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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27 00:12:04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영화공간] 가슴 찡한 한국영화 속 명장면 17선
*1996년~2006년 사이의 영화들이긴 하지만 스포일러 있습니다.*
*글의 특성 상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공간] 가슴 찡한 한국영화 속 명장면 17선


우리 한국 영화에는 무척이나 슬프거나 가슴 찡한 명장면, 명대사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 [영화공간]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국 영화 속 가슴 찡한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영화를 선정한 특별한 기준은 없는 대신에 명대사 뿐만 아니라, 특별한 대사가 없더라도 기억에 남고 가슴 찡했던 명장면 위주로 꼽아봤다.




1. 은행나무 침대(1996) - 신현준


"미련하게도.. 천년을 하루같이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가 있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한국영화 속 가슴 찡한 명장면의 첫 번째는 바로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신현준)이 공주인 미단(진희경)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눈 내리는 그녀의 처소 밖에서 한없이 그녀를 기다리는 이 장면이다. 사실 <은행나무 침대>의 주인공은 궁중악사 종문(한석규)과 그를 사랑하는 공주 미단(진희경)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미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황장군의 모습 또한 가슴 아팠다. 영화가 개봉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내 개인적으로 이 장면만큼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90년대 한국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2. 태극기 휘날리며(2004) - 장동건, 원빈


"형! 우리 가야돼! 형, 우리 지금 가야돼!! 우리 가야 된다구.. 형 일어나, 우리 가야돼, 어서 가야돼! 제발 힘 좀 내서 일어나봐, 제발 좀 일어나봐!!
엄마한테 가야될 거 아냐.. 영신이 누나 산소에도 가야될 거 아니냐구.. 구둣방 사장돼서 엄마 호강시켜준다 해놓고 이렇게 죽을 거냐구.. 바보같이 나땜에 학교도 못가고 매일 구두통 들고 다니면서... 나 대학가는 거 봐야될 거 아냐.."




내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펑펑 울었던 영화가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이다. 내 생일날 극장에서 봤던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이렇게 슬플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전쟁터에서 헤어져 북한군 깃발부대의 선봉장이 된 형 진태(장동건)를 어렵게 찾아낸 진석(원빈). 이성을 잃어버린 형에게 같이 후퇴해야 한다며, 어서 일어나라고 같이 가자고 애원하며 부르짖지만 겨우 정신을 차린 진태는 진석에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동생을 먼저 보낸다. 하지만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위태로운 전쟁터에서 동생을 구해내기 위해 홀로 남은 진태는 북한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게 되고, 결국 북한군의 총탄에 난사당하며 쓰러지던 그 모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3. 쉬리(1999) - 한석규, 김윤진


"중원씨와 같이 있었던 지난 일년.. 그게 내 삶의 전부야. 그 순간 만큼은 이명현도, 이방희도 아닌, 그냥 나였어. 나 이해해달란 말 안할게. 중원씨! 지금 중원씨 너무 보고싶어, 꼭 보고싶어."




한국 영화 속 명장면하면 빠질 수 없는 장면이 바로 강제규 감독의 <쉬리>의 마지막 총격 장면이다. 사랑하는 여자이자 북한군 특수요원인 이방희(김윤진)를 주인공 유중원(한석규)이 직접 자신의 총으로 쏘기 직전, 슬프게 떨리던 한석규의 눈빛과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천천히 쓰러져가던 김윤진의 애절한 눈빛은 잊을 수 없는 이 영화의 베스트씬이다.






4. 클래식(2003) - 조승우


"거의 완벽했는데.. 어제 밤에 와서 연습했었거든.. 속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영화 <클래식>에서 베트남 전쟁터에서 눈을 다쳐 시력을 잃은 준하(조승우)가 주희(손예진)를 다시 만날 때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눈이 보이는 척 연기를 하다가 결국엔 들켜버리는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다. 물론 자전거탄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배경으로 조인성과 손예진이 비오는 캠퍼스를 함께 뛰어가는 장면도 유명하지만 영화 <클래식>의 진정한 명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한다.






5. 초록물고기(1997) - 한석규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큰성이야? 큰성, 나야 막동이. 엄마는? 엄마 어디갔어? 응, 어 나 잘 있어, 괜찮아. 큰성, 전화 끊지마, 전화 끊지마. 큰성, 생각나? 빨간다리, 빨간색 철교. 우리 어렸을 때 빨간 다리 밑으로 물고기 잡으러 간다고 갔다가 쓰레빠 잃어버려 가지고, 큰성이랑, 형들이랑 쓰레빠 찾는다고, 놀지도 못하고.. 순옥이 그 병신은 벌에 엉덩이 쏘여 가지고, 엉덩이 세 개 됐다고 둘째 형이 놀리고 그랬잖아 큰성, 그 때 생각나..?"



보스(문성근)에게 버림받고 죽어가던 막동(한석규)이 죽기 직전 전화박스에서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울음섞인 목소리로 통화하던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초록 물고기> 최고의 명장면이다.






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 강동원


"무서워요..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서워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인 정윤수로 등장하는 강동원이 죽기 직전 떨리는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른 뒤에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섭다며 울부짖는 이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쏟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기전까지 강동원에 대한 특별한 느낌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 그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죽어가는 사형수의 두려움을 표현한 그의 연기는 정말 인상 깊었다.






7. 각설탕(2006) - 임수정, 천둥이


"이제.. 안 일어나도 돼.. 안 일어나도 돼.. 천둥아." 



영화 <각설탕>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잊지못할 영화의 마지막 부분. 폐가 안 좋은 상태에서 시은(임수정)을 위해 억지로 그랑프리 경주에 출전해서 1위로 들어온 천둥이가 경주가 끝나자마자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이 장면은 정말 슬펐다. 특히나 임수정의 눈물 연기 못지 않게, 쓰러진 천둥이의 촉촉하게 젖은 커다란 눈망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참고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천둥이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몇 년 후, 산통으로 실제로 죽고 말아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8. 너는 내 운명(2005) - 황정민, 전도연


"오빠 목소리 왜그래? 왜그래 오빠, 어? 목소리 왜그래.. 왜 그래, 어떻게 된거야! 목소리 왜그래..!! 응? 오빠.. 오빠 미안해.. 오빠 미안해.."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에이즈에 걸린 은하(전도연)가 구속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한 석중(황정민)이 그녀를 찾아가 면회하는 도중 면회실 유리 위 쪽의 스피커를 뜯고 그녀의 손을 잡고 울부짖는 이 장면은 2005년에 개봉됐던 한국영화 중 가장 슬픈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 농약을 먹고 목을 다쳐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쉬어버린 석중을 연기한 황정민은 이 영화로 인해 2005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황정민과 전도연의 애절하고 절절한 눈물 연기가 빛을 발했던 장면.






9. 말아톤(2005) - 조승우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영화 <말아톤>에서 주인공인 초원이(조승우)가 지하철에서 얼룩말을 떠올리며 여성의 스커트 엉덩이 부분을 만졌다가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봉변을 당한 후 평소 엄마가 하던 말을 따라 외치던 장면. 우리에게 영화 <말아톤>은 슬프다기보다는 가슴 찡하고 감동적인 영화로 기억되지만 지하철에서의 이 장면만큼은 정말 가슴 아프고 슬펐다.






10. 엽기적인 그녀(2001) - 차태현


"술은 절대로 세 잔이상 먹이면 안 되구요.. 아무나 패거든요.. 그리고 카페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안퍼도 아픈척 하거나 아퍼도 안아픈 척 하는 걸 좋아해요.. 만난 지 백일 되면 강의실 찾아가서 장미꽃 한 송이 내밀어 보세요.. 디게 좋아할 거에요. 그리고 검도하고 스쿼시는 꼭 배우세요. 가끔 유치장 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되구요.. 가끔 죽인다고 협박하면 진짜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야 편해요.. 그리고 가끔 다리가 아프다고 그러면 신발도 바꿔신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쟤.. 글 쓰는 거 좋아하거든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견우(차태현)가 사랑하는 그녀(전지현)를 떠나보내며 새로운 남자에게 그녀를 부탁하고 당부하는 이 장면은 특별한 말이 필요없는, <엽기적인 그녀>에서 가장 슬픈 명장면이자 명대사이다.






11. 공동경비구역 JSA(2000) - 송강호, 이병헌, 신하균, 김태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한국영화의 엔딩 장면을 봐왔지만 내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엔딩을 하나 꼽으라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엔딩 장면을 꼽고 싶다. 보통, 영화를 보더라도 멋지거나 슬픈 엔딩 장면은 무척이나 많지만 이 영화처럼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의 내용을 단 한컷으로 함축하는 엔딩은 정말 드물다. 영화 내내 서로 울고 웃으며 함께 부대끼다가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네 명의 주인공들이 단 한 컷에 담긴 이 장면. 이들은 분명 같은 사진 속에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 분명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있다. 분단 조국의 아픔과 함께 이데올로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시스템과 체제에 짓눌려 휩쓸려버린 네 명의 병사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긴 이 한 컷의 사진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12. 라디오 스타(2006) - 안성기, 박중훈


"형, 민수형. 돌아와이씨.. 지금 장난치는 거지..? 나 그냥 언더그라운드에서 친구들하고 밴드 잘하고 있는데 형이 꼬신 거잖아.. 나 조용필 만들어준대면서.. 형이 조용필 저리 가라로 만들어준다 그랬잖아.. 근데 이게 뭐야이씨.. 천문대에서 별 볼 때 형이 그랬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고.. 와서 좀 비춰주라.."




영화 <라디오 스타>는 내 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을 새롭게 보게 만든 작품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을 칭송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황산벌>에 대한 아쉬운 기억이 너무 짙게 남아있어서 <왕의 남자>의 흥행이 우연한 성공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를 통해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진가를 십분 발휘하여 <왕의 남자>의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게 된다. 그러한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바로 위의 두 장면이다. 철 없는 88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이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부재를 깨닫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를 애타게 찾는 첫 번째 장면. 박중훈의 눈물 연기가 빛을 발한 이 장면은 별 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정말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밑에 있는 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이다. 사소한 문제로 갈등하고 결별했던 이 둘의 잔잔한 화해를 한편의 그림처럼 감동적으로 담은 <라디오 스타>의 엔딩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13. 괴물(2006) - 변희봉



13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최고의 흥행 영화인 <괴물>에서 제일 가슴 찡했던 명장면을 꼽으라면 강두(송강호)의 아버지인 변희봉이 죽는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비가 쏟아지는 한강 둔치에서 총을 쏘며 괴물에게 쫓기던 중 화가 난 아버지 변희봉이, 총알이 한 발 남았다는 강두의 말을 듣고는 가족들을 먼저 도망치도록 보내 놓고 아들의 총을 가지고 괴물과 맞서 정면에서 겨냥한다. 하지만 강두의 계산 착오로 총알이 있어야 할 총 안은 텅 비어 있었고 결국 그는 가족들의 눈 앞에서 괴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변희봉이 죽기 직전 아들을 바라보며 '어여 가, 그냥 가..'라는 듯한 처연한 눈빛과 함께 손짓을 하는 이 장면은 두고 두고 회자되는 <괴물>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변희봉이라는 배우가 왜 대배우인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말 없는 표정과 눈빛, 그리고 손짓 하나만으로 그 순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여준 그의 연기는 정말 말 그대로 명품이었다.






14. 선생 김봉두(2003) - 차승원, 이재응


"너 누가 니 맘대로 학교 나오지 말라 그랬어! 누가 그러라 그랬어, 응?! 누가, 선생님한테, 그런, 못된 짓, 하라 그랬어.. 누가..선생님한테..."
"잘못했어요, 선생님요.. 난.. 선생님이 학교 떠나는 거 싫어요.. 엄마 땜에 전학도 못 가구요.. 그냥.. 그냥 선생님이랑 학교 다니구 싶어요.. 잘못했어요, 선생님요.."

  


영화 <선생 김봉두>는 사실 그렇게 썩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코미디와 감동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상업 영화이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식상하고 진부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고 눈물을 쏟게 만든 가슴 찡한 장면이 있으니 바로 위의 장면이다. 정신 이상인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소석이(이재응)는 자신도 촌지를 주는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지만 줄 것이 없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 학교를 빠지고 약초를 캐다가 팔아서 번 돈 3만원을 봉투에 넣어 선생님의 집 문틈으로 넣게 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김봉두(차승원)는 소석이의 집에 찾아가 비에 쫄딱 맞은 모습으로 라면을 먹고 있던 소석이를 회초리로 무섭게 때리며 "누가 그런 짓 하라고 했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결국엔 잘못했다며 펑펑 우는 소석이를 끌어안고 함께 울게 된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저그런 코미디 영화로 남을 뻔했던 영화 <선생 김봉두>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 올린 보석같은 장면이다.






15. 거룩한 계보(2006) - 정재영


"순탄아!! ...깡패도 아닌디, ...깡패가 아니라도 칼 맞냐!!"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에서 보여준 배우 정재영의 연기 중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연기가 있다. 바로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의 절규씬. 전라도 조직 세계를 주름잡던 칼잡이 치성(정재영)은 조직의 일로 감옥에 가게 되고 감옥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 순탄(류승룡)을 만나 함께 회포를 푼다. 하지만 그의 부재를 틈타 경쟁 조직의 보스가 치성의 부모에게 칼부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면회를 통해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치성이 교도소 공장으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는 친구 순탄의 이름을 부르며 "깡패가 아니라도 칼 맞냐!"라며 목 놓아 부르짖는 이 장면은 말 그대로 압권이다. 영화 <거룩한 계보>가 코믹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둘 다 완벽하게 잡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아픔과 충격을 친구에게 절절하게 토해내고 홀로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수돗물을 틀어 놓고 흐느끼며 울던 정재영의 연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16. 선물(2001) - 이정재, 이영애


  

영화 <선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 영화는 보잘 것 없는 3류 코미디언인 용기(이정재)와 유아복 가게를 하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그의 아내 정연(이영애)의 이야기이다. 결혼한 지 3년이 넘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여러가지 고달픈 현실 속에서 자주 다투게 되고 점점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좁아지는 이들의 부부의 모습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아내가 불치의 병에 걸린 것도 모른 채 사기꾼들의 농간에 속아 아내가 모아 놓은 돈을 탕진하는 철없는 남편과 끝까지 자신의 병을 숨기려는 아내. 그리고 결국은 뒤늦게 아내의 병을 알게 된 용기는 살아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이 지경이 되도록 뭐했냐"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미친듯이 집으로 달려가서 아내를 찾다가 욕실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정연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너 왜, 왜.. 왜 남편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어! 집안일이 이 모양이니까 바깥일이 될 게 뭐가 있어!!" 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남편. 그리고 결국 그녀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지켜주려는 남편. 이러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통속적이지만 슬프고, 진부하지만 가슴 아프다. 슬픔을 감춘 채, 자신을 지켜보는 아내를 위해 마임 공연을 하는 용기와 그런 그를 지켜보며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정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17. 파이란(2001) - 최민식


"강재씨, 매우 좋아합니다.. 세상 제일 누구보다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무 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



3류 깡패 강재(최민식)가 죽은 파이란(장백지)이 생전에 쓴 편지를 읽고 난 후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흐느끼며 통곡하는  이 장면은 말 그대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슴 찡한 명장면이다. 한 인간의 연기가 이렇게까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이 장면에서 최민식의 절절한 연기는 정말 가슴을 서글프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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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27 00:19
수정 아이콘
8월의 크리스마스도 있길 바랬는데... 아쉽네요^^
찡함보다는 잔잔해서 그럴까...
루크레티아
12/08/27 00:19
수정 아이콘
어렸을 적에 초록물고기를 우연히 본 이후에 저 장면 때문에 한석규씨의 포로가 되어버렸죠.
진짜 저 장면은 한국영화사 TOP5에 반드시 들어갈 명장면 같습니다.
12/08/27 00:24
수정 아이콘
추격자 슈퍼아줌마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네요 크크크크..
MC_윤선생
12/08/27 00:28
수정 아이콘
어우... 절절히 징한 장면들 모음이네요.. 요샌 이터니티님 영화글 보는게 피쟐 들러서 최고의 낙입니다요.

근데 이터니티님. 너무 짧은 시간에 전부 소진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요~

그 외 영화사에도 박중훈이나 차태현같은 배우들이 짧은 시간에 가진걸 다 불태워서 아쉽다 뭐 그런 얘기들 처럼... 하악하악.
슬러거
12/08/27 00:30
수정 아이콘
전 영화를 보고 울어본 마지막이 중3때 본 연애소설(차태현-손예진-이은주)일정도로 정말 오래됐는데 지금까지 눈물을 흘릴뻔했던 몇번의 가장 큰 고비가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였습니다. 저는 글에있는 장면보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 진석이가 볼펜을 발견하고는 하던 대사인
'형.. 왜 이제왔어~~ 왜 이제왔어~~'(정확한가 모르겠네요)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외에는 글의 모든 장면중에서도 JSA의 마지막 스틸컷은 저도 정말이지 기가막힌 엔딩이였다고 기억하고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실미도의 마지막 전투씬도 많이 기억에 남네요
12/08/27 00:31
수정 아이콘
파이란을 보고 최민식씨의 팬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아시스의 나 돌아갈래!! 이 장면이 나올거라 생각하고 보았는데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나오질 않았네요 ㅠ
임권택 감독의 작품도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ㅠ 맞춘건 은행나무 침대 뿐이군요... 저 역시 저게 1등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지만..

참 좋은영화가 우리나라에는 많은거 같아요 다시 생각해보니 좋은글 감사합니다.
상어이빨
12/08/27 00:33
수정 아이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던 파이란...

정말 좋은 영화....
아이유랑나랑
12/08/27 00:35
수정 아이콘
영화 '약속' 이었나요? 박신양이 성당에서 말하는 장면 그게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눈시BBver.2
12/08/27 00:40
수정 아이콘
저는 클래식에서는 나오지도 않은 조승우의 아내가 생각나더군요. 시력을 잃었는데도 그를 사랑해줬는데 남편은 옛사랑을 못 잊고 영화도 그런 얘기만 나오고...
뜬금없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괜히 블편했죠 ㅡㅡa [서기]
라이언JS
12/08/27 00:41
수정 아이콘
전 실미도에서 허준호가 버스에 타고있는 부하들에게 달려가려다가 건빵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그렇게 마음에 남더라구요..
Eternity
12/08/27 01:04
수정 아이콘
제 편견인진 몰라도, 저는 그 장면이 좀 진부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뭔가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
강우석 감독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는지는 몰라도, <실미도>가 전체적으로 다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12/08/27 10:07
수정 아이콘
그 씹을꺼리 떨어뜨리는 장면은 평생 씹을거리죠.
(억지로 만드는)가슴 찡한 장면 BEST3에 들어갈만한 최악의 장면입니다.
별로였던 실미도에서 그나마 몰입하는 결말에서 똥을 제대로 싸놨죠. 실소가 나왔습니다.

강우석감독은 공공의적1 이후로는 명작은 커녕 수작이라고 말한만한 영화가 한편도 없습니다.
지나가는 개도 알아보는 억지스러운 신파만 만들어 내려고 하고,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12/08/27 00:51
수정 아이콘
전 국가대표에서 하정우가 마지막에 공항에서 한 인터뷰가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냥 무난한 답변을 하다가 한 순간에 진심을 이야기 하는데(대충 내용이 어머니에 대한 원망 + 성공해서 만나러 갈게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왼손잡이
12/08/27 00:55
수정 아이콘
왕의남자는 너무 떠서 되려 과소평가 받는 영화같아요. 이준익 감독이나 이준기나.. 둘다.
정말 한국 사극 영화중 레전드급 영화가 될겁니다. 왕의남자는..
저는 나 여기있고 너 거기있지. 그거보다는 역시 마지막에 사랑하는 둘이 줄타기를 하면서 뛰었던 그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네요.

그리고.. 역시 말씀하신 클래식의 그장면.. 조승우에게 제대로 반해버린 장면이였죠.
그리고 없어서는 안될 장면이 있는데.. 타짜의 내가 스탑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로 시작되는 장면은 정말.. 최강의 긴장감이였다고 생각해요.
그리드세이버
12/08/27 00:56
수정 아이콘
아빠, 일어나! 가 없다니 어색하네요.
냉면과열무
12/08/27 01:01
수정 아이콘
저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장화홍련 장면들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특히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이 나룻터에서 혼자 발 담그고 있는 장면...
스타카토
12/08/27 01:29
수정 아이콘
당연히 파이란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역시...있네요~~
제 평생 영화보면서 그렇게 울어본 장면이 없을껍니다...
12/08/27 01:33
수정 아이콘
파이란 저 마지막 장면에서 무지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ㅠ.ㅠ
어찌나 울었던지..후배들이 와서 무슨일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무미건조하던 영화의 말미에 단 한장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더군요,,
그래야 더욱 깊은 울림이 있는 모양입니다.
네오크로우
12/08/27 01:38
수정 아이콘
아..파이란 저 장면.. 라이타 칙칙 거리다가 오열하는....;;; 진짜 눈물이 그냥 주르르르 흘렀던 기억이 나네요.
흑채대학생
12/08/27 01:55
수정 아이콘
해운대-내가 니 애비다!!!
벌렸죠스플리터
12/08/2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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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의 마지막 선박.. 대부분 결판 지을때 비수~부분부터 인상깊다 하는데..그전에 팔다친 유해진에게 담배주며 하던 이야기가 아직
기억에 남네요..

그러게 여긴 뭐하러 왔어?..
-돈따러 왔지...크크 큭 넌 왜 왔어
Xx나도 돈따러 왔다...크크크..
12/08/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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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멜로물 중에 <...ing>도 정말 좋게 봐서요, 임수정이 담배피는 씬이 기억에 남네요. 첫사랑이랑 같이 봐서 그런가...;;; <해바라기> 엔딩씬(허이재의 재발견...이었다가 그것밖에 없음을 알게 된 장면)도 있네요.
잠수병
12/08/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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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올린 영화글 잘 읽고있습니다. 고마워요~
토니토니쵸파
12/08/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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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시력을 잃은걸 들키는 씬을 생각했는데 역시 있네요...
이 때 나오는 배경음악이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몇번을 봐도 계속 눈물이 나는 장면입니다.
도라귀염
12/08/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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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클래식 보고 싶네요 이글 보니까 또 한번 봐야 겠습니다
흑백수
12/08/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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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는 진짜 엔딩이 말그대로 엔딩이죠. 정말로 영화를 마무리해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네요.
12/08/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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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잘봤습니다!!
태극기휘날리며는 영화보는 내내 저희 형이랑 저랑 생각하니 여친은 안우는데 전 울고있더군요 ㅠㅠ
깨알같은 장면들이네요 다들..
브릿덕후
12/08/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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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안 좋아하는 영화들이 좀 있는데, (여기서 그런 비슷한 류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날아라 허동구> <마이 파더> 같은 작품들로 대체하는게 차라리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들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네요. ^^ 저라면 <번지점프를 하다>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확실히 하나씩 가져올 것 같습니다.

<파이란>은 정말 좋은 영화지만 (이 리스트의 영화들 중에서 안 본 작품도 몇몇 있지만 그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사-외적인 부분으로 이전의 영화를 재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수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장백지의 실상과 파이란이라는 캐릭터 사이의 성격의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순간 약간 애정이 떨어졌다랄까요.
정해찬
12/08/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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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전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저런 배우가 있다는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민식...
_ωφη_
12/09/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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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머리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 오줌싸는 장면..TT 그거 슬푸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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