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우리의 오늘날 형편이 초라한 것을 보고 자굴지심(自屈之心)을 발하여, 우리가 세우는 나라가 그처럼 위대한 일을 할 것을 의심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모욕하는 일이다. 우리 민족의 지나간 역사가 빛나지 아니함이 아니나 그것은 아직 서곡이었다. 우리가 주연배우로 세계 역사의 무대에 나서는 것은 오늘 이후다. 삼천만의 우리 민족이 옛날의 그리스 민족이나 로마 민족이 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었으니 그것은 공상이라고 하지 말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길래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이 큰 일은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남겨놓으신 것임을 깨달을 때에 우리 민족은 비로소 제 길을 찾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청년남녀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로 낙을 삼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쓸진대 30년이 못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될 것을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 백범 김구, 나의 소원 중에서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무소속의 국민도 모두 미국인이다.
그 동안 정치를 외면해 왔던 사람들이여. 이제 함께 목소리를 내자.
여러분 하나 하나의 작은 목소리가 사회를 바꾸고, 나아가 미국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지금이 그 시작이다.
인종도, 정당도, 학벌도 초월하여 하나되는 미국, 새로운 미국을 위해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 보자.

- Barack Hussein Obama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 Iowa caucus 연설 중에서



솔직히 미국 경선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올 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것 쯤이야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나라 대통령 선거도 아닌, 선거에 출마할 정당 후보자를 뽑는 선거에까지 관심을 기울일만큼 한가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러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뉴스를 통해 접했던 배럭 오바마 민주당 경선 후보의 연설을 읽으니 가슴이 떨리더군요.
정치인의 연설문을 글로 접하고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건,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물론 연설문은 아닙니다만)을 읽은 뒤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글을 배웠던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자' 라는... 딱 그 말만 저는 아직까지도 기억합니다.
지금 보잘 것 없고, 힘들지만, 내게 쥐어진 오직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을 써서 세상을 한 번 바꿔보자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였지요.

- 물론, 그 선생님의 왼 쪽 성향은 제가 대단히 싫어했었습니다만, 그 한 마디 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합니다. -



글쎄요.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바뀔 구석이 하나도 없는 유토피아는 분명히 아닐 겁니다.
사람에 따라 불만을 가지는 지점은 모두 다를 것이고, 그러한 불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겠지요.
그러하기에 정치인이야말로 모두에게 미움과 불신을 받는, 그러한 직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인.. 오바마의 연설은
그러한 불신과 미움을 (적어도 제게는) 날려버리는 일갈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신지역, 학벌, 사회계층을 떠나서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을 바꾸고, 나아가 전 세계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내가 이래봐야 뭐 바뀌는 게 있을까.. 하는 자굴지심 보다는,
나부터 시작하였기에 세상이 바뀔 수 있다.. 라는 포부를.. 대한민국 사람 모두,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pgr에 오가는 분들이라도 가졌으면.. 하고 소원해봅니다.



사족. 저런 정치인을 가질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전 처음으로 진심으로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