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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3 19:27:36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한국의 페르소나를 말하다 (1) - 박찬욱과 최민식의 만남
*글의 특성상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공간] 한국의 페르소나를 말하다


페르소나란 '가면'이란 뜻을 지닌 그리스 어원의 단어이다. 이러한 의미가 연극과 영화 쪽으로 넘어오면서 감독의 영화 세계를 가장 잘 표출하고 표현해내는 배우와 감독과의 관계를 뜻하게 되었다. 즉, 감독에게 있어 페르소나란, 자신의 영화세계를 가장 훌륭하고 완벽하게 표현해주는 또 다른 자아이자 분신인 것이다. 헐리우드에서는 팀버튼과 조니뎁, 마틴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 (최근 급부상한)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천 베일 등이 대표적인 페르소나 배우-감독 조합으로 꼽힌다.

그리고 우리 한국 영화계에도 감독의 작품 세계를 마음껏 펼쳐주는, 이른바 찰떡궁합의 조합을 자랑하는 명감독과 명배우들의 만남들이 있다. 굳이 '페르소나'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아도, 그들의 조우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이들의 만남. 오늘은 이러한 한국의 명감독과 명배우들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으로 아래와 같은 목록으로 한 편씩 연재를 할 생각이며 중간 중간 목록이 바뀌거나 더 추가 혹은 삭제될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1. 박찬욱과 최민식의 만남 -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2. 김지운과 이병헌의 만남 -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3. 봉준호와 송강호의 만남 -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4. 최동훈과 김윤석의 만남 - [타짜], [전우치], [도둑들]
5. 강제규와 한석규의 만남 - [은행나무 침대], [쉬리]




1. 박찬욱과 최민식의 만남


사실 박찬욱 감독에게는 뚜렷한 페르소나 배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신하균, 유지태 등 다양한 배우들과 작품 활동을 같이 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땐 최민식을 박찬욱의 페르소나라고 하기엔 약간 주저되는 측면이 있다. 조연으로 출연한 <친절한 금자씨>를 제외하면 최민식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올드보이> 한편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페르소나 관계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감독의 영화관과 인생관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표현해주는 그런 관계라고 봤을 때 이 둘의 관계가 부족하고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첫 번째로 이 두 사람의 이름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낸, 소름끼치도록 환상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찬욱과 최민식이라는, 페르소나적 관계를 뛰어넘는 한국 최고의 명감독-명배우의 만남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이 글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올드보이>, 이 한편의 영화를 통해 박찬욱 감독은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일약 한국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서게 된다. 배우 최민식 또한 이 영화 한편으로 일약 충무로의 거물,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게 된다. 특유의 음울한 기괴함과 파괴적 정서를 본능적으로 지닌 감독 박찬욱은 <올드보이>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표출할 배우로 최민식을 선택한다.

박찬욱은 왜 최민식을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박찬욱 감독 특유의, 그리고 <올드보이> 특유의 기괴함과 파괴적인 속성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속성은 영화의 캐릭터 속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올드보이>에서 배우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이란 캐릭터가 차가운 금속성의 비수를 지닌 섬세하고 절제된 캐릭터라면, 오대수는 지독한 파괴성과 기괴한 야수성을 지닌 인물이다. 즉, 오대수와 같은 인물을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차가운 금속성의 절제된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가 아닌, 활활 타는 화룡도나 둔중한 오함마와 같은 파괴적 속성과 뜨거운 카리스마적 무게를 지닌 배우가 필요하다. 한석규와 이병헌, 그리고 박해일 등은 유지태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금속성을 지닌 배우이고 송강호는 차가운 금속성과 뜨거운 무게를 동시에 지녔지만 최민식에 비해 야수성과 파괴성이 덜하다. 그리고 김윤석은 2003년 당시만 해도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딜 둘러봐도 결론은 최민식. 최민식이 다른 배우들을 압도하는 최고의 배우라서가 아니라, <올드보이>의 오대수란 캐릭터와 배우 최민식의 색깔이 그만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대수의 대척점에 선 배우는 차가운 금속성을 지닌 배우 유지태. 결국 유지태가 있었기에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최적의 캐스팅을 통해 박찬욱 감독이 이끌어내고자 한 최민식 특유의 기괴함과 야수적 파괴성은 이 영화에서 100% 유감없이 드러난다. 이러한 임팩트와 정서는 조연으로 특별 출연한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금 생각해봐도, 시대를 앞선 박찬욱만의 기괴한 파괴 본능을 흡수하여 표현해낼 만한 내공의 배우는 당시로서는 최민식이 유일했다고 본다.

결국 최민식이 박찬욱의 영화 인생 전체를 대변하는 페르소나는 아닐지라도, 박찬욱 영화 인생 최고의 작품인 <올드보이>를 가장 훌륭하게 표현해낸 최고의 분신이자 거울인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 현재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의 촬영 등 바쁜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훌륭한 작품으로 박찬욱과 최민식이 멋지게 조우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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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12/09/23 19:30
수정 아이콘
앞으로도 기대되는 시작이네요. 5편 꼭 부탁드리며 여자배우들과 감독님들도 부탁드립니다!!
한화거너스
12/09/23 19:42
수정 아이콘
흠..제목만 봤을 때는 가장 먼저 저는 김기덕-조재현 라인이 떠올랐었는데...
12/09/23 20:04
수정 아이콘
장진 - 정재영도 떠오르네요.
New)Type
12/09/23 20:26
수정 아이콘
요즘 스콜세지 영감님은 디카프리오를 참 아끼시죠. 꽤 많이 하셨네요.
떠오르는 충무로의 페르소나 조합 윤종빈 - 하정우도 있구요.

최민식과 박찬욱의 만남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기존에 이우진 역으로 오퍼가 갔던 한석규씨가 올드보이를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Moderato'
12/09/23 20:47
수정 아이콘
스콜세지 영강님은 갱스 오브 뉴욕부터 - 애비에이터-디파티드-셔터아일랜드-월스트리트의 늑대(차기작) 등 디카프리오와
5편째 찍고 있어서 스콜세지의 전기 페르소나 로버트 드 니로 / 후기 페르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볼 수 있겠구요.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씨와도 잘 맞는 듯 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복수는 나의 것-박쥐까지 세 작품이나 같이 한 걸로 보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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