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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3 19:35:55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한국의 페르소나를 말하다 (2) - 김지운과 이병헌의 만남
*글의 특성상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공간] 한국의 페르소나를 말하다 (2) - 김지운과 이병헌의 만남



김지운 감독과 배우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이렇게 총 세 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박찬욱의 영화 세계의 기저에 깔린 바탕이 기괴함과 파괴성이라면 김지운의 영화 세계의 기저에 깔린 바탕은 '콜드 블루', 즉 차가운 우울이다. 푸른 빛깔을 띤 차가운 우울과 절제된 비운의 정서가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관통하는 바탕 코드인 것이다.

<조용한 가족>,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대표작들에서 음울함과 비운의 정서는 항상 바탕에 깔려 있었다. 심지어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경쾌한 블록버스터 <놈놈놈>에서도 김지운은 자신의 페르소나인 이병헌을 통해, 자신만의 음울한 비운의 정서를 표출해낸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끈질기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이 이러한 김지운만의 색깔이다. 더불어 이 지점에서 김지운은 박찬욱과 만난다. 이러한 비운의 정서 속에서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뽑아내는 김지운식 블랙 코미디는 기괴한 정서 속에서 뜻밖의 유머를 끄집어내는 박찬욱식 블랙 코미디와도 묘하게 닮아있다.

어쨌든, 이러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가 바로 이병헌이다. 왜 그럴까? 굳이 이병헌이 아니라도 한석규, 유지태, 박해일 등 차가운 금속성의 색채를 지닌 배우들이 우리 영화계에 많은데 왜 굳이 이병헌일까. 그 이유는 배우 이병헌만이 간직한 슬픈 아우라, 혹은 비운의 정서 때문이다. 모 블로거는 이러한 이병헌과 김지운의 관계를 두고 이렇게 묘사했다. 이병헌은 '비운의 왕자'의 코드를 가지고 있고, 김지운 감독은 '유폐된 왕족'의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김지운 감독이 가진 특유의 색채인 '콜드 블루', 이른바 차가운 우울과 비운의 정서는 감독 자신의 타고난 성격과 천재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거장, 한국 최고의 흥행 영화 감독> 티저 예고편(흑흑.. 본편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에서 김지운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몹쓸 영혼에서 구제받는 순간이 바로 영화를 만드는 순간"이라고. 이렇듯 자신의 모든 영광과 명예를 마음껏 꽃 피우지 못한 채 곪아들어가던 이 유폐 왕족은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풀이를 하고 씻김굿을 한다. 그래서 결국 이병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무언가 모를 슬픔과 비운의 정서가 배어있는 배우 이병헌 특유의 아우라가 김지운 감독의 촉을 끌어당긴 것이다. (특히나 이병헌이 간직한 비운의 아우라는 최근작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계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각인되었다. 아마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배우 이병헌이 가진 비운의 정서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이러한 비운의 정서를 넘어서서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기까지 하다. 김지운 감독이 이명세 감독과 더불어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래서 더욱 이병헌이다. 비운의 정서와 절제된 스타일리시함을 동시에 지닌 배우. 내가 볼 때 적어도 이 둘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배우는 충무로 영화판에서 이병헌이 유일하다. 그리하여 이 둘의 만남은 <달콤한 인생>이라는 한국 최고의 누아르 영화를 만들어낸다.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배우가 만들어낸 최고의 성찬. 마치 <올드보이>가 그러했듯, <달콤한 인생> 또한 이 한 편만으로 이 둘의 만남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김지운과 이병헌, 이 둘의 조합은 서늘하고 차갑지만 독하게 치명적이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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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ype
12/09/23 20:33
수정 아이콘
이병헌은 스타로서의 아우라를 품은 채 배우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기에 더더욱 그의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스타성을 내려놓으며 유머를 전달하는 광해는 그래서 더욱 반전의 묘미가 있었죠.
그리고 그 속성을 잘 이끌어내고, 그에게 내재된 여러 매력을 잘 이끌어내는 감독은 김지운이 역시 최고죠.

생각해보면 국내 최고 영화감독들의 DVD 감상모임 '자랑과 험담'의 주요 멤버들은 거의 다 페르소나가 있는 듯 합니다.
봉준호 - 송강호 (+ 변희봉씨도 참 좋아하시죠),
류승완 - 류승범,
김지운 - 이병헌,
박찬욱 - 송강호(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최민식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그나저나 참 끼리끼리 모이시는거 같아요, 이 모임을 보면. 크크크
Eternity
12/09/24 09:3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이병헌에 대한 평가에 공감합니다. 이번작은 반전의 묘미가 두드러졌죠.

그리고 정말 '자랑과 험담' 멤버가 쟁쟁하네요.
최동훈, 나홍진 정도가 빠진게 아쉽달까요.
신규 회원으로 받아주면 안되나..크크
마바라
12/09/23 21:26
수정 아이콘
장진-정재영이 없다니!!

동치성을 누가 대신할 수 있단 말입까!!
와나멍
12/09/23 22:01
수정 아이콘
올리시는 글 연기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응원하고 싶습니다. 말씀하시는 차가운 금속성의 배우들은 모두
날카로울만큼이나 절제된 연기를 뛰어나게 하는 배우들인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발산하는 연기를 못하는것도 절대 아니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운게 연기같습니다.
그런가하면 능구렁이처럼 영리하게 연기를 펼치는 하정우씨도 물론 대단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할때마다
우울해집니다
Eternity
12/09/24 09:38
수정 아이콘
제가 연기 이론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략 느끼는 감정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올리는 것일 뿐인데 너무 좋게 봐주시는 거 같습니다.^^;
연기 쪽을 공부해본 적 없는 저보다는 와나멍님께서 훨씬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응원해주시는 만큼 부족하지만 더 힘내서 꾸준히 글 써보록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기 공부를 하는 입장이라면 하정우 같은 배우가 롤모델이 되기에 딱 좋지 않나 싶어요.
무언가.. 후천적인 노력과 치열한 고민이 바탕이 된 영리한 연기라고 보여지거든요.
그러니 우울해하지 마시고 더 자극받으셔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알킬칼켈콜
12/09/23 23:47
수정 아이콘
요즘 나이 든 거였구나...이병헌 무지하게 잘생겼네요
강남스타일
12/09/25 20:51
수정 아이콘
아.. 비운의 정서.. 슬픔을 표현할때 약간 삼키는 듯한 그 비음이.... 남자도 홀리더라구요. 광해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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