이 벌어질동안 친구들은 무엇을 했느냐...인데,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활발한 B에게 휘둘려 신명나게 잘 놀더군요.

물론 이 친구들...여자라고는 제대로 만나본적이 없는 놈들이라 그냥 하자는대로 네네 하면서였지만 그래도 좋은지 신나보여서 다행

이였습니다.

집으로 가는길에 A, B 짐은 어리버리하는 친구놈들 손에 쥐어주고 (전 이때 처음 봤습니다. 2박3일 여행에서 여자 가방이 이렇게나

거대한것을..), 버스에서 감기에 멀미까지하는 A를 위해 앉아계신 아저씨께 자리좀 바꿔주심사 잘 사정해 뒷자리 창문가로 앉히고 도

착해서 햄버거 하나씩 사 먹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서 적었듯 친구들은 A,B,저와 사는곳이 달랐던 관계로 아쉬움을 뒤로한채 각자의 집으로 떠났고 저는 A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었습

니다.

집근처에 다다르는데 좀전부터 둘이서 뭔가 속닥속닥 비밀이야기를 하더군요.

뭐 여학생들 비밀이야기야 별다를것도 없다 싶어 앞서서 걸어갔고 집근처에 도착하자 B가 말을 꺼냈습니다.

"오빠,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A가 오빠 좋다는데..."

?!???!?!

?!?!!?????????!?!!?!!

이게 대쉬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오빠가 좋다는데...직접말하기 부끄럽다고 해서...오빠생각은 어때요?"

라고 B는 이어서 말합니다.

그런 B에게 저는 바로 대답했습니다.

"아 미안...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

네...참고로 이 당시 전 딱히 짝사랑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냥 괜찮구나...라고 생각했던 친구하나가 있었을 뿐이였죠..

그렇게 고백을 거절하고 그냥 덤덤했어요.

혹시 제 기억이 미화되었나 싶어 아는 지인을 통해 그당시 A의 졸업앨범을 찾아보니...이뻤습니다.

미화가 아니였어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때로 돌아가 과거의 제 싸닥션을 날릴겁니다. 확실히요.

그 이후에도 몇번의 연락이 있었고 몇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결국 전 A와 사귀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였을까요...



후일담..

개학후 학교에가서 친구들에게 저이야기를 해주고 전 진짜 딱 죽지않을만큼 친구들에게 맞았습니다.

이유요?

바로 앞학교에 다닌다는 A는 우리학교에서 유명한 세손가락에 꼽히는 인기녀였습니다.

네..저같은 하등한 미생물이 여신님을 차버린꼴이니 죽어도 할말이 없는게 당연하죠..



------------------------------------------------

덧> 회사에서 마구잡이로 쓰다보니 글도 두서없고 결말도 없고 난리도 아니네요;

덧2> 지금와서 저 사건을 후회하느냐...라고하면 후회하는건 아니지만 저 사건이후 징크스가 되었는지 현직 모델, 바텐더 아가씨, 같이 알바하던 아가씨들에게 몇번의 대쉬는 받았지만 한번도 성사되지않았습니다.

덧3> 퀸카에게 대쉬받을만큼 잘생겼냐..라고 하시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어머니께 어릴때부터 교육받은 여성대하는 매너를 잘 지

켰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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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04 18:02
수정 아이콘
좋아요 +1
한달살이
12/10/04 18:03
수정 아이콘
당신은 투더코어 pgr인 이십니다!!
과정은 아니고.. 결과만;;
난 썩었어
12/10/04 18:07
수정 아이콘
훈훈한 결말이네요. ㅠㅠ
4월이야기
12/10/04 18:09
수정 아이콘
글을 기다리다 현기증이 났고...
글을 읽어보다 눙무리... 났어여.. 이래야 피지알식 결말이지..
12/10/04 18:19
수정 아이콘
대구분이라고 하시니 글쓴분은 경신고 그 여자분은 정화여고?!
12/10/04 18:28
수정 아이콘
저도 대구입니다. 크크 어딘지 쫌 유추됩니다만 참겠습니다. 크크
스타카토
12/10/04 19:30
수정 아이콘
후...훈훈한 피지알식 결말이네요~~~~
대건고에 한표 날려봅니다!!!! [m]
김연아
12/10/04 19:40
수정 아이콘
왜 잘랐냐고 성화부려서 죄송합니다!!!
진중권
12/10/04 19:53
수정 아이콘
덕분에 퇴근길이 몹시도 훈훈하네요. [m]
Darwin4078
12/10/04 20:09
수정 아이콘
대시도 받아보셨네요. 부럽..ㅠㅠ

제가 받은 대시라고는 버파2 하단대시와 철권TT 광대시였지 말입니다.
이후의 상황은 생략합니다.
포프의대모험
12/10/04 21:09
수정 아이콘
훈훈하네요
12/10/04 21:50
수정 아이콘
기분 좋은 결말이네요 ^^
12/10/05 08:26
수정 아이콘
결과만이 중요할까요?
퀸카에게 저렇게 대쉬를 많이 받아 봤다는데??

심히 불편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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