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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01 15:17:02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577 프로젝트, 살아있는 신선함으로 가득한 다큐무비 (스포있음)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특성상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리뷰] 577 프로젝트, 살아있는 신선함으로 가득한 다큐무비



이 영화, 살아있네!


영화 <577 프로젝트>는 신선하다.
마치 푸른 동해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활어처럼, 이 영화는 생생함과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제 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의 하정우의 공약이 시발점이 되어 시작된, 하정우와 공효진을 포함한 총 18명의 배우들의 국토대장정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솔직히 말해, 살면서 이런 영화 처음 봤다. 서울에서 해남까지의 577km의 여정을 담은 이 다큐 영화는 다큐임과 동시에 영화이다. 그래서 보통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국토대장정에 돌입하기 전에 정식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뽑고, 이 배우들로 팀원을 꾸려 여정에 나선다.

물론 이 다큐영화의 메인 배우는 하정우와 공효진이지만, 이 둘 외 각기 다른 사연과 속내를 지니고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는 16명의 배우들의 이야기도 생각보다 알차고 신선하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20일의 시간 동안 주구장창 걷기만 하는 이 영화가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겠냐 하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다. 이 영화, 무척 유쾌하고 재미있다. 재미 뿐만 아니라, 순간 순간 터져나오는 깨알 같은 유머와 감동, 더불어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까지. 보통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장면과 상황을 <577 프로젝트>는 담고있다.



관객들, 배우들의 맨얼굴과 마주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577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이전에, 실제 국토대장정이다. 그냥 진짜 국토대장정. 말 그대로 저절로 눈물이 쏟아지고 토가 나올 정도로 고된 여정 속에서, 그 중심에서 선 배우들에게는 어떠한 가식이나 치장의 껍데기가 들어갈 틈이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자 매력은, 우리가 실제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배우들의 맨얼굴, 이른바 그들의 진짜 모습과 마주한다는 데 있다. 그 어떤 영화에서 배우가 제작진과 마찰을 일으키며 욕을 내뱉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어떤 영화에서 배우들이 실제로 화내고 실제로 서럽게 눈물을 쏟는 모습을 목격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577 프로젝트>에는 그런 것들이 담겨있다. 20일간의 국토대장정이라는 극한의 여정 속에 배우들은 실제로 서로간에 혹은 제작진과 부딪치기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여담으로,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은근히 느껴지는 하정우와 강신철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이 영화의 깨알같은 관람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다.) 어쨌든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마냥 웃으며 유쾌하게만 시작했던 이 여정이,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스러워지고 숙연해지면서 그들은 배우 이전의 하나의 사람으로서, 그냥 한명의 국토대장정의 일원으로 거듭난다. 지금 당장 내가 걷다가 죽겠는데, 무슨 가식이 있고 거짓이 필요하겠는가.



하정우와 공효진만이 아닌, 18인 모두의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영화


그리고 이것은 비단 조연 배우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영화의 주연인 하정우와 공효진도, 배우가 아닌 국토대장정 팀원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동료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또 짜증을 내기도 한다. '공블리' 공효진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본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냐며 투정아닌 투정을 하지만, 내가 본 그 어떤 영화보다 공효진은 매력적이다. 비록 이 영화에서 공효진의 분량이 많진 않지만, 여배우가 아닌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의 공효진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다. 그 누구 못지 않게 부담이 되고 힘든 상황에서 솔직하게 투정도 부리는 인간적인 모습과 더불어 괴로운 여정 속에서도 항상 잃지 않는 특유의 환한 웃음까지, 배우가 아닌 인간 공효진도 역시나, 영락없는 '공블리'이다. 뭐, 이 영화의 중심이자 '하숙쇼'의 메인MC인 하정우의 매력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고.

아, 더불어 한가지 하정우를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그의 적절한 포지셔닝이다. 사실 공효진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도 대부분 하대세 하정우를 믿고 이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게 됐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기대도 이와 마찬가지. 하지만 이러한 관객들의 기대에  비해 이 영화에서 하정우의 존재감은 그정도로 화려하거나 거대하진 않다. 오히려 이 다큐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출연한 하정우는, 모든 순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신을 제외한 17명의 대원들에게 골고루 포커스가 가도록 적절히 스스로의 역할을 포지셔닝한다.

그는 이렇게 적절한 포지셔닝을 유지하며 팀원들을 이끌다가도 배우들의 멘붕 상태, 혹은 제작진과의 갈등 상황에서는 전면에 나서서 총괄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곤 했다. 하정우의 <577 프로젝트>가 아닌 18명의 국토대장정 팀원들의 <577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달까.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몇차례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하숙쇼(하정우의 숙영지 토크쇼)'가 생각보다 짧고, 단 1회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점이 살짝 아쉬웠다. '하숙쇼'가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뽑지는 못했나보다.



웃음과 감동과 반전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다큐무비


어쨌든 이 영화는 (당연하게도) 시나리오가 있는 것도 아니며 어떠한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점이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577km의 험난한 여정에서도 순간 순간 끼와 재치를 잃지않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한 깨알같은 재미가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고,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저절로 노출되는 배우들의 맨얼굴에는, 억지로 치장되거나 꾸며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감동과 서러움이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기저에 깔린 바탕 기류는 슬픔이나 눈물젖은 감동이 아닌, 유쾌함이다. 이 영화가 관객들을 울리기 위해 만든, 질질짜는 최루성 다큐멘터리는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이들의 유쾌한 도전 속, 진정성있는 그들의 고백 속에 가슴이 짠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특히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 셀프카메라에서 아들의 장난감을 언급하는 김성균의 고백에서는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까지,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영화 <577 프로젝트>. 그러니 지루하기는 커녕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이들의 577km를 지켜보는 일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이와 더불어 중간 중간 깨알같이 대놓고 등장하는 맥스봉, 맛밤 등의 CF 광고까지. 이영화, 정말 매력있다.  



외로움과 메마름에 허덕이는 당신에게 <577 프로젝트>를 권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관객도 몇명 없는 영화관에서 조용히 혼자 박수를 쳤다. 그냥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종류의 신선함과 유쾌함을 접하게 만들어 준 영화에 고마웠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한 단점들이 눈에 밟히고 거슬리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만 배우들을 응원하게 되고 무언가 저절로 영화 속에 동참하고 빠져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도, <577 프로젝트>를 마친 배우들과 함께 리프레시되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이게 살아있는 다큐 영화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조만간 기회가 되면 이 영화를 다시 한번 관람하러 갈 생각이다. 올여름 계속되는 태풍과 무더위에 지치고 지독하게 달라붙는 외로움과 정신적 메마름에 허덕이는 당신에게도, 동해 바다의 싱싱한 활어처럼 살아있는 영화 <577 프로젝트>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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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_Slayer
12/09/01 15:43
수정 아이콘
헐 평점 8.99.. 하정우 팬이지만 하정우 공효진 나오는 러브픽션이 너무 재미없어서 기대안하고 있는데 이건 다른가 보군요
리얼 버라이어티 무비라.. 무한도전에서 먼저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아이템이었는데 ㅜㅜ 갱스오브뉴욕 편으로 만족을..
Eternity
12/09/01 15:55
수정 아이콘
Wizard_Slayer님 댓글을 보고 네이버 평점을 보니 정말로 그렇네요. 다음은 8.8이구요.
뭐, 재미와 감동 이런 걸 다 떠나서 평생가도 한번 보기 힘든, 좀 희귀한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구요.
Go2Universe
12/09/01 16:25
수정 아이콘
피지알러가 된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제가 편집한 영화가 자유게시판에 리뷰로 오르니 감개무량하네요.
저도 그만큼 나이들었고 - 군제대하고 한창 스타크래프트보다 여기에 가입했었으니깐요
이 곳의 수많은 사건들을 눈팅하며 즐거워 했었는데 제 옆에 있던 이야기가 나오니 기분이 오묘합니다.
참고로 편집기간만 5달이었습니다.
577 프로젝트 지화자!
Eternity
12/09/01 21:10
수정 아이콘
Go2Universe님// 와, 정말 반갑습니다.^^
영화 편집도 정말 깔끔하고 깨알같더군요 크크
영화 보면서 편집도 참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초반에 빠르게 압축한 편집도 좋았고,
중간 중간 국토대장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많이 엿보이더군요.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
참, 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한가지 있는데, 정말 18명의 대원이 아무도 낙오하지 않고 전부 완주했나요?
중간에 보면 부상자도 많이 발생하고 그러길래 몇명 정도는 낙오할 줄 알았는데, 18명이 전원 다 완주한 것이 좀 신기했습니다.
보통 군대에서 행군을 해도 낙오자는 발생하기 마련인데 말이죠.
이점이 좀 궁금하고 또 신기하더군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상영관이 많이 없는 게 아쉽기도 했구요.
전 원래 롯데시네마를 거의 가는데, 제가 사는 지역엔 롯데시네마에서 상영을 안해서 CGV에서 관람을 했습니다.
(중간에 보니까 맥스봉, 맛밤 등 CJ 관련 제품 광고를 많이 하던데크크 CJ에서 지원을 많이 해줬나 보네요 흐흐)
저예산 영화의 숙명인가요.. 좀 안타깝더군요. 정말 상영관만 많이 잡으면 나름 흥행 대박을 터뜨릴 영화라고 보여지거든요.
암튼 정말 잘 봤습니다.

577 프로젝트 지화자!(2)
머신테란 윤얄�
12/09/01 17:08
수정 아이콘
힐링캠프에서 하정우씨가 허정우쑈 많이 찍었는데 한회만 나왔다고 하더군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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