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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8/16 13:16:40
Name 퀘이샤
Subject [일반] 현대미술관 화재와 관련한 한국 문화(?)의 문제점...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써야해서 다소 허술하거나 오타가 있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대문안에 공사 현장에서 큰 불이 났고,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고 다수의 근로자가 다쳤습니다.
나라에서 발주하고, 그것도 경복궁 옆에서 하는 대형공사인데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건설회사 11년차 직원입장에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인데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공무원(중에서 "장")입니다.  
(어제 우연히 종편에서 화재현장에서 일한 근로자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근로자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입니다.)

물리적으로 불이 난 이유는,,,
용접작업와 인화물질 관련 작업(도장, 방수, 단열 등)이 (영향을 미치는)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오전 작업시간이 이었기 때문에 근로자와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고, 불이 갑자기 크게 나서 통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인화물질에 불이 갑자기 붙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근로자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용접작업과 인화물질 관련 작업을 동시에 시키거나 허락하는 건설회사는 적어도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했고 화재가 났습니다.

인터뷰 근로자 말중에서 "유명인을 위한 pre개관"이 있더군요.
그 근로자가 그런 일정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겠지만, 왜 야간작업을 하고 또 위험한 동시작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했을 겁니다.
돌관공사(공기준수를 위해서 인력도 많이 투입하고, 야간작업도 하면서 일하는 공사)을 하는 경우 왜 돌관공사를 하는지 통상 뭉뚱그려서 설명을 합니다. 야근하고 싶은 않은 근로자를 설득이라도 하려면 당연한 일이죠.
돌관공사는 같은 양의 시공한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공사보다 공사비가 많이 듭니다.
공사현장 인근 가게에서 야간작업도 했다고 언급된 점을 보면 분명히 돌관공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돌관공사 하는 마당에 다소 위험하더라도 동시작업(용접-인화)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판단됩니다.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건설회사의 기술력(시공쪽...)은 높은 수준입니다.
공정관리도 잘 할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공사비를 아끼고(이윤을 많이 내고), 품질/안전도 지킬 수 있는 공정계획을 수립해서 공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못했을까요?

통상 2가지 경우로 압축됩니다.
1.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어떤 이유에서 준공을 당기는 경우입니다.
2. 설계(각종 마감안)안이 적기에 확정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1의 경우 MB도 본인은 공사기간이 기니깐 임기내에는 착공만 보겠다고 했는데 누가 오버했을 수도 있겠죠...
누가 오버를 할까요? MB아니면 그 공사 발주내서 이쁨받고 싶은 공무원(장이겠죠...)입니다. 건설회사에서 공사비 더 쓰고 위험을 감수하고 돌관공사해서 준공 당길 이유 없습니다.

2의 경우는 공무원만의 책임을 묻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만,,, 어차피 공사의 주인(발주처)라면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입니다.
설계안이 확정되지 않아서 공사기간을 까먹고 있다가 막판에 설계안 확정되면 공기준수를 위해서 돌관공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시험범위 미리 알려주면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 잘 볼 수 있는데, 시험 이틀 전에 왕창 시험범위 알려주고 100점 받으라고 하니 잠 안자고 공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발주형식에 따라 다르지만 설계안의 확정은 공사주인(발주처)인 경우가 대대분입니다.)
대한민국 건설시장에서도 설계쪽 시장이 너무나 열악하여 기존의 설계비로는 설계변경(공사 품질확보를 위해서 어쩔 없는)이 없는 설계안을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건설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은 어느 정도 감안하기도 하고, 또 그 점을 악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접하고, 또 듣고 봐온) 공무원은 설계안 확정이 늦어서 공사기간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서 그리 부담을 느끼지 않더군요.
시공사, 감리회사에서 오래 일한 지인이 말하기를,,, "벡텔같은 외국 시공사가 들어와서 공사하고 나서 우리나라 발주처(결국 공무원) 몇명 소송걸어서 작살내면 한국 건설문화가 바뀔 것이다."라고 하는데,,, 100% 동감합니다.

철저한 계약이행 및 책임을 지는 문화, 전후 관계를 살펴서 크게 보고 이해관계자들이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 그리고 상식에 기반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밀고나가는 믄화,,,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습다만,,, 우리나라는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서 너무나 엉망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권을 쥔 공무원이 너무나 답답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20여년 전에는 준공검사받으려면 여러 관청에 공사규모에 따라 봉투금액이 정해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봉투 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고 합니다. 공무원 급여가 너무 낮아서 아이들 공부시키기도 힘드니, 그 힘을 가지고 봉투 정도 받는 것은 이해한다고 선배가 그러더군요.
지금은 공무원 급여 많이 올랐습니다. 또 봉투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일은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ps-
급하게 썼는데 결국 공무원 욕하는 내용이네요.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 잘못도 있을 겁니다.
근데 그 원인을 제공하는데는 공무원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민간에서 발주내서 공사하면 2년에 멋지게 끝나는 공사, 정부에서 발주내서 공사하면 4년 걸리고 하자투성이인 경우 허다합니다.
공무원들이 일 제대로 하고 박수받는 그런 모습을 이 바닥 떠나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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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6 13:25
수정 아이콘
담당공무원이 생각보다 그 분야의 지혜는 커녕 상식에 못 미치는 지식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작 개념으로 처리해줬으면 하는데 그런 사람은 어딜 가든 많지 않은듯.
12/08/16 13:29
수정 아이콘
제가 읽은 기사에 의하면 원래 디자인한 교수가 어느 시점부터 공사 현장에 시공사에 의해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하던데... 뭔가 구린내가 많이 납니다.
12/08/16 13:47
수정 아이콘
여튼 누가됬던 그 책임 소재를 잘 따져서 책임질 사람들이 좀 졌으면 좋겠습니다만...
후란시느
12/08/16 14:07
수정 아이콘
돌아가는게 군대 돌아가는거랑 비슷하네요;;. 하긴 군인도 공무원이라면 공무원이니....
코큰아이
12/08/16 14:48
수정 아이콘
FTA를 한 만큼 한시 바삐 건설시장도 개방해야됩니다.(m)

저도 현장에서 좀 밥을 먹어봐서 아는데(누구처럼) 단열 우레탄 발포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외기환기를 조치하고 화원을 엄금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거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겁니다. 더군다나 안전관리에 오명과 악명이 높은 GS건설이라면요
그저 빨리빨리 왜 이게 안되나고 원청(발주처나 정부기관)에서 시공회사 (GS건설)갈구기.. 그리고 시공회사에서 각 공정 협력업체(하청업체) 조이기 그리고 그 협력업체가 작업근로자 채근하기 ......... 안봐도 곰티비죠 .
12/08/16 17:40
수정 아이콘
어떤 인간이 공기를 줄이라고 압력을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압력을 넣는 인간이 있다는 것보다도
그 인간들이 지금처럼 문제가 터져도 누가 색출해서 처벌하지를 않는다는거죠.

언 놈인지는 몰라도 잡아야 되는데..
(Re)적울린네마리
12/08/16 23:20
수정 아이콘
사실, GS건설이나 삼성(물산의 건설, 중공업),신세계, 포스코건설등이 안전관리에 대해 엄청 까다롭습니다.
반면 현대건설이나 현대산업개발, 앰코등이 좀 느슨한 편이죠.
아이러니하게 안전관리가 까다로울수록 하도업체는 안전작업 준수에 따른 인건비부담과 안전관리비등이 더 투여되므로 공기단축및
각종 절감을 위해 편법이 동원되는 현상이 발생하죠.
이번 사고도 그런 류가 아닐까 합니다.

저 위의 사례와 반대로 서울시청 신청사는 2번이나 입주를 연기했습니다.
설계변경 요인도 있었지만 건설사 컨소시움업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순씨가 6월 -8월 -10월...로 연기했지요.
관공서 건축사례에 유례가 없는 사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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