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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4 20:44:02
Name 꼬미량
Subject [일반] 순둥이던 남자가 까칠해 지기까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올때쯤 저는 첫사랑을 했습니다

구구절절한 사연 끝에 만났고 양쪽 모두 처음이라 하나하나 설렘을 제게 준 아이였습니다

10년을 넘게 사용한 비밀번호라던가

덕분에 고쳤던 몇몇 나쁜습관들

지금도 제 생활 곳곳에 베어있는 `처음` 이었습니다

그러던 그 아이는 공부에 좀 더 힘써야 할것 같다며 떠났고 힘들었지만

동의해 주고 보냈습니다

생각보단 괜찮았던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얼마 안있어 그 아이는 제 친구에게 고백을 합니다

제가 옆에 있는줄고 모르고 말이죠

별도 달도 따줄것 같던 아니 실제로 저것 말고는 다 해줬던 첫사랑은

공부안하고 뭐하니?라는 비꼼과 약간의 욕설로 끝을 맺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가 공부(?)해서 가고 싶다던 사범대에 별 관심없던 제가 가게 됐고

그아이는 재수를 했습니다 그때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대학선택에도

그 아이의 영향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대학생활은 꿈만 같았습니다

굉장히 높은 여성비율로 멀쩡하기만 해도 인기?라는게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맘에 두었던 두 여성이 모두 저에게 마음을 비췄습니다

본의 아닌 저울질끝에 조금더 이뻣던 조금더 여성스러웠던 그 아이와 사귀게 됐습니다

두 여성은 가장친한 친구 사이였고

조금 이상해 보여도 저희셋은 항상 함께 다녔습니다

갈수록 사랑은 깊어졌고 다른 여성과는 남자못지 않은 친구 사이가 되어

fire알 친구마냥 지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운이 좋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친구라고 생각했던 다른 여성이

자꾸 헤어지라고 닥달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묵묵부답인채 자기를 믿고 헤어지지 않겠냐고 보채더군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미련이 남았었나.. 그래도 이러면 안되지..

미웠습니다 이대로 셋이 행복했는데 쭉 행복할것 같았는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후 여자친구가 다른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됐고

저와 헤어지고 그 남자에게 갈날만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믿었던 여자친구에게 배신 당했고 믿지 못했던 친구를 잃었습니다

한달정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밥도 못먹고 극도로 예민했고

흡연도 시작했습니다 밤마다 혼자있는 방에 시계소리가 너무커서 뜬눈으로 지새우다

취할때까지 술을먹다 잠들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힘든 시간 이었습니다

도피처로 군대를 택했고 생각보다 군생활에 잘맞았던지 힘들어서 잊은건지

무사히 전역을 할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예비군도 끝난 나이가 됐네요

이후로 연애 비슷한걸 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도망 쳤습니다

무섭더군요 피하고 도망쳤습니다

그 모습이 까칠한 남자로 보였는지 전역후에 저를 아는 여성들은 저를 까칠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역후 얼마 안있어 첫사랑이던 아이에게 제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밥도 먹고 술도 먹으며 여느 친구처럼 엣날애기를 하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때 일을 다 잊은건 아니었지만 오래된 일이라 생각하고 애써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헤어지는 길에 그아이는 농담조로

너 진짜 싸가지 없어졌다 엣날에는 진짜 상냥하고 착헀는데

라는 말을 하고 가버리더군요

너 떄문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신 볼일이 없을것같아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 일 이후로 모든 비밀번호를 바꿨습니다

비밀번호를 바꾼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그 아이의 생일날짜는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10년을 넘게 쓴 비밀번호라 요즘도 가끔씩 비밀번호를 잘못 치곤 합니다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문구가 뜰때마다

더 까칠해지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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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hus Findlay
12/09/24 20:53
수정 아이콘
그렇게 말 던지고 가시는 분이라면
헤어지신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물론 마음은 아프지만요
자신의 마음은 금보다도 소중하고 상처받으면 살기가 싫고
자기 좋아해주는 상대방의 마음은 어찌됬건
마음에 깊이 상처받는걸 별로 문제시 하지 않는걸로 보이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후 사랑을 새로 시작하려고 노력해도, 그런 기분이 들고 호감을 끄는 상대방이 나타나도
전 사랑에 쏟았던 노력, 마음, 절차등을 생각이나서
안하느니만 못하다라는 경험이 생기신적은 없으신지요?
항상 그런기분이라 울쩍한 느낌이었는데 써주신글에 공감가는 편이 많아서 주절주절 거리고 갑니다.
서린언니
12/09/24 21:19
수정 아이콘
이제 나쁜남자가 되시는겁니다 ;
12/09/24 21:20
수정 아이콘
이별의 경험도 쓰게 했고 그 이후로 제대로 연애도 못한지 15년동안 50여번의 소개팅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나름 내린 결론은...

여자는 진심을 원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진심으로 위해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걱정해주고... 다 필요없어요. 그래봐야 어장속의 한마리 물고기가 될 뿐이죠. 잡은 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

그러다가 어디서 허세충만한 놈팽이 하나 만나서 몸 빼앗기고 마음 빼앗기고 돈 빼앗겨봐야 정신 차리겠죠. 크크... [m]
애패는 엄마
12/09/24 21:39
수정 아이콘
진심을 원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진심'도' 원하는 거죠. 다른 조건도 같이.
그리고 남녀가 서로 진심을 구별하기 힘드니 각자가 선호하는 조건이 괜찮은 진심인 척 하는 사람에게 잘 넘어가는 거죠

그리고 남녀 할 것 없이 예전에 영화나 소설에도 종종 나왔듯이 보통 인간은 제대로 알기보다는 보고 싶은 걸 보고 믿고 싶은 걸 믿고 싶은 성향이 크죠. 그게 가장 큰 분야가 종교랑 연애인거 같아요.
3시26분
12/09/24 21:29
수정 아이콘
건축학개론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서연의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던 승민은
나이를 먹고 성격이 바뀌어 전화태도를 지적하는 서연에게 면박을 주기까지 하죠 (물론 그 뒤 다시 역관광을 맞지만..크크)

상처가 나면 새살이 나고 새살이 돋아나는 부분은 거칠어질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Paranoid Android
12/09/24 22:05
수정 아이콘
제일 무서운건 나쁜짓을 해도 오히려 당한 남자가 두둔할만큼 (얘가 그런 애는 아냐 같은....)
자기도 모르게 여우짓하는 여자인거같아요.

사람맘다흔들어놓고 막상 자기는 기억도 못하고
지딴앤좋은친구라고 계속 잊을만하면 잘 지내냐고
연락하고..만나서는 옛날일은 그저 추억. 어린치기로만
치부해버리는 사귀지는 못한 첫사랑이 떠오르네요.

군대가기 일주전인가 사귀자고 고백해놓고는
나중에제대하고좋은인연이되면만나자고거절해도
편지에 사랑고백줄줄이 써서 저에게 보내다 백일휴가일주전때부터 잠수ㅡ ㅡ
휴가삼일째야 연락돼더니 부담스러우니깐 전화하지말라하고 일년뒤 상병쯤 편지.
그때는 남자친구가있었다나..
연락하지말라 여섯글자로답장을 보내고
제대후 일년 추석때 다시잘지내며연락
군대가기전에 있었던일을 전햐 기억못함
재수중이라멘붕중이었다고말함.
물론항상남자친구있었음.
그후로 일년후 또 다른남자를 만났는데
일본에 체류중이라 심심하다고 놀자고 계속 연락.
한달전쯤 연락좀제발하지말라고
도대체 번호는 어떻게알고하는거냐고
일갈하고 쌍욕하고 스팸차단 ㅡ ㅡ
그래도또생각나는게첫사랑이네요
뭐물론지금의 그아이는 내가사랑했던사람과는
철저히 다른사람으로 분류하고요..

뭐 나름 그때의 순수한 행복감의 절정이 그리운 거같아요



적다보니 좀 창피하지만 힘들게 썻으니 입력 [m]
연애박사
12/09/25 10:58
수정 아이콘
다시 일어나서 시작하셔야죠.
구국의영웅오세훈
12/09/25 20:19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는 제가 28년간 살면서 관심으로 쳐다본 여자의 숫자보다 오히려 최근 2년간 오히려 다섯배가 넘는 여자분한테 호감을 받았습니다 ㅡㅡ

물론 저 중간에는 4년간 연애하면서 바뀐거도 있었겠죠
학교 취업으로 인한 변화도 작용했구요.

센스 유머 소위말하는 개드립. 이런게 나쁜남자의 요건 이라면 뭐 비슷하기도 한거 같아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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