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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07 10:16:46
Name 터치터치
Subject [일반] 2천만원의 당혹과 10만원의 행복
일요일에 올렸는데 실수로 몇시간만에 삭제를 해서 좌절하고 있었는데..우연히 글을 찾아서... 다시 올립니다.


지난 토요일에 제가 돈을 보낼 데가 있어서요. 3천만원을 송금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토요일 오전에 약속이 늦기도 하고 처리할 게 많은 바람에 바빠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는 변명을 미리 좀 하고 시작해야 제 맘이 좀 편하겠네요.ㅠㅜ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보내는 것인데 저는 우리은행으로 송금을 하고 받는 사람은 국민은행 조a철 씨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뱅킹 1일 송금 한도가 5천만원인 줄은 알았는데 1회 송금액 최대가 1천만원이어서 3천만원을 보내야 하는 전 투덜투덜 거리며, 바빠 죽겠는데 짜증이 좀 났었죠...

첫번째 천만원을 그 길기만 한 조a철씨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송금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서는 입금추가를 누른 뒤 두번째 세번째는 최근 입금계좌를 눌러서 조..철씨로 되어 있는 화면 가장 아래 계좌로 각 천만원을 더 입금을 하였습니다.

동일 인물에게 같은 금액을  보내겠냐고 묻는 우리은행 홈페이지 화면에다가 시원하게 당연하지..를 외치고서는 바로 집에서 약속장소로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조a철씨에게 전화를 하여 입금 받았냐고 확인하자. 무슨 확인이냐고 보냈으면 들어왔겠지하고 사람 좋게 말하길래 그래도 확인해보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후

"천만원만 들어왔네요."라면서 조a철씨에게 연락이 왔더군요.

"?? 잠만요.. 제 통장 잔액좀 확인하구요"

제 잔액은 분명 3천만원 덩어리가 없어진 채 였습죠.

다시 조a철씨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아도 천만원만 들어왔다고 했고 혹시나 몰라서 주위사람에게 전화기에서 잔액이 얼마라고 하는지 확인까지 했다고 하더라구요.

뭔가..크게 잘못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저는 가볍게 약속을 포기하고 집으로 달려와서 @@ 표정을 한 마눌님을 뒤로 한 채 방문을 잘 닫고(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마눌님의 접근 제한 조치;;;;;;;;;;;;;;;) 우리은행 홈페이지로 내달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확인을 했습니다. 거래내역 -> 당일

1천만원 국민 조a철
1천만원 00 조b철
1천만원 00 조b철


제가 보낸 두번째 세번째 최근 입금 계좌는.. 조a철씨가 아닌 이름이 비슷한 00은행 조b철씨였던 것입니다.


급당황을 한 저는 제돈 2000만원을 받은 조b철씨는 도대체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스니다.

조b철....조b철....

찾아보니 6월 중순경 제가 조b철씨에게 2만원을 인터넷뱅킹으로 송부한 자료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누구지....

우선 제가 물건을 자주사는 사이트(대리구매 등등) 자유게시판에 크게 "**은행 조b철 아세요" 라는 글을 올리고 조a철씨에게 전화를 해 사정설명을 했더니 조a철씨가 월요일까지 입금해도 된다고 흔쾌히 양해를 구해주더군요. .(너무 고맙더라구요.)

그리곤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돈을 잘못 송금해서요."(사실 좀 떨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완전 후달렸습니다.;;) 처음 112에 전화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천만원의 힘이겠지요.

은행에서 알아서 하라는 여자분의 말씀이 있었고 저는 간단하게 제가 잘못넣은 돈에 손대면 형사처벌되지요? 묻자 네 라는 대답을 들은 뒤 끊었습니다.

그리곤

피지알에서 잘못 송금했을 때 라는 내용이 담긴 글이 생각나서 우리은행 홈페이지 외에 창을 하나 더 띄우면서 우리은행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놔... 상담원 연결은 도대체 뭔지 ARS는 사람 미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금융사기 서비스 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더니 상담원 연결이 바로 되더군요.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자 입금 받은 은행에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하면서 토요일이라 자기들은 처리할 수 없고 월요일이 되면 그 은행에 돌려달라고 하되 그것도 입금자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는 둥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입금자 확인을 하려면 송금한 00은행에 확인을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잘못 송금했던 00은행 전화번호를 찾으면서 피지알에서 입금으로 검색을 쫘악 했더니 나온 것은

"실수로 계좌 이체를 잘못 했을때의 대처법(현직 금융권 변호사입니다)" 이라는 호가든 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형사처벌 죄목이었는데 횡령죄라고 명확히 나와있더군요. 호가든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송금했던 00은행에 전화를 해서 입금을 잘못했다 예금주에게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역시 토요일이라 월요일이나 되어야 라고 하길래 2천만원이라고 했더니 조금 생각하더니 특!별!히! 도와줄테니 입금된 과정 받는 사람과 그 사람 계좌번호, 저의 연락처를 묻더라구요.

필요한 정보를 가르쳐 주고...

저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에 마눌님이 뭔일이냐고 이실직고 하라고 하길래.. 돈을 잘 못보내서 그 당사자에게 돈을 돌려받는 중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그 당사자가 누군지 몰라ㅠㅜ라는 소리는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덜덜덜...)


그리고 일 처리를 해야 되니 자리를 피해달라고 한 뒤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조b철 누구지? 6월에 왜 2만원을 보냈지?.. 아..만약 신용불량자면 어쩌지.. 혹은 돈을 안준다고 하거나 거액을 요구하면서 그거 주면 돌려준다고 하면 어쩌지... 그리고 물건 구매로 자주가던 사이트 자게에서 조b철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답벼없이 조회수만 올라가고 있더군요.

별별 생각을 다했었죠.. 혹은 법대로 가져가라고 하면 어쩌지... 제 회사 업무 때문에 법원에 맡겨진 공탁금 배당을 받는 사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데 공탁금 찾는데만 5개월이 걸린적이 있거든요.  흔쾌히 월요일까지만 입금하라던 친절한 조a철씨의 말이 머리속에 소용돌이 치며... 월요일까지 안된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라는 안좋은 상상까지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00은행에서 다시 그 상담원이 전화가 왔더라구요.

"조b철씨에게 전화연락을 했는데.. 보이스 피싱이신줄 아는 것 같구요. 지금은 전화를 안받으세요."

정신이 멍.................. 띵....................

"월요일에 다시 연락해야 될 것 같아요.. 문자를 남겨드릴게요. 그 쪽으로 연락하라는 전화를 요..."

"제발 연락처좀 가르쳐주세요"

"그건 개인정보라서 불가합니다."

"ㅠㅜ 그럼 문자라도 길게 남겨주세요. 제가 그 사람에게 뭔가 샀으니 돈을 2만원 보냈을 텐데.. 고객이라는 걸 좀 알리면 친절하게 나올 것 같아서요."

"문자 보내는 길이가 한정되어 있어서..최대한 보내볼게요."

"네..."


그리곤 2분뒤 제 핸드폰으로 문자가 막 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그 문자 전문입니다.

"00은행) 고객님 계좌거래내역 확인해보시고 입금자 000 010-0000-0000로 연락바랍니다. 00 000이란 이름으로 입금되었고, 000님이 예전에 고객님 통장으로 이체한 내역이 있어서 계좌번호를 오류선택한 것 같습니다."

이런 문자가 3통에 걸쳐서 오더라구요.


그 상담원 분이 그 조b철에게 보내야 될 문자를 저한테 보낸거죠.. 곧 다시 그 상담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문자를 잘못 보냈네요"

"네..돈 잘못 보낸 사람도 있는데요;;;;;;;;;;;;;;;;;;;;;;;;;;"



그리고 그 맘때쯤...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아...그래.. 우리집 책장 배달 아저씨다.. 우리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현금으로 2만원 보냈었지.....

그리곤 주문했던 사이트 뒤졌더니 해당 책장업체 ARS는 토요일에는 영업을 안한다고 하고..

아... 계좌번호를 알려줬다면 그 아저씨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겠지 하면서 뒤져보니.... 6월 20일 이후 문자만 저장되어 있더군요. 아..며칠차이... 책장 배달은 6월 중순이었거든요....

그 아저씨가 배달장사 안되서 어렵게 생활하면 내 돈을 혹시......

하며 또 어둠의 상상속에 있을 때 모르던 전화번호가 찍혀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거 돈을 잘못보내셨다면서요."

"네.. 이름이 비슷해서 잘못 보냈네요"

"마음고생많이 하셨겠네요. 지금 일을 나와있어서 전화를 못받았는데 문자를 보고 전화를 했어요."

"네.. (마음고생 많이 하셨겠네요...에서 울컥해서 울뻔..-_-;;;)"

"집에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보내줄게요."

"10만원 빼고 보내세요."

"다 보내줄게요."


그리고 2천만원을 무사히 돌려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저씨계좌로 10만원을 보내드렸습니다. 식사대접을 못해서 약소하게 보낸다는 문자와 말이죠....



조a철님과 호가든님께는 본문에 감사드렸고....


00은행 조 상담원님 너무 감사합니다.(경황이 없어 이름을 정확히는 못들었네요. 호가든님만 조씨 성을 쓰시면 조씨 포커라능...) 문자도 너무 잘 적어주고 오히려 저한테 잘못보내서 정말 내용 깔끔하게 잘 정리해서 보내준 것에 대해 더 감사할 수 있네요.

00은행을 안밝히는 이유는 그 분이 원래 이렇게 처리하는게 아닌데 제가 금액이 커서 특별히 도와준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까봐 못밝히겠네요. 나중에 00은행 칭찬 글만 올려야 겠네요.


그리고 그 조b철 아저씨 너무 감사합니다.

걱정할까봐 빨리 돌려주시며, 오히려 따뜻하게 말씀해주신 것도 너무 감사합니다.


2천만원의 당혹감으로 1시간 고생했지만 어제 하루는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물론 이런 훈훈한 이야기를 마눌님께 했더니..

"여튼 니 바보짓으로 10만원 날린거네..."


1. 잘못 입금하면 잘못 입금한 은행으로 전화하세요.
2. 상담원에 즉시 연락되려면 금융사기 신고 서비스를 이용하세요.
3. 세상이 그렇게 어둠의 상상 같지는 않더라구요.



덧. 댓글 달아주신 분들이 있었는데 삭제되었던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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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터치
12/09/07 10:17
수정 아이콘
이 글 찾았으니 연재글도 써야지ㅠ
스치파이
12/09/07 10:19
수정 아이콘
한참 걱정하면서 보다가 문자 잘못 보낸 대목에서 풉....
잘 해결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글 재밌게 잘 쓰시네요.
이쥴레이
12/09/07 10:31
수정 아이콘
저도 회사 월급이 두번 들어온 날이 있었습니다.

아. .이거 웬떡이냐! 라는 생각이랑 회사에서 보너스로 지급 더해준건가라는 망상부터..
근데 10분뒤 회사 커뮤니티에서 은행원 실수로 월급이 두번 중복으로 잘못 지급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오더군요.

...........그리고는 칼 같은 회수.. -_-

내 통장 돈을 휙 하고 가져가버리다니.. 나쁜놈들..
은행은 지들 실수는 바로 처리 하면서.. ㅠㅠ
낭만토스
12/09/07 10:38
수정 아이콘
"여튼 니 바보짓으로 10만원 날린거네..."

와 진짜 공감가네요 크크크크크
켈로그김
12/09/07 11:03
수정 아이콘
바보짓으로 10만원 "기분좋게" 날리셨네요..;;
훈훈합니다(;;)
하루사리
12/09/07 11:06
수정 아이콘
저도 액수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었네요.
여튼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크크.
"여튼 니 바보짓으로 10만원 날린거네..." (2)
12/09/07 11:16
수정 아이콘
분실물 사례금 비율 5~20%를 생각하면 좀 더 주셨어도 괜찮았을텐데 싶네요
아무튼 잘돼서 다행입니다
저글링아빠
12/09/07 11:19
수정 아이콘
역시 마눌님은 진리입니다.
12/09/07 12:17
수정 아이콘
당연히 돈은 되 찾으실 줄 알았지만, 글을 흥미진진하게 써주셔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하하.
아무튼 다행입니다.~

문을 잠근다는 표현부터 더 집중하게 되더군요 크크
12/09/07 12:45
수정 아이콘
마눌님의 마지막 말에 크크크...
Absinthe
12/09/07 13:20
수정 아이콘
잘 처리되서 다행입니다 ^^
진리는 하나
12/09/07 14:05
수정 아이콘
이미 봤던 내용이군요~

순간적으로 어?! 2000만원 돌려주고 10만원 받으시 분이 답글을 썼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크크
lupin188
12/09/07 21:48
수정 아이콘
호가든님이..변호사이면서 회계사도 되셨다는 분 아닌가요??크크
무튼...맘 고생 심하게 하셨겠어요....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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