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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20 04:51:31
Name 진동면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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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재일교포사] 일본 최초의 재일교포 중의원으로 당선했던 아라이 쇼케이 下


검은 실(black seal) 사건이란 어이없게도 같은 자민당 후보였던 인기 소설가 출신이자 극우주의자로 알려진 이시하라 신타로의(현 도쿄도 지사) 비서가 아라이 후보의 포스터 2천 장에 '66년 북한에서 귀화한 자' 라고 써진 검은 스티커를 붙힌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일본 사람을 납치한 악질 공산주의 국가라는 인식이 일본 사람들 머릿속에 너무나도 강하게 박혀 있었기에 아라이 후보가 자신과 같은 평범한 일본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유권자들은 굉장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스티커로 인한 소란은 점점 커져 아라이의 가족이 조센징의 스파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아라이의 원래 호적이(조선) 인쇄된 인쇄물이 정체불명의 단체에서 유권자들에게 우송될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아라이에게 유리했던 선거결과는 뒤집혔고 아라이는 선거에서 거짓말 같이 참패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억울하고 실망해서 좌절했다면 제가 아라이 의원에 대한 글을 쓰는 일도 없었겠죠. 아라이는 좌절하지 않고 다음 중의원 선거에 다시 도전합니다. 역시 같은 지역구였습니다. 이번에는 아라이는 아예 자신이 귀화했다는 것을 떴떴히 밝히고 일본인이 아니었기에 앞으로 일본 국제화의 기수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TV출연회에도 당당히 출연하는 등 아라이는 젋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다녔고 제38대 중의원 선거에서 당당히 자신을 공격했던 이사하라 신타로와 나란히 당선됩니다. 이 때 그의 나이 불과 39세였습니다.

“한일관계에선 심한 마찰이 생겼을 때 과연 어느 쪽 국익을 우선할 것인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라이씨의 원 국적이 북쪽인지 남쪽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교과서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가 있고 어업권도 언제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쪽은 일본을 적대시하는 나라지요. …귀화했다고는 하지만 원 조국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두 개의 조국 사이에 끼여 본인도 괴로울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시하라 신타로. 38대 선거 도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조국은 일본입니다. 나는 재일 한국인 대표로 당선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좋은 의미에서 한·일 간의 파이프라인 역을 해 보고 싶습니다.” - 86년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한 후 아시아 경기대회 참석차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 기자들의 물음에 대한 아라이 의원의 답변.

중의원 활동을 시작하게 된 아라이는 자민당에서는 젊은 개혁의 기수로써 밖에서는 인기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자발적으로 생긴 아라이 후원회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선거구민들도 아라이 의원을 좋아했으며 아라이도 도쿄 제2구에서 성원에 보답하듯이 계속 출마하서 4선 연임을 달성합니다. 여기까지 그는 틀림없이 자이니치라는(재일 한국인) 핸디캡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일본 정치인이였습니다. 그러나...

97년 12월22일. 조간신문에 ‘니코증권, 아라이 쇼케이 의원에게 이익제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뜬 이래 매스컴은 아라이가 니코증권에 부정한 이익제공을 요구했고 주식 매매를 반복하면서 수천만엔의 이익을 올린 혐의들을 집중 보도합니다. 그 무렵 일본 4대 증권의 하나였던 야마이치 증권 파산충격이 열도를 흔들었고 야당은 아라이의 검찰 증인 출두를 요구합니다. 자민당내에서도 자발적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라이 의원은 자신의 청문회에 나가 “16살 때까지 나는 재일조선인이었다”, “몇 백명의 국회의원이 나와 똑같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내 주식거래만 문제가 되는 것은 민족차별 아닌가”라고 항변합니다.

이 문제는 와타나베 미치오가 아라이에게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증권계 인사들을 소개해 준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 정치인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그래서 니코증권은 아라이 의원의 정치 자금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라이 의원 소유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주식거래를 통한 이익인 것처럼 세탁한 돈을 넣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틀림없이 당시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은 이런 행위를 관행으로하고 있고 일본 검찰이 수사하면 수백 명은 잡혀갈 상황이었지만 검찰은 집요하게 아라이 의원만 표적수사를 합니다. 얼마나 집요했냐면 아라이 의원을 잡아넣기 위해 증권거래법상의 '이익요구죄' 라는 유명무실한 법을 꺼내들었고 사건은 점점 아라이 의원의 금융증권 비리사건으로 커져 갔습니다. 거물급 정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일교포인 아라이 의원을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아라이 의원은 계속 항변했지만 이미 모든 시나리오는 완성되어 있고 넌 자백만 하면 돼. 라는 상황임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니코증권의 히라이시 유미오 전부사장과 하마히라 히로유키 전상무가 장래를 촉망받는 아라이 의원이 자신들에게 VIP계좌를 만들라고 협박해서 할 수 없이 했다고 말을 바꾸면서 아라이 의원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관련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도 관행이었지만 그들은 재일교포인 아라이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말을 바꿨습니다. 일본 부총리를 지낸 와타나베도 아라이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998년. 당차원의 입장정리를 위해 열린 자민당 운영위원회에서 그는 “진실은 하나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고 ‘최후 진술’ 을 합니다. 2월 17일. 그를 면담조사한 검찰은 다음날인 18일 아침 회기중 현역의원을 구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 갔으며 이날 오후에는 벌써 내각의 구속동의 요구서가 중의원에 도착합니다. 다음날인 19일 정오께 중의원 운영위는 오후의 대정부 질의가 끝나는 6시께 아라이 의원의 구속동의안을 상정해 처리하기로 의결합니다. 그리고...

2월 19일. 도쿄 퍼시픽 호텔. 2338호 방에서 아라이 의원은 허리띠로(유타카 끈이라는 자료도 있음) 목을 맨 채로 발견됩니다. 사망추정 시각은 오후 6시.(오전 3시라는 자료도 있음) 아라이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통과된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옛친구와 마지막 전화를 한 후 아라이 쇼케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미 전 일본이 그의 적이 된 상황이었고 정치생명도 끝나 있었습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재일 한국인의 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아라이 쇼케이. 분명 넘었고 아라이 쇼케이는 일본 사람의 한 사람으로 일본의 고질적인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부단히 더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그를 몰락시킨 건 재일교포라는 신분이었습니다. 이겨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마치 주홍글씨처럼 끝까지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아라이 쇼케이만이 아니라 모든 재일교포가 겪었을 어려움이었을 것입니다. 그때보다 발전을 이루어낸 모국과 한류열풍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마침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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