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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21 05:52:44
Name 해소
Subject [일반] [방금 있었던 일] 여자는 무조건 집 앞까지 데려다줘야겠네요.
30분 전쯤이니까 다섯시 정도 되었겠네요.
동기들과 후배들과 술 한 잔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저와 여자 후배만 방향이 같아서 제가 데려다주고 있었습니다.

여자 후배의 집은 전형적인 원룸 건물인데요.
1층은 주차장이고, 2층부터 방이 있는 형태입니다.
주차장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번호키로 되어있구요.
주차장은 불빛 없이 캄캄합니다.

바로 그 건물 밑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배가 저와 이야기를 하다가 자꾸 제 뒤를 힐끗힐끗 보더라구요
'왜 그래?' 라고 물었더니, 누가 숨어있는 것 같답니다.

그래서 저도 휙 돌아보았는데, 캄캄한 곳에서 승용차 뒤로 머리를 휙 숙이는 걸 봤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술 먹었던 친구들의 장난인 줄 알고 웃었는데,
제 시선을 의식하고 자꾸 머리를 숙이고 치우는 모습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그 낌새가 심상찮아서 차 쪽으로 가봤습니다.

그러자 30대 중후반, 혹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술에 취한 듯 중얼거리며 휘청거리더군요.
'아저씨, 거기서 뭐해요!' 라고 이야기하니까 횡설수설 비틀비틀 합니다.

일단 후배를 집에 데려다주는 게 우선일 것 같아서,
비밀번호를 누르게 하고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그리고 안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다른 쪽으로 가더라구요.
신고하면 늦겠다, 싶어서 일단 후배한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쫓아가다보니 그 남자가 반대편 상가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상가 건물을 관통해서 큰 도로로 나가는 게 아니라,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가더라구요.
뒤를 돌아보니까 후배가 유리문을 통해서 계속 지켜보는데 많이 무서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어디로 갔는지 봐뒀으니까,
여자후배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문 앞까지 바래다줬습니다.
너무 놀란 거 같아서, 안심시키려고 웃으면서 '내가 가볼게, 걱정 마.' 라고 얘기하고,
후배가 들어가자마자 후다닥 뛰어내려와서 건물로 가봤죠.
갈만한 곳을 다 뒤져봤는데 없었습니다.

아까부터 그 건물 1층을 청소하고 계시던 경비 아저씨께 "여기 술 취한 사람 못 보셨어요?" 했는데,
전혀 못 봤다고 하십니다.
거동도 못할 정도로 휘청거리면서 건물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이 사람이 나올 때는 아주 멀쩡했는지 경비 아저씨는 전혀 모른다고 하시더군요.

혹시 해서 10분 이상 그 주변도 돌아보고 했는데 못 찾았습니다.

여자 후배가 안전하게 잘 들어간 건 다행이지만,
그 사람을 잡았어야 하는건데, 라는 생각에 굉장히 찝찝합니다.
일단 여자 후배를 두고 끝까지 쫓아갔어야 했나... 싶으면서도,
혼자 무서워했을 걸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화도 나고, 후회도 되네요.

만약 여자 후배가 차 밑에 엎드려 숨어있는 그 사람을 발견 못 했다면,
전 건물 입구가 번호키니까 안심하고 집으로 향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여자 후배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찰나에,
그 사람이 마치 주민인 것처럼 따라 들어갔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네요.

여동생이 있다보니 여자가 밤길 다니는 것에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좀 피곤하거나 귀찮더라도 많이 데려다주는 편인데,
여자친구가 아닌 이상 보통은 건물 입구에서 돌아서거든요.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어서, 가능하면 방문 앞까지 데려다줘야겠습니다.
여자 쪽이 부담스러워해도 설명을 잘 해야겠죠.

요즈음 성폭력, 성폭행에 관한 사건사고가 굉장히 많고 민감한데요.
여자 분들 정말 조심해야겠습니다...
좀 미안하더라도 남자한테 데려다달라고 말씀하시고,
남자 분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셔야겠더라구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세상 참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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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1 06:13
수정 아이콘
아이고... 정말 큰일날뻔 했네요. 목적이 성폭행인지, 강도인지는 모르지만, 안좋은 목적을 가졌던 사람인건 심증이 확 오네요.
저도 여자친구 집앞까지 바래다 주는건 절대 귀찮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tannenbaum
12/09/21 06:22
수정 아이콘
잘하셨습니다
미연에 방지하는게 최고죠
XellOsisM
12/09/21 07:13
수정 아이콘
항상 이렇게 바래다 주는게 습관화가 되어 있는데 이 마저도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분을 만나면 정말 괴롭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친히 모셔다 드리겠다는데도 유난떤다고 난리치던 여자친구를 만날 당시에 정말 힘들었죠.

특히 혼자사는 여자분들.. 나는 아닐꺼야, 나는 조심스러우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제발 밤 늦게, 새벽에 혼자 집에 돌아가지 마세요.

여초사이트라서 댓글 달아봅니다....??
지포스2
12/09/21 07:55
수정 아이콘
이번주 치즈인더트랩 내용 같네요...
Love&Hate
12/09/21 08:04
수정 아이콘
방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데려다 주는 쪽도 만만찮게 위험해요....
12/09/21 08:15
수정 아이콘
음... 그렇다면 들어가는 걸 확인하는 정도가 가장 좋을까요?
12/09/21 08:04
수정 아이콘
근데 그 더러움이 어떻게 튈 지 예상이 안 되네요.
12/09/21 08:51
수정 아이콘
경험상 데려다주면서 무슨 일 생길 확률이 본문과 같은 경우보다 훨씬 높더군요.
뭐 그렇다고 데려주면 안된다라는 얘기가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요.
부기나이트
12/09/21 08:51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 그 남자가 잠재적 성추행자 혹은 성범죄자 혹은 도둑, 강도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군요.

설마 육감, 촉, 직감 같은 것이 근거는 아니겠지요?

길가다 벼락맞을 확률이 두려워 문앞까지 에스코트를 하시겠다구요?

하시는 것은 자유지만 제 기준에는 하려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이나 정상은 아닙니다.
12/09/21 09:25
수정 아이콘
각자의 기준이 있는거라니 하는 말이지만 전 부기나이트님의 기준에 동의 못하겠네요.
문 앞까지 에스코트 해주는게 비정상이라는거나
자신과 다른 기준을 굳이 정상 비정상 운운하며 댓글 다는 것이나...
하루끼
12/09/21 09:41
수정 아이콘
길가다 벼락맞을 확률이 두렵다는 멘트는 좀..
하루가 멀다하고 성범죄가 일어나는데... 그분들이 벼락맞을 확률에
걸렸다고 보는건 좀 아니죠.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12/09/21 09:12
수정 아이콘
으어 폰으로 적으려니까 죽겠네요.

데려다주느냐 마느냐, 혹은 어디까지 데려다주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고 뭣보다 관계에 따라 다르겠죠.

저와 후배는 오래 알고지낸 사이고,
글을 쓰면서는 주로 여자친구를 데려다주는 걸 떠올리며 썼습니다.

세상이 많이 위험하니까,
데려다줄 때 조금 더 신경 써야겠네요.

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니까 불쾌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저도 격한 감정에 글을 적었는데, 앞으론 글쓰기 버튼을 좀더 무겁게 여기겠습니다.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때때로 논쟁도 오가는 토론이 아니라면, 이 글처럼 선의로 적은 글에 날 선 이야기가 오갈 때 맘이 많이 안 좋습니다. 지우고 싶을 정도로요. 글을 좀 잘 쓸걸, 이란 자책도 하게 되네요...ㅜ)
12/09/21 09:22
수정 아이콘
이래저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방문 앞까지는 좀 그렇더라도, 번호키니까 들어갈 때까지는 지켜봐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12/09/21 09:35
수정 아이콘
요새 들어서 계속 흉흉한 뉴스만 나오는데 집앞까지 데려다주신건 만약을 대비한 행동이기 때문에 좋다고 보이네요.
내가 아는사람이 당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12/09/21 09:55
수정 아이콘
전 어제 원룸 복도에서 남녀가 싸우는 걸 봤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양손목을 잡고 제압하고 있었고, 여자는 남자에게 "왜 이래~ X발~~"이라고 하더군요..
여자의 "X발~"에서 사랑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연인사이 같길래 그냥 냅두고 왔습니다..

그건 그렇고 해소 님 충분히 대응 잘하신 것 같네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단,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단정 짓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실 수 있으니 그 부분도 신중히 대처 잘 하셨으면 합니다..
스타핏
12/09/21 10:24
수정 아이콘
댓글을 읽다보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는데, 여자 분들이 에스코트를 부담스러워 하나요? 전 제 여자친구와 썸씽이 없던 시기에도 에스코트해주었고 그외 다른 여학우들 에스코트도 해주었는데 말이죠. 늦은 밤 귀가시에는 에스코트 해주는 게 남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고있었고, 당시 여학우들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 설마 제가 데려다 준 여학우들이 속으로 '이놈 왜이래?' 이랬던 건 아니겠쬬.?ㅠ
Inner Peace
12/09/21 10:46
수정 아이콘
방문까지 바래다 주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이라면 건물 앞까지 바래다 주시고, 그 앞에서 한 동안 (아마도 여자분이 무사히 들어가서 잠시 정리하실 동안?) 정도 있어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완전히 안심할 상태까지는 만들 수 없지만, 방문 앞까지 바래다 주시는 정도의 효과는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유리자하드
12/09/21 11:25
수정 아이콘
저도 왠만하면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는 것 까지는 지켜보고 갑니다.
그래야 안심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런거보다 더 무서운게 뭐냐면
여자친구가 술 먹으면 필름이 살짝 끊기거나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자기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를 때가 솔직히
더 겁납니다. 이걸로도 많이 싸웠구요. 술 조심 합시다..
한선생
12/09/21 12:13
수정 아이콘
전 항상 집안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진리는 하나
12/09/21 14:47
수정 아이콘
집에 데려다 줄 경우,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돌아갑니다.
택시로 보낼 경우, 택시 운전사의 이름과 차 번호 등을 저장해 놓고 불편해하지 않으면 도착할때까지 전화통화를 합니다.

이정도네요 뭐. 제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안 불편해했던거 같아요~

물론 일찍 들어가는게 최곱니다?!
12/09/23 01:00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생각인데 성범죄의 경우 면식범인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적당한 수준까지의 에스코트는 오케이, 그 이상은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자제해야 할 것 같네요. 물론 무슨 의도로 글 쓰신 것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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